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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창환] 원유를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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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사회2부장
이창환 사회2부장

중동은 대한민국 경제의 생명줄이다. 중동산 원유 없이는 수출 주도형 산업 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 미국보다 더 본질적으로 의존하는 지역이 중동인 셈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72%가 중동산이다. 이 중 약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전체 원유의 65~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오는 구조다.

이란 전쟁 이전 한국은 하루에 약 250만~3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이 가운데 170만~200만 배럴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 대기업 정유시설도 중동산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약 95%가 중동산이다. 이 중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하루 수입량은 230만~240만 배럴이다. 그 가운데 160만~170만 배럴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한국과 일본이 받을 충격은 숫자만 봐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수입량은 비슷하지만 한국이 받을 충격은 더 심하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경제 규모가 3분의 1 수준이지만 수입량은 더 많다. 내수뿐만 아니라 정유·석유화학 산업이 전체 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해서다. 세계 최대의 정유 능력을 보유한 한국은 원유를 수입해 정유 과정을 거쳐 수출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 한국은 연료 부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수출 산업 자체가 멈출 수 있다. 그만큼 중동에 대한 의존이 절대적이다.

대체 수입선도 신통치 않다.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러시아산 혼합유 또는 미국산 경질유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혼합유와 경질유를 정제하려면 중동 중질유에 최적화된 한국 정유시설은 막대한 설비 투자를 해야 한다.

수입선 다변화, 원자력 및 신재생 확대 등 에너지 구조 전환 등을 진행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렇더라도 중동산 원유 수입을 끊을 수는 없다.

이란 전쟁이 조만간 해결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돼도 근본적인 문제는 바뀌지 않는다.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바닷길을 지켜 주지 않으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중국 등을 콕 집어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이 이란의 봉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에는 미국이 장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한국 해군이 중동에서 원유를 구매한 우리나라 유조선을 호위해서 한반도까지 와야 하는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문제는 현재의 우리나라 해군력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세계적인 지정학 전략가인 피터 자이한은 일본과 협력을 통한 원유 확보 방안을 강력하게 권한다. 중국과 협력하는 순간 거대한 대륙 경제에 한국 경제가 흡수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자이한에 따르면 동북아 4개국(한·중·일, 대만) 중에 일본의 해상자위대만이 중동에서부터 자국의 유조선을 호위할 원거리 작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동남아시아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안전한 원유 수송로 확보에 큰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게 현실화되면 논쟁이 불가피하다. 해상자위대의 보호하에 원유를 확보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서상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워서다. 먼 미래의 소설 같은 얘기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중동산 원유에 국가 경제의 존망이 걸린 한국은 원유 확보를 위해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해야 한다.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위기는 순식간에 다가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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