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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나는 내 한 표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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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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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방선거 때 나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투표소를 찾았다. 바쁜 하루였지만 시민으로서 가진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투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작은 안도감이 있었다. 비록 한 표일지라도 나의 의사가 국가 운영에 반영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 여러 의혹과 논란들이 이어졌다. 어떤 것은 사실로 확인됐고, 어떤 것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중요한 것은 점점 더 많은 국민들이 선거 결과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투표함이나 개표기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민의 신뢰 위에 세워진다. 결과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과정이 공정했다고 믿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작동한다.

얼마 전 집회 현장 영상을 보다가 낯선 장면을 보았다. 피켓과 현수막 사이에 바이올린과 첼로, 관악기가 있었다. 음악가인 내 눈에는 그 모습이 먼저 들어왔다. 보통 악기는 공연장으로 향한다. 연주자는 연습실과 무대를 오간다. 그런데 그날의 악기들은 거리 한복판에 있었다. 누군가는 애국가를 연주했고, 누군가는 노래를 불렀다. 아이를 안고 나온 부모들, 학생들, 직장인들, 노인들까지 저마다의 이유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들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느냐는 각자의 판단 영역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었다. 자신의 시간을 내고 거리로 나올 만큼 절박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는 3·15 의거 기념식에서 있었던 한 연설을 다시 찾아보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구집권이라는 헛된 욕망에 사로잡힌 독재정권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송두리째 망가뜨렸다"며 "불의에 저항한 시민들과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연설을 들으며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지금 우리는 과연 국민들이 선거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가.

4·19 혁명은 단순히 선거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국민이 국가 시스템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을 때 일어난 사건이었다. 결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신뢰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조롱도 낙인도 아니다. 철저한 검증이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누구든 책임져야 한다. 어떤 정당의 유불리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믿어 달라"는 말로 유지되지 않는다. "확인할 수 있다"는 신뢰로 유지된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결과를 부정하지 않는 선거, 그리고 국민 모두가 자신의 한 표를 믿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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