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매장 곳곳에 '전 품목 50% 할인' '1+1' 팻말이 내걸리면서 12일 현재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점포마다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문 열기 전부터 대기하다가 카트를 꽉 채워 나왔다"는 후기가 쏟아지지만, 매장을 지키는 직원들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수도권의 한 홈플러스 매장 직원은 "문 닫기 전 '땡처리'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며칠 전부터 송별회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이제 정말 끝이라는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현장은 빠르게 멈춰 섰다. 경기 안성과 경남 함안의 물류센터가 운영을 중단했고, 각 매장에 대한 물품 공급도 끊어졌다.
과일·야채 매대는 플라스틱 용기로 채워졌고 수산물 코너는 폐쇄됐다. 한 납품업체 대표는 "물류센터를 운영하지 않으니 더 이상 물건을 보내지 말라고 하더라"며 "이젠 물건을 넣고 싶어도 경로가 막혔다"고 했다. 화장실 청소와 폐기물 처리를 맡던 외부업체 직원들도 발길을 끊었다.
수도권의 한 홈플러스 입점 상인은 "8일 쓰레기 수거업체 관계자라는 분이 직접 찾아와 앞으로는 음식물을 자체적으로 처리하라고 통보하더라"며 "파산이라는 말이 그때 비로소 현실로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인천송도점, 분당오리점 등 일부 매장에는 한국전력 직원이 찾아와 '단전'을 예고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폐지로 사실상 파산 수순에 접어들면서 직원 1만2000명과 간접고용 인력, 입점 상인, 납품업체까지 충격이 번지고 있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협력사 4600여 곳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납품업체들의 사정은 더욱 절박하다. 회생절차 폐지로 채권자들의 강제집행과 가압류, 경매 등을 제한해 온 포괄적 금지명령도 함께 효력을 잃게 됐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회생 신청 이후 납품업체 4000여 곳이 받지 못한 상품 대금은 4102억 원에 달한다.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우선 변제받을 수 있었지만,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그 효력도 사라진다.
납품업체 대표 A씨는 "문의할 곳이 없어 홈플러스 대표번호로 수차례 전화해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연락을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면서 "관련 부서가 어디인지, 메일 주소라도 알려달라고 해도 내부적으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고 호소했다. A씨는 "당장 오늘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어떤 계획이라도 얘기해달라는 건데 전혀 그런 게 없다"고 덧붙였다.
회생의 불씨를 되살리려면 20일 항고 기한까지 긴급 운영자금 2000억 원을 마련해 즉시항고를 제기해야 한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운영자금으로 최소 약 2000억원이 필요하다"며 "이 자금이 현재까지 조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회생계획안은 수행가능성이 없으므로 관계인집회의 심리·결의에 부치지 않고 회생절차를 폐지한다"고 했다.
회생계획의 전제였던 2000억원 규모 신규 운영자금 조달을 놓고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주요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고, 법원은 실현 가능한 자금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회생절차를 직권 폐지했다.
MBK파트너스는 메리츠금융이 2000억원 DIP금융을 집행할 경우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1000억원을 연대보증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지만, 메리츠금융은 1000억원 이상 자금을 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9일 국회에서 MBK·메리츠 경영진 간담회를 열고 자금 조달을 압박했으나,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가 참석한 이 자리에서도 진전은 없었다.
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MBK와 메리츠금융 양쪽 다 지뢰를 많이 심어놨다"며 "두 회사가 회생절차로 가면 본인들이 얻을 이익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노골적으로 청산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2000억원을 조달하더라도 밀린 월급을 지불하고 공익채권 세금을 내면 자금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라며 "한 달에 5000억원은 투입해야 회생할 수 있다고 내부 추정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안팎에서는 구성원들이 MBK와 메리츠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파산이 선고되면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경영권과 재산관리권을 넘겨받아 점포와 재고 등 자산을 매각하고, 확보한 대금을 임금채권과 담보채권, 납품대금 등 법정 순위에 따라 채권자들에게 배당하게 된다. 회생 폐지 확정일인 20일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단 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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