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부부 싸움을 하면, 뭐라 부를까요" "육박전이죠!" 그가 1971년 가수 윤형주 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던진 조크(joke)다. 실없이 던진 농담인지, 의도한 풍자(諷刺)인지 알 수 없다. 아무튼 그는 서슬 퍼렇던 시절 최고 권력자를 웃음 소재로 다뤘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 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되자,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아깝다. 총독 집무실 자리에 화장실을 만들어 전 국민이 시원하게 '볼일'을 보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난 28일 영면(永眠)에 든 1호 개그맨 전유성 씨의 유명한 일화다. 그는 '개그계의 대부(代父)' '한국 코미디의 선구자'로 불렸다. 코미디언 최양락 씨는 "이 땅에 '개그맨'이란 호칭을 처음 만들고, '개그콘서트'를 만든 분"이라며 "최초로 코미디학과를 세우고, 소극장을 운영하며 후진 양성에도 몸소 나선 인정 많으신 분"이라고 추모했다. 전유성 씨는 대구경북과 인연이 깊다. 2007년 경북 청도군에 정착해 '개나소나 콘서트' '코미디철가방극장'을 만들어 청도를 전국에 알렸다. 창의적인 재능으로 농촌 발전을 이끌었다는 공로로 '대한민국 농어촌마을대상' 장관상을 받았다. 대구의 한 삼계탕 식당의 개업식과 치맥축제에서 '닭 위령제(慰靈祭)'를 기획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밥값 정도만 받고 지역의 여러 축제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고인은 데뷔 때부터 한국 코미디계 주류와 결이 달랐다. 그는 몸으로 웃기는 '슬랩스틱'뿐 아니라 풍자와 해학(諧謔)의 언어로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고 믿었다. '말로 웃기는 노선'을 고수한 것이다. 그의 대사는 하드보일드(hard-boiled) 스타일이다. 첫맛은 무미건조(無味乾燥), 곱씹으면 감칠맛이다. 백열등보다 형광등에 가까운 개그라고 할까. 전 씨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다. '코미디언은 남을 웃겨야지 스스로 웃으면 안 된다'는 게 고인의 웃음 철학이었다. 오죽하면 '전유성을 웃겨라'라는 방송 프로그램까지 있었겠나. 자신은 무대에서 조연에 만족했고, 후배들에겐 든든한 뒷배가 됐다. 웃음이 가난한 세상이다. 삶은 각박하다. "정치가 더 웃기니 '개콘' 인기가 시들하다"란 조소(嘲笑)가 나온다. 여의도에서 막말이 쏟아지는 지금, 전유성의 개그가 그립다. kimky@imaeil.com
2025-09-30 05:00:00
[기고] 규범주의가 국어정책의 근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말은 소리들 간의 조화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언어다. 그래서 자음, 모음, 음절 등의 소리를 살짝 바꾸어 새로운 어감의 말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2~3개는 '두세 개'인데 세 개~네 개는 '서너 개'가 된다. 다섯~여섯은 '대여섯'이 되며, 여섯~일곱은 '예닐곱'('여닐곱'은 불행히도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으로 바뀐다.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등에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형식적 규칙보다는 소리의 조화를 활용한 어감을 더 중시해온 것이다. 소리의 조화는 의태어에서 가장 잘 엿볼 수 있다. 자음과 모음의 변화뿐만 아니라 기존 낱말까지도 활용한다. '알록달록', '기우뚱 갸우뚱', '울그락불그락', '오락가락', '들쑥날쑥', '동가랑 서가랑' 등이 그렇다. 근래에는 '쓰담쓰담', '부끄부끄', '귀염귀염' 등 참신한 방식의 의태어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세상과의 본능적 교감으로 작동한다. 그런 의미에서 언어는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교감(交感)의 집합이다. 소리와 소리의 조화는 흔히 개별적이어서 서구의 형식주의 관점에서 분석하여 규칙화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말의 특성을 살려 형식주의적 규제를 적게 하자는 주장은 서구 사대주의고, 인조문법으로라도 엄격하게 규제하자는 주장은 자주적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이 있고 문법이 있는 것이지 문법이 있고 말이 있는 게 아니다. 말이 앞서가야지 문법이 앞서가면 말이 퇴행할 수밖에 없다. 언어의 규칙이란 게 경향성일 뿐인데, 바둑판처럼 깔끔해지면 언중이 편해질 것이라는 규범주의는 억압적이고 시대를 거스른다.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지는 세상에 대처하려면 그에 맞춰 낱말과 문법도 더 풍성해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 조상이 오랫동안 발휘해 오던 방식마저 무시하고 허구한 날 어원, 기본형이나 따지면서 '내노라'는 틀리고 '내로라'가 맞다, '바람'은 틀리고 '바램'이 맞다, '(이 자리를) 빌어서'는 틀리고 '빌려서'가 맞다는 둥, 심지어 없는 오답과 정답까지 쥐어짜내며 '깡총깡총'을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 규범주의는 새말심(조어력)에 방해만 될 뿐이다. 외래어 사용이 난무한다고 개탄하는데, 표준어규정의 엄격하고 촘촘한 규제망도 거기에 결코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새말심을 억누르기 때문이다. 언중은 지금도 많은 새로운 말들을 만들어내지만 표준어규정은 장시간의, 검열이라 해도 무리가 아닌 과정을 거쳐 극소수만이 가까스로 표준어사전에 올라간다. 하루빨리 규범주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외래어만 늘어나고 우리말 고유의 특성은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규범주의가 국어정책의 뿌리와 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손중선 대구교육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언어학 박사
2025-09-29 15:39:04
'혼밥'이 일상(日常)이 됐다. 가족과 둘러앉아 밥을 먹던 생활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혼밥은 왠지 서글프다. 그래서 시인 송수권은 '혼자 먹는 밥'이란 시를 지어 우리를 위로했다.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시인은 혼밥은 쓸쓸하다고 했고, 밥그릇에서 무덤을 봤다. 혼밥을 하는 노인의 우울(憂鬱) 수준이 심각하다. 한국노년학에 실린 논문 '노인의 소득과 우울에 관한 경로 분석: 혼밥 여부의 매개효과'에 따르면, 혼자 식사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우울 수준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득이 높은 노인의 경우 혼자 식사할 가능성과 우울 수준이 모두 낮았다. 반면 저소득 노인층에선 혼밥 빈도가 높고 우울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남성이거나 배우자 없는 노인일수록 혼밥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이 홀로 저녁 식사를 하는 평균 횟수가 일주일에 5회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세계행복보고서 2025'에 따르면 한국인의 2022∼23년 타인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횟수는 1주일 평균 1.6회였다. 