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리상춘(대구 중구 명덕로35길 26)에서 전시 '일파만파(Diffraction)'가 열리고 있다.
대구의 시린 기억부터 광주의 아픔, 먼 세계의 깊은 분쟁에 이르기까지, 침묵하고 있던 젠더폭력의 상처들을 마주하고 연대의 물결로 확장하는 전시다.
5·18 계엄군 성폭력 피해 생존자 모임 '열매', 대구 10월항쟁을 기억하는 시민, 그 시간을 지나온 기억의 주체들과 다 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낸 아카이브와 설치, 영상 및 관객 참여형 수행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 참여자들은 '너는 나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라는 선언 아래, 타자의 고통 곁에 나란히 앉아 체온을 나누는 다정한 동행을 보여준다.
흑표범 작가의 '안새와 밖새'는 2026년 1월 진행된 5·18 계엄군 성폭력 피해자 모임 '열매'와의 워크숍에 앞서 수행된 사전 퍼포먼스 비디오 작업이다. 작가는 옛 국군광주병원 본관을 새의 몸짓으로 느리게 이동하며 국가폭력의 장소를 몸으로 탐색하고, 당사자 성수남의 구술을 워크숍에서 발화된 참여자들의 목소리와 겹쳐내며 여성적 애도와 돌봄의 감각을 표현한다.
김현주와 조광희 작가의 '세 개의 시간'은 우주와 지구의 물리적 시간, 광주의 역사적 시간과 개인의 증언을 한 장의 종이 위에 병치한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이다.
'열매'와 김희련 작가의 '뜨개 만다라'는 과거사 젠더폭력 생존자들과 함께한 뜨개 워크숍의 연장선이다. 10월항쟁 유가족과 마음을 하나로 잇는 기록을 전시 기간 수행적 작업으로 지속한다.
또한 김화순 작가의 '바람소리'는 1946년 10월항쟁과 가창골·코발트광산 학살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진혼곡 같은 영상이다. 학살 이후 더 험한 폭력을 견디며 살아낸 여성들의 아픔을 위로하며 대구의 거리를 걷는 바람소리를 담았다.
김경화 작가의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는 피해자에서 역사의 주체로 나선 '열매'의 자발적 증언에 부치는 예술적 응답이다. 버려진 자개농 손잡이들을 하나하나 수리하고 복원해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문서현 작가의 '스프링(SPRING)–틈에서 일어남'은 파시즘의 폭력에 짓밟혔으나 굴하지 않고 솟아오르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연의 서사로 형상화해, 약한 것들의 연대 그물망을 시각화한다. 임인자 작가의 '우리가 당신의 증인이 되어'는 5·18 성폭력 피해 조사 보고서를 마주했을 때의 몸의 떨림과 멈춤에서 출발해, 공명과 응답으로 이어갈 수 있는 '낭독'의 실천을 기록한다.
남태령 아스팔트 동지회의 '미래의 말: 남태령에서 오는 메아리'는 광장에서 발화된 다양한 존재들의 목소리를 인터랙티브 장치를 통해 변형시키는 회절적 장을 관람객과 함께 구성한다.
공간리상춘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보이지 않던 목소리들이 눈부신 풍경으로 다시 보여지며, 연대의 감각을 깨울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월, 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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