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도시의 고민과 주민들의 불편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간이다. 평소 주목받지 못했던 문제들까지 정책의 언어로 번역돼 시민들 앞에 제시된다. 지역이 어디에서 불편을 겪고 있고,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문제 목록'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후보들은 표를 얻기 위해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했고, 그 과정에서 돌봄과 민생, 교통, 생활환경 등 크고 작은 의제들이 공론장 위로 떠올랐다.
지방선거의 승부가 끝난 지 한 달. 누군가는 당선증을 받아 들고 시정과 구정을 이끌게 됐고, 누군가는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정치 무대 뒤편으로 물러났다.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의 공약은 현실이 되지만, 낙선자의 공약은 기억 속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낙선 공약에도 지역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유아 진료비 본인부담금 면제와 조부모 돌봄수당 등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한 해법이 나왔고, 골목 마을버스와 의료 셔틀, 독거노인 집수리 서비스처럼 생활밀착형 제안도 쏟아졌다.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장애인과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듬으려는 시도도 잇따랐다.
매일신문은 2026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후보들의 공약을 한 달여만에 다시 꺼내 들었다. 개표 결과와 함께 묻혀버린 제안들 속에 대구가 놓치고 있는 의제는 무엇인지, 세 편의 기사에 걸쳐 살펴봤다.
지방선거는 끝났고, 승자와 패자도 가려졌다. 당선자는 취임과 함께 공약을 시정에 옮기기 시작했고, 낙선자는 정치 무대 뒤편으로 물러났다. 선거가 끝나면 낙선자의 공약도 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후보들은 표를 얻기 위해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았지만, 때로는 당선자가 언급하지 않은 문제를 낙선자가 먼저 끄집어내기도 했다. 비록 선택받지 못한 공약일지라도 그 안에는 도시가 풀어야 할 과제가 담겨 있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의 공약집을 다시 펼쳐봤다. 개표 결과와 함께 묻혀버린 제안들 가운데, 여전히 유효한 문제 제기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이번 기사는 낙선 후보들의 공약을 후보별로 나누지 않았다. 대신 공약이 던진 문제의식에 주목해 주제별로 묶었다. 누가 제안했는가보다 어떤 과제를 제기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선거는 끝났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은 여전히 대구에 남아 있다.
◆ 양육비와 돌봄 공백 해법
대구의 출생아 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인구동향조사 잠정 결과를 살펴보면, 모든 시도에서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역시 합계 출산율은 전년도보다 7% 증가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맞벌이가 일상화되면서 돌봄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가족 내 손자녀 돌봄 현황과 정책 방안을 연구한 결과,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의 평균 돌봄 시간이 주당 26시간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의 돌봄 공백 해소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줄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영향으로 2026 지방선거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 6세 미만 영유아의 병원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모두 면제해, 부모의 의료비 걱정을 덜어주겠다는 약속이 제시됐다.
자녀 돌봄에 참여하는 조부모와 친인척에게도 최대 30만원을 지급하고, 아동수당에 대구로페이 2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대구아이행복수당'도 논의됐다. 또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해 신생아 돌봄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 나왔다.
또 아이가 성인이 되면 정부와 보호자, 대구시가 공동으로 모은 돈을 건네는 '우리아이자립펀드'도 제안됐다. 장성한 청년이 스스로 돈을 모을 수 있도록, 최대 5년간 3천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단디채움공제'도 논의됐다.
◆ 무너진 경제, 소시민 보호로
경제 분야에서는 시민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정책들이 제시됐다.
먼저 자영업자에게 7일의 병가와 2일의 회복 기간을 부여하고, 하루 약 8만 2천560원의 병가비를 직접 지원하는 공약이 제안됐다. 1인 사업자나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종사자들은 아파도 생계 때문에 일을 멈추기 어렵다. 가게 문을 닫는 순간 수입이 끊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4년 49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 준비위원회'가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59.8%는 "병가를 신청한 적이 없거나 병가 제도가 없다"고 했다. 병가가 있어도 사용하기 어려운 노동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또 소상공인의 부담 중 하나인 전기료 인하 방법도 모색했다. 동해안의 원전 에너지와 연계한 차등 요금제를 도입해, 대구 시민들의 전기 요금을 15~20%가량 인하하겠다는 계획이다.
◆ 도시의 승부수… 대형 프로젝트
국가 기관과 대규모 문화·관광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공약도 제시됐다. 대법원과 국제기구 산하 AI 관련 기관을 대구로 이전하고, 대형 테마파크와 복합리조트를 건립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을 수 있는 '랜드마크'가 없다는 비판에서 나온 구상이다.
도심 속 혐오시설 이전 문제도 거론됐다. 수성구 만촌동 명복공원을 외곽으로 이전하고, 기존 부지에는 공원과 문화시설 기능을 결합한 복합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제안됐다. 명복공원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확장이 필요한 데다가, 주변 주민들이 이전을 바라는 혐오시설로 꼽혀 20년 넘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지속가능성과 농업인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정부 정책에 발맞춘 대구식 대책이 주를 이뤘다.
생활폐기물을 매립지에 바로 묻지 못하고 소각, 재활용 등 1차 가공 과정을 거친 뒤 남은 물질만 매립할 수 있는 '직매립 금지'가 오는 2030년부터 시행예정인 가운데, 발 빠르게 준비를 마치겠다는 구상도 나왔다. 탄소 흡수 기능이 뛰어난 친환경 소재를 식재하는 공약도 덧붙였다.
또 농식품부 시범사업으로 예정된 농업재해공제에서 농민이 부담해야 하는 자부담 비율을 크게 낮추는 계획도 나왔다. 농업인들의 자금 부담을 줄여 민생을 안정화하겠다는 의도다.
당선되지 못한 공약이라고 해서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제안은 현실성이 부족할 수 있고, 어떤 정책은 이미 다른 형태로 추진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공약들이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편과 지역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선거는 끝났지만, 돌봄과 민생, 도시 경쟁력, 환경을 둘러싼 질문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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