이는 조사 대상 142개국 중 135위, G20 중에서는 일본(1.8회)과 함께 최하위권이었다. 한국은 점심까지 합해도 타인과 함께하는 식사 횟수가 1주일에 평균 4.3회에 불과했다. 반면 중남미 국가들은 8.8회, 북미·호주·뉴질랜드와 서유럽은 각각 8.3회였다. 이 보고서는 '식사 공유(共有)'가 소득과 취업 상태 못지않게 행복과 직결되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연령, 성별, 국가, 문화를 막론하고 타인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혼밥이 정신 건강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는 782만9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35.3%에 이른다. 이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층 1인 가구는 149만4천 가구로 전체의 19.1%를 차지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는 혼밥 인구를 늘린다. 빈곤(貧困) 노인의 밥상은 외롭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저소득 노인을 위한 도시락이나 반찬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길 바란다. kimky@imaeil.com
2025-09-25 05:00:0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검찰청 폐지(廢止)'가 국민을 위한 '추석 선물'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국민들에겐 '민생 회복' '정치 회복'이 더 간절하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검찰청 폐지 법안을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검찰 개혁은 77년간 유지한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일이다. 개혁의 목표는 검찰 권력의 축소다. 핵심은 수사(搜査)와 기소(起訴)의 분리, 검찰청 폐지다. 막강한 검찰 권력의 폐해, 정권과 손발을 맞추는 '검찰의 정치화'는 분명 비판의 대상이다. 검찰·정권의 유착은 윤석열 정부만이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자행됐던 검찰의 흑역사다. 당정(黨政)이 발표한 정부 조직개편안을 보면,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에 공소청을, 행정안전부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한다. 이는 민주당의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발의에 따른 후속 조치다. 중수청과 공소청 설치는 법률안 공포일부터 1년 후 시행된다.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국가수사위원회 신설, 후속(後續) 조치 등은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 사회적 합의(合意)가 없는 개혁은 실패한다. '반쪽 개혁'은 정권이 바뀌면, 뒤집어진다. 민주당 독단의 검찰 개혁안은 그래서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제1 야당과 법조계의 반대 의견을 깡그리 무시한다. 후속 조치에도 당내 강경파(強硬派)의 뜻을 반영하려 한다. 검찰의 보완수사권도 없애고자 한다. 진보 성향 법조계 일각에서도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9일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앤다면 경찰의 수사 결과를 검증하는 기구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권력을 조정하거나 배분할 때는 반드시 그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런 대안이 전무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묻히거나 기소 유지가 안 되면,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다.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 이후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2020년 142.1일이던 사건 처리 기간은 수사권 조정 이후인 2024년 312.7일로 2.2배 늘었다. 수사 업무가 폭증하자 베테랑 경찰관들은 수사 부서를 떠나고, 신참들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변호사들은 전세 사기, 보이스피싱 사건을 맡기가 민망(憫惘)하다고 한다. 사건 처리가 오래 걸려 들어가는 돈과 시간에 비해 피해자의 실익이 없기 때문이란다. 변호사들 사이엔 '수포자'(수사 포기자)란 말이 유행한다. 수포자는 '사건을 오래 묵히다 인사 발령으로 수사 부서를 탈출하는 경찰'을 지칭한다. 다소 과장이 있겠지만, 오죽 답답하면 이런 말이 생겼을까. 검찰 개혁 법안이 통과되면 수사 지연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검찰 개혁은 검찰권 남용(濫用)을 막고,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형사사법 시스템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검찰 개혁 후속 조치를 둘러싼 당정 갈등설이 나오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 주도로 여야·전문가·검찰의 의견을 들어서 우려되는 문제를 제거할 장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경파의 기세(氣勢)로 봐선 순탄치 않을 것 같다. 개혁이 분풀이 도구가 되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2025-09-23 05:00:00
에디(제인 폰다)는 용기를 내 옆집에 사는 루이스 워터스(로버트 레드퍼드)를 찾아간다. 그는 성실하고, 아내를 잃고 홀로 긴 밤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다. 에디는 어렵게 말문을 연다. "밤이 너무 길고 외로워요. 그냥 와서, 같이 누워만 있어 주실 수 있나요?" 누군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밤은 따뜻해진다. 이 영화('밤에 우리 영혼은')의 명대사 "우리 함께 잘래요"는 "라면 먹을래요"('봄날은 간다'의 은수 대사)와 쌍벽(雙璧)을 이룰 만하다. '밤에 우리 영혼은'(Our souls at night)은 미국 작가 켄트 하루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배우자와 사별(死別) 후 황혼기를 맞은 70대 남녀의 잔잔한 이야기다. 여느 멜로 영화나 청춘 로맨스와는 결이 다르다. 엔딩 크레디트(ending credit)가 나올 때, 가슴 한쪽에서 묵직한 뭔가가 올라온다. '같이 자자'란 대사는 선정적(煽情的)으로 들리지만, '육체적 사랑'을 의미하지 않는다. 에디는 사람의 말, 체취, 온기가 그리웠던 것이다. 정호승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라 했다. 그래서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린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는 외로움과 고독(孤獨)을 혼동한다. 