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내고도 급락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역대급 실적보다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실망감과 불투명한 하반기 전망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와 공급 부족 기조에 변화가 없는 만큼 주가 낙폭이 지나치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0조5천4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7.2% 증가했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지만 시장 전망치인 63조5천526억원보다 낮았고 매출도 79조3천187억원으로 증권가 기대치를 밑돌았다.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실적 규모보다 성장 속도의 둔화 가능성이다. 컨퍼런스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협상과 향후 공급 조건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고, 추가 주주환원 역시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에 그쳤다. AI 투자 확대를 바탕으로 가파르게 높아진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반도체 실적이 고점을 통과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증설과 상장 흥행, 중국 국영기업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 소식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면 범용 메모리 공급이 늘어나 가격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기계적인 매도까지 겹치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낙폭도 급격히 확대됐다.
하지만, 증권가는 이번 실적이 반도체 업황의 구조적인 하락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보다 무너진 투자심리와 수급이 주가를 좌우하는 국면이라는 진단이다. '피크아웃'(하락 전환)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날 주가 하락은 시장의 '과잉반응'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고객사와의 장기공급계약 확대가 단기적인 판매가격 상승 폭을 제한했지만, 오히려 중장기 실적 가시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AI 산업의 장기 성장 경로와 메모리 수급 환경은 한 달 전과 비교해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며 "AI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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