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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을 기록한 민주시인 김윤식…생가는 후손 홀로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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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민주운동 이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 발표
관리 체계 없는 100년 생가…흰개미 피해에 철거 우려까지
"지자체 도움으로 장기적인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경산시 용성면 덕천리에 위치한 민주시인 김윤식(1928~1996) 생가. 김세연 기자
경산시 용성면 덕천리에 위치한 민주시인 김윤식(1928~1996) 생가. 김세연 기자
김윤식 시인 생가 표지석과 대문 모습. 김약수 경산학연구원장
김윤식 시인 생가 표지석과 대문 모습. 김약수 경산학연구원장

지난해 개관한 대구도서관에는 한 편의 시가 새겨진 시비가 들어섰다. 대한민국 첫 민주화운동인 2·28민주운동을 가장 먼저 시로 기록한 김윤식(1928~1996) 시인의 대표작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이다. 전국 8곳에 시비가 세워질 만큼 문학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정작 그가 태어나고 삶을 일군 경산 생가는 별다른 관리 체계나 지원 없이 후손의 헌신으로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찾은 경산시 용성면 덕천리 김윤식 생가. 기둥 다섯 곳이 흰개미 피해로 속까지 파먹혀 있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검은 구멍은 목조로 지어진 한옥을 위협했다. 정원과 마루, 서재를 가득 메운 문학 자료 등은 겉으로는 잘 관리된 듯 보였지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는 흰개미가 조금씩 집을 갉아먹고 있었다.

1930년대 김 시인의 부친이 지은 생가는 100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온 한옥이다. 장남 김약수 경산학연구원장(전 대구미래대학교 교수)은 2017년부터 사비를 들여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현재는 서재와 연구실, 전통차방 등을 갖춘 공간으로 꾸며져 있으며, 2019년에는 한국문인협회 경산지부가 생가 표지석을 세웠다.

김 원장 부부는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생가를 찾아 청소와 제초, 방문객 안내, 시설 점검을 반복한다. 그러다보니 관리 비용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흰개미 방제와 마당 보수 등에 400만원이 들였다. 지난해 한옥해충방제 전문업체를 통해 흰개미 방제 작업을 했지만 올해 다시 피해가 확산됐다. 기둥 세 곳은 속이 모두 썩어 바닥부터 천장까지 구멍이 생겼고, 추가 보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흰개미 피해를 입은 김윤식 시인 생가의 기둥. 기둥 내부가 파먹혀 바닥부터 천장까지 구멍이 생긴 모습이다. 김세연 기자
흰개미 피해를 입은 김윤식 시인 생가의 기둥. 기둥 내부가 파먹혀 바닥부터 천장까지 구멍이 생긴 모습이다. 김세연 기자
흰개미 피해를 입은 김윤식 시인 생가의 기둥. 기둥 내부가 파먹혀 바닥부터 천장까지 구멍이 생긴 모습이다. 김세연 기자
흰개미 피해를 입은 김윤식 시인 생가의 기둥. 기둥 내부가 파먹혀 바닥부터 천장까지 구멍이 생긴 모습이다. 김세연 기자

김 원장은 "자손이니 여태껏 지자체의 도움 없이 스스로 지켜보자는 일념으로 관리해 왔지만, 이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오래된 건물이라 손봐야 할 곳이 계속 생기고 시간과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조부가 지었고, 선친이 평생을 보낸 집인 만큼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라며 "대대적인 보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생가를 철거하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경산시는 현재까지 김윤식 시인 생가를 별도로 관리하거나 보존 대상으로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경산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시가 진행하는 향토문화유산은 소유자가 신청하면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검토할 수 있으며,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야 공적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며 "생가의 역사성과 보존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사안이다. 향후 보존 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시인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전윤수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는 생가를 단순한 개인 주택이 아닌 경산지역의 문학유산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김 시인은 한국 민주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며, 생가는 그 자체로 역사적 기록"이라며 "부분적인 보수보다 전면 재건축을 고려해야 한다. 지자체가 먼저 발굴, 홍보하고 장기적인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식 시인의 장남 김약수 경산학연구원장이 생가에 보관 중인 문학 자료와 활동 기록을 소개하고 있다. 김세연 기자
김윤식 시인의 장남 김약수 경산학연구원장이 생가에 보관 중인 문학 자료와 활동 기록을 소개하고 있다. 김세연 기자
김윤식 시인의 장남 김약수 경산학연구원장이 생가에 보관 중인 문학 자료와 활동 기록을 소개하고 있다. 김세연 기자
김윤식 시인의 장남 김약수 경산학연구원장이 생가에 보관 중인 문학 자료와 활동 기록을 소개하고 있다. 김세연 기자
김윤식 시인. 김약수 경산학연구원장
김윤식 시인. 김약수 경산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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