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천만 명을 훌쩍 넘어선 시대를 맞았다. 이제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됐다. 반려동물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동물복지와 시민의식은 그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반려동물을 얼마나 많이 키우느냐를 넘어 사람과 동물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유기동물과 동물학대 문제,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갈등, 공공장소 이용 문화, 책임 있는 반려문화 정착은 더 이상 일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러한 문제의 해법을 찾고 해외의 동물복지 시스템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2025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해외 벤치마킹을 진행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조이바운드 피플 앤드 펫츠(Joybound People & Pets)는 단순히 '동물을 보호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곳'에 가까웠다. 입양뿐 아니라 정신건강 지원, 청소년 교육, 지역주민 대상 예방접종, 이동식 진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동물복지를 실천하고 있었다. 동물복지가 보호소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문화여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UC 데이비스(UC Davis) 수의과대학과 부속 동물병원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수의학 교육과 진료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첨단 의료기술도 인상적이었지만 더욱 눈길을 끈 것은 보호자를 위한 상담과 펫로스(Pet Loss) 지원 프로그램이었다. 질병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려동물과 이별을 앞두거나 경험한 보호자의 마음까지 돌보는 것이 현대 수의학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곳은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의 도그 비치(Dog Beach)와 도그 파크(Dog Park)였다. 반려견들은 지정된 공간에서 목줄 없이 뛰어다니고 모래를 파거나 바다에 뛰어들며 본능적인 행동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었다.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동물의 5대 자유' 가운데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를 일상에서 구현하려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었다. 동물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보호자들이 그 안에서 규칙과 책임을 지키는 시스템이 뒷받침되고 있었다. 이러한 공간과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반려인의 책임 있는 행동과 성숙한 시민의식, 비반려인의 이해와 배려가 함께 자리 잡았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 친화 공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시설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려동물이 자유롭게 활동할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다른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책임 있는 이용문화가 함께 자리 잡아야 한다.
이동 중 들른 여러 고속도로 휴게소(Rest Area)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과 급수대, 배변봉투 등이 자연스럽게 마련돼 있었다. 거창한 시설보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이동하고 생활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배려가 일상에 녹아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는 자연형 서식지와 행동 풍부화(Environmental & Behavioral Enrichment)를 중심으로 한 동물복지 철학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물들이 본래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하려는 노력은 동물복지가 단순히 먹이와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동물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개념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샌디에이고 휴메인 소사이어티(San Diego Humane Society)는 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곳은 단순한 동물보호소가 아니라 입양과 교육, 야생동물 구조, 법적 보호, 지역사회 지원 등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동물복지 기관이었다. 수의사와 동물보건사(RVT), 수의보조인력(VA)이 체계적으로 협력해 전문성을 발휘하고, 많은 자원봉사자가 지역사회와 함께 동물복지를 실천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동물복지를 단순한 사회적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대한 투자'로 바라보는 문화였다. 시민의 기부와 자원봉사, 행정의 지원, 전문가의 헌신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고 있었다. 결국 동물복지는 동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었다.
이번 해외연수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 사실은 동물복지는 좋은 시설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이 있어야 하고 시민의식이 뒷받침돼야 하며, 행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이를 실천할 전문인력이 꾸준히 양성돼야 지속 가능한 동물복지가 가능하다.
영남이공대학교 반려동물보건과도 이번 벤치마킹에서 얻은 다양한 사례를 교육과정과 현장실습, 시민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학생들에게는 국제적 수준의 동물보건 전문성을 키울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는 올바른 반려문화와 동물복지의 가치를 확산하는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반려동물 1천500만 시대의 성숙함은 얼마나 많은 반려동물을 키우느냐가 아니라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문화를 얼마나 잘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 동물복지는 특정 기관이나 반려인만의 책임이 아니다. 행정과 전문가,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이자 가치다.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부동산 거품 더 방치못해…잃어버린 20년 도래할수도"
[호남 반도체 졸속 추진] 대구 軍공항 이전 성과 '0'…광주는 7개 전방위적 성과 대조
홍준표 "부부는 이혼·청년은 폐버스…큰 권력 한 순간에 훅 간다"
호남 반도체 과속에 절차 무시?…강대식 "LH, 참여 요청 전 투자심사"
민주당, 이진숙 제명촉구결의안 제출…"5·18 정신 폄훼·역사 쿠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