흔히 쓰는 '고독사'(홀로 사는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죽는 일)란 용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독사보다 '외로운 죽음'이 사실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 외로움은 강제적 소외(疏外) 상태, 이 세계에서 버려졌다는 느낌이다. 고독은 자발적 소외 상태, 홀로 나를 응시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외로움은 불안·우울·질병을 낳지만, 고독은 사색·창작·철학을 만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11월 외로움을 '긴급한 세계 보건 위협'으로 규정했다. 이는 '사회적 고립(孤立)'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경고다. 비벡 머시 미국 의무총감은 "외로움이 매일 담배를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고, 외로움으로 인한 건강의 위험은 비만이나 신체 활동 부족과 관련된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고 지적했다. WHO는 전 세계적으로 노인 4명 가운데 1명이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다고 했다. 어른신들이 왜 생면부지(生面不知)에게 말을 걸고, 할 말은 그렇게도 많은 걸까. 외로워서 그렇다. kimky@imaeil.com
2025-09-16 05:00:00
[이런일] 병원행정관리자협회 창립 40주년 기념식 개최
대한병원행정관리자협회 창립 40주년 기념식 및 2025 정기 종합학술대회가 12일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이동건 회장(경북도립경산노인전문요양병원 사무국장)과 김영규 부회장(첨단요양병원 행정부원장)을 비롯한 대구광역시회 임원진이 참석했다.
2025-09-14 13:27:50
지난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뉴스메이커(newsmaker)는 유튜버 전한길 씨였다. 한국사 강사에서 강성 우파(右派) 스피커로 변신한 그는 전당대회 내내 '윤 어게인'을 외쳤다. 전 씨는 당 대표 선거 한 달 전, '10만 당원 입당설'을 주장하며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후 당 대표 후보들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할지 여부를 묻는 '면접'을 제안했다. 이에 응한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출연했다. 장 후보는 전 씨를 비롯한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가 됐다. 전 씨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전당대회를 통해서 그분(전 씨)의 영향력은 우리 당원들이나 국민이 모두 확인한 바 있다"고 했다. 또 '공천(公薦)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영향력 있는 분의 말이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장동혁 대표 선출 뒤 전 씨의 거취를 놓고 여러 설(說)이 돌았다. 전 씨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대구시장 공천과 관련, "공천 같은 것 안 받지만 설령 공천을 받는다 해도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대구시장으로 나온다면 무조건 양보한다"고 했다. 대구 시민의 뜻과 공당(公黨)의 공천 시스템을 무시한 발언이다. 또 '전한길 품는 자'가 향후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거나, 대통령까지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언장담(豪言壯談)인지, 오만방자(傲慢放恣)인지 모르겠다. 유튜버 고성국 씨는 지난 2일 '보수'가 지선(地選)에서 이기려면 "국민의힘이 (공천) 양보를 하면 된다"고 했다. 자유통일당, 자유민주당, 우리공화당, 자유와혁신 등 4개 자유우파 정당에 국민의힘이 공천권 일부를 양보하라는 말이다. 시장·군수·구청장 자리가 230개 정도인데, 국민의힘이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서 30개를 4개 정당에 넘기라는 것이다. 고 씨도 전당대회에서 장 대표를 지원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발언을 장 대표에 대한 '청구서'(請求書)로 본다. 물론 현실성은 낮다. 당 대표가 마음대로 공천을 할 수 없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우리 국민의힘이 얼마나 약체가 됐으면 이 유튜버들께서 이런(공천) 이야기를 하는 정당이 되었는가가 굉장히 가슴 아픈 지점이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kimky@imaeil.com
2025-09-09 05:00:00
'강선우 사태'는 사회에 만연한 '갑질'을 성찰(省察)하는 계기가 됐을까? 성찰은커녕 정의와 상식에 대한 회의(懷疑)만 커졌다고 본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기 수리, 쓰레기 수거 등 보좌관에 대한 갑질 의혹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물론 그를 감쌌던 민주당 지도부는 피해 보좌관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일부 인사들은 "강선우는 잘못한 게 없다" "일을 잘 못해서 잘렸는데 갑질한 것처럼 왜곡했다"는 투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한술 더 떠 "영어를 잘한다"며 강 의원을 당 국제위원장에 유임했다. '갑질'이란 말은 2007년 무렵 인터넷 커뮤니티에 처음 등장했다. 자신의 지위나 힘을 내세워 아랫사람이나 힘없는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일을 시키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국민 뇌리(腦裏)에 생생한 역대급 갑질 사건이 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2014년 '땅콩 회항'·2018년 '물컵 갑질', 2015년 몽고식품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행 사건 등이다. '힘'과 '돈'을 가진 자만 갑질을 하는 게 아니다. 갑질은 위계(位階) 구조에 따라 전방위적으로 이뤄진다. 갑질을 당한 사람이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갑질을 한다. '강약약강'(強弱弱強·강한 상대에게는 약하고 약한 상대에게는 강함),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말 그대로다. 이를 사회학에선 '전위(轉位) 공격성'이라고 한다.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들에게 하는 횡포, 신참 간호사를 괴롭히는 '태움',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내국인 노동자의 멸시,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 등 갑질은 천태만상(千態萬象)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6년을 맞았다. 아직도 피해자 절반가량이 신고를 못 하고 참고만 있다고 한다. 지난 7월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에 어떻게 대응했는가'란 물음에 55.7%가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는 32.2%, '회사를 그만뒀다'는 18%, '신고했다'는 응답은 15.3%였다. 불평등·양극화가 심하고 우승열패(優勝劣敗) 의식이 팽배한 사회, 이런 곳이 갑질의 온상(溫床)이다. kimky@imaeil.com
