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운영하던 독립서점 '책방오늘'이 8년간의 운영을 마치고 현재 공간의 문을 닫았다. 경영상의 어려움이 아닌 건물 매각에 따른 이전에 의한 폐점이지만, 꾸준히 감소하는 성인 종합독서율과 클릭 한 번이면 다음 날 집 앞까지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시대에 전해진 서점의 폐점 소식은 어딘가 씁쓸한 마음을 남긴다.
미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1994년 약 7천 곳에 달했던 독립서점은 2019년 2천500곳 수준으로 줄었다. 그중에서도 책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정통 서점'의 감소 폭은 더욱 컸다.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에 독자들에게는 서점을 찾아야 할 또 다른 이유가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동네에는, 나아가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서점이 필요할까. 사실 동네 책방은 병원이나 마트처럼 없어지면 당장 일상이 멈추는 공간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행을 떠나면 국내외의 독립서점을 찾고, 그곳을 통해 지역의 취향과 삶의 방식을 엿본다. 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누군가의 공동체가 돼주기도 한다. 책방은 누군가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때로는 변화시키는 공간이다.
1994년부터 서점에서 일해온 제프 도이치 역시 이 질문에 답을 찾고자 했다. UC 버클리 서점과 스탠퍼드대 서점을 거쳐 2014년 미국 시카고 세미너리 코옵(Seminary Co-op Bookstore)의 대표가 된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서점으로 꼽히는 이 공간을 2019년부터 도서 판매가 아닌 서점 운영 자체를 사명으로 하는 '비영리 서점'으로 전환했다.
저자는 서점을 단순한 소매 공간도, 그렇다고 향수의 대상으로도 보지 않는다. 책을 사랑하는 공동체에 경제적 보상을 훌쩍 뛰어넘는 가치를 전하고, 이들을 지탱하는 공간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서점'을 공간, 다양성, 가치, 공동체, 시간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낸다.
좋은 서점은 무엇보다 마음의 구조를 닮은 공간이어야 한다. 독자는 서점 주인의 취향이 담긴 서가와 큐레이션을 거닐며 예상하지 못한 책과 우연히 마주한다. 여기에 다양성이 더해진다. 어떤 책을 들이고 어떤 책을 놓지 않을지 매일 판단하는 주인의 선택과 기준이 곧 서점의 정체성이 된다.
특히 서점의 가치를 논하기 전에, 오늘날 서점이 처한 현실도 짚는다. 아마존이 책을 미끼상품처럼 취급하며 '싸게 살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자, 책과 서점은 박리다매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좋은 서점을 뒷받침할 새로운 셈법으로 '비영리 서점'이라는 모델을 내놓는다.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는 책과 서점의 가치를 사회에 제안한다.
또 좋은 서점은 책을 훑어보고 머무는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는 책장 사이를 거니는 독자를 '지적 만보객'이라 부르며, 인간다운 여유를 회복하는 시간이야말로 좋은 서점만이 사회에 줄 수 있는 자원이라고 말한다.
끝으로 저자는 좋은 서점이 만들어내는 공동체에 주목한다. 이때의 공동체는 고독한 독자들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책을 매개로 느슨한 친밀함을 나누는 모습에 가깝다. 그래서 좋은 서점의 서점원은 도움을 요청하는 손님에게는 기꺼이 응대하면서도, 책 앞에 선 독자의 고독은 함부로 방해하지 않는 섬세한 균형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인다.
좋은 서점을 지키는 일은 결국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답은 한 사람의 의지로 결정될 순 없는 일이다. 좋은 사회가 그렇듯이, 좋은 서점도 여러 사람의 열망이 모일 때 가능해진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서점을 잃는다면, 우리는 세상에 존재할 특별한 방식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280쪽, 1만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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