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 더 어 어~엉'
1천200여년 전 처음 울렸던 장엄하면서도 은은한 종소리가 천년 고도 경주에 울려 퍼졌다. 가을밤 공기를 가르며 그윽하게 퍼지던 종소리는 사그라드는 듯하다 다시 긴 여음을 남기며 울려 퍼지기를 반복했다.
15일 오후 7시부터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성덕대왕신종(국보) 종각에서는 신종 타음 조사 공개 행사 '모두를 위한 울림'이 열렸다. 타음조사 현장을 국민과 공유하기 위해 지난해(9월 24일)에 이어 두 번째 열린 공개회다.
이번 공개회에는 6천63명이 신청했고, 이 중 성덕대왕신종이 완성된 해인 771년의 의미를 담아 사전추첨을 통해 771명이 현장에서 신종의 울림을 생생하게 감상했다.
특히 올해 공개회는 신종의 소리가 지닌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들을 특별히 초청해 함께 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히어링루프라는 보조기구를 설치하고 수어 통역도 했다.
이날 타종에 앞서 시각장애인 전통음악 연주단체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이 관현악곡 '생소병주-수룡음'과 합창곡 '모두의 노래 아리랑'을 들려주는 공연을 했다.
이어진 타음조사에는 국가무형유산 주철장 이수자 원천수 씨와 박물관 직원 이재권 씨가 타종자로 나서 12번 종을 쳤다. 이들은 길이 187cm, 두께 35cm의 당목을 잡고 연꽃무늬 당좌(종 치는 자리)를 쳐 장엄하면서도 은은한 종소리가 경주의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종을 치는 세기를 달리해 타종 강도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폈다.
'에밀레종'으로 많이 알려진 국보 성덕대왕신종은 통일신라시대 경덕왕(재위 742~765)이 부친 성덕왕(재위 702~737)을 추모하며 만들기 시작했지만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미완의 종은 아들 혜공왕(재위 765~780)이 대를 이어 771년 완성했다.
높이 3.66m, 무게 18.9톤 청동 범종으로,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종 가운데 가장 큰 종이다. 웅장한 규모뿐만 아니라 다채롭고 아름다운 비천 문양, 깊은 울림 등으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992년 성덕대왕신종의 정기 타종을 중단 한 이후 신종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1996년, 2001∼2003년, 2020∼2022년 종 표면과 내부 안정성을 파악하기 위한 타음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5개년 계획으로 다시 시작한 정기 타음 조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타음 조사 결과, 고유 주파수는 과거 측정값과 비교해 ±0.1% 이내의 미세한 차이를 보였고, 맥놀이도 과거 주기와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종 표면도 초고해상도 촬영 결과 특별한 손상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 볼 때 1996년 이후 30년간 구조적 안정성이 유지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타음조사를 통해 축적된 지료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신종에 적합한 조사 방법과 조사 주기, 타종 강도, 상태 점검 기준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해 나가고 체계적인 보존관리 시스템과 타종 매뉴얼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신종 타음 조사는 종의 상태를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앞으로의 보존 관리와 활용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며 "올해도 조사 현장을 국민에 공개하고 울림을 함께 들을 수 있었다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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