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 이것은 우리 언론에 거의 매년 등장하는 단골 문구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신으로 팽배해 있음을 말해준다. 그 원인은 정치의 저질에 있다. 최근 투표지 부족 사태는 그 진수를 보여준다. 운 좋게 잘 해먹은 저 부정의 카르텔이 제발 백일천하에 다 드러나길 바란다. 온 나라의 믿음을 파탄 내는 원흉이기 때문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은, '없을 무, 믿을 신, 아닐 불, 설 립'으로, "믿음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다"라는 뜻이다. 이것은 『논어』 「안연」에 나오는 잘 알려진 구절이다.
신(信)의 고자(古字)는 '亻(인)+口(구)'로 된 '㐰(신)'이다. 여기서 '구(口)'는 입의 의미이지만, '언(言)'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의 속마음을 드러낸 말'을 뜻한다. 같은 글자로는 '언(言)+심(心)'으로 된 '訫(신)'도 있다. 이것은 '신(信)'이나 '신(㐰)'과 마찬가지로, 속마음을 말로 표현한 것이며, 입벌구(입만 벌리면 구라)와는 정반대의 뜻이다.
이같이 '신(信)'은 한 사람의 행위와 말이 '틀림-속임-거짓' 없이 서로 일치함을 보여준다. 더구나 위정자의 말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존경하는 OOO'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는 식의 말 뒤집기는 '언행불일치'를 넘어 '언어적 약속의 파탄'이기에 당연히 금기시된다.
공자에게 제자 자공이 정치에 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식량을 풍족하게 하는 것[足食], 군비를 넉넉히 하는 것[足兵], 백성들이 믿도록 하는 것[民信之]이다." 그러자 자공이 다시 물었다. "어쩔 수 없어서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가 "군대를 버린다[去兵]"라고 하였다, 그러자 자공이 또 물었다. "어쩔 수 없어서 한 가지를 더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가 결론을 내린다. "식량을 버린다[去食]. 예로부터 모두에게 죽음이 있다. 하지만 백성들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는 존립하지 못한다[民無信不立]."
공자의 논지는 국방과 경제를 소홀히 하라는 것이 아니다. 군대가 강하고 식량이 충분하더라도 지배층이나 정부 관료에 대해 불신이 가득하다면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뿐더러 끝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백성들은 국정을 맡은 자들의 정신머리를 믿고 따른다. 만일 그들이 제정신이 아니라면, 백성들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다 달아나 버리고 만다.
공자가 젊은 날에 만났다는 노자 또한 "통치자에 대해 백성들의 믿음이 부족해지면, 그들이 하는 무슨 일이든 믿지 않게 된다"(信不足, 焉有不信)라고 했다. 아울러 『장자』 「덕충부」에는 다음과 같은 공자의 말이 전한다. "제가 일찍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간 일이 있었습니다. 마침 그때 새끼 돼지들이 죽은 어미의 젖을 빨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조금 있다 보니 놀라서 모두 어미를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그것은 자기들을 보살펴 주지 않았기 때문이며, 자기들과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어미를 사랑하는 것은, 그 몸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몸을 부리는 것[=정신]을 사랑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죽은 어미는 '위정자'에, 젖을 빨다가 달아나 버린 새끼 돼지는 '백성'에 대비해볼 수 있다. 어미를 버리고 달아나는 돼지 새끼처럼 정신머리 없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지지 철회는 한 순간이다.
그렇다. 믿음은 만사 만물이 안심하고 관계・소통하는 플랫폼이자 핵심 사회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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