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천년 고도(古都) '신라'의 문화와 얼이 새겨진 역사가 숨 쉬는 도시이다. 그곳에는 국보 36개와 보물 104개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불국사, 석굴암, 경주역사유적지구, 양동마을, 옥산서원 등은 유네스코(UNESCO)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다. 그야말로 경주는 '노천 박물관'인 셈이다.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여건은 경주의 미래발전 전략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잘 먹고, 잘사는 경주'라는 미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사문화 유산을 잘 활용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오늘날 세계의 관광산업이 세계 GDP의 6~7%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미래 투자는 다분히 매력적이다. "서양에 로마가 있다면, 동양에는 경주가 있다" 라는 말처럼, 경주는 이탈리아의 로마와 견줄 만한 역사·문화 도시이다. 양 도시는 제국의 수도로서 긴 세월을 함께 숨 쉬어온 고도이며, 도시 전체가 역사문화 유산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관광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라는 측면으로 관점을 조금 틀어보면, 양 도시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예컨대 경주의 외국인 관광객의 수는 대략 로마의 9분의 1 수준이다. 로마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이 전체 관광객의 60%를 웃돌며, 그들이 체류하면서 로마제국의 문화유산을 관광하는 양상을 보인다. 반면 경주는 3~4%만이 외국인 관광객이며, 내국인 중심의 '당일 나들이 관광'이 주류를 이룬다. 경주와 로마는 닮은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르다.
작년에 개최된 '경주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은 경주를 세계에 알리는 변곡점이 되었다. 금관 등 찬란한 신라 문화가 세계를 매료시켰다. 단숨에 경주가 세계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러한 기세를 앞세워, 경주를 세계 속에 우뚝 서게 만들어야 한다. 경주를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이면서, 세상에서 '가장 잘 먹고 잘 사는 도시'로 만들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고 했다. 세계 속의 으뜸 경주를 위해서 가장 시급한 일은 경주의 관광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규모로 유치하고, 그들이 로마에서처럼 며칠씩 머물면서 경험하고 소비하는 '체류형 관광'으로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천 년 전의 역사문화유산 속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은, 장기적이고 대대적인 신라복원개발계획이 시급하다. 경주시나 경상북도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칭 '천년고도 복원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 반도체 초과 세수의 미래 경주 투자 등 범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국가적 지원과 함께, 경주 시민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시민 모두가 경주의 홍보대사가 되어야 하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선진의식의 함양이 필요하다. 이렇게 경주 시민에게 부담이 늘어나고, 그 동안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어 왔다면, 미래에 얻어질 과실의 일부가 시민에게 골고루 나누어져야 하는 것이 공정하다. 외부자본만 배를 불리거나, 일부 개발 업자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여서는 곤란하다.
시대마다 한국사회의 부는 이동해 왔다. 한때 극장 주인이 부자였지만, 이제는 디지털콘텐츠산업 운영자가 부자이듯이, 잘 살기 위해서는 부의 이동 경로를 내다보고, 그 변화를 수용하고 행동해야 한다. 경주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알았던 그 꿈이 속히 현실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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