2025-09-02 05:00:00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현실이다. AI로 대체(代替)할 일자리가 늘면서 채용이 줄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선 20대 직원이 2년 만에 33%, 28%씩 감소했다. 'AI 전환'에 착수한 SKT와 LG유플러스는 3년 만에 신규 채용을 각각 30%, 62% 축소했다. 삼성SDS와 LG CNS의 신규 채용도 3년 만에 30~40% 줄었다. AI가 양질(良質)의 청년 일자리를 뺏고 있다. 사람과 AI의 '밥벌이 전쟁'이 시작됐다. 임금 저하도 불가피하다. 청년들의 미래는 우울하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가 자금을 댄 비영리(非營利) 연구재단 오픈리서치가 2020년 11월부터 3년간 '보장소득' 실험을 했다. 미국 일리노이·텍사스주 주민 1천 명에게 매월 1천달러를 지급한 뒤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였다. 실험 참가자들의 평균 가구 소득은 연간 3만달러 정도로, 이들에게 지급된 돈은 기존 소득의 40%였다. 이 연구의 '보장소득'은 정해진 기간만 돈을 준다는 개념으로 우리가 아는 '기본소득'과 다르다. 이 연구를 이끈 에바 비발트 미국 토론토대 경제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급된 돈이 소득의 큰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지만, 수급자(受給者)의 삶에 큰 영향이 없었다는 결과는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평균을 놓고 볼 때, 긍정·부정 모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공돈'으로 술·마약 같은 나쁜 소비를 할 것이란 우려는 물론 경제적 여유로 인해 고용의 질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빗나갔다고 한다. 일하는 시간은 줄었다. 주당 21시간 정도였던 근로시간은 1.3시간 감소했다. 주관적 행복도는 현금 지급 첫해에 올랐다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쾌락 적응' 현상으로 풀이된다. 관점(觀點)에 따라 이 실험 결과의 의미는 다를 수 있다. 노동시간이 줄었다는 사실만 해도 큰 효과다. 한국에선 핀란드가 실험한 기본소득이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중간 발표 자료만 인용(引用)한 정보다.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수급자의 삶의 만족도와 정신건강이 개선됐고, 일부에서는 노동시장 재진입률도 높았다. 아직 우리 사회엔 기본소득에 대한 부정 인식이 많다. "돈을 나눠 주면 일하지 않게 된다"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 그런데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으면 어떡하나. kimky@imaeil.com
2025-08-26 05:00:00
그해, 대한민국은 두 쪽으로 갈렸다. 2019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指名)되자, 자녀 입시 비리·사모펀드 투자 등 '조국 일가' 의혹들이 제기됐다. 의혹은 일파만파(一波萬波)로 커졌다. '조국 처벌'과 '조국 수호' 집회가 연일 이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책임질 불법 행위가 드러난 것은 없다"며 그를 장관에 임명했다. 민심은 분노했고, 검찰 수사는 조 전 대표를 바짝 죄었다. 조 전 대표는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조 전 대표와 단절하지 못해 '조국의 강'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국 사면'이 '조국 사태'를 소환(召喚)했다. 조 전 대표는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 청년의 우상(偶像)이 됐다. 그는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고 웅변했다. '내로남불'이었다. 조 전 대표 부부는 '신분'을 이용해 '자녀의 승천(昇天)'을 도왔다. 범죄가 드러난 뒤에도 진심 어린 사과가 없었다. "(실형 확정되면) 뭐 감옥 가야죠, 책 읽고 푸시업하고 스쾃하고 건강관리 열심히 해서 나와야 하죠." 이러니, 청년들이 분기탱천(憤氣撐天)하지 않았겠나. 조 전 대표가 광복절 특사(特赦)로 석방되면서 "오늘 저의 사면 복권과 석방은 검찰권 오남용과 검찰 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 장면"이라며 "복당 조치가 이뤄지면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 속에 들어가 말씀을 듣고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나쳤다 해도,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 혐의의 대부분에 대해 유죄 판결을 했다. '검찰권 오남용' 운운(云云)은 '사법 정의' 부정이다. 한국갤럽이 조 전 대표의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찬성 43%·반대 48%였다. '공정'(公正)에 민감한 20·30대의 절반 이상이 사면을 반대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입시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인데 일련의 사태에 대한 사과나 인정이 없었다"며 "공정과 책임이라는 우리 사회 최후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사회 통합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조국 일가의 아빠 찬스 등 입시 비리 범죄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조 전 대표는 교수 시절, "대통령의 사면권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너무 남용돼 온 것이 문제"라며 "사면 대상 범죄의 종류나 형 집행 기간의 최소 한도를 정하는 쪽으로 사면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발언 역시, 그에겐 예외다. 조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면을 '남용'(濫用)이 아닌, '헌법적 결단'이라고 여기니 말이다. 조 전 대표가 출소 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게시물이 입방아에 올랐다. '가족 식사'란 영상물의 된장찌개가 '서민 음식'이 아닌, 서울의 유명 한우식당 후식 메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폐문독서물'(閉門讀書物·문을 닫고 독서에 몰입)이란 게시물도 비판을 받았다. '자녀 입시 비리로 수감 생활을 하다 특사로 출소한 정치인이 사용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조 전 대표는 18일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 내년 6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대권(大權)이 조 전 대표의 목표'란 얘기도 나온다. 조국혁신당은 그를 대표에 앉히기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다시 '조국의 강' 앞에 섰다.
