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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선거 출구 조사가 없는 이유 [가스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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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거 6일 전부터 이른바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을 두는 이유는 사전투표자와 본투표자의 표 가치가 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밴드왜건 효과'처럼 이기는 후보에게 표가 쏠릴 수도 있고 반대로 '언더독 효과'처럼 열세 후보에게 동정표가 모일 수도 있어서다. 특정 후보의 우세나 열세가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이 원칙은 출구조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 이유로 사전투표 출구조사는 별도로 공표하지 않고 본투표 출구조사도 투표 마감 전까지 공개하지 않는다. 아직 투표하지 않은 사람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결과 윤곽이 공개되면 그 정보가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이기고 있다는 발표를 본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고 지고 있다는 발표를 본 유권자는 더 강한 동기로 투표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선거는 이미 순수한 선택의 장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데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마감 시각이 지난 뒤에도 투표가 계속됐다. 투표 못한 유권자가 남아 있는데도 출구조사 결과가 공표되고 일부 지역에서 개표까지 진행됐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투표 마감시각은 지났지만 실제 투표는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공직선거법은 출구조사 공표를 투표 마감시각까지 금지한다.

평등선거의 원칙은 단순히 모든 사람에게 한 표씩 준다는 의미에서 그치지 않는다. 각자의 한 표가 선거 결과에 기여하는 조건 역시 최대한 동등해야 한다. 사전투표를 한 사람, 오전에 투표한 사람, 오후에 투표한 사람, 투표용지 부족으로 몇 시간씩 기다린 사람의 한 표가 모두 같은 무게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결과의 윤곽을 모른 채 투표하고 누군가는 출구조사와 개표 상황을 접한 뒤 투표하게 된다면 형식적으로는 모두 한 표일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같은 조건의 한 표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사태로 선거 결과가 바뀌었는지는 핵심이 아니다. 선거에서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유권자의 한 표가 같은 조건에서 행사되었는가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일부 유권자가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고 그 사이 출구조사와 개표 상황이 공개됐기에 이번 선거의 평등성과 공정성은 흔들렸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현장 착오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유권자도 자신의 표가 가볍게 취급됐다고 느끼지 않게 만드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태의 근원이었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선관위는 "사전투표율이 높았기 때문에 본투표율도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해명했다. 선관위는 선거관리의 본질을 잘못 이해했다. 선거관리기관의 존재 이유는 투표율을 예측해 종잇값을 아끼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유권자의 한 표가 차질 없이 행사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원종현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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