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의 '대동맥'이라 할 수 있는 원·달러 환율이 심상치 않다. 올들어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천480원을 넘어 1천500원대를 위협하는 등 고공 행진으로 가계와 기업 모두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원화 약세가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붕괴의 전조라는 진단이 나온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8원 내린 1,472.4원으로 장을 출발한 후 하락폭을 키워 8.7원 떨어진 1,468.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 1천460원대 진입은 지난달 11일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은 타결되지 않았지만 시장이 종전을 선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중동 분쟁발 고환율을 보며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된 과도한 원화 약세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고의 질적 저하도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천236억6천만달러(약 641조원)로 2월보다 39억7천만달러 줄었다. 미국 상호관세 발표로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해 4월(-49억9천만달러)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전체 외환보유액 중 실제 현금(예치금)은 210억5천만달러에 불과하고, 89%인 3천776억9천만달러는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에 묶여 있어 위기 시 즉각적인 유동성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달러 환율은 86% 확률로 상승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무역 의존도가 75%에 달하는 수출국임에도 외환보유액이 GDP 대비 22%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경고 지표도 나왔다. 올해 1월 세종대 김대종·윤진희·이원경 교수와 연세대 구유영 교수가 SCI급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GDP 대비 외환보유액의 상대적 충분성을 측정하는 RG지수가 최근 5개 분기 연속(2024년 4분기~2025년 4분기)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RG지수가 1년 넘게 마이너스를 이어간 것은 2003년 2분기 이후 22년여 만에 처음으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다.
원화의 국제적 위상 저하도 뼈아프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주요 64개국 실질실효환율 지수(2020년=100 기준)에서 한국은 올해 2월 말 86.72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말(85.48)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90.23), 미국(105.88), 유로존(103.77)과 큰 격차를 보이며 최하위인 일본(67.03)만 간신히 앞선 수치다.
여기에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부재가 원화 가치를 더욱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지난달 초 원·달러 환율이 17년 만에 1천500원을 넘기는 등 환율 불안이 극에 달하자 정부가 미국에 통화스와프 체결 관련 의견을 교환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회에서 "미국이 한국에 달러가 부족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두 단계만 낮춰도 외환위기가 올 수 있는 구조"라며 원화의 운명이 전적으로 미국의 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재정 정책 기조도 환율 방어를 어렵게 하는 내부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예산안 기준 재정지출과 조세지출을 합한 정부지출은 808조5천억원이다.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따라 올 들어 26조2천억원 규모의 전쟁 대응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며 재정지출은 753조원으로 늘었고, 전년 대비 증가율은 11.8%다.
실물경제 규모에 비해 통화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광의통화(M2) 비율은 153.8%로, 같은 기간 미국(71.4%)의 두 배를 웃돈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상 통화량 증가는 물가 상승과 통화 가치 하락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2030년 61.7%, 2031년 63.1%로 오를 것으로 내다보며 재정건전성 악화에 경고(매일신문 4월 16일 보도)를 보냈다. 현재의 가파른 부채 증가 속도와 원화 가치 하락을 감안하면 임계점은 전망보다 훨씬 빨리 닥쳐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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