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시장에 합류하면서 국내 증권사 간 조달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신규 사업자들이 잇달아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삼성증권까지 가세하면서 발행어음 사업자는 8개사로 늘었다. 증권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금리 경쟁이 더 거세질지 주목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삼성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의결했다.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추진한 지 약 9년 만이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IB가 자기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이다. 은행 예적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다.
삼성증권은 앞서 지난 2017년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정책에 따라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추진했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인가가 지연됐다. 이후 지난해 7월 금융당국에 다시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고, 약 14개월 만에 최종 승인을 받았다. 삼성증권의 합류로 국내 발행어음 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KB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을 포함해 8개사로 늘었다.
발행어음 시장 자체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는 7개 증권사의 발행 잔액은 55조92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말 4개사의 발행 잔액이 44조3912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6.0% 증가했다. 지난해 말(51조3000억 원)과 비교해도 올해 상반기에만 9.0%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말 키움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 등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면서 사업자 수가 4개사에서 7개사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의 가세로 발행어음 시장의 외형 확대뿐 아니라 증권사 간 자금 조달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과 채권, 대출 등으로 운용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따라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높은 금리를 제시할수록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진다.
특히 삼성증권은 개인 고객을 기반으로 한 자산관리(WM) 사업에서 강점이 있어 기존 고객을 발행어음 상품으로 유입시킬 수 있다는 점이 경쟁 변수로 꼽힌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증권의 리테일 고객자산은 652조4000억 원에 달한다.
실제로 최근 증권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발행어음 금리를 잇달아 높이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365일 만기 발행어음 금리를 연 4.9%, 181일 만기는 연 4.7%로 제시하며 특판에 나섰다. 신한투자증권도 6개월 만기 상품에 연 4.5%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는 등 신규 사업자들이 고객 확보를 위한 금리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도 금리 조정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1년 만기 개인 고객 대상 발행어음 금리를 기존 연 3.65%에서 연 3.85%로 올렸다.
삼성증권이 본격적으로 상품을 출시하면 고객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규 사업자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특판 상품을 활용하고 있어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 간 금리 경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가 관건이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올해 6월 말 기준 8조1566억 원이다. 현행 규정상 발행어음 발행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까지여서 이론적으로는 최대 16조3000억 원 규모까지 발행할 수 있다.
다만 자기자본 규모가 크다고 실제 발행 규모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조달한 자금의 일정 비율 이상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운용해야 하는 만큼, 증권사 입장에서는 조달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운용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증권 역시 확보한 자금을 기업금융과 IB 사업 등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지난해 7월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한 메리츠증권의 행보에도 관심을 보인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이미 외부평가위원회와 현장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증권선물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와 메리츠금융지주 주식교환 과정에서 제기된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등이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이 8조3495억 원으로 국내 36개 증권사 가운데 네 번째로 많다. 삼성증권보다도 1929억 원 큰 규모로, 발행어음 사업을 위한 자본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경우 기존 IB 경쟁력을 바탕으로 조달 자금을 기업금융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발행어음 시장의 경쟁이 단순한 금리 경쟁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느냐가 수익성을 좌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은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오는 것만으로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조달 비용을 감안해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업금융이나 투자처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과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기업금융 분야에서 증권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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