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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환의 세계사] 연임 개헌 논란…카이사르의 독재화 과정과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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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암살 기념 주화. 왼쪽은 카이사르 암살의 주동자 부르투스 얼굴과 이름을 새긴 앞면. 오른쪽은 주화 뒷면으로 라틴어로 3월 15일이라고 적혀 있다. B.C.43~B.C.42년 주조. 런던 영국 박물관
카이사르 암살 기념 주화. 왼쪽은 카이사르 암살의 주동자 부르투스 얼굴과 이름을 새긴 앞면. 오른쪽은 주화 뒷면으로 라틴어로 3월 15일이라고 적혀 있다. B.C.43~B.C.42년 주조. 런던 영국 박물관

이재명 대통령의 정무 특보 출신 조정식 국회의장이 지난 7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등등은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헌법개정을 통한 이 대통령 연임 밑자락 깔기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누구보다 헌법을 존중해야 할 입법부 책임자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헌법 128조를 정면으로 거슬렀다. 여권은 현직 대통령 임기 연장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급한 불을 껐다. 일부 인사들이 발로 밟고 다니는 광주의 민족민주열사 묘역 표지석 속 전두환 전 대통령도 단임제만큼은 지켰다. 독재와 민주 공화정치는 백지 한 장 차이로 맞물려 늘 경계해야 함을 로마의 카이사르에서 찾아본다.

◆로마 토레 아르젠티나 광장

유구한 역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콜로세움(80년 완공, 높이 48m, 5만명 수용), 판테온(126년 완공, 높이 45m 신전) 같은 거대 유적이 2천여 성상(星霜)을 오롯이 우뚝 솟은 이탈리아 수도 로마. 판테온에서 남쪽으로 '토레 아르젠티나 길'을 따라 천천히 10분여 걸으면 '토레 아르젠티나 광장(Largo di Torre Argentina)'에 이른다. 토레(Torre)는 '탑', 라르고(Largo)는 '넓은, 넉넉한'이라는 뜻으로 피아자(Piazza)보다 작은 광장을 가리킨다. 그러니, 우리말로 옮기면 '아르젠티나 탑 광장'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하니 '축구의 신'이라는 메시의 나라 아르헨티나(Argentina)를 기리는 장소인가?

◆로마 공화정 시대 신전 4개 발굴 공개

유럽 의회 의사당이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를 로마 시대 아르겐토라툼(Argentoratum)으로 불렀다. 15세기 교황청 의전관 요하네스 부르카르트가 스트라스부르 출신이어서 그의 집에 '아르젠티나 탑(Torre Argentina)' 애칭이 붙었고, 아르젠티나 탑 광장이 생겼다. 하지만, 현장에서 광장을 찾으려면 낭패다. 1926~1929년, 무솔리니 정권이 로마 재개발 과정에 공화정 시대 신전들을 발견하면서 광장 일대를 고고학 공원으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현재 지면 아래 약 6m 깊이로 파인 공간에 B.C.3~ B.C.2세기 로마 공화정 시대 신전 4개 건물 일부가 발굴돼, 일반인도 탐방하며 공화정의 역사를 되새겨볼 수 있다.

로마 아르젠티나 탑 광장. 카이사르 암살 장소. 원형으로 기둥과 초석이 남은 B신전 뒤쪽이 로마 시대 폼페이우스 쿠리아(의사당)자리다. 카이사르는 B.C.44년 3월 15일 원로원 회의 도중 폼페이우스 쿠리아에서 암살됐다. 지금은 도로와 건물 밑 지하 6m 지점에 묻혀 있는 상태다.
로마 아르젠티나 탑 광장. 카이사르 암살 장소. 원형으로 기둥과 초석이 남은 B신전 뒤쪽이 로마 시대 폼페이우스 쿠리아(의사당)자리다. 카이사르는 B.C.44년 3월 15일 원로원 회의 도중 폼페이우스 쿠리아에서 암살됐다. 지금은 도로와 건물 밑 지하 6m 지점에 묻혀 있는 상태다.

◆B.C. 44년 3월 카이사르 암살 현장

고고학 공원의 4개 신전 가운데 오른쪽에서 2번째가 신전 B다. 원형 톨로스 형태여서 찾기도 쉽다. B.C.101년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에게 봉헌한 신전이다. 포르투나 신전 뒷 공간은 도로와 현대 건물 아래 묻혀 있다. 지금은 볼 수 없이 위치만 특정할 수 있는 이 공간이 바로 로마 원로원이 한때 회의장으로 쓰던 폼페이우스 쿠리아(Curia)다. 카이사르와 함께 로마 1차 3두 정치를 주도한 폼페이우스가 B.C.55년 건축한 극장 건물의 일부다.

폼페이우스 극장은 평지에 만드는 로마식 극장의 전형으로 사각형 포르티코의 포럼과 실내 건물 쿠리아(Curia)를 갖춘 구조다. 이 쿠리아에서 원로원 회의 도중 B.C. 44년 3월 15일 카이사르가 불귀의 객이 됐다. 카이사르의 양아들로 로마를 왕정으로 바꾼 옥타비아누스가 카이사르 암살을 추모하는 기념물을 세웠고, 그 일부가 발견돼 암살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이사르 두상. 1세기 녹색 현무암 작품. 박물관측은 현대 재료로 눈을 상감처리 했다고 설명한다. 재료의 종류는 밝히지 않았다. 베를린 알테스 국립박물관
카이사르 두상. 1세기 녹색 현무암 작품. 박물관측은 현대 재료로 눈을 상감처리 했다고 설명한다. 재료의 종류는 밝히지 않았다. 베를린 알테스 국립박물관

