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력 산업을 차례로 잠식해 온 중국의 추격전이 반도체로 향하고 있다. 섬유와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자동차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급격히 키운 중국이 막대한 정부 지원과 내수시장을 등에 업고 메모리 반도체까지 한국을 뒤쫓고 있다.
◆섬유부터 자동차까지 삼킨 '중국'
중국의 산업 추격은 '저가 제품 생산→기술력 확보→대규모 증설→가격 경쟁→시장 장악'이라는 비슷한 경로를 밟아왔다. 대표적인 산업이 섬유다. 한국 섬유산업은 1970~1980년대 풍부한 노동력과 수출을 기반으로 국가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값싼 노동력과 대규모 생산시설을 앞세운 중국이 세계 섬유시장에 진입하면서 국내 범용 섬유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국내 섬유산업은 고부가가치 소재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생산과 수출에서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LCD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앞세워 2000년대 세계 시장을 주도했다. 중국은 정부 보조금과 저금리 금융지원으로 자국 기업의 대형 생산라인 건설을 지원했다. 공급 과잉으로 LCD 가격이 급락하자 국내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LCD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지난해 중국 기업의 세계 LCD 생산능력 비중은 7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에서는 중국의 침투 속도가 더욱 가파르다.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수직 계열화해 가격을 낮추고 해외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국내 수입시장에서도 금액 기준 중국산 승용차 비중은 2022년 3.5%에서 지난해 37.2%로 치솟아 독일산(37.0%)을 처음 앞질렀다.
특히 지난해 국내 전기차 수입액 31억7천700만달러 가운데 중국산은 22억2천300만달러로 70%를 차지했다. 전기버스는 수입액 1억2천200만달러 전액이 중국산이었다. 국내 자동차부품 수입에서도 중국산 비중이 47.2%에 달했다. 섀시와 차체, 에어컨, 휠 등 일부 품목은 중국 의존도가 90%를 웃돌았다.
◆반도체 추격하는 '중국'
이제 시선은 반도체로 향한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범용 D램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CXMT의 세계 D램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3% 수준에서 올해 1분기 8%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8%, SK하이닉스는 29%를 기록했다. 아직 격차가 크지만 CXMT가 단기간에 세계 4위 업체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국내 업계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CXMT는 오는 2030년까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을 20% 수준으로 끌어올려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첨단 공정과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뒤처져 있지만 범용 D램에서 저가 물량 공세를 벌일 경우 시장 가격과 국내 기업 수익성을 흔들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CXMT의 추격을 단순한 '저가 제품 공세'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지역 산업계 관계자는 "LCD에서 중국 업체들은 처음부터 한국과 같은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춰 시장을 장악한 뒤 기술 격차를 좁혔다"며 "반도체가 인공지능용 HBM과 첨단 D램에서 기술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범용 시장을 중국에 내줄 경우 LCD처럼 산업 기반과 시장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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