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재건 사업 기대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국내 건설주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재개라는 악재를 만나 급격히 동력을 잃고 있다. 단기간에 몰렸던 '재건 테마'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면서 업종 전반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향후 주가 향방은 결국 실제 해외 수주와 실적 개선 여부가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KRX 건설지수는 최근 한 달 동안 23.09% 하락하며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업종별 지수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0.33%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건설업종은 두 배 이상 큰 낙폭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에서는 중동 재건 사업이 새로운 투자 테마로 떠오르며 현대건설과 삼성E&A, DL이앤씨, GS건설 등 주요 종목들이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당시 시장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전후 복구 사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기조도 이어지고 있어 국내 건설사의 해외 플랜트 수주 확대 기대감도 반영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 공격에 대응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하면서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면서 재건 사업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단기 기대감만으로 올랐던 종목들에서는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나타났다.
특히 건설사의 원가 부담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철강과 시멘트, 운송비 등 주요 공사비가 오르면 건설사들의 수익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허재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동 재건 사업은 국내 건설사들의 중장기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단기 주가를 결정하는 변수는 결국 실제 수주라고 진단했다. 재건 수요는 분명 존재하지만, 발주와 계약,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기대감만으로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허 연구원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관련 기반 시설 복구와 재건 비용은 약 350억~580억 달러로 추정된다"라며 "이 중 국내 건설사가 건설한 인프라가 파괴된 사례는 많지 않아 국내 건설사 발주 물량은 시장 기대를 밑도는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올해 하반기 건설업종은 '실적 가시성'이 핵심 투자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와 원가율 개선이 확인되는 기업 중심으로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재건 기대감보다는 수주 잔고 증가와 이익 개선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수주 시점은 2027년 이후가 되겠으나 글로벌 에너지 플랜트 시장에 더해 국내 대규모 투자 결정으로 건설업종은 풍부한 수주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라며 "업종 조정 시 매수 전략은 유효하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건설업종을 둘러싼 중장기 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국내 반도체 투자 확대는 건설사들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 시설 투자를 확대하면서 대형 산업 시설 공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는 모두 고난도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이 필요한 만큼 대형 건설사들의 신규 먹거리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축물보다 고도의 전력 설비와 냉각 시스템, 특수 시공 기술이 필요해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규모 플랜트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허재준 연구원은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이어 최근에는 서남권 반도체 공장까지 거론되는 만큼 중장기적인 반도체 공장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도 중장기 모멘텀으로 꼽힌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국가 전략산업 인프라 구축과 에너지·교통 분야 대형 사업이 본격화하면 2027년 이후 국내 건설사들의 신규 수주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증설 훈풍은 이미 건설업에 실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대형 EPC와 골조 기초, 중견 건설사에 이어 팹 건설을 위한 반도체 설비, 클린룸 등 업체들에 순차적으로 수혜가 이어지면서 건설업 전반의 수주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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