2025-08-19 05:00:00
최근 기자는 인도네시아의 새마을운동 시범 마을을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 새마을운동이 한국을 넘어 제3세계 국가에서 빈곤 퇴치와 경제 발전의 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장을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기자가 족자카르타주(州) 낭굴란면(面)을 방문한 날, 마을 어린이들이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를 흔들며 방문단을 맞았다. 햇살은 눈부셨고, 아이들은 해맑았다. 살면서 이런 환대를 받기는 처음이었다. 마침 태권도 교육 성과발표회가 열렸다. 동작은 어설프지만, 기합 소리는 우렁찼다. 경상북도와 새마을재단은 '새마을도장'을 만들어 지난 4월부터 어린이들에게 태권도 교육을 시작했다. 이들 중에서 인도네시아 태권도 국가대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이곳에선 문화·디지털 새마을운동으로 컴퓨터, 한국어 교육도 진행되고 있다. 낭굴란은 버섯 재배로 부농(富農)을 꿈꾼다. 연말까지 새마을버섯센터를 완공해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한다. 이 모든 게 경북도와 새마을재단의 물적·인적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북도와 새마을재단은 인도네시아 12곳에 새마을 시범 마을을 조성, 현지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과 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다. 족자카르타 문뚝 마을은 천혜(天惠)의 자연경관을 활용해 새마을재단 인도네시아 사무소와 함께 관광 상품을 개발 중이다. 현지의 새마을운동 사업은 일시적 지원이 아니다. 한국의 코디네이터·봉사자들이 현지에 상주(常住)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사업 계획을 짜고, 사업 진행을 돕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K컬처와 함께 인도네시아에 스며들고 있다. 어디 인도네시아뿐이랴. 콩고, 가나,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새마을운동을 수입했다. 경북도만 해도 2005년부터 17개국 79개 마을에서 새마을운동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ODA(공적개발원조) 분야의 석학인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마을운동의 '빈곤 퇴치 효과'를 긍정했다. 새마을운동이 세계로 뻗어가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선 관심을 끌지 못해 아쉽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일행 중 한 명이 한국인 대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새마을운동을 알아요?" 대답이 걸작(傑作)이다. "새마을금고요?" kimky@imaeil.com
2025-08-18 05:00:00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정호승의 시 '밥값' 중에서) 밥값을 하기 위해선 '지옥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밥벌이 현장이 '지옥'과 같다는 말인데, 일터에서 죽는 현실을 놓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밥값은 밥을 먹는 데 드는 비용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밥을 먹으려면 밥값을 해야 한다. 이 세상엔 무임승차(無賃乘車), 불로소득(不勞所得)으로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업에 충실하지(밥값을 하지) 않고 밥만 축내는 군상도 많다. 국익·민생보다 사리사욕을 앞세우는 정치인, 생명·인권보다 돈벌이에만 급급하는 그런 작자들 말이다. 생계를 이어 가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삶의 무게는 천근만근이다. 일(직업)은 자아실현, 생계유지, 사회생활·봉사의 수단이라고 학교에서 배웠다. 각박(刻薄)한 세상에선 자아실현·사회봉사는 공허(空虛)하게 들린다.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봉사하라고 자식을 의과대와 로스쿨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러나 생계용 밥벌이라고 거저먹는 게 아니다. 몸과 영혼까지 탈탈 털어 넣으라고 하지 않는가. 생계형 밥벌이도 숭고하다. 장석주 시인은 '밥'이란 시에서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라고 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굴욕(屈辱)을 참고, 직장 상사의 갑질을 견디며, 기고만장(氣高萬丈)한 진상 손님에게 머리를 숙이며, 버티고 살아온 날들이다. 어른이면 그렇게 밥값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살아왔다. 일(노동)은 인간의 의무이면서 권리(權利)이다. 그런데 그 일(일자리)을 구하기 어렵다. 통계청의 5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층(15~29세)의 경제활동 참가율(49.5%)은 4년 만에 50% 밑으로 떨어졌다. 청년층의 고용률도 46.2%로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학 졸업 후 첫 일자리에 취업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1.3개월이란다. 밥값을 하고 싶어도 밥값 할 기회가 없다. 난감하고, 고약하고, 딱하다. kimky@imaeil.com
2025-08-12 05:00:00
