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관절염은 물건을 잡거나 글씨를 쓰는 평범한 일상마저 힘들게 한다. 약물이나 주사 치료로 통증이 잡히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하지만, 관절을 고정할 경우 움직임을 포기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특히 손을 계속 써야 하는 직업을 가진 환자에게는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관절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만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탈신경술(denervation)'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경철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원장과 우상현 병원장이 손가락 관절염 환자에게 탈신경술을 시행한 결과 통증이 크게 감소하고 손 기능과 악력도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Archives of Hand and Microsurgery'에 발표했다.
◆관절은 그대로 두고 '통증 신호'만 차단
손가락에는 감각을 담당하는 주요 신경이 지나가고 여기서 작은 신경 가지가 갈라져 각각의 관절과 연결된다. 탈신경술은 손가락의 정상적인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은 보존하고, 관절에서 통증을 전달하는 감각신경 가지만 선택적으로 절제하는 방식이다.
김 원장은 "관절을 없애거나 굳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은 유지하면서 통증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붙여넣은 마크다운
기존 관절 고정술은 아픈 관절을 움직이지 않도록 해 통증을 줄이는 효과는 확실하지만 해당 마디를 다시 굽히기 어렵다. 관절 성형술은 움직임을 보존할 수 있지만 삽입물 파손이나 불안정성 등의 한계가 있다. 반면 탈신경술은 뼈와 관절을 그대로 보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김 원장이 이 수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약을 먹어도 통증이 잡히지 않으면서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환자들 때문이었다. 그는 "약을 먹으면서 통증이 조절되는 환자는 수술할 필요가 없다"며 "충분히 치료했는데도 견디기 어렵거나 약물 부작용 등으로 장기간 복용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증 5.03→1.57점…진통제 복용도 크게 줄어
연구진은 2017~2024년 3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를 했는데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약물 부작용으로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웠던 환자 28명의 30개 관절을 분석했다. 평균 나이는 60.5세였다.
결과는 뚜렷했다. 10점을 최악의 통증으로 평가하는 시각통증척도(VAS)는 수술 전 평균 5.03점에서 수술 후 1.57점으로 낮아졌다. 팔과 손의 기능장애를 평가하는 QuickDASH 점수도 42.0점에서 25.0점으로 개선됐으며, 정상 손과 비교한 아픈 손의 악력은 70%에서 77%로 높아졌다.
특히 수술 전에는 모든 환자가 통증 때문에 매일 약을 먹었지만 수술 후에는 16.7%만 간헐적으로 진통제를 사용했다. 김 원장은 "통증 때문에 손을 움직이지 않던 환자가 통증이 줄면서 원래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까지 다시 사용하게 돼 기능도 함께 좋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연구에 포함된 58세 도서관 사서는 약물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았지만 관절 고정술을 원하지 않았다. 탈신경술 후 2주 이내 가벼운 업무에 복귀했고 4주 뒤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해졌다. 26개월 뒤에도 통증점수는 수술 전 4점에서 1점으로 낮아진 상태를 유지했다.
◆관절염 치료 아닌 '대안'…장기 연구 필요
주의할 점은 탈신경술이 관절염 자체를 치료하는 수술은 아니라는 것이다. 손상된 연골이 되살아나거나 관절염 진행을 막는 것이 아니라 통증 신호를 줄이는 치료다. 실제 일부 환자는 수술 후 X선에서 관절염이 진행됐지만 통증 감소와 손 기능은 유지됐다.
김 원장은 특히 60~70대에도 일을 계속해야 하거나 여러 손가락 관절이 동시에 나빠져 관절 고정술을 하면 손 기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는 환자에게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수술 후에는 약 2주간 상처를 관리하면서 가벼운 관절운동을 하고, 3주 정도까지 무리한 사용을 피하면 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감염이나 수술 실패 등 중대한 합병증은 없었다. 3건에서 일시적인 손가락 저림이 발생했지만 모두 3개월 이내 회복됐다. 다만 연구 대상이 28명으로 적고 후향적 연구라는 점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 역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7~10년이 지난 환자 가운데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사례가 있지만 환자 수가 늘어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탈신경술은 모든 환자에게 권하는 수술이 아니라, 충분한 치료에도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일을 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관절의 움직임을 살리면서 통증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김경태 W병원 정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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