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를 쫓아낸다며 30대 조카를 철제 구조물에 결박한 채 3시간 가까이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80대 무속인에게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한 항소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2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심모(81)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살인과 살인방조 혐의로 기소된 심씨의 자녀와 신도 등 공범 6명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판결도 함께 파기했다.
심씨 등은 2024년 9월 18일 인천 부평구 음식점에서 30대 여성 A씨에게 3시간 동안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심씨는 조카인 A씨가 가게 일을 그만두고 자기 곁을 떠나려 하자 "모친을 죽이고 싶어 하는 악귀를 제거해야 한다"며 신도와 자녀를 동원해 철제구조물을 제작했다.
이들은 철제구조물 위에 A씨를 엎드린 상태로 결박한 뒤 밑에 놓인 대야에 불이 붙은 숯을 계속 넣었다. A씨가 의식을 완전히 잃은 뒤에도 즉시 구조를 요청하지 않고 철제 구조물을 해체하는 등 현장을 정리했다. A씨는 같은 달 20일 전신의 약 25%에 이르는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장기부전 등으로 숨졌다.
1심은 심씨 등의 살인과 살인방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심씨에게 무기징역을, 나머지 공범 6명에게 각각 징역 10~25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살인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상해치사·상해치사방조를 적용해 심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공범들에게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주술의식의 효험을 상당히 믿고 있었던 만큼 미필적 고의를 추단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을 경우 인정된다.
대법원은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기 위해 반드시 계획적인 살해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자신의 행위로 다른 사람이 사망할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철사로 묶고 그 밑에 불붙인 숯을 두어 가열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대단히 잔혹하고 위험한 것"이라며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령 피고인들이 이 사건 주술의식의 효력을 진정으로 믿었다 하더라도 그 주술의식에 내재된 사망의 위험성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이상 악귀 퇴치의 의도를 이유로 살인의 고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오빠와 심씨 자녀(사촌언니)에 대해서도 살인방조를 인정했다. 주술의식 전 위험성을 듣고 현장을 지켜보면서도 제지하거나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이를 부작위에 의한 살인방조로 봤다.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를 받게 됐다. 대법원이 살인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만큼, 심씨와 공범들에 대한 형량은 2심보다 대폭 높아질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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