◆베를린 알테스 박물관 카이사르 조각

베를린 중심부에 슈프레강과 지류 쿠퍼그라벤가강이 둘러싸는 박물관 섬으로 가보자. 이 섬에 처음 등장한 건물이 알테스(구) 박물관이다. 프로이센 빌헬름 3세가 왕실 소유 예술품을 일반에 공개한다는 결정에 따라 1830년 완공됐다. 1840년 즉위한 큰아들 빌헬름 4세는 섬 전체를 '예술과 학문의 성역'으로 만드는 비전 아래 1843~1859년 노이에스(신) 박물관을 추가했다. 1861년 즉위한 작은아들 빌헬름 1세(1871년 통일 독일제국)는 1867~1876 국립미술관을 세웠다. 이어 르네상스, 동로마 유물 중심의 보데 박물관(1897~1904), 튀르키예 페르가몬 발굴 유물을 전시하는 페르가몬 박물관(1910~1930)을 더해져 세계적 박물관 단지를 이뤘다.

알테스 박물관 로마 전시실로 가면 진녹색 현무암으로 만든 카이사르 조각과 만난다. 카이사르 사후 신격화된 위엄을 담아낸 1세기 조각이다. 카리스마에 비범함, 야망이 뿜어져 나온다. 카이사르의 불같은 야망은 그가 개최한 개선식 행사에 잘 묻어난다.

◆런던 햄프턴 코트의 르네상스 명화 [카이사르의 개선식]

엘리자베스 1세의 생모 천일의 앤이 살던 영국 튜더 왕조의 핵심 궁전 햄프턴 코트로 가보자. 안드레아 만테냐의 「카이사르의 개선식(The Triumphs of Caesar)」 9편 연작이 맞아준다. 베네치아 르네상스의 태두 자코포 벨리니의 사위인 파도바 출신 안드레아 만테냐가 만토바 후작국의 궁정 화가로 46년간 일하며 곤자가(Gonzaga) 가문의 후작 프란체스코 2세와 부인 이사벨레 데스테(르네상스 후원자)를 위해 1492년 완성한 대작이다. 1629년 재정난을 겪던 곤자가 가문이 영국 스튜어트 왕조 찰스 1세에 팔면서 햄프턴 코트 궁전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필자는 햄프턴 코트 보수로 2024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임시 전시하던 작품을 접했다. 전리품을 산더미처럼 쌓고 행진하는 모습에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듯하다.

카이사르 개선식. 1492년. 이탈리아 만토바 후작국 궁정화가로 르네상스로 르네상스를 꽃피운 안드레아 만테냐 작품이다. 런던 햄프턴 코드 소장
카이사르 개선식. 1492년. 이탈리아 만토바 후작국 궁정화가로 르네상스로 르네상스를 꽃피운 안드레아 만테냐 작품이다. 런던 햄프턴 코드 소장

◆카이사르 5차례 개선식 뒤 공화정 파괴

B.C.58년 갈리아 총독으로 나가 갈리아족을 평정해 인기를 얻은 카이사르는 B.C. 49년 1월 루비콘강을 건너며 "주사위는 던져졌다(Alea iacta est)"는 말과 함께 쿠데타를 일으킨다. 이후 폼페이우스 중심의 공화파와 3년간 내전을 치러 승리를 거둔다. 승기를 잡은 뒤, B.C. 46년 무려 4번, B.C. 45년 1번, 모두 5번의 성대한 프로퍼갠더 개선식을 치른다. 여론전에 성공한 카이사르는 B.C.46년 민회(Comitia) 투표를 통해 10년 임기 독재관(Dictator) 취임 법안(Lex)을 통과시킨다. 이어, B.C.44년 2월 국회에 해당하는 원로원 결의(Senatus Consultum)를 통해 종신 독재관(Dictator Perpetuo) 칭호를 얻는다. 카이사르가 왕정(Regnum)을 추구한다고 판단한 원로원 공화파 의원들이 한 달 뒤, 3월 15일 그를 암살한 거다.

◆런던 영국 박물관- 카이사르 암살 기념주화

런던 영국 박물관 로마 전시실에서 특이한 주화 하나가 탐방객을 맞아준다. 주화 앞면 인물 주변에 새겨진 글자 BRVT. 암살의 주역 부르투스(BRUTUS)다. 오른쪽 IMP. 임페라토르(IMPERATOR). 명령권을 가진 장군(후대 황제)을 뜻한다. 왼쪽의 L·PLAET CEST. 화폐 주조를 담당한 인물 루키우스 플라토리우스 세스티아누스(Lucius Plaetorius Cestianus)다.

뒷면은 고깔형 모자 옆에 칼 2개가 놓였다. 모자는 해방 노예에게 씌워주던 뾰족한 프리기아 모자다. 로마가 카이사르 독재에서 해방됐음을 상징한다. 모자 밑의 'EID-MAR'는 무슨 뜻? EID=IDUS=중순=15일, MAR=MARTIUS=3월. 즉, 공화국을 지키기 위해 부르투스를 중심으로 적어도 20명(공모 60명) 이상의 원로원 의원들이 칼로 카이사르를 암살한 3월 15일을 기념한다. 부르투스 공화파가 장악했던 그리스에서 B.C.43~B.C.42년 사이 제작된 주화다.

◆셰익스피어의 수사(修辭)

셰익스피어가 1599년경 발표한 희곡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의 3막 1장에 나오는 카이사르의 대사를 보자. "Et tu, Brute? Then fall, Caesar(브루투스, 너마저도? 그렇다면 카이사르여, 쓰러지라(내가 쓰러져 죽겠다)". 상식적인 국민 앞에 쓰러지며 이런 수사(修辭)라도 지어낼 최소한의 양심이 그들에게 있는 걸까?

역사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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