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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산된 '업종별 차등'…최저임금 단일 체계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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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반대에 '부결' 최저임금 단일 체제 내년에도 이어져
"한계 몰린 사업장 늘어 대안 검토할 때, 법적 근거도 충분"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된 가운데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별 생산성과 지불능력 격차가 확대됐으나 여전히 단일 최저임금 체제가 유지되고 있어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업종·기업 규모별 격차가 벌어지는 'K자형 성장'이 고착화되면서 단일 기준의 한계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모든 업종에 같은 기준을 일률 적용하는 방식이 지금의 경제 환경에도 맞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다시 무산된 차등적용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가 올해도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 18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지를 놓고 표결을 진행한 결과 반대 14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사용자 측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숙박·음식업 등은 다른 업종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식 음식점업, 외국식 음식점업, 김밥 및 기타 간식용 음식점 등 3개 업종에 대한 시범 적용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근로자 측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제도 운영에서는 1988년 도입 첫 해 이후 단일 최저임금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노동계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업종별 구분 적용이 특정 업종 노동자에게 '낮은 임금 업종'이라는 낙인을 찍고,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차등 적용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이 업종·연령·지역 등 다양한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고 있다"면서 "구분 적용이 특수한 제도가 아니라 노동시장 여건에 맞춰 제도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식"이라고 했다.

경총은 21일 '주요 통계로 본 2027년 적용 최저임금 조정 요인 분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실질적 수준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위 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62.2%로, 적정 수준의 상한선인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경총 하상우 이사는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을 단일 기준으로 결정함에 따라 법적 강행 임금인 최저임금은 숙박·음식업과 5인 미만 사업장 등 상황이 어려운 사업장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후폭풍과 역효과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생산성과 지불능력이 높은 대기업이나 고부가가치 업종은 인건비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큰 반면, 영세 업자의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최저임금이 기업행태에 미치는 효과 분석 및 일자리 재정정책에의 함의'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영향을 일정 수준 이상 받는 사업체는 고용이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산성이 낮은 사업체는 고용감소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21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현재 최저임금 수준에 관해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이들은 인건비 증가에 대한 대응책으로 '고용 축소 및 신규 채용 중단'(38.4%)을 꼽았다.

최저임금 임금 하한선을 높이면 근로자 일부의 임금은 오를 수 있지만, 동시에 다른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줄거나 복리후생이 축소되거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총은 또 최저임금 수준이 현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지면 제도 준수율이 떨어지고, 오히려 최저임금 제도의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한다. 숙박·음식점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2001년 6.4%였지만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면서 2025년 31.6%로 상승했다.

결국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이 근로자 보호인 만큼, 현장에서 지킬 수 없는 기준을 고수하는 것보다 제도 보완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숙박·음식업 같은 취약 업종의 소상공인은 법을 지키고 싶어도 도저히 지킬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폐업 후 빚더미에 앉아 미래를 잃은 채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이어 양 본부장은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 전면 적용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적 조정 장치"라며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지금, 구분 적용은 취약 업종 임금을 균형 수준으로 맞춰나가는 조정이자 영세사업장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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