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로컬경제학] "대구로 먹고 삽니다"…조회수 넘어 돈이 된 '대구다움'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숏폼 크리에이터
숏폼 크리에이터 '대구타이슨형제들' 박경민(30·오른쪽)·성기태(30) 씨가 13일 중구 동성로에서 새 릴스 '대구 남자 동네별 헌팅룩'을 촬영하고 있다. 삼각대에 걸친 휴대전화 한 대와 거리를 오가는 행인이 이들의 촬영장 전부다. 대구 사람이라면 '아~맞다!' 싶은 일상의 한 장면이 이렇게 콘텐츠가 된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 도심 한복판, 휴대폰 카메라 앞에 선 두 청년이 동시에 뛰어오른다. 한 번, 두 번.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촬영을 반복한다. 대구 사람만 알아듣는 사투리와 익숙한 일상도 입혀진다. 그렇게 짧은 영상 한 편이 완성됐다.

"이거 완전 내 얘기", "내 친구도 똑같다." SNS에 올리자 곧바로 반응이 따라붙는다. 누군가는 친구를 태그하고, 누군가는 영상을 공유한다. 너무 익숙해 이야깃거리조차 되지 않을 것 같았던 대구의 일상이 수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는 콘텐츠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렇게 쌓인 공감은 화면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사람이 모이자 광고주가 움직였고, 광고는 다시 소비자를 움직였다. 지역 가게와 기업이 이들에게 광고를 맡기고, 콘텐츠를 본 사람들은 실제 가게와 관광시설을 찾아 나섰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공감이 오프라인의 소비로 이어진 것이다.

사람과 돈이 움직이자 콘텐츠를 둘러싼 시장도 넓어지기 시작한다. 크리에이터 한 사람의 성장이 주변의 또 다른 경제활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촬영과 편집, 디자인, 마케팅 등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고, 크리에이터가 쌓은 영향력은 새로운 사업으로도 뻗어나간다.

지역은 더 이상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배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구의 말투와 일상, 동네의 기억은 이제 사람을 모으고 소비를 움직이며 새로운 일과 사업을 만들어내는 자원이 되고 있다. 대구를 이야기하며 대구로 먹고사는 사람들. 이들이 만들어가는 '로컬의 경제학'을 들여다봤다.

촬영을 마친
촬영을 마친 '대구타이슨형제들' 박경민(30·오른쪽)·성기태(30) 씨가 방금 찍은 영상을 휴대전화로 돌려보고 있다. 중구 교동에서 활어 횟집을 운영 중인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소재와 시나리오를 함께 짜고, 거리에서 찍은 영상을 그 자리에서 확인하며 다음 편을 구상한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대구를 콘텐츠로 만든 사람들

SNS에서 '대구타이슨형제들'로 활동하는 박경민 씨(30)와 성기태 씨(30)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우리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영상을 한번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처음에는 다른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참고해 따라 해보기도 하고, 직접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짜 촬영하기도 했다.

그러다 답을 가까운 곳에서 찾았다. 바로 '대구'였다. 두 사람은 콘텐츠에 깊이 공감할수록 댓글과 공유 같은 반응이 커진다는 나름의 공식을 발견했다. 여기에 당시 대구에서 지역 한정 공감을 전면에 내세운 계정이 많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렇게 '대구 찐 로컬 공감'이 이들의 색깔이 됐다.

대구타이슨형제들이 SNS에 올린
대구타이슨형제들이 SNS에 올린 '대구공감 영상. 대구의 동네와 지역민만 아는 특성을 유머로 풀어내며 큰 호응을 얻었다
대구타이슨형제들이 SNS에 올린
대구타이슨형제들이 SNS에 올린 '대구공감 영상. 대구의 동네와 지역민만 아는 특성을 유머로 풀어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소재는 거창하지 않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우산과 장화까지 챙겼지만 정작 비는 오지 않는 '대구 장마철 공감', 무더위와 지상철, 음식에 대한 대구 사람들의 '덥부심·지상철부심·맛부심'처럼 지역민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가 모두 콘텐츠가 된다.

