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영 논설위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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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정] 대구한의대 이희수 교수, '와인의 품격' 특강

    [동정] 대구한의대 이희수 교수, '와인의 품격' 특강

    이희수 대구한의대 미래라이프융합대학 메디푸드HMR산업학과 교수(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한국음주문화관리협회 회장)는 5월 18일 경남인재개발원 미래설계과정에서 퇴직을 앞둔 공무원을 대상으로 '와인의 품격'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2026-05-19 15:17:48

  • 이동건 경산노인전문병원 사무국장, 보건복지부 장관상

    이동건 경산노인전문병원 사무국장, 보건복지부 장관상

    이동건 경북도립경산노인전문병원 사무국장(대한병원행정관리자협회 대구광역시회장)이 5월 15일 지역 보건의료 발전과 사회공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동건 사무국장은 "앞으로도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선진 노인 의료 서비스 제공과 보건행정 발전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2026-05-19 15:10:56

  • [야고부-김교영] 이수지의 유치원 풍자

    [야고부-김교영] 이수지의 유치원 풍자

    "학부모는 자기 아이가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선생님에게 특별한 요구를 한다"면서 "이게 한국에서 논의되는 중요한 문제다. 이 영상이 큰 화제(話題)가 된 이유 중 하나도 사람들이 영상 속에서 어떤 불편한 진실을 봤기 때문이다." 인종·문화·한류 분야의 석학인 샘 리처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가 지난 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코미디언 이수지의 유치원 풍자(諷刺) 콘텐츠를 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 콘텐츠가 풍자를 넘어 사회적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고도 했다. 지난 4월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공개된 '극한직업-유치원 교사 이민지 씨' 영상이 국민들을 웃기고 울리고 있다. 이수지가 '유치원 교사 이민지'로 등장해 고달픈 일상(日常)을 보여주는 페이크(fake) 다큐멘터리다. 이수지 특유의 과장된 액션과 하이톤 목소리는 웃음을 자아낸다. 웃음 뒤엔 '극한의 직업'이란 현실이 있다. 몇 장면을 소개한다. #1. 이민지 교사는 "아이고 어머니 그러셨어요"라며 밝은 미소와 긍정의 마음으로 학부모를 대한다. #2. 학부모가 "선생님이 아이와 가위바위보 해서 이겼다더라"면서 CCTV 확인을 요구한다. 교사는 "아이들의 정서 보호를 위해 가위바위보 결과도 무승부로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자 학부모는 "그럼 아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거냐"며 윽박지른다. #3. 아이가 모기에 물렸다. 교사는 "구급차 불러달라. 아이가 가려워 죽는다"면서 눈물을 쏟는다. 다소 과장된 설정이다. 그러나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은 "모기에 물리거나 감기에 걸리는 것들도 교사의 부주의(不注意) 탓으로 돌리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공감한다. 지난 2월 한 유치원 교사가 '독감 속에서도 독박 수업'을 진행하다 숨졌다. 이 사건은 유치원·어린이집 교사의 처우(處遇)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 전교조가 사립유치원 교사(2천324명)를 대상으로 '병가 사용 실태' 조사를 한 결과, '독감에 걸렸음에도 출근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73.6%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대체인력 부족'(71%), '관리자 눈치·압박'(67.6%) 등을 꼽았다. 어린이집·유치원 교사에 대한 처우는 돌봄과 교육의 품질로 이어진다.

    2026-05-15 05:00:00

  • [야고부-김교영] 출렁다리 259개

    [야고부-김교영] 출렁다리 259개

    2023년 개통된 경북 영천 보현산댐 출렁다리는 관광 명소다. 길이는 무려 530m. 국내에서 두 번째 긴 출렁다리다. 화사한 봄날, 보현산댐 출렁다리는 경향(京鄕) 각지의 사투리가 들릴 만큼 관광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출렁다리는 보현산댐 수면 위를 가로지른다. 다리 중간쯤 이르니 정신이 아득했다. 빼어난 경관에 취한 것은 잠시, 강풍에 다리가 후들거려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출렁다리는 계곡을 잇거나 강을 건너는 구조물(構造物)이다. 과거엔 구름다리, 보행교로 불렸다. 출렁다리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계기는 2018년 소금산 출렁다리(강원도 원주시 간현관광지) 개통이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당시 국내 최장·최고(길이 200m·높이 100m) 규모를 자랑하며, SNS와 유튜브를 통해 유명세를 탔다. 이후 전국에서 출렁다리 놓기 열풍이 불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출렁다리 건설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국내 최장' '아시아 최고'란 타이틀을 놓고 지자체들이 무한 경쟁을 벌였다. 타이틀 매치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국내 출렁다리는 2010년 110개에서 지난해 259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전국 시·군·구가 226개이니, 평균적으로 기초지자체에 출렁다리가 1개 이상인 셈이다. 여기도 출렁, 저기도 출렁. 처음엔 신통방통했으나, 지금은 식상(食傷)하다. 출렁다리는 짜릿한 체험과 빼어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당연히 관광객 유치(誘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유효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효과는 오래가지 않고 건설과 관리·유지에 많은 돈이 든다. 전국에서 '신장개업'이 잇따르니, 구경꾼들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출렁다리의 방문객은 개장 첫해(2021년) 103만 명이었으나, 지난해 73만 명으로 줄었다. 얼마 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출렁다리는 준공 다음 해에 관광객 수가 정점을 찍고, 7년 지나면 관광객 유치 효과를 상실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출렁다리만 문제일까. 삼천리금수강산(三千里錦繡江山)에 케이블카,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없는 곳이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공시설물 설립 공약들이 넘쳐난다. 심지어 수천억원 드는 돔구장을 짓겠다는 후보들도 있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2026-05-08 05:00:00

