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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3>김홍도의 우아한 세련미로 묘사된 다중의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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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김홍도(1745-1806?),
김홍도(1745-1806?),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稧圖)', 1804년(60세)경, 비단에 담채, 137.3×53.2㎝, 개인 소장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8월 2일까지 열린다. 언제 보아도 마음이 기뻐지는 단원(檀園)의 작품 중에서도 명작이 여럿 나온 가운데 '기로세련계도'가 제일 반갑다. 함께 전시 중인 '행려풍속도' 병풍(34세)과 '단원풍속도첩'은 풍속화 대표작이고, '을묘년화첩'의 '총석정'(51세)은 금강산그림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이다. 미인도, 신선도, 고사인물도도 나왔다.

'기로세련계도'는 1804년 9월 개성 송악산 기슭 만월대에서 열린 노인들의 계모임을 그린 계회도다. 중심부에 송악산을 배경으로 차일을 치고, 병풍을 연이어 두른 잔치 장면을 그리고 제목을 써넣었다. 상단에는 이 행사를 설명한 글이, 하단에는 주인공 64명의 이름과 본관이 있다. 기록화인 계회도에 필수적인 제목, 계회 장면, 배경 산수, 참석자 명단, 발문을 모두 충족하면서 산수화로서, 풍속화로서 감상의 매력이 넘친다.

'기로세련계도'는 30대부터 유명했던 풍속 실력, 44세 때 정조의 어명으로 금강산을 답사하며 우리 산천을 사생한 산수 실력, 궁중화원으로 국가의 회화 업무를 도맡았던 기록화 실력이 함께 무르녹은 단원의 원숙한 역량을 확인시켜주는 명작이다.

가장 생생한 즐거움을 주는 건 구경꾼. 맨 아래 나뭇짐 가득한 지게를 내려놓고 뒤늦게 발걸음을 옮기는 두 소년, 차일 왼쪽에 성업 중인 야외주점, 소나무 밑엔 흥에 겨워 춤추는 두 노인. 걸인도 둘 있다. 한 명은 임시 부엌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데, 동냥그릇을 든 또 한 명은 멋모르고 그쪽으로 간다. 그 뒤엔 술에 취해 몸을 못 가누고 땅바닥에 엎어진 노인. 소, 말, 나귀도 출연 중.

박물관 설명판에 '잔칫상을 받은 64명의 노인 외에 237명이나 되는 시종과 구경꾼'이 그려져 있다고 했다. 와우~ 모두 301명! 김홍도의 우아하고 세련된 필치로 요령 있게 묘사된 다중의 다이내믹함을 한 사람 한 사람 새겨보는 재미가 무진하다.

'기로세련계도'는 당대의 대가인 김홍도, 기원(綺園) 유한지(1760~1834), 간재(艮齋) 홍의영(1750~1815)이 그림, 서예, 문장으로 협업한 행사기록화다. 나 자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에게 낯선 개성이라는 도시의 19세기 초 문화력, 경제력이 실감나는 작품이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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