"노동자들은 죽음에 죽음을 잇대어 가면서 일터에서 일하다가 일터에서 죽는다. 사고로 죽고 골병들어 죽는다. 동료가 죽은 자리에서 다시 일하다가 죽는다. 이것이 일터인가. 이러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무이하다. 반도체를 못 만들고 자동차를 못 만드는 나라들도 이처럼 야만적이지는 않다. 죽음의 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죽음은 무의미한 통계 숫자처럼 일상화되어서 아무런 충격이나 반성의 자료가 되지 못하고 이 사회는 본래부터 저러해서, 저러한 것이 이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2019년 9월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인 김훈 작가가 '김용균이라는 빛' 북 콘서트에서 낭독(朗讀)한 글의 일부다. 그는 2020년 12월 한 신문에 '오늘도 퍽퍽퍽, 내일도 퍽퍽퍽… 노동자들이 부서진다'는 특별기고문도 실었다. 김 작가는 산업재해 문제의 여론화(輿論化)에 앞장서고 있다. 2년 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앵커가 "'보수'로 분류되는 김 작가가 산재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물었다. 이에 김 작가는 "사회의 안정과 질서, 우리 사회의 공통된 정서의 편안함, 이런 것을 지향하는 게 보수주의자의 길"이라며 "산재로 일 년에 죽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이 사회는 안정되고 편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보수주의자가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하러 갔다가 주검으로 돌아오는 노동자가 하루 2명꼴이다. 지난해 노동자 1천271명이 직업 관련 질병으로, 827명이 추락·끼임·깔림·폭발 등의 사고로 숨졌다. 생명과 타인에 대한 감수성(感受性)을 잃은 공동체는 야만 사회다. 불의의 죽음을 일상으로 여기고, 그 죽음을 애도하고 성찰하지 못한 결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 국가'란 오명(汚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SPC, 포스코이앤씨, 태안화력발전소의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 해당 기업과 정부 부처를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건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겐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라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 직을 걸라"고 지시했다.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비극(悲劇)은 끝나야 한다. kimky@imaeil.com
2025-08-05 05:00:00
2019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투자 등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임명했다. 조 장관 찬반(贊反) 집회는 나라를 두 쪽으로 갈랐다. 조 장관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비판 여론에 귀 막고, 조 장관을 감쌌다. 조 전 장관은 징역 2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가 청문 일정을 미루는 사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임명했다. 박 부총리는 청문회에서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났고, 정책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에 대한 비판은 취임 뒤에도 이어졌다. 결국 박 부총리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등을 졸속(拙速) 발표했다가 34일 만에 물러났다. 인사 검증 실패 논란이 들끓었던 2022년 7월 5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의 답변은 가관(可觀)이었다. "그럼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그는 기자들 앞에서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윤석열 정권 몰락의 전조(前兆)였다. 보좌진·예산 갑질과 거짓 해명 의혹을 받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 했고, 민주당 지도부는 "직장 갑질과 의원·보좌진 관계의 갑질은 다르다"며 그를 옹호했다. 여론을 거스른 행태다. 임명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두 배 높고, 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도 반발했다. 당사자의 사퇴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정권 초기에 정부·대통령실 고위직 여러 명이 불명예 퇴진했거나 자리를 옮겼다. 이재명 정부의 오점(汚點)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측근·보은 인사' '부실 검증' 비판이 나오면, "인사 시스템은 문제없다"고 앵무새처럼 대응했다. 노(魯)나라 애공(哀公)이 공자(孔子)에게 "어떻게 하면 백성이 복종하겠냐"고 물었다. 공자 왈(曰), "곧고 바른 사람을 등용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따르고, 바르지 못한 사람을 등용하고 곧은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잘못하면 망사(亡事)다. kimky@imaeil.com
2025-07-29 05:00:00
지난 12일 울산 '반구천 암각화(巖刻畫)'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登載)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 준다"며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반구천 암각화를 호평했다. 암각화는 바위에 윤곽을 그린 뒤 색을 입히거나, 바위를 쪼아 형상을 드러낸 것이다. 반구천 암각화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른다. 반구대 암각화의 그림은 312점. 고래가 물 위로 솟구치는 모습, 작살과 그물을 든 사냥꾼, 춤추는 주술사(呪術師) 등 선사시대의 생활·문화를 보여 주는 인류의 보물이다. 천전리 암각화는 신석기시대 동심원 같은 기하학적 무늬, 신라시대 글·그림 등 625점을 품고 있다. 반구천 암각화가 딜레마에 놓였다. 암각화 보존이 먹는 물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반구천 암각화는 울산 시민의 식수원(食水原)인 사연댐(1965년 건설) 안에 있다. 암각화는 1971년 발견됐다. 암각화는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긴다. 지난 19일 폭우로 물에 잠기기도 했다. 흐르는 물은 암각화를 마모시킨다.