  • [동정] 김교덕 서예가, 2026 경북서예전람회 대상

    [동정] 김교덕 서예가, 2026 경북서예전람회 대상

    서예가 김교덕 씨(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가 제26회 경상북도서예전람회에 행초서 분야로 출품해, 4일 대상에 선정됐다. 사단법인 한국서가협회 경북도지회가 주최한 이번 대회의 시상식 일정은 6월 25일 오후 2시 경북 문경실내체육관. 수상작 전시회는 6월 25~28일 문경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김 씨는 영남대 재학 시절 서예 동아리 '한묵연'에서 활동했으며, 정년퇴직 후 서예와 서각을 본격적으로 연마했다.

    2026-05-04 13:20:44

  • [이런일] 첨단요양병원·칠곡경북대병원 업무 협력 강화

    [이런일] 첨단요양병원·칠곡경북대병원 업무 협력 강화

    대구 첨단요양병원(병원장 김규종)과 칠곡경북대병원(원장 김종광)은 진료 의뢰 및 회송 업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칠곡경북대병원 진료협력센터는 4월 30일 첨단요양병원을 방문해 진료의뢰 시스템을 점검하고, 의료진 현황과 혈액투석센터, 병실 환경 등 의료 인프라를 확인했다.

    2026-05-03 12:46:29

  • [야고부-김교영] 민주주의 효시 2·28

    [야고부-김교영] 민주주의 효시 2·28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은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당성을 선언하는 문장이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계승할 것인지를 압축한 것이다. 특히 오늘의 민주주의가 어떤 뿌리에서 출발했는지 분명히 밝히는 기술(記述)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구 2·28민주운동을 헌법 전문에 명시해야 한다는 요구는 충분한 근거와 당위성을 갖는다. 2·28은 단순한 지역 사건이 아니다. 1960년 2월 28일, 자유당 정권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에 맞서 경북고·대구고 등 대구의 8개 고교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 저항했다. 대한민국 현대사 최초의 민주운동이다. 이 불씨는 3·15 의거와 4·19 혁명으로 이어지며 독재(獨裁)정권을 무너뜨렸다. 한국 민주주의의 과정에서 2·28은 명백한 출발점이다. 헌법 전문에는 4·19 혁명('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만 명시(明示)돼 있다. 문제는 최근 개헌 논의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의 수록을 논의하면서도 2·28은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민주화의 기원을 외면하는 행태다. 또한 특정 지역 편중(偏重)이다. 2·28은 201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2·2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10여 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다. 대구시의회가 건의문을 채택했고, 관련 단체들도 정치권에 끊임없이 요구했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헌법 전문에 개별 사건을 계속 추가할 경우 형평성(衡平性) 논란과 과도한 나열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헌법 전문이 '사건 목록'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선언'이란 점을 감안하면, 역사적 분기점이 되는 사건을 선별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오히려 필요하다. 2·28은 그 기준(최초성·역사적 영향력·민주주의 발전에 기여)을 모두 충족한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특정 지역의 요구로 비칠 경우 논쟁은 소모적으로 흐를 수 있다. 그러나 2·28의 본질은 '대구'가 아니라 '대한민국 시민'의 각성(覺醒)에 있다. 지역의 기억을 국가의 기억으로 확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2·28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2026-05-01 05:00:00

