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아 작·연출의〈바다를 넘어온 나무〉(서울연극창작센터 101, 기획, 코르코르디움)는 한국 사회 이주노동자와 이주민들의 삶을 통해 이주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모순과 공존의 가치를 성찰하게 하는 연극이다. 이주노동을 필요로 하면서도 이주민을 향한 배타성과 차별이 일상화된 현실을 그려내며, 결국 우리 모두가 이주민이라는 사실을 환기하게 하는 작품이다. 무대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삼영공장'과 이동하는 통근버스, 감시의 대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경찰, 그리고 은하와 파샤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원룸 건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이 우리 삶에도 익숙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와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구조, 이중적인 시선들만으로 형상화했다면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최진아 연출은 자신이 고국의 나무가 되어 이국의 땅으로 건너왔지만 끝내 낯선 토양에서 나무로 자라나지 못해 뿌리가 흩어지고 쌓여가는 만남들, 그 만남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낯섦과 무형의 경계의 시선들처럼 무대의 공간 구조를 제거하고 나무와 의자, 돌과 화분, 물과 소리만으로 110분 동안 관객을 몰입시키는데, 이 작품의 힘은 연출의 방식에 있다. 오브제 몇 개, 미니멀한 공간 구조만으로 극을 끌고 가는 게 뭐 그리 특징적일 수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 작품에서만큼은 그렇지 않다. 작가의 서사보다 연출의 방식이 극명하고 메시지는 효과적이다.
나무와 의자, 돌과 화분, 물과 소리만으로 낯선 토양을 떠도는 존재들의 시간과 감정, 그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무형의 시선들까지, 그 마주봄의 시간들을 따라간다. 공간의 안과 밖, 사선과 직선을 유영(游泳)하는 배우들의 움직임, 때로는 누군가의 기억 속을 부유하는 듯한 탈 일상화된 대사와 등장과 퇴장, 나무가 되어가려는 간절한 몸의 형상들, 그리고 장면 전환의 연속성은 돌과 장대목 몇 개, 의자 등의 오브제들과 맞물리고 흩어지며 다른 공간이면서도 동일한 시공간의 구조를 만들어낸다. 한쪽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적인 삶이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교차한다. 현실과 기억, 사건과 관계, 경계와 연민의 감정들이 단절되지 않은 채 겹쳐지면서 그 구도와 시간의 연속성을 전환해 가는 연출의 방식은 바닥 표면의 돌처럼 떠남과 정착의 시간들이 여전히 부유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외국인 노동자로 분한 다국적 배우들이 참여해 현실감을 높이는 장면들도 유연하다. 서울씨어터 101의 내부 공간을 임금 체불로 삼영공장과 대립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건물 벽면으로, 다시 공장의 내외부로 확장시키는 공간의 확장성 또한 연출적인 포인트다. 장대목 몇 개와 의자, 돌과 화분 등 최소한의 오브제만으로 공간을 확장하는 방식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의미가 상당하다.
특히 장대목 몇 개는 무대 좌우로 끊임없이 이동하며 바다를 건너온 이주와 이주민의 삶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연출의 감각이 돋보이는 생산적인 장면들이다. 집이 되었다가 경계가 되고, 길이 되었다가 버스 안이 되고, 다시 쉼의 공간으로 변주되는 장대목은 끝내 정착할 수 없는 채 부유하는 이들의 불안정한 삶을 드러낸다. 돌은 정착해야 할 땅이자 이동의 흔적이며, 이주민들이 끝없이 건너야 하는 삶의 경계와 시간을 상징한다. 마지막 장면은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한 그루의 나무처럼 형상화되어 여전히 이 땅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화분의 망고나무를 향해 몸을 180도로 기울여 바라보는 형상은 인상적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하나의 생명으로, 한 인간으로 응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 땅의 나무가 되지 못한 존재를 향한 연민과 낯선 경계가 섞인 시선으로 형태화 된다. 최진아 작·연출의 〈바다를 넘어온 나무〉는 장대목 몇 개와 돌과 화분, 몇 개의 오브제만으로 코리안 드림과 아메리칸 드림이 교차하는 낯선 경계와 시선의 틈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품이고, 다국적 배우들의 연기도 선명하다. 무대형상화가 좋고, 잘 만들었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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