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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곳간지기의 주인 행세 [가스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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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날 만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은 2025년 대비 많게는 500조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니까 말이다. 실효 법인세율 감안하면 약 100조원 이상의 법인세가 걷히는 셈이다. 게다가 두 기업의 2027년 영업이익은 2026년보다 200조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단순 계산해도 추가로 40조원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한국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세수 전망치가 390조원에 불과하니 정부 입장에선 군침이 흐를 수밖에 없다.

갑자기 돈이 많이 생기면 뭔가 과시하고 싶은 게 정치인의 습성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페이스북 글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는 된다. 김 실장은 12일 "AI 인프라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다"라며 이를 시민에게 환원하기 위한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했다.

안타깝게도 시장은 김 실장뿐 아니라 현 정부 누구에게도 그 돈을 자기 쌈짓돈처럼 펑펑 쓸 권리가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7999.67까지 치솟았던 12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5% 이상 폭락한 것을 두고 김 실장의 발언이 원인이었다는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나올 정도였다. 왜일까. 갑자기 목돈이 들어오더라도 정부는 이 돈이 해마다 들어올 것이란 망상에 기초해 정책을 만들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 돈은 한국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돈이다.

AI 덕에 반도체가 기존의 사이클을 벗어나 구조적 호황 산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원래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었다. 공급은 계단식으로 늘어나고 수요는 일정하게 늘어나기에 기업은 호황과 불황 때마다 '초과 이익'과 '적자'를 넘나들었다.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만 살아남아 과점에 따른 사상 초유의 이익이 난 것이다.

성경 속 재미난 얘기가 떠오른다. 이집트 파라오는 살찐 소 7마리가 나오는 꿈을 꾸다 이내 비쩍 마른 소 7마리에게 살찐 소가 모두 잡아 먹히는 꿈을 꾼다. 요셉은 이 꿈을 "7년 풍년 뒤 7년 흉년이 올 것"이라고 내다보며 "7년의 풍년 동안 다가올 7년의 흉년을 대비해 곡물을 비축할 것"을 조언한다. 파라오는 요셉을 총리로 임명하고 풍년 7년 동안 곡물의 일부를 세금처럼 거둬서 저장했고 이는 이집트 국력이 강해지는 계기가 됐다.

한국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인구 급감에 따른 생산성 위축과 고령화에 따른 건강 비용, 장기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통일에 대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재명 정부는 2025년 6월부터 2030년 6월까지 한국의 곳간을 맡아서 관리하는 곳간지기일 뿐이다.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근시안적인 이익 공유로 탕진해 버리지 않길 바란다. 탐나겠지만 당신 돈이 아니다.

최재리 자산운용사 팀장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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