여름철 동성로를 걷다 자라나 지오다노 앞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거나, 교동·동성로·광장코아 등 술집 골목마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묘하게 달라지는 익숙한 일상의 풍경도 놓치지 않는다. 서울 친구와 대구 친구가 서문시장에서 상인을 부르는 방식, 노래방을 각각 '코노'와 '동노'라고 부르는 차이처럼 지역 밖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대구의 모습도 소재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콘텐츠의 범위를 대구로 좁힐수록 오히려 반응이 커졌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특정 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반응이 활발한 것 같다"며 "그만큼 깊은 공감이고, 그 공감을 느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댓글을 달거나 영상을 공유한다"고 했다. 특히 대구를 떠나 서울 등 타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로부터 "고향 생각이 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사투리는 그 공감을 완성하는 장치다. 두 사람은 평소보다 억양을 일부러 더 과장하기도 한다. "대구 콘텐츠를 하면서 사투리를 안 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투리가 보는 사람들과 내적 친밀감을 쌓아준다"고 했다.

SNS
SNS '대구툰'을 운영하는 워효 작가가 태블릿PC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워효 작가는 대구의 사투리와 일상, 지역민의 경험을 만화로 풀어내며 공감을 얻고 있다. 임소현 기자

◆ '대구 사람이라면 안다'는 것들

대구의 일상을 콘텐츠로 만드는 방식은 비단 영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SNS 계정 '대구툰'과 '대구대구'는 사투리와 지역의 생활문화를 그림과 목소리로 풀어낸다. '옷이 작다'를 '쫑긴다'고 표현하거나, 대구 사람에게 익숙한 우방타워랜드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고속도로를 오가며 무심코 지나쳤던 대구 인근의 건물과 향토음식, 대학교에 얽힌 이야기까지 지역민에게 익숙한 것들을 소재로 삼는다.

SNS
SNS '대구대구툰'이 동대구역 지하철역과 KTX역 사이의 이동 거리를 소재로 만든 콘텐츠. 대구 시민이라면 겪어봤을 법한 일상을 유머로 풀어냈다.
SNS
SNS '대구툰'이 경상도 사투리 '은지요'의 뜻을 소재로 만든 콘텐츠. 지역 특유의 말투와 표현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공감을 얻었다.

대구툰 워효 작가는 "내가 생각하는 지역 콘텐츠는 맛집이나 핫플레이스를 소개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며 "대구를 주제로 한 숏폼을 보면 맛집이나 핫플레이스를 소개하는 정보성 콘텐츠가 많은데, 나는 실제 대구 사람으로서 느끼고 살아온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지역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사는 사람의 말투와 감정, 경험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민의 반응이 큰 것도 이런 '우리끼리 아는 이야기'였다. 대구대구 제우준 작가는 "대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을 때 많은 분들이 공유하고 댓글을 남겨주셨다"며 "그럴 때마다 대구 사람들끼리 통하는 공감대가 분명히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공감은 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민들은 댓글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보태며 콘텐츠에 참여한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북구청역이 실제로는 서구에 있다는 점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자 '다행히 북구청은 북구에 있다'는 유쾌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지역민에게는 너무 익숙해 이야깃거리조차 되지 않았던 말투와 장소, 생활 습관.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 익숙함 자체가 콘텐츠가 됐다. 전국 어디서나 통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대신, '대구 사람이라면 안다'는 좁고 깊은 공감을 파고들자 지역성은 이들만의 경쟁력이 됐다.

SNS
SNS '대구대구'를 운영하는 제우준 작가가 더현대 대구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의 일상과 문화를 소재로 시작한 콘텐츠는 온라인을 넘어 굿즈와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임소현 기자

◆ 대구를 떠나도 따라가는 '대구다움'

그렇다면 '대구 사람이라면 안다'는 이야기는 대구에서만 통하는 것일까. SNS '노빠꾸 시골쥐의 상경일기'를 운영하는 류채우(26) 씨에게는 오히려 반대였다. 대구를 벗어나자 '대구 출신'이라는 정체성이 자신을 구분하는 경쟁력이 됐다.

SNS
SNS '노빠꾸 시골쥐의 상경일기'를 운영하는 류채우 씨가 서울 생활 경험을 소재로 만든 영상.
SNS
SNS '노빠꾸 시골쥐의 상경일기'를 류채우 씨가 대구의 장면을 소재로 만든 '개웃긴 대구' 콘텐츠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한 류 씨는 약 3년 전 서울로 올라갔다. 계정을 만든 것은 상경한 지 불과 2주 뒤였다.