  • [매일칼럼-김교영] 일터인가, 전쟁터인가

    [매일칼럼-김교영] 일터인가, 전쟁터인가

    살기 위해 일을 하는데, 일을 하다가 죽는다. 이토록 허망(虛妄)한 일이 있을까.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가족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질까. 슬프고, 미안하고, 억울해서…. 지난해 산업재해(産業災害) 사망자는 605명이었다. 몇 명이 줄어도 모자랄 판에 전년보다 16명(2.7%) 늘었다. 하루 2명이 일터에 갔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것이다.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자는 113명이다. 건설업 사망자 감소 영향으로 전년보다 24명(17.5%) 줄었다. 정부는 점검과 감독을 강화한 결과라고 자평(自評)한다. 안전대 착용과 같은 기본 수칙을 강조하고, 고위험(高危險) 사업장을 집중 관리한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성과'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짧은 기간의 단순한 수치 감소를 정책 성과로 떠벌리는 것은 보기에도 민망(憫惘)하다. 건설업 사망자 감소는 다행스럽지만, '건설 경기 침체 여파'란 요인을 배제(排除)할 수 있나? 더욱이 제조업에선 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같은 기간 제조업 산재 사망자는 52명으로 23명(79%) 증가했다. 특정 대형 사고(14명이 숨진 대전 안전공업 화재)를 제외하더라도 사망자가 늘었다. 변명의 여지가 있는가. 불리한 현실은 덮고 유리한 통계만 강조하는 태도로는 산재를 줄일 수 없다. 우리나라 산재 사망률은 최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유럽연합(EU)보다 5배 높다. 국제노동기구(ILO) 자료(2022년 기준)를 보면, 한국의 근로자 10만 명당 '치명적(致命的) 산재'(사고 발생일 1년 내 사망) 희생자 수는 4.3명이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훨씬 낮은 몽골(4.8명), 콜롬비아(4.7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란 말이 부끄럽다. 우리나라 산재는 여전히 '후진국형'이다. 반복되는 추락, 끼임, 폭발 사고는 안전에 대한 인식과 구조(構造)의 문제다. 삼립 시화공장에선 지난해 5월 5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이곳에서 올해 2월 불이 나 3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다쳤다. 지난 10일엔 근로자 2명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사업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는 현실은 참담(慘澹)하다. 위험이 외주화(外注化)되고, 안전은 비용으로 취급되는 사회에서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작가 김훈은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일하다가 일터에서 죽는다. 동료가 죽은 자리에서 다시 일하다가 죽는다"고 일갈( 一喝)했다. 그의 말처럼 죽음이 반복되면 그것은 '사고'가 아니라 '구조'가 된다. 죽음이 통계로만 소비되는 사회는 감수성(感受性)을 잃은 곳이다. 산재는 진영과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생명과 안전은 보수와 진보를 초월한 인류의 절대적 가치다. 일터에서 사람이 죽는 현실을 방치한 채 '개혁' '성장' '안정'을 운운하는 것은 반문명·반인륜적이다. 하루에 2명의 노동자가 온전하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은 어떤 경제 성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반도체를 만들고, 자동차를 수출하고, AI 강국이 되면 무얼 하나. 그 뒤편에선 떨어지고, 끼이고, 질식하는 사고가 끊이질 않는데…. 4월 28일은 두 번째 맞는 '산재근로자의 날'이다. 일하다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기억하고, 안전한 일터를 다짐하는 날이다. 왜 우리는 노동자의 무탈(無頉)한 귀가를 보장하지 못하는가. '직(職)을 걸겠다'는 결기만으론 한참 부족하다.

    2026-04-28 05:00:00

  • [이런일] 이희수 대구한의대 교수 와인 특강

    [이런일] 이희수 대구한의대 교수 와인 특강

    이희수 대구한의대 메디푸드HMR산업학과 학과장은 4월 23~24일 열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주최 창업기업 육성 프로그램에서 '와인의 품격'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2026-04-27 12:09:35

  • [야고부-김교영] 사랑을 잃은 청춘

    [야고부-김교영] 사랑을 잃은 청춘

    결혼 소식이 답지(遝至)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뤘던 결혼식이 몰린 탓인가? 아무렴 어떤가. 지난 2월 태어난 아기가 7년 만에 가장 많았다는 뉴스도 반갑다. '인구 절벽'의 그늘에도 봄 햇살은 깃든다. 그러나 결혼과 연애를 꺼리는 청년이 많다는 점은 여전한 현실이다. 경제적 여건이 '청춘 사업'(연애·결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집값, 육아, 교육비는 결혼을 부담스러운 선택으로 만든다.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많은 이들은 연애조차 미룬다. 사랑과 결혼이 돈에 얽매인 세상이 안타깝다. 속물근성(俗物根性)이라고 탓할 수도 없다. 연애를 하기도 전에 상대의 학벌, 직업, 연봉, 자산을 따진다. '조건'이란 필터가 사랑의 관문을 막고 있다. 외모지상주의(外貌至上主義)는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를 왜곡한다. 방송사의 연애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를 더 부추긴다. '명문대' '고액 연봉' '능력자' '전문직' '미모' 같은 말들을 스스럼없이 쏟아낸다. 미디어와 SNS는 완벽한 얼굴과 몸매를 강조한다. 외모는 개성이 아니라, 획일적(?) 기준으로 평가된다. 영화 '파반느'를 보면서 느낀 생각들이다. 이 영화는 인간 소외(疏外)를 다루면서 사랑의 의미를 일깨운다. 연필로 꾹꾹 눌러 쓴 듯한 대사와 문학적 서정(영화의 원작은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으로 채워진 영화다. 엄마를 버린 아버지 때문에 상처 입은 경록(문상민 분)은 백화점 주차장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외톨이처럼 일하는 미정(고아성 분)을 본다. 잘생긴 경록은 초라한 외모 탓에 무시를 당하는 미정에게 관심을 갖는다. 경록의 진심은 미정의 닫힌 마음을 연다. 자극적인 서사(敍事)가 없는 영화다. 대신 사랑과 관계의 본질을 조용히 묻는다.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를 떠올리게 한다. 파반느는 완벽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부족하고 흔들리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사랑을 다룬다. 조건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보고, 서두르지 않으며 관계를 맺어 가는 모습이 돋보인다. 파반느(pavane)는 르네상스 시대 궁정(宮廷)에서 유행한 느린 춤이다. 사랑은 두 사람이 서툰 걸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아닐까. 파반느라는 춤처럼.

