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는 심리학 분야에서 행복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세계적인 행복 학자다. 행복 심리학의 창시자 에드 디너 교수에게서 심리학을 사사했고,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종신 교수직을 받았다. UN 산하 국제행복기구, 한국통계청, 국회미래연구소 등에 자문하고 있고, '세계 100인의 행복 학자'에 선정돼 「세상 모든 행복」에 기고하기도 했다.
그는 「행복의 기원」이란 저서를 통해 인간은 지능이 높을 뿐이지 개나 공작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100퍼센트 동물'이며, 동물은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즉 행복은 생의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책의 주요 내용이다.
▷행복은 생존을 위한 도구이자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가 매일 밥을 먹고 옷을 갖춰 입으며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거창한 철학적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주린 배를 채울 때, 얼어붙은 몸을 녹일 때, 사람과 교류할 때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할 때 행복해지도록 우리 뇌가 설계돼 있어야만 그 주인이 반복해서 영양을 섭취하고 체온을 유지하며,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생존'과 '번식', 이는 모든 생명체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고 행복도 그런 차원이다.
▷행복의 필요조건은 사회적 관계다= 여러 연구결과 행복한 사람들은 더 외향적이고 정서적 안정감이 높았다. 또 행복지수 상위 그룹은 사회적 관계의 빈도와 만족감이 월등히 높았다. 이 두 가지 특징의 공통 분모는 '사회성'이다. 따라서 행복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없지만 없어서는 안 될 필요조건이 사회적 관계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신체적·정신적 즐거움의 총합이 행복이다= 어디서 즐거움을 느끼든 자주 느끼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즐거움을 덜 느낀다면 상대적으로 덜 행복한 사람이다. 한국인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가 남들이 인정하는 특정한 형태의 성공과 행복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타인의 평가에 과민하고 타인의 인정을 추구하는 삶을 살기 때문에 진정한 행복을 놓치고 있다.
▷걱정이 없고 불행하지 않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즐거운 상태가 행복이다= 불행 제거는 행복의 근본적인 포인트가 아니다. 행복은 뇌에서 만들어지는 감정적 톤이 있는 경험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양한 감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감정은 '불쾌'(미움, 짜증, 불안, 싫음, 지겨움 등)와 '쾌'( 좋아함, 신남, 기대감 등)라는 두 가지로 나뉜다. 행복한 사람은 이 쾌감 신호가 자주 울리는 뇌를 가진 자다.
▷행복은 외부 자극에서 온다= 행복은 인간의 의지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분 좋아지자'라고 마음 먹는다고 해서 실제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행복감을 느낀다면 뇌가 고장 난 상태다. 진정한 행복은 나의 의지가 아닌 사건이나 상황에 따라 발생한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서 함께 식사할 때 느끼는 기쁨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자연스런 감정이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 나를 가져다 놓아야 한다= 행복은 감정이고, 감정적 경험은 의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뇌가 필요에 의해서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감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감정을 주관하는 뇌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데 관심이 없다. 우리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감정을 만든다. 현실을 부정하고 무조건 행복하는 건 불가능하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행복은 높은 연봉이나 근사한 대학 간판, 넓은 집 같은 외적인 요소들로 쉽게 달성되지 않는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면 돈은 곧 공허해지며 새집은 곧 시들해지고 새로운 자극을 원하게 된다.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행복을 반복해서 추구하게 하기 위해 우리 뇌는 자극이나 변화에 금방 '적응'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은 복권 당첨과 같은 거대한 '한 방'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하기 때문에 커다란 기쁨 한 번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행복은 생존을 위한 보상이다= 행복은 생존을 위해 계속 노력하라고 주는 당근 같은 존재, 즉 보상이다. 그리고 친사회적인 행동 또한 생존의 확률을 높여주므로 친사회적인 행동을 하면 우리는 보상을 받는다. 바로 '행복'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봉사한다고 말하는 것도 바도 이타적인 행동을 통해 행복을 누리기 때문이다.
▷결국은 사람이다= 뇌는 우리의 행복에 일말의 관심도 없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찾도록 하기 위해 설계됐다. 그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사람'이다. 사람은 함께 할 때 생존에 유리하다. 그래서 뇌는 사람이라는 생존 필수품과 대화하고 손잡고 사랑할 때 쾌감이라는 전구를 켜도록 설계됐다. 이렇게 보면 행복은 타인과 교류할 때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오철환 전 대구시의원〉
오철환(67) 전 대구시의원은 증권맨, 고시생, 사업가, 정치인 등 다양한 인생 행보를 거쳤다. 현직은 작가다. 소설집 「오늘」 등과 스토리텔링집 「대구는 살아있다」, 산문집 「아직 할 일이 많다」 등 총 12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현재 대구소설가협회장과 (사)현진건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생 여정을 들려 달라.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중·고교와 대학, 대학원까지 졸업했다. 사회생활의 첫걸음은 서울에서 했다. 현대제철 기획실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다 곧 잘나가던 증권회사(신영증권)로 갈아탔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증권회사에서 세상을 배웠고 제법 큰 돈도 벌었다. 이후 사법시험을 위해 고시원을 떠돌다 대구로 내려와 개인사업을 하며 거친 세상을 경험했다.
그 와중에 마음 한구석에는 늘 인생과 삶을 글로 풀어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이 열망이 이끄는 대로 문단의 문을 두드렸고 수필가와 소설가로 등단하며 내면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정치와 연이 닿아 대구시의회에 입성했다. 과분하게도 재선 의원까지 하며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3선 도전의 문턱에서 석패하면서 낙선의 아픔을 겪었다. 이런 실패 경험은 내 인생의 큰 자양분이 됐다.
지난 10년 동안은 시사 칼럼을 쓰는 칼럼니스트로서 세상과 소통해왔다. 현재는 내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시와 소설, 수필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살아보니 무엇인 행복인가.
▶정말 '인생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사람이 행복을 찾으려 사방팔방 헤매지만 역설적이게도 행복은 의식할수록 멀어지는 신기루 같다. 솔직히 나는 행복을 찾아다니며 살진 않았다. 그저 매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았을 뿐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행복은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다는 것을.
대단한 성취나 부를 이뤄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다 보면 먼 훗날 문득 지나온 길을 돌아볼 때 '내가 참 열심히 살았구나'하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 스스로 그렇게 깨닫는 순간, 비로소 행복의 실체를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행복을 목표로 삼아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욕심 없이 살고 싶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고도 애쓰지 않겠다. 그저 작가로서 쓰고 싶은 글 쓰고, 하고 싶은 일 맘껏 하면서 남은 열정을 불태울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내가 나아갈 길, 아닐까 싶다.
-자녀들이나 젊은세대들에게 행복과 관련해 해주고 싶은 조언은.
▶가장 당부하고 싶은 말은 '남을 너무 의식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타인의 시선에 갇히고, 나보다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는 '잘난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불행을 자초한다. 하지만 인간은 저마다 다르게 태어났고, 타고난 재능과 능력도 전부 제각각이다. 또 학교 공부가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는 공부 외에도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
인생은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오늘의 실패가 거름이 돼 성공을 발아하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에 위축되지 말고 그저 '내 생긴 대로',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면 된다. 이렇게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살다 보면 어느 정도 성취도 쌓여지고 삶에 대한 만족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삶이 무르익은 어느 날, 찬찬히 주위를 살펴보면 행복은 이미 당신 곁에서 팔짱을 끼고 웃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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