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 사연댐의 물 공급량이 준다. 울산 시민의 절반이 사연댐 물(하루 18만t)을 먹는다. 지난해 국가유산청·환경부·울산시는 655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댐의 물을 빼는 수문(水門)을 만들기로 했다. 수문을 세우면 암각화는 1년에 하루 정도만 물에 잠긴다. 문제는 식수 부족. 환경부는 지난해 운문댐 물을 끌어오는 계획을 세웠다. 운문댐은 대구 시민의 식수원이다. 그래서 대구의 부족한 식수를 안동댐 물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경북 의성, 상주 등이 농업용수 부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얽히고설킨 '물의 전쟁'이다. 노자(老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나 공을 과시하지 않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래서 도와 가깝다.' 물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도(道)의 표본이란 뜻이다. 사람이 물의 속성을 무시하고, 서로 제 것인 양 우겨 대니 이를 어이할꼬. kimky@imaeil.com
2025-07-21 20:28:47
[이런일] 첨단요양병원·굿실버 재가노인돌봄센터 협약 체결
대구 첨단요양병원(병원장 김규종)과 굿실버 재가노인돌봄센터(대표이사 장성태)가 최근 지역사회 저소득층 홀몸 노인의 건강 증진과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2025-07-16 16:51:05
[매일칼럼-김교영] 국힘은 지지를 잃고, 민주당은 절제를 모르고
대구의 60대 기업인 A씨는 "요즘 뉴스를 안 본다. 더불어민주당이 하는 작태도 그렇지만 국민의힘이 하는 꼴은 더 보기 싫다"며 "폭삭 망해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고 했다. 국민의힘 열성(熱誠) 당원 B씨는 "국민의힘이 '보수'와 대구경북(TK)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며 "지금의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이 아닌 그냥 '수구 정당'일 뿐이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지지율(支持率)이 급락세다. '보수의 심장' TK도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고 있다. 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7~11일 시행)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3%로, 민주당(56.2%)의 절반에 못 미쳤다. TK에서도 국민의힘(31.8%)은 민주당(52.3%)에 크게 뒤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실시한 조사의 경우 국민의힘 19%, 민주당 43%로 나타났다. 이때도 TK에서 국민의힘(27%)은 민주당(34%)에 안방을 내줬다. 뚜렷한 보수 민심(民心) 이탈이다. 실망이 분노를 넘어 체념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소수의 단골만 찾는 휑한 식당 꼴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당의 주류인 '친(親)윤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독단을 막지 못했고, 당을 '용산출장소'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6·3 대선 때 '탄핵(彈劾)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도 없었다. 대선 패배 후 당 쇄신 요구가 거셌지만, 시간만 끌었다. 오죽하면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물러나면서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일갈(一喝)했겠나. '윤희숙 혁신위'는 '과거와 절연'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이대로 가면, 내년 6·3 지방선거는 참패(慘敗)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양곡법·방송 3법 등 쟁점(爭點)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폭풍처럼 몰아쳐 전광석화처럼 해치워야 한다'고 한다. 세상에 절대 선과 절대 악은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성현(聖賢)들의 가르침이다. 특히 정치가 양극화된 사회에선 선과 악은 상대적이다. 형사사법체계 등 국가 시스템의 근본을 바꾸고, 국민 삶과 경제에 밀접한 법안은 시간이 걸려도 여야 합의로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제1 야당을 '좀비' 취급 한다. 급기야 '내란 정당'으로 몰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과 12·3 내란은 처벌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국고보조금 환수(還收) 조항이 담긴 '내란 특별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을 쓸어버리겠다는 발상이다. 민주당은 '야당 없는 국회'를 꿈꾸는가. 그게 민주당이 역설하는 국민주권, 민주주의 회복인가? 영국 정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진리와 정의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소수 의견자의 독설을 규제하기보다는 다수 의견자의 독설을 제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국민의힘은 사실상 유일한 야당이다. 국민의힘이 무너지면 민주주의·의회주의 핵심 원리인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다. 여대야소(與大野小) 지형에서 대통령과 다수 여당의 독주(獨走)를 막으려면 견실한 야당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국민의 지지를 잃고, 민주당은 권력의 절제를 모른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 통합',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 정상화'가 아니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고 소리친 김수영의 시(詩)가 생각나는 폭염의 날이다.