    2026-04-24 05:00:00

  • [야고부-김교영] 달성공원 동물원

    [야고부-김교영] 달성공원 동물원

    늑구야, 어디 있니? 지난 8일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늑대 '늑구'의 행방이 묘연(杳然)하다. 며칠 전 늑구의 행적을 확인한 구조 팀이 포획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늑구는 '나 잡아 봐라'는 듯 포위망을 뚫고 사라졌다. 사람들은 불안하면서도 늑구가 살아 돌아오길 바란다. 시민이 제작한 실시간 추적 홈페이지 '어디 가니 늑구맵'도 등장했다. 늑구는 왜 우리를 뛰쳐나갔을까. 그 생각은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에 닿는다. 소싯적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동물원은 서글픈 인간의 노년(老年)을 닮았다. 지난 14일 매일신문 보도는 그곳의 열악한 실상을 알려 줬다. 배설물 냄새가 진동했고, 낡은 철장은 녹이 슬었다. 동물들은 좁은 우리 안을 맴돈다. 어떤 동물은 꼼짝도 않는다. 아이들은 생기 잃은 동물들의 모습에 실망한다. "왜 물개는 잠만 자요?" 달성공원 동물들은 하소연한다. 사자는 아이들에게 용맹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너구리도 깜찍한 표정으로 사랑받고 싶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지쳤다. 터줏대감 코끼리(50세로 추정)는 서 있는 게 힘들다. 긴 세월 답답한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삶의 의욕도 떨어졌다. 원숭이는 사람 구경이 낙(樂)이다. 노인들이 골목 평상에서 '사람 바라기' 하듯이. 이곳 동물들은 사람 품에 안겼거나 유모차에 있는 반려견을 보면, 계급의식을 느낀다. "너는 반려(伴侶)동물, 나는 전시(展示) 동물. 계급이 다르네." 달성공원 동물원의 시설 노후와 동물권 침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70년 조성 이후 대규모 시설 개선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물원이 사적지(史蹟地)인 달성토성 내부에 있어서 개보수가 쉽지 않다. 동물원이 이전(수성구 대구대공원 내) 예정이어서, 관리·유지에 급급한 형편이다. 새 동물원은 달성공원보다 10배 넓은 부지에 조성된다. 동물들의 생활 여건도 좋아질 것이라 한다. 개장 목표일은 2028년 5월. 동물들은 2년을 더 버텨야 한다. 일본 홋카이도에 '아사히야마동물원'이 있다. 폐원(閉園) 위기에 몰렸던 이 동물원은 동물 복지와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명소가 됐다. 대구대공원에 들어설 동물원은 '동물 복지'를 우선해야 한다. 세상이 변했다. 동물을 가둬 놓고 구경하는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다.

    2026-04-17 05:00:00

  • [야고부-김교영] 문해력 위기

    [야고부-김교영] 문해력 위기

    '리포트를 금일(今日)까지 제출하라'란 말을 '금요일까지 제출'로 이해한 대학생, '중식(中食) 제공한다'는 가정통신문에 '우리 아이는 중국 음식 싫어한다'고 답한 부모. 어이없는 얘기처럼 들리나, 누군가는 '그게 뭐가 이상하냐'고 반문한다. 매일신문의 기획보도 '문해력(文解力) 위기'가 보여 준 실상은 심각하다. 글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문해력 저하 문제는 교육의 위기로 확대된다. 고교생 10명 중 3명은 긴 글을 10분 이상 집중해 읽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문해력은 모든 학습의 기초다. 수능시험에서 국어가 영어·수학보다 어려운 과목이 됐고, 수학 문항에 나온 지문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수험생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문해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매체(媒體·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꼽는다. 매체가 글에서 영상 중심으로 전환되고, 유아기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되면서 긴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는 경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종이신문 대신 알고리즘이 차려 준 기사를 스마트폰으로 훑어보고, 독서는 않고 책 소개 영상만 본다. 특히 짧고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에 중독(中毒)되면, 지적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 최근 미국 조지아대 연구 팀은 10세 전후 청소년 1만2천 명을 4년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핵심은 소셜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일수록 어휘력·이해력·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숏폼 콘텐츠는 중독성이 강하다.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들을 중독시키기 위해 알고리즘과 앱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성장기에 숏폼에 자주 노출(露出)되면,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의사소통 능력이 발달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16세 미만의 SNS 접근을 전면 차단하는 법을 시행했고, 프랑스는 오는 9월부터 15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를 보면,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過依存) 위험군이다. 그런데도 규제는 없다시피 하다. 올 3월부터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관련 법(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됐을 뿐이다. 국회에는 청소년의 SNS 이용 및 알고리즘 규제를 위한 법안들이 잠자고 있다.

