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체 A사는 중국 공장을 철수해 비수도권 투자를 추진하려 했지만 국내 복귀기업 이른바 '유턴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사업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A사 관계자는 "국내 복귀기업 지원 대상인 줄 알고 중국 공장을 철수해 국내 지방 유휴 공장에 수천억 원 설비 개조 투자를 진행하려 했으나, 까다로운 요건 탓에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유휴 생산시설이 유휴 면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 제도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며 "해외 투자 자금을 국내 투자로 유인하기 위해 기업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유턴기업 지원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미래산업 등 5개 분야 112건의 규제 합리화 과제를 국무조정실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과 산업통상부에 건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총은 글로벌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가 기업의 연구개발과 투자를 제약하고 있다며 '선 허용·후 규제' 원칙에 기반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유턴기업의 경우 기존 생산시설이 '유휴면적 투자'로 인정되지 않아 유턴기업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제도는 2년 이상 운영한 해외 사업장을 청산하거나 양도·축소한 뒤 국내에서 공장 신설이나 증설, 공장 매입·임차 등을 해야 지원 대상으로 인정한다.
이 외에도 AI와 로봇, 반도체 등 첨단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 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분야별로는 보면 미래산업 29건, 기업경영 24건, 환경·안전 26건, 노동 6건, 현장 애로 27건으로 집계됐다.
AI 분야에서는 학습 과정에서 활용되는 저작물의 법적 기준이 모호해 기업들이 형사처벌과 소송 위험을 떠안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연구개발용 로봇도 사람의 표정과 음성 등이 담긴 원본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해 정밀한 AI 학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용 협동로봇 역시 위험도가 낮은 공정에서도 작업 방식이 조금만 바뀌면 동력·힘 제한 검증을 다시 받아야 해 비용과 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원전·수소 등 무탄소에너지 사용 인증과 직접 전력구매계약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안전 분야의 경우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자력 발전과 수소를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 인증·거래제도를 마련하고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 분야에서는 장기 저성과자 해고 기준과 절차를 법제화할 것을 건의했다.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금지' 규정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장기 저성과자가 있어도 해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2007년 이후 개정되지 않은 파견 허용 업무를 산업 구조 변화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경총 관계자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야 국내 기업이 글로벌 AI·로봇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선 허용·후 규제' 원칙을 토대로 자유롭게 투자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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