2025-07-14 20:15:10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네리나'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그렇다면 노년은 어떨까. "모든 불행한 노년은 가난이란 이유로 닮았다." 돈이 행복의 절대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간이 자유를 누리고 삶을 이어가려면 적당한 돈은 꼭 필요하다. 맹자(孟子)도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고도 하지 않았나. 긴 수명(壽命)이 축복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에겐 되레 불행이 될 수 있다. 서글픈 일이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그렇다. 가난한 노인들은 병원비, 반찬값, 전기요금을 걱정한다. 돈이 없어 친척, 친구 만나기도 꺼린다. 한 푼이 아쉽다. 늙었지만 일을 놓을 수 없다. 계약 기간 1년 미만의 임시직으로 일하는 60세 이상이 199만 명에 이른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9년 이후 최대치다. 법정(法定) 정년(60세)을 넘긴 취업자가 처음으로 7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들 10명 가운데 3명꼴로 저임금의 단기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이다. 70세 이상 임시직 근로자는 100만 명을 바라본다. 건강한 노인이 재능(才能)을 발휘해 일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칠순 넘긴 노인들이 생존을 위해 싼 값에 노동을 팔아야 하는 현실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회안전망이 충분했다면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된다. 65세 이상 인구 중 연금(年金) 수령자는 90%가 넘는다. 그러나 이들의 월평균 연금 소득(2023년 기준·80만원)은 1인 가구 월 최저 생계비(134만원)의 59%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이지만, 노인 빈곤율(2023년 기준·38.2%)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일을 하거나 구직 중인 60세 이상 비율은 49.4%로 청년층(49.5%)과 맞먹는다. '임계장' '고다자'란 말이 있다.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준말이다. 고다자는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는 의미다. 두 단어는 열악한 노인 노동시장을 풍자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지만, 젊어서 고생한 사람이 늙어서도 고생한다. 호호노인(皓皓老人)이 생계를 위해 굽신거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게 태평성대(太平聖代)다. kimky@imaeil.com
2025-07-13 19:03:11
'낭만(浪漫) 여름'은 끝났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에 가고, 여름방학 농활을 가고, 후두둑 후두둑 장맛비 소리를 듣고, 시골집에서 정취를 만끽하던 그 모든 '축제'가 지속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제 여름은 '5월부터 9월까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통계는 그렇지 않다 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느낀다. '대프리카'의 도시 대구의 여름은 혹독하다. 6월 평균 최고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장마는 찔끔하더니 끝났다. 며칠째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熱帶夜). '덥다'보다 '무섭다'란 말이 먼저 나온다. 대구는 지난달 30일 일평균 기온이 30.7℃를 기록했다. 이는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역대 6월 중 가장 더웠다. 기상청은 올여름 더위가 평년보다 더 심하고 폭염 일수도 지난해보다 많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7월 중하순부터 8월 상순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되면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다. 더 이상 기상 이변(異變)이 아니다. 이변 자체가 상수(常數)다. 우리가 알던 계절은 사라졌다. 지난 1일 유엔(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때 이른 폭염이 일시적 기상 이변이 아닌 '새로운 기후 현실'이라고 밝혔다. 클레어 눌리스 WMO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로 인해 극심한 폭염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폭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매일신문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은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아열대 기온을 기록하고 있어, 기후학적으로는 전환기(轉換期)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아열대권에 있다"고 했다. 그는 "예전 여름 더위는 불편한 더위였지만, 지금은 사람 목숨을 앗아 가는 살인적인 더위다"며 "여름이니까 덥다는 식의 인식으로는 지금의 기후를 절대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생존(生存)의 여름'이다. 물난리·가뭄, 극한 폭염이 반복되면서 사람과 동·식물이 죽고 다치는 재난이 반복된다. 모든 사회 시스템이 기후 위기에 맞게 다시 설계돼야 한다. 털털거리는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 쪽방촌 사람들,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이 무서워 켜지 못하는 홀몸 노인들, 폭염으로 일을 못 하는 건설 노동자들과 노점상들…. 폭염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무섭다. kimky@imaeil.com
2025-07-07 20:17:27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새마을 노래'의 가사는 힘차고 가락은 명랑하다. 1970년대, 이 노래와 쌍벽을 이뤘던 노래가 있으니, '잘 살아보세'다.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 경쾌하면서도 간절함이 절절하다. 두 노래의 지향(志向)이 비슷해 뭐가 '새마을 노래'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새마을운동은 학교에서 배웠지만, 일상에서도 경험할 수 있었다. 관공서마다 꽂힌 새마을기, 농촌 아재들이 쓰던 새마을 모자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지금도 아프리카 국가 등에선 새마을 모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새마을·산업화 세대'가 열심히 터 닦은 덕분에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班列)에 올랐다. 1970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국민의 '가난 탈출' 염원과 '조국 근대화'란 국가 의지의 산물이다. '관변(官邊) 운동'이란 꼬리표가 붙기도 했고, 새마을운동중앙본부의 비리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은 역경과 성찰 끝에 공공 정책, 저개발 국가 지원 사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4월 김일수 경북도의회 의원이 본회의에서 '새마을운동 노벨평화상 추진위원회' 설립을 제안(提案)했다. 새마을운동이 대한민국 경제·사회 발전을 이끈 정신이며, 그 가치를 국제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경북도는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경북도는 2005년부터 개발도상국에 새마을운동을 전파했다. 16개국 77개 마을이 새마을운동 시범 사업을 하고 있고, 91개국 1만 명의 지도자가 새마을 정신을 배우고 있다. 새마을운동 기록물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登載)됐다.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임시정부 수장은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finance·빈곤층 대상 소액 금융)의 대부(代父)다. 유누스는 1983년 '그라민은행'을 세워 빈민층에게 무담보 소액 대출을 해 줬다. 그는 자신의 대출 사업과 생활 개혁 운동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은 유엔(UN)이 채택한 '세계 빈곤 퇴치'의 모범이다. 새마을운동의 노벨평화상 도전,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한낱 꿈은 아닐 것이다. kimky@imaeil.com
2025-06-30 20:11:25
댓글 많은 뉴스
中 관광객 '무비자 입국' 문 열렸다…2천700여 명 몰린 인천항 '북적'
李 대통령 지지율 심상치 않다…52%로 3주 연속 하락
尹 모습에 눈물 쏟아낸 전한길…"목숨걸고 지키겠다"
"전소된 96개 시스템 바로 재가동 쉽지 않아…대구 이전 복구"
한동훈 "민주당, 무고죄로 맞고발…李 '방북 대가' 증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