    2026-04-10 05:00:00

  • [매일칼럼-김교영] '바보 이반'이 세상을 지킨다

    [매일칼럼-김교영] '바보 이반'이 세상을 지킨다

    '바보 이반'은 레프 톨스토이가 러시아 민담(民譚)을 바탕으로 지은 소설이다. 삼형제와 악마가 얽힌 이야기다. 막내 이반은 바보스럽다. 세상은 이반의 어리석음을 조롱한다. 그 어리석음은 이반의 양심이다. 톨스토이는 이 소설을 통해 제정러시아의 폭력과 탐욕을 비판했다. 농민을 짓밟는 권력과 힘을 숭상하는 국가의 논리를 조곤조곤 반박했다. 이반은 악마의 계책을 물리친다. 악의(惡意)가 선의(善意)에 굴복한 것이다. 이반은 악마에게 귀리로 군대를 만드는 마법을 배운다. 이반이 만들어 준 군대를 내세워 출세한 형은 군대를 더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이반은 거절한다. "형님 병사들이 사람을 때려죽였기 때문이에요. 저는 병사들이 노래나 부르는 줄 알았는데…." 사람을 즐겁게 하려고 군대를 만들었다니, 무슨 꿈같은 소리인가. 하나, 웃고 넘길 일은 아니다. 톨스토이는 묻는다. 국가와 군대가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다면, 이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반의 '바보 행진'은 이어진다. 이반은 공주의 병을 고쳐 주면 왕의 사위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궁궐로 향한다. 그에겐 묘약(妙藥)인 나무뿌리 하나가 있기 때문이다. 부귀영화를 누릴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러나 그는 길가의 병든 거지에게 나무뿌리를 내준다. 고민은 없었다, 그저 양심을 따랐다. 오늘 우리는 어떤가. 돈과 권력 앞에서 망설임 없이 약자를 밀쳐 내지 않는가.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년 작)은 억압과 낭만이 공존했던 시대의 초상(肖像)이다. 철학과 학생 병태는 미팅에서 불문과의 영자를 만난다. 영자, "까뮈의 '이방인' 읽어보셨어요?" 병태, "읽어봤죠." 영자, "어머머. 실력파시네요. 잘됐다. 초면에 부탁 하나 드려도 되죠?" 병태, "뭔데요?" 영자, "리포트 좀 써 주세요." 그렇게 인연이 됐다. 병태는 영자에게 결혼하자고 한다. 영자는 철학과 출신은 전망이 없다며 선을 긋는다. 그러나 영자는 순수한 병태가 좋다. 두 사람은 사랑에 서툴렀고, 세상에 무력했다. 그들의 서툶은 타인과 세상에 무해(無害)했다. 능력이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숨막히는 오늘, 그 시절의 '바보스러움'은 숨통을 틔운다. 난득호도(難得糊塗)는 중국인들이 가훈으로 즐겨 쓰는 사자성어다. '호도'는 '풀칠'(풀칠하면 바탕이 가려짐)을 말하며, 똑똑함을 감추는 것을 상징한다. 즉, 난득호도는 '똑똑함을 감추고 바보처럼 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노자(老子)의 '도덕경'에 대교약졸(大巧若拙), 대변약눌(大辯若訥)이 나온다. 뛰어난 기교는 서툴러 보이고, 달변은 더듬는 듯하다는 말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다. 한 걸음 물러서 타인의 고통을 먼저 살핀다. 정치는 권력을 휘두르는 권리가 아니라, 권력을 절제하는 윤리(倫理)여야 한다. 군대를 더 만들어 달라는 형의 요구를 거절한 이반의 태도는 낭만이 아니라 원칙이다. 폭력을 거부하는 선택, 약자를 먼저 돌보는 결단, 눈앞의 이익을 내려놓는 용기, 이야말로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넘친다. 그러나 총명함이 공동선을 향하지 않으면, 탐욕의 칼이 된다. 얄팍한 재주를 믿고 날뛰는 자들이 많다.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세상을 속이고,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운다. 그 끝은 참담하다. 욕망에 휩쓸려 패가망신(敗家亡身)하고, 권력에 눈멀어 나라를 망친다. 세상을 이끈다고 떠드는 자들이여, 착각하지 마라. 세상을 지키는 자는 바보 이반들이다.

    2026-04-07 05:00:00

  • [야고부-김교영] '김부겸 열풍'

    [야고부-김교영] '김부겸 열풍'

