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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의 행복살롱](12)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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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상태를 추구하라"
양성옥 화가 "견디는 것도 삶이다"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년)는 비관주의적 세계관으로 유명하다. 그는 인간의 의지와 욕망이 고통의 근원이라고 봤다. '인간 존재의 핵심은 의지다. 이의지가 끊임없는 욕구와 충동에 의해 추동되지만, 욕구와 충동은 결코 완전히 만족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은 끊임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논지다. 이런 사상은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실제 그의 삶은 염세주의자의 그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낙천적이고 웃음이 많았던 그는 인생을 즐기며 균형적으로 사는 법을 알았다. 세상살이와 돈에 눈이 밝았지만 교양을 중시해 독서와 예술(특히 음악)을 즐겼고, 반려견 아트만과 산책하며 건강 관리에도 힘을 쏟았다. 행복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다=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두 가지 적수가 있는데, 바로 고통과 무료함이다. 고통은 욕망의 최대 결핍에서 비롯되고 권태는 욕망의 최대 만족으로 나타난다. 즉 풍족하지 않으면 궁핍해서 고통스럽고, 풍족하면 권태로워서 불행한 것이다. 그런데 고통과 권태 이 두 가지는 왕복 운동을 하는 시계추처럼 유동적이다. 한 쪽이 멀어질수록 다른 쪽이 다가온다. 따라서 욕망의 양극단을 피하고 결핍과 과잉의 중간을 택하는 것이 좋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분별하라= 행복이란 자신의 개성과 소질에 맞도록 노력함으로써 다다를 수 있는 만족감이다. 이를 위해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 가운데 자신에게만 적합하고, 자기만이 할 수 있고, 자기에게만 즐거운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욕망)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능력)을 분별하는 자기 인식이 행복의 전제 조건이다.

▷욕망을 잘 다스려야 행복해진다= 가지면 더 갖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런데 인간의 욕망은 끝없는 목마름과 같아서 영원히 충족할 수 없다. 따라서 내 안의 욕망을 분명히 자각하고 그 크기를 줄여야 행복해질 수 있다.

▷인생의 무게 중심을 밖에서 안으로 옮겨라= 무게 중심이 바깥에 있는 사람은 출세, 승진, 명예, 부 등을 추구하며 각종 모임 등에 빠져 즐거움을 추구한다. 하지만 변화하는 조건에 의지하는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에 반해 자신 안에 행복의 가치를 둔다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취향에 따라 예술, 시와 문학, 철학 등을 가까이하는 삶이 그것이다.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상태를 추구하라= 행복은 꿈이지만 고통은 현실이다. 소유물이나 건강 등 우리가 늘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은 갖고 있을 때는 모르다가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느낀다. 따라서 쾌락의 적극적인 추구가 아니라 고통의 감소 또는 결핍의 지향, 즉 소극적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결국 행복한 인생을 결정짓는 진정한 가치는 고통을 잘 견뎌내는 인내력에 있다.

▷돌아보지 말고 내다보지 마라=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행복이나 불행과 관련한 일에 대해 상상하는 것도 멈추라. 지나친 상상력과 추측, 기억은 불행의 씨앗이다. '그때가 좋았는데, 앞으로 잘 돼야 할 텐데' 등 우리는 습관적으로 불행의 씨앗을 뿌린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피해 행복을 미래에 두지 말고, 과거의 고통에도 너무 집착하지 말라. 지금 행복해야 한다.

▷건강, 명랑한 마음이 행복의 조건= 행복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명랑한 마음이다. 명랑한 사람은 불행한 일을 겪어도 쉽게 화를 내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기질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러나 꾸준히 운동하면 우울한 기질의 사람도 어느 정도 쾌활하게 살 수 있다. 건강해야 기분도 좋고 웬만한 어려움도 잘 견딜 수 있으니 말이다. 건강한 거지가 병든 왕보다 행복한 법이다.

▷기대하지 말고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라=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의지와 마음의 동요가 적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질투를 경계하며, 큰 희망을 걸지 말아야 한다. 또 너무 행복해지려는 요구도 하지 않는 게 좋다. 결혼이나 연애도 마찬가지다.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으면 행복에 가까워진다. 주변을 정리하고 마음을 비울 때 좋은 것이 찾아온다.

▷혼자 있는 법을 익혀라= 인간은 혼자 있을 때만 온전히 그 자신일 수 있다. 마음의 평화와 행복은 오직 자신의 고독 안에서 피어난다. 따라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그 원천인 고독을 피하지 말고 그것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다. 생각과 지혜를 풍부하게 하는 노력을 통해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을 때 가치 있게 살 수 있다.

양성옥 씨가 2023년 한 단체전에 출품한 본인 작품 옆에 서 있다. 이 작품도 작은 빗자루로 그린 것이다. 본인 제공
양성옥 씨가 2023년 한 단체전에 출품한 본인 작품 옆에 서 있다. 이 작품도 작은 빗자루로 그린 것이다. 본인 제공

〈양성옥 화가〉

양성옥(78) 씨는 2000년대 초반 대구 화단에서 '빗자루로 그림 그리는 여자'라 불리며 주목받았던 현대미술가다. 미술 전공자도 아니었지만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해 창작열을 불태웠던 열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러다 뜻밖의 병마로 쓰러져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나 싶더니 치열한 근성으로 다시 일어나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아직도 여전히 몸은 불편하다. 그러나 그녀는 개인으로나, 작가로서나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있다.

