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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공 빈자리 AI가 채운다…로보스, 도축 자동화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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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 생체 AI로 개체별 작업 정밀화… 전국 도축장에 로봇 20여대 공급
발골·정형엔 휴머노이드 도입 추진, 2029년 도축·육가공 90% 무인화 목표

박재현 로보스 대표는 도축 자동화 AI로봇 개발로 1차 산업 고도화를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우태 기자
박재현 로보스 대표는 도축 자동화 AI로봇 개발로 1차 산업 고도화를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우태 기자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제조업을 넘어 농축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령화와 인력난으로 숙련 작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1차 산업에서 자동화는 더 이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지만은 아니다. 사람이 떠난 자리를 기술로 채우고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필수요소로 떠오른 것.

특히 도축산업은 변화의 필요성이 큰 분야다. 작업자의 숙련도와 경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작업 강도 역시 높아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의 AI 로보틱스 기업 '로보스'는 AI 로봇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AI가 인식하고 로봇이 직접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비정형 생체 AI' 기술을 개발하며 도축·육가공 공정 자동화를 이끌고 있다.

◆제각각인 생체, AI가 보고 로봇이 작업한다

공산품을 생산하는 일반 제조공장과 도축장의 가장 큰 차이는 작업 대상이다. 자동차 부품이나 전자제품은 규격이 일정하지만 돼지와 소는 개체마다 크기와 형태가 다르다. 같은 위치를 절단하도록 로봇을 단순 반복시키는 기존 자동화 방식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로보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체의 해부학적 특징을 학습하는 자체 AI 모델을 구축했다. 박재현 로보스 대표는 "생체 데이터를 축적하고 알고리즘 기반의 좌표 연산과 객체 인식 기술을 결합해 작업해야 할 위치를 찾아낸다. 필요에 따라 카메라뿐 아니라 라이다와 적외선 등 다양한 센서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숙련 작업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데이터로 만든다. 작업자의 손목 등에 웨어러블 장치를 달거나 작업 도구에 토크 센서를 부착해 힘과 가속도, 움직임 등을 수집한다. 사람마다 다른 작업 방식에서 공통된 패턴을 찾아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동작으로 전환한다"고 덧붙였다.

로보스는 이를 'DX(디지털 전환)→AX(AI 전환)→RX(로봇 전환)' 과정으로 정의한다. 먼저 작업과 공정을 데이터화한 뒤 AI가 이를 학습하고, 최종적으로 실제 산업용 로봇의 움직임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생체의 변화량을 학습하는 동시에 작업자의 토크와 모션 데이터도 취득한다"며 "어떤 작업을 어떤 하드웨어와 로봇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분석한 뒤 AI 연구와 로보틱스화를 진행한다"고 했다.

현재 로보스가 국내에 공급한 도축 로봇은 20여 대다. 경기·충청권을 비롯해 영남·전라·제주 등 전국 곳곳에 솔루션이 적용됐다. 설치된 로봇은 원격으로 가동 데이터를 확인하고 이상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현장에서 확인한 자동화 효과도 적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 대표는 "로봇을 활용할 경우 일부 공정에서 사람보다 생산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인력난 해소뿐 아니라 수율과 생산성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2029년 도축·육가공 90% 무인화 목표

로보스의 최종 목표는 개별 로봇 판매가 아니라 도축·육가공 전 공정의 자동화다. 회사는 도축에서 육가공까지 이어지는 전체 공정을 약 100개 세부 공정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현재 약 60~61%에 해당하는 공정의 자동화 솔루션 개발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남은 과제는 발골과 정형 등 사람의 손과 팔을 정교하게 사용하는 고난도 공정"이라며 "단순한 절개를 넘어 물체를 잡고 방향을 바꾸면서 뼈와 살을 분리해야 해 기존 산업용 로봇만으로 자동화하기 어렵다. 향후 휴머노이드를 도입해 사람과 유사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도록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목표는 2029년 전체 도축·육가공 공정의 90% 무인화다. 나머지 10%는 현행 법령상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검사 등의 영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업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을 설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대형 도축장과 공판장의 증축·리모델링 단계부터 참여한다. 생산량과 공장 구조를 분석해 자동화에 적합한 동선을 설계하고 건축·자동화 설비·AI·로봇을 하나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으로 제안하는 방식이다.

해외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 등 해외 도축 자동화 시장은 오랜 업력을 보유한 소수 업체가 선점하고 있지만, 로보스는 기존 기계식 자동화에 AI와 로보틱스를 결합해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가 자동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생산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1차 산업의 생산 능력을 자체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국가의 식량안보와도 연결된다는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생산하는 국가가 달라질 뿐 전 세계 인구가 육류를 계속 소비하는 한 이 산업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한국과 아시아가 유럽이나 북미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기술로 생산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차 산업을 기술로 지켜내야 2·3·4차 산업도 함께 살아날 수 있다. 반도체를 비싸게 수출하면서 정작 우리가 먹을 고기를 비싸게 수입하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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