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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생각하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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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AI는 말하지만 우리는 생각을 합니다
이마이 무쓰미 지음/ 서해문집 펴냄

영화평론가 백정우

다해봐야 135쪽이다. 쉽고 재밌고 심플하다. 꼭 필요한 내용만 담으면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하다. 체화되고 내면화된 모국어 학습과 사용법에 대한 기초이론을 떡밥처럼 받아먹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책. 인지과학자 이마이 무쓰미가 쓴 『AI는 말하지만 우리는 생각을 합니다』는 AI시대에 '왜 생각하는 힘이 중요한지'를 역설한 명쾌한 설명서이다.

AI시대를 건너기 위해선 생각하는 힘 즉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첫 장부터 '탐정이 되기 위해 필요한 공부는 무엇일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탐정이란 세상 만물과 만사에 정통해야 하니 모든 공부를 해야겠지만, 모든 것을 배우기 위해 꼭 필요한 과목은 '국어'라는 게 이마이 교수의 대답이다.

예컨대, 언어 습득과정과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 언어가 지적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 문제해결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리면서 "알고 있는 말이 많을수록 모르는 말의 의미를 추측하는 것이 쉬워"(28쪽) 진다고 말한다. 또 사고력은 문제 해결하는 힘으로 이어지고 이때 중요한 것이 '추론'인데, 추론이란 "어떤 사실을 바탕으로 모르는 것을 짐작하는 일"이라는 것. 그러니까 탐정이 되려면 필요한 정보를 기억에서 빠르게 꺼내는 '정보처리능력'과 '실행력'이 필수조건이고 이를 위해선 불필요한 정보에 신경 쓰지 않는 힘을 길러야 한다. 결국 '생각의 힘'이란 지식을 사용해 추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생성형 AI는 인간과 똑같이 사고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유창성 효과'로 풀어준다. "우리에게는 앞뒤가 맞지 않아도 거침없이 쓰인(들리는) 문장(발언)을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110쪽) 챗GPT가 거침없이 쓴 답의 함정 역시 '유창성 효과'라는 얘기. AI가 만든 문장을 읽을 때마다 우리가 속기 쉬운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AI가 인간의 사고를 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은 간명하고 확신에 차 있다. "아기는 말을 배울 때 미지의 소리를 외부 대상과 연결해 의미를 찾고 몸으로 받아들입니다. 그 과정에서 실수를 반복하며 말의 범위와 지식을 수정합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동안 말이나 지식을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감각적으로 직관으로 알게 됩니다. 이것이 살아 있는 지식이 됩니다."(127쪽) 그러나 AI는 이미 존재하는 지식을 재생산하는 것 외엔 할 수 없고,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직관이 없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생성형 AI에 의존하고 익숙해지면 인간 본연의 의미에 대한 이해가 사라진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는다.

영화평론가 백정우

미국 브라운대학의 스티븐 슬로먼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 용량은 겨우 1GB 정도다. 최신 아이폰도 128GB나 되는데. 정보의 바다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주입할 정보를 선별하고, 주입한 정보라도 필요 없다면 지우는 것을 반복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다. AI를 잘 사용하는 연습도 중요하고, 인공지능보다 빠르게 새로운 답을 찾는 사고력도 연습해야 한다. AI 시대를 넘어가는 일, 신체와 경험으로 배워서 스스로 살아 있는 지식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생각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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