    '보수의 텃밭' 대구에 '김부겸 열풍'이 불고 있다. '김부겸 대구시장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說往說來)가 한창이다. 그 여파는 대구를 넘어 경북에 닿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김부겸 전 총리와 '인연'을 앞세우는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 전 총리와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걸거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고 있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김부겸 마케팅은 필수" "김 전 총리의 출마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고 한다. 여기도 김부겸, 저기도 김부겸이다. 국민의힘의 오만과 헛발질이 부른 결과다. 밋밋했던 대구시장 선거가 뜨거워졌다. 흥미진진한 선거판이다. 선거는 '바람'이라고 한다. 민주당 출마자들이 '김부겸 바람'에 올라타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다. 과거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노무현·박근혜 마케팅도 성행했다. 다만, 그 바람이 다른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릴까 저어된다. 정책 경쟁은 뒷전이고 '김부겸 마케팅'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정치적 자립 의지의 부재를 드러낼 뿐이다. 선거에서 인지도와 상징성은 중요하다. 대구는 민주당에 '정치적 험지'다. 이런 정치 지형에서 자당(自黨)의 유력 정치인 출마는 선거판의 대형 호재(好材)다. 그러나 여기에 매몰되면 정책은 실종된다. 대구를 위한 정책은 없고 '김부겸과 가깝다'는 메시지뿐이라면, 이는 선거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김 전 총리는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지역 숙원(宿願)을 정부·여당의 지원을 통해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출마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요청을 수락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았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신공항은 부진하고, 행정통합은 무산되고, 청년들은 떠나고 있다. 그러니 대구 민심이 흔들릴 수밖에. 유권자들은 냉정해야 한다. 김 전 총리의 출마가 대구를 위한 '선물 보따리'가 될지, 단지 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위한 '비단 주머니'('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비단 주머니에 넣어 측근에게 준 비책)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그 지원책이 김 전 총리의 당선을 전제(前提)로 한 것이라면, 이는 절박한 대구 민심을 우롱하는 짓이다.

    2026-04-03 05:00:00

  • [야고부-김교영] '치매머니'

    [야고부-김교영] '치매머니'

    '치매머니'는 치매 환자의 자산을 일컫는다. 아들을 선생님, 딸을 여사님이라 부르는 치매 노인들의 재산은 범죄의 표적이 된다. 인지력, 사고력, 기억력이 떨어진 치매 환자가 자신의 돈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족·친척, 혹은 제3자가 통장의 돈을 빼가거나 사기를 쳐도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치매머니가 사회 문제로 불거졌다. 국내 치매머니는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는 154조원에 이른다. 이는 2023년 기준이며, 2050년 488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 자산(소득·부동산·금융자산) 전수조사(全數調査)' 결과다. 한국에선 치매머니 보호 제도가 허술하다. 치매 노인의 금융자산과 부동산은 무단(無斷) 인출, 편법 증여, 조직적 약탈에 노출된다. 치매가 발병하면 금융 거래는 사실상 가족의 양심과 선의(善意)에 맡겨진다. 가족이 없다면 더 난감하다. 설사 가족이 있어도 그 가족이 남보다 못하면, 상상을 초월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치매 노인의 법적 판단 능력이 흐려졌다는 사실이 명확해도,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제도는 제한적이다. 성년후견제도(成年後見制度)가 있으나,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 부담이 크다. 일본은 치매머니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성년후견제도가 우리보다 활성화돼 있다. 치매나 인지장애가 발생하면 가족뿐 아니라 지자체, 사회복지사, 변호사 등이 후견인으로 참여해 자산 관리와 중요한 결정을 맡는다. 후견인의 행위는 법원의 감독을 받는다. 물론 일본의 후견 제도가 완벽하지는 않다. 비용 문제나 후견인의 권한 남용(濫用) 논란도 있다. 그러나 일본은 치매머니를 '가족 내부의 문제'로 두지 않고,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이다. 우리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문제가 커진 뒤,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 없다. 성년후견제도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공공(公共) 후견 확대와 금융기관·지자체의 조기 개입 제도화가 시급하다. 국민연금공단이 올해부터 치매 안심 재산 관리 지원 등의 공공 신탁 시범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고령자의 존엄과 재산권을 지켜주는 것은 나라의 품격이 걸린 문제다.

    2026-02-23 05:00:00

  • [야고부-김교영] 죽음에 대한 문해력

    [야고부-김교영] 죽음에 대한 문해력

    지난달 JTBC 뉴스 인터뷰 코너에 가수 최백호 씨가 나왔다. 팔순 가까운 나이에도 목소리는 여전히 낭만적(浪漫的)이었다. 앵커가 '난 이때가 가장 좋았어' 하는 순간이 있냐고 최 씨에게 물었다. 그는 '지금'이라고 답했다. "70대가 되면 일단 죽음이 현실로 다가와요. 주변에 친구들도 많이 떠나고 가까운 분들도 떠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되고.… '아 이제 나도 죽는구나' 하는 걸 실감하죠.… 이제 안정이 됐다 할까요? 그래서 이 70대가 너무 좋고 그래서 80대에 대한 기대가 또 있어요. 80대가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편안해지고." '여든에는 여든의 호흡으로 노래하면 된다'는 그는 청춘보다 지금이 더 좋다고 한다. '죽음'을 직시하고, 받아들이고 있기에 가능한 통찰(洞察)이리라. 대중 인지도가 높은 노가객(老歌客)의 말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최 씨의 인터뷰 내용은 중장년층 팬들에게 늙음과 죽음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회피한다. 개인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다. 숫자 '4'를 죽음(死)의 기표(記標)로 여긴다. '4층'을 'F층'으로 위장하고, '사거리'보다 '네거리'를 선호한다. 심지어 망자(亡者)를 애도하는 장례식장에도 4호실이 드물다. 사람들은 장례식장과 화장장이 들어서는 것을 결사반대, 즉 죽기를 각오하고 반대한다. 죽음과 임종을 '아름다운 마무리'나 '웰다잉'으로 에둘러 말한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인 '노화'(老化)를 병적일 만큼 싫어한다. 이마 주름을 펴고, 처진 곳을 당기고, 꺼진 곳을 채워 늚음을 감추려 한다. 성형외과·피부과의 수술·시술, 건강식품, 운동 상품 등엔 '안티에이징'이 넘쳐난다. 죽음은 도둑처럼 불쑥 찾아온다.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는 고대 로마시대 개선식 때 승리한 장군의 오만(傲慢)을 경계하던 관습에서 유래했다. 죽음을 직시해야 삶의 가치를 알고, 오늘에 충실할 수 있다. 죽음학의 창시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양면이며, 죽음은 최후의 성장 단계이다"라고 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죽음을 이해하는 힘, '죽음 문해력(文解力)'을 키워야 한다.

