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살리겠다고 알짜 자산 팔아 퍼붓더니 SKIET는 상장 땐 차익 챙기고 적자 나니 도로 흡수한다. 배터리 계열사 떼었다 붙였다 하는 사이 희생되는 건 언제나 SK이노베이션 주주다. 정유사업 호조로 돈 잘 벌어도 주가는 박살나는 이유가 뭐겠는가. 이게 국장(국내증시) 수준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소규모 합병이라 주주총회도 없고 주식매수청구권도 없다. 반대 의사를 발행주식 20% 넘게 모아야 막을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주주는 결정권은 없이 적자 자회사의 재무 부담만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상법개정에도 개미 주주가 피해를 입는 건 여전하다."
SK이노베이션이 5년 전 상장까지 시켜 독립시킨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다시 흡수합병합니다. 회사는 재무 리스크가 계열 전체로 번지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분노에 가깝습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 대비 11.04% 내린 11만1200원에 마감했습니다. 장 중 낙폭은 17%까지 벌어졌습니다. 지난 두 달여간 정유 실적 기대감으로 쌓인 상승분의 절반 가까이를 반납했습니다. 반면 사라질 SKIET는 상한가로 치솟아 1만9960원에 마감했습니다. 상폐될 회사는 오르고 이를 떠안는 회사는 급락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입니다.
합병 구조부터 보면 SK이노베이션이 SKIET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기일은 내년 1월 1일입니다. 합병비율은 SKIET 보통주 1주당 SK이노베이션 보통주 0.117454주입니다. 지난 2019년 SK이노베이션 분리막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세운 뒤 2021년 상장한 SKIET는 SK이노베이션이 이미 지분 53.35%를 쥐고 있어 이번 합병으로 나머지 46.65%가 편입됩니다.
문제는 이 46.65%에 딸려 오는 부담입니다. 그동안 비지배주주 몫으로 빠지던 SKIET의 적자를 이제 SK이노베이션 주주가 100% 떠안게 됩니다. SKIET는 지난해 매출 2618억원에 영업손실 2464억원을 냈고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1조4095억원에 달합니다. 자기자본은 반년 만에 2조6014억원에서 1조2879억원으로 반토막 났습니다. SKIET가 직접 지고 있던 약 1조8000억원의 차입금 상환 주체도 SK이노베이션으로 바뀝니다. 투기등급까지 떨어졌던 신용등급을 방어하려 차입금을 줄여온 SK이노베이션의 별도 총차입금이 다시 12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개미들의 불만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배터리 핵심소재인 분리막 사업을 물적분할해 SKIET를 설립한 뒤 2021년 상장시켰습니다. 당시 SKIET는 일반 청약에서 약 80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공모가는 10만500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다만 물적분할 구조상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 신주가 배정되지 않은 데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주주환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성장사업이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면서 모회사 가치가 희석됐다는 논란도 이때부터 이어졌습니다.
SK이노베이션 주주가치 훼손 논란 속에 분리된 SKIET는 이후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리며 적자로 돌아섰는데요. 2021년 7월 장중 24만9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고, 이번 합병가액은 1만4783원으로 공모가의 7분의 1 수준에 그쳤습니다. SKIET 소액주주 33만5222명은 공모가 대비 약 85.9% 낮은 가치로 SK이노베이션 주식을 받습니다. SK이노베이션 주주로서는 물적분할 때 불거진 주주가치 희석 논란이 풀리지 않은 채 이번 합병으로 부담만 되풀이되는 셈입니다. 결국 잘나갈 때는 떼어내 그룹이 상장 차익을 챙기고 업황이 꺾이자 그 부담을 모회사 주주에게 돌린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유리할 때는 시장에서 돈을 뜯어가더니 불리해지니 상장 혜택도 못 본 이노 주주에게 책임을 떠넘긴다"고 성토했습니다.
주주가 이 과정에 개입할 여지도 좁습니다. 이번 합병은 신주 발행 규모가 기존 발행주식의 약 2.6%에 그쳐 상법상 소규모합병 요건을 충족합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주주총회 승인 없이 이사회 결의로 합병을 확정할 수 있고,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반대 의사를 통지할 수는 있지만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의 20% 이상이 반대해야 절차를 멈출 수 있어 사실상 막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게다가 SKIET 실적 회복이 늦어질 경우 추가로 투입할 자금에는 한도조차 정하지 않았습니다.
개미들이 더 분노하는 건 이런 부담 전가가 SKIET 한 건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배터리 셀 자회사 SK온이 적자에 허덕이자 이를 떠받치기 위해 알짜 자산과 핵심 계열사를 잇달아 동원해 왔습니다. 정유 본업에서 번 돈이 배터리 계열사의 손실을 메우는 데 쓰이는 구조가 5년째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SKIET 합병: 좋은 업황에 끼얹은 찬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SK이노베이션이 SK온을 떠받치기 위해 알짜 자산과 핵심 계열사를 잇달아 희생시켜 왔다고 짚었습니다. 2021년 주유소 부지 매각, 엔무브 지분 매각, 2023년 1조14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지난해 영구채 발행과 발전 자회사 지분 유동화 등이 대표적입니다.
전 연구원은 "약 5년째 이어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행보가 마무리되기는커녕 이젠 SKIET로 확대된다"며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는 실망감과 허탈함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사가 내세운 연간 600억원의 EBITDA 개선 효과보다 새로 귀속될 당기순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인식은 SK 계열 전반으로 번져 있습니다. 최근엔 그룹의 간판인 SK하이닉스에서도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을 프리IPO를 거쳐 나스닥에 별도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상장 시 모회사가 보유한 경제적 지분이 희석돼 기존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는 우려가 확산됐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회사에서도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개별 주주 이익보다 그룹 전략을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SK 계열에 그만큼 뿌리 깊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번 합병의 재무 충격이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SKIET는 이미 SK이노베이션의 연결 종속법인이라 적자와 차입금이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돼 있어 신용도에 미치는 즉각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이번 합병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고, NICE신용평가는 오히려 SKIET 채권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관되는 점을 반영해 SKIET를 신용등급 상향 검토 대상에 올렸습니다.
KB증권은 SKIET 가치를 0원으로 가정해도 펀더멘털 영향은 -2.7%에 그친다고 분석했고, 신영증권은 기업가치 감소 효과가 최대 7700억원 수준인데 합병 발표 후 사라진 시가총액은 2조3000억원에 달한다며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숫자로 설명되는 재무 영향과 별개로 이번 반발의 뿌리가 5년째 반복된 불신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결국 이번 합병이 배터리·소재 사업 재편의 마무리가 될지, 주주 부담 전가의 또 다른 장면으로 남을지는 무너진 주주 신뢰를 어떻게 되돌리느냐에 달렸습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SK온·SKIET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한도를 명확히 설정하고, 업황 호조에 따른 이익 증가분을 자사주 매입·소각 및 배당 확대 방안 등을 통해 기존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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