양성옥 씨는 쓰러진 후 왼손 쓰는 법을 익혀 작은 빗자루로 그림을 그린다. 본인 제공
양성옥 씨는 쓰러진 후 왼손 쓰는 법을 익혀 작은 빗자루로 그림을 그린다. 본인 제공

-어떤 인생을 살아왔나.

▶78년 전 경남 거창군 가조면 석강리 들마 1294번지에서 태어났다. 훌쩍 지나간 어린 시절은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아이들과 땅따먹기 하며 놀았던 기억, 소 풀 먹이러 갔다 감자 구워 먹었던 일, 초등학교 3학년 학예회에서 이 도령으로 무대에 섰던 것 등 모든 것이 아름다운 장면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러다 4학년 때 대구로 전학을 왔다. 이때부터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됐고 대학 진학을 위해 한 의대생으로부터 과외를 받게 됐다. 그게 현재의 남편이다. 대학 졸업 후 결혼을 했고 두 아들을 낳았으며 임신한 몸으로 병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남편 병원 일을 도왔다. 그러다 큰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일 때 우연찮은 기회로 해외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큰 세계를 경험했다.

여행으로 문화적 자극을 많이 받아서인지 불현듯 예술이 하고 싶어졌다. 대학 재수 시절 친구 따라 간 미술학원에서 '그림 그리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거구나' 하고 느껴봤던 터고 또 그간 왠지 모를 답답함이 늘 있었던 터라 이를 미술로 해소하고자 했다. 정식으로 미술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먹고 49세의 나이에 영남대 미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이후 시화집 '빗자루로 그림 그리는 여자'를 출간했고 그 기념으로 가창 운흥사의 흐트러진 꽃나무 아래서 퍼포먼스도 했다. 내 작업은 일반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었는데, 붓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대나무 빗자루로 화선지 위를 쓸고 또 쓰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제법 큰 개인전도 열었다. '빗자루로 그림 그리는 여자'라는 타이틀도 붙었다. 이후 세종문화회관은 물론 미국과 일본, 프랑스에서도 전시를 하며 현대미술가로서의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그러다 무리했는지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뇌졸증이었다. 3일 후 깨어나 보니 오른팔과 오른다리에 힘이 없고 말도 안 나왔다. 56세에 벌어진 일이니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이때부터 굴곡진 삶이 시작됐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세월이었다. 수년 간 재활 치료를 해 어느 정도 회복은 됐지만 여전히 말은 어눌하고 몸도 불편했다. 열정이 넘치던 사람이 이런 상황에 처하니 우울하고 암울했다. 5년 여가 지났을까, 남편과 식당에 다녀오던 길에 담벼락에 떨어진 개나리를 발견하게 됐다. 이를 보고 모든 존재의 생명력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마음도 생겼다. 오른손은 쓸 수 없으니 왼손으로 도구를 잡는 훈련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래서 'being(살아있는)'을 주제로 작업도 하고 전시회를 열었으며 수필집도 냈다. 물론 왼손도 온전치는 않다. 그래도 다시 작업할 수 있어 좋았다. 최근의 작업 주제는 '진정한 자유'다. 다 쓸어내고 텅 비울 때 느끼는 자유로움을 작업을 통해 체득해나가고 있다.

양성옥 씨는 최근 미술관 나들이 차 경남 남해군을 찾았다. 본인 제공
양성옥 씨는 최근 미술관 나들이 차 경남 남해군을 찾았다. 본인 제공

-행복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어릴 때는 마냥 신기하고 즐거운 것 투성이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선 내 가정을 탄탄히 일구는 것에 몰두했던 것 같다. 남편 병원 일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나하나 성취하고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꼈다. 그런데도 내 마음은 늘 허전하고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었다. 그것을 충족시켜 준 것이 미술이다. 참 화양연화 같은 6년이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지 않나. 병을 얻고 나서는 내 목숨 어쩌지도 못하는 세월을 살았다.

솔직히 지금 나는 행복하지 않다. 내게 주어진 인생, 그저 살아낼 뿐이다. 뒤돌아보니 행복은 잠시고, 늘 고통 속에 사는 게 우리네 인생 같다. 누가 행복이 뭐냐고 묻는다면 "행복은 무지개와 같으니 그것에 연연하지 말고 그저 무탈한 것 만도 감사하다 생각하고 무심히 살아가라"고 답하고 싶다. 인생 별 거 없다. 행복은 더 그렇다. 무엇보다 건강을 잃으면 돈도 명예도 다 필요 없으니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 하나로도 행복한 것임을 명심하라.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쾌락이란 고요한 평정의 상태'라고 했다. 이제 나도 어릴 때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고요함과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싶다. 죽음이란 축복이 기다리고 있기에 그때까지는 지금 여기를 충실히 살면서 말이다.

양성옥 씨는
양성옥 씨는 "인생이고 행복이고 다 별 것 없고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현주 기자

-자녀나 손주, 인생 후배들에게 행복 관련해 조언해주고 싶은 말은.

▶살다 보면 누구나 앞이 안 보일 때가 온다. 그래도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묵묵히 해나가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 운명이 왜 내게 왔는지 지나고 보면 알 수 있게 된다. 내 경우도 참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그 고비고비마다 쓰러지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썼고 참 치열하게 삶을 이어왔다. 그

그런 걸 보면 힘든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존재, 작은 불빛이 되게 하려고 내게 고난이 주어지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몸이 온전치 않으니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나날의 연속이다. 하지만 영원한 안식이 오기 전까지 나는 꿋꿋이 살아낼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그러하길 바라고 기도한다. "행복해서 사는 것만이 삶은 아니다. 견디는 것도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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