    2026-02-11 05:00:00

  • [매일칼럼-김교영] 막심 고리키와 조지 오웰

    [매일칼럼-김교영] 막심 고리키와 조지 오웰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는 19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의 필독서(必讀書)였다. 소설 속 홀어머니는 배우지 못했고 가난했다. 그런 삶을 숙명으로 여겼던 어머니가 혁명에 뛰어든 아들을 지켜보면서 '혁명성'을 각성한다는 내용이다. 고리키는 혁명의 주체였다. 그랬던 그가 1917년 볼셰비키 혁명 후 벌어진 대숙청과 인민재판에 실망했다. 고리키는 "혁명에 동참한 대의가 이런 게 아니었다"고 했다. 피아(彼我)를 나눠 상대를 짓밟는 게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올바른 길이냐고 물었다. 레닌과 스탈린은 독재(獨裁)를 비판하는 고리키를 회유하고 협박했다. 고리키는 굽히지 않았다. 그는 저서 '시의적절하지 않은 생각들'에서 "권력은 인간의 존엄과 사상의 자유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혁명 정부가 폭력과 검열(檢閱)을 자행하면서 도덕적 정당성을 갉아먹고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혁명의 이름으로 언론을 억압하고 반대 의견을 탄압하는 순간, 혁명은 지배의 도구로 전락한다는 통찰(洞察)이다. 고리키를 생각하면, 조지 오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사람'을 우선하는 사회주의자였다. 그는 소련 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서구 사회주의 진영에서 '배신자'로 몰렸다. 발단은 그가 쓴 소설 '동물농장'이었다. 이 소설은 스탈린 체제를 풍자(諷刺)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나아가 '독재 일반'에 대한 우의적(寓意的) 풍자이기도 하다. 농장주 존즈 씨(인간)를 쫓아낸 뒤, 돼지들은 '동물의 천국'을 만들겠다며 권력을 잡았다. 돼지들은 권력에 취해 괴물이 되어 갔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곱 계명(誡命)을 멋대로 고쳤다. 특권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는 '어떤 동물도 시트를 갈고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고 바꾸는 식이다. 이 소설은 혁명이 어떻게 변절되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어떻게 타락하는가를 보여준다. 부패한 돼지와 독재자 나폴레옹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오웰은 권력만을 목표로 한 혁명은 주인만 바꿀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니 세상이 어찌 달라지겠는가.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는 김수영의 시('그 방을 생각하며')와 같은 의미다. 혁명의 깃발이 특권(特權)의 완장이 된 사례는 숱하다. 4·19, 5·18 이후 그랬고, 6월 민주항쟁과 촛불혁명 때도 다르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정치는 여전히 내전(內戰) 상태다. 탄핵으로 정권은 바뀌었지만, 정치는 그대로다. 정치적 반대는 '다름'이 아니라 '적대'로 규정된다. 정책 비판은 진영 공격으로 치환(置換)된다. 국민은 여야가 국익과 민생을 위해 손 잡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런 일은 '토끼 머리에 뿔 날 때'나 가능할 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독주(獨走)는 암울하다. 모든 게 개혁 대상이다. 반대하면 '내란 세력'으로 몰린다. 검찰·사법 개혁에 이어 언론 개혁을 밀어붙인다. 언론사의 의견과 주장을 담는 사설·칼럼에도 정정·반론 청구를 보장하겠단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단 말인가. 비판을 제거하면 침묵이 온다. 침묵 뒤엔 권력의 전횡(專橫)이 따른다. 오웰의 명언(名言) 하나 덧붙인다. '소 귀에 경 읽기'라고 핀잔을 들어도 할 수 없다. "자유가 의미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다." 문장은 단순하고, 의미는 무겁다.