처음부터 '대구'를 내세우려 했던 것은 아니다. 영상 제작에는 익숙했지만 그동안 무엇을 콘텐츠로 만들어야 할지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던 류 씨에게 서울살이 자체가 새로운 소재가 됐다. 집을 구하고 이사를 준비하면서 겪은 낯선 경험, 서울에 처음 올라온 지방 청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영상에 담았다. 류 씨는 "서울에는 저처럼 지방에서 올라와 집을 구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7개월 동안 140편이 넘는 영상을 올렸지만 팔로워는 1천 명을 넘지 못했다. 전환점은 '서울 당일치기' 콘텐츠였다. 서울 토박이에게는 익숙한 장소를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의 시선으로 찾아다니며 소개한 영상이 크게 확산됐다. 서울을 잘 모르는 '지방 사람'이라는 약점처럼 보였던 정체성이 오히려 다른 서울 콘텐츠와 자신을 구분하는 차별점이 된 것이다.

SNS
SNS '노빠꾸 시골쥐의 상경일기'를 운영하는 류채우 씨가 콘텐츠 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 출신인 류 씨는 서울 생활과 지역 간 문화 차이 등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류채우 씨 제공

서울살이를 다루는 계정이지만 그의 콘텐츠는 고향 대구가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것이 '개웃긴 대구' 시리즈다. 달서구에서 자라며 익숙하게 봐왔던 선사유적지의 거대한 원시인 조형물을 소재로 삼은 영상에서 시작됐다. 류 씨는 "어릴 때부터 길가에 누워 있는 원시인을 보며 '왜 저기 누워 있지?' 싶었다"며 "대구가 이렇게 유쾌하고 재미있는 도시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만들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훨씬 컸다"고 말했다.

대구 이야기는 대구를 배경으로 하지 않아도 통했다. 서울에서 생활하는 류 씨는 서울 사람들과 대구의 말투와 문화, 생활방식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때로는 서울의 시선으로 고향 대구를 다시 바라본다. 대구라는 공간을 떠났지만 '대구 출신'이라는 정체성은 오히려 콘텐츠를 만드는 또 하나의 자산이 됐다.

그 과정에서 지역 콘텐츠를 소비하는 범위도 대구 사람을 넘어선다. 류 씨는 "대구 사람들끼리 공감해서 공유하기도 하지만, 서울 사람이 경상도 친구에게 영상을 보내기도 한다"며 "서로 다른 지역의 차이가 이야깃거리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가 확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떠나고 나서야 보인 '대구다움'

지역을 떠난 뒤에야 자신에게 남아 있던 '지역성'을 발견한 경우도 있다. SNS '은현인디'를 운영하는 류은현(30) 씨는 대구에서 오랫동안 살다 수도권으로 옮겨 현재 안양에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경상도 와이프'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타지역에서 생활하면서부터다.

SNS
SNS '은현인디'. 대구에서 익숙했던 말투와 표현의 차이가 타지역에서 생활하며 콘텐츠 소재가 됐다.
SNS
SNS '은현인디'. 대구에서 익숙했던 말투와 표현의 차이가 타지역에서 생활하며 콘텐츠 소재가 됐다.

대구에 살 때는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말투가 수도권에서는 달랐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같은 표현도 지역에 따라 억양과 쓰임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체감했고, 이를 부부의 일상에 녹여 영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ㅔ·ㅐ·ㅖ'를 읽는 미묘한 억양 차이부터 숫자 '56'을 '오십여섯 개'라고 읽는 방식까지, 대구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웠던 말들이 하나둘 콘텐츠가 됐다. 이런 사투리와 억양 차이를 다룬 영상 가운데는 조회 수가 1천만회에 가까이 나온 것들도 여럿이다. 류 씨는 "일부러 만든 캐릭터라기보다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이니 언어나 환경이 자연스럽게 내게 녹아 있는 것"이라며 "그게 그냥 내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반응해주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대구를 떠난 청년은 서울에서 대구를 이야기했고, 대구에 남은 청년은 대구의 일상을 콘텐츠로 만들었다. 방식과 공간은 달랐지만 이들이 꺼내든 것은 결국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지역'이었다. 그렇게 평범했던 일상과 기억은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이들만의 콘텐츠가 됐다.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최서원(전 최순실)씨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어 딸 정유라씨가 병원비와 치료를 위한 간병인 필요성을 알렸고, 최씨는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싶다고...
대구지역 ICT기업들이 베트남 다낭 스마트시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다낭 혁신창업지원센터(DISSC)에서 D2D 비즈니스라운지 이전식...
오는 10월 2일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의 특례임용 신청이 마감되었으나,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지원이 저조해 초기 인력 확보에 우려가 커지고 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로 일본은 내년도 방위비를 사상 최대인 10조 엔으로 책정하며 대일 압력에 대비하고 있으며, 이..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