    2026-02-10 05:00:00

  • [야고부-김교영] 어쩔 수가 없나

    [야고부-김교영] 어쩔 수가 없나

    '○○방직' 'ⅩⅩ전자' 등 회사명이 선명한 버스가 도로를 누비던 때가 있었다. 대중교통이 취약했고 자가용이 귀했던 시절, 통근 버스다. 산업화 시대엔 효율성과 통제가 생산 관리의 기본이다. 그런 차원에서 '정시 통근'은 그 시절 산업 현장의 '덕목'이라 할까? 통근 버스는 명절 귀성(歸省) 버스로도 활용됐다. '고향 가는 길 차편 제공'의 후덕(厚德)한 명분이 있지만, '직원 이탈'(당시엔 명절에 기업들의 인력 빼가기가 치열했음)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었다. 어쩌면 그 시대의 통근 버스는 '사원 복지'보다 '생산 관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통근 버스는 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이른 아침, '안전제일' 마크를 단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통근 버스를 기다렸다. 교복 입고 등교하는 친구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골목에 숨었다가 맨 끝에 버스에 오르는 소년공(少年工)도 있었다. 같은 시각,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공장으로 향하던 그들은 그렇게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일은 고되고, 삶은 궁색했다. 그래도 그들은 일터를 오가면서 부모님을 생각하고, 동생 뒷바라지를 걱정하고,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웠을 것이다. 차창에 머리를 쿵, 쿵 부딪치면서. 세월이 흘러 잊힌 통근 버스가 최근 신문 기사(記事)에 등장했다. 이름하여 '수도권 통근 버스'. 정부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수도권 통근 버스 운행을 중단시킨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 10년이 지났는데도 상당수 직원들이 여전히 수도권 통근을 하고 있어서다. 149개 이전 기관 중 47개(31.5%) 기관이 수도권 통근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의 지역 정착(定着)과 혁신도시 활성화'란 정책의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이주율은 70.8%다. 그러나 '나 홀로 이주'가 많다. 혼자 사는 직원들은 주말이나 평일 야간이면 수도권 집으로 떠난다. 혁신도시가 주말과 밤에 텅 비는 이유다. 정부는 통근 버스를 없애 혁신도시 정주율(定住率)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그게 수도권 집중 해소와 혁신도시 정주 여건 개선 없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통근 버스 폐지는 정책의 목적을 상기시키는 '상징'일 뿐이다. '이상'(혁신도시)과 '현실'(수도권) 사이에서 떠도는 삶은 어쩔 수가 없는가.

    2026-02-03 05:00:00

  • [이런일] 첨단요양병원 소방안전 교육 및 훈련

    [이런일] 첨단요양병원 소방안전 교육 및 훈련

    첨단요양병원(병원장 김규종)과 대구북부소방서(서장 이진우)는 27일 환자와 직원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실전형 '소방안전 교육 및 훈련'을 실시했다.

    2026-01-29 11:36:06

  • [야고부-김교영]  'AI 슬롭' 천국

    [야고부-김교영] 'AI 슬롭' 천국

    유튜브 숏츠(짧은 동영상)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콘텐츠를 본 적이 있다. 한 아기가 과자를 뺏어 먹은 대형견(大型犬) 골든 리트리버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꾸짖는 영상이다. 2세 아기와 개가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콘텐츠도 있었다. 아기가 "멍멍" 하니, 개도 비슷한 소리로 대꾸한다. 친구에게 이런 영상을 봤냐고 물어봤더니, 그는 "AI(인공지능) 영상"이라며 실실 웃었다. "나도 그럴 줄 알았다"고 응수했다. AI를 활용한 가짜 의사·약사·전문가의 영상도 많다. 허위·과장 광고나 사기에 무방비(無防備)로 노출된 셈이다. 소셜미디어에 의사가 등장해, "3개월만 먹으면 식욕은 줄고 지방이 빠진다"며 비만 치료제를 광고한다. 국내외 유명인이 등장하는 가짜 도박 사이트 광고 영상도 논란이 됐다. AI 기술은 이제 사람 눈으로 AI 영상 여부를 판독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다. 일부 제작자는 AI 영상에 달린 워터마크(watermark·식별 표시)를 없애기도 한다. '눈 감으면 코 베이는 세상'이다. 가상과 현실, 거짓과 진실의 경계(境界)가 갈수록 흐릿하다. 지난 연말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올해(2025년)의 단어'로 '슬롭'(slop)을 선정했다. 슬롭은 생성형 AI로 만든 저품질 콘텐츠가 온라인에 범람(汎濫)하는 현상을 상징한다. 보통 'AI 슬롭'으로 표현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슬롭 상인(slop merchants·싸구려 콘텐츠를 만들어 돈을 버는 사람)은 인터넷을 허접쓰레기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슬롭은 원래 '진창' '음식물 찌꺼기'에서 '헛소리' '쓰레기'란 뜻으로 바뀌다가, 요즘엔 '무분별하게 양산되는 저질 콘텐츠'를 의미한다. 최근 온라인 제작 플랫폼 '카프윙'(Kapwing)이 국가별 유튜브 채널 상위 100개를 선정하고, AI 슬롭을 게시하는 채널의 조회·구독 수를 집계했다. 조사 결과, 한국 AI 슬롭 채널은 1위(조회 수 84억5천만 회)를 기록했다. 조회 수가 3위 미국(34억 회)의 두 배 이상이다. 한국이 허위 정보나 가짜 뉴스가 확산되기 쉬운 환경이 된 것이다. 슬롭이 양산(量産)되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공들인 콘텐츠보다 AI로 쉽게 만든 슬롭들이 수익성이 훨씬 높다. 여기(현실 사회)도 '짜가', 저기(온라인 세상)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2026-01-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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