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이야/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겨우 지켜내 왔던 많은 시간들이/ 사라질까 두려워/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막아/ 또 아무렇지 않은 척/ 너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렇게 오늘도 하루를 시작해…."(정승환 노래 '보통의 하루') 지친 하루를 안아 주는 노래다. 이 곡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 드라마'로 꼽는 '나의 아저씨'의 OST로도 유명하다. 보통의 하루, 평범한 일상(日常)은 따분하기도 하다. 그러나 삶이 미끄러질 때, 깨닫는다. '보통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인기를 끄는 결혼식 축가(祝歌)가 있다. 가수 김종환의 딸, 리아킴의 '위대한 약속'이다. "좋은 집에서 말다툼보다/ 작은 집에 행복 느끼며/ 좋은 옷 입고 불편한 것보다/ 소박함에 살고 싶습니다…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벼랑 끝에서 보면 알아요…." 노랫말은 담담(淡淡)하고 소박하다. 돌부리에 채여 넘어질 때, 다시 일어서는 힘은 가족과 사랑에서 나온다고 노래한다. '위대한 약속'은 고난이 닥쳐도 삶을 함께 살아 내자는 다짐이다. 세상은 각박(刻薄)하다. 청년의 삶은 버겁다. 힘든 청춘을 위로하는 노래들이 많다.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는 실망한 하루를 보듬는다. '나는 반딧불이'(인디밴드 중식이 원곡·황가람 리메이크)는 '국민 힐링송'으로 불린다. 하늘에서 떨어진 별이 아니라 개똥벌레이지만 "자신은 눈부시다"고 노래한다. TV 프로그램에서 방청석 청년들이 이런 노래들을 들으며 눈물 흘리는 것을 보면 애잔하다. 청춘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꼭 들어 보길 권한다. 우리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낮다. 지난 2월 국가데이터처(전 통계청)는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건강, 고용·임금, 주관적 웰빙, 소득·소비·자산, 시민 참여, 안전, 환경, 여가, 교육, 가족·공동체, 주거 등 11개 영역에서 삶의 질을 진단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20~22년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 평균값은 5.95점이다. 이는 OECD 38개 국가 중 끝에서 네 번째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 수준은 낙제점(落第點)이다. 일자리는 부족하고, 일터는 위험하다. 경쟁은 치열하고, 연대는 헐겁다. 행복의 기반이 취약한 것인가,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는 건가.
2025-11-10 05:00:00
[매일칼럼-김교영] 포스트 APEC, 경주의 비상(飛上)
지난 1일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성공리에 폐막했다. 경주 APEC은 21개 회원국과 초청국의 정상들, 글로벌 기업인들이 자유무역과 다자주의(多者主義)의 정신을 확인한 '빅 이벤트'였다. 아시아·태평양의 공동 번영을 추구하자는 '경주 선언'을 내놓기도 했다. 또 관세 협상을 타결한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일·한중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국가 간 현안(懸案)을 풀어 가는 외교 무대이기도 했다. APEC 정상회의 주간 동안 경주는 글로벌 뉴스의 중심이었다. '빅 2'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기업의 수장들이 대거 방문하면서 APEC 열기는 역대 최고였다. 시민들은 '천년의 미소'로 귀빈(貴賓)들을 환대했다. 공공장소와 내 집 앞을 청소했고, 손님들을 친절히 모셨다. 빛나는 시민의식이었다. 이는 찬란한 문화유산과 함께 '천년 고도(千年古都) 경주'의 품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APEC CEO 서밋 특별 연설에서 "이곳 경주는 우리가 되새겨야 할 협력과 연대의 가치가 오롯이 녹아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자부한다"며 "삼국시대의 패권 경쟁과 외세의 압박 속에서도 천년 왕국 신라는 시종일관 외부 문화와의 교류, 개방을 멈추지 않았다"고 경주를 자랑했다. 경주는 이번 기회에 그 이름을 만방(萬方)에 알렸다. 세계인들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경주박물관을 주목했다. 불국사·석굴암, 왕릉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황리단길, 동궁과 월지 등은 경주를 찾은 명사(名士)들의 찬사(讚辭)를 자아냈다. 지난달 30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안내로 불국사를 방문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다보탑의 화려한 멋, 석가탑의 균형감 있는 멋이 조화롭게 배치된 불국사 대웅전을 둘러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캐럴라인 래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황리단길에서 화장품을 구입한 뒤 자신의 SNS에 "경주의 감성과 K뷰티의 트렌드가 동시에 느껴진다"고 밝혔다. 전 세계 4천여 명의 기자들은 경주를 누볐다. 경주의 멋과 맛을 취재해 기사를 내보냈다. 행사 주무대인 화백컨벤션센터(HICO)는 행사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화백(和白)이라는 명칭 때문이다. 화백은 고대 신라에서 국가 중대사를 만장일치(滿場一致)로 결정했던 회의 제도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화백 정신은 일치단결한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며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 낼 화음의 심포니를 추구하며 조화와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신라의 화백 정신"이라고 말했다. 경주 APEC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7조원 이상이라고 한다. 눈앞의 이득만이 전부가 아니다. 국가 브랜드를 끌어올렸고, 경주를 각인시켰다. 돈으로 환산(換算)할 수 없는 성과다. 경북도는 경주를 세계 10대 글로벌 관광도시로 키우기 위한 '포스트 경주 APEC 사업'을 추진한다.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고, 그렇게 돼야 한다. 마침 김민석 총리도 각 부처에 포스트 APEC 준비를 지시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경주 APEC 정상회의 개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대한민국과 경주에 무엇을 남길지 포스트 APEC을 면밀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4곳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경주가 글로벌 관광도시로 비상(飛上)하길 바란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2025-11-04 05:00:00
TV 드라마 '은수 좋은 날'이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 은수(이영애 분)의 남편은 코인 투자 실패 후 췌장암에 걸렸다. 은수는 우연히 손에 들어온 마약 가방으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한다. 제목 '은수 좋은 날'은 현진건의 단편 소설 '운수 좋은 날'의 오마주이자 '운수'를 발음이 비슷한 '은수'로 대체한 언어유희(言語遊戲)다. 드라마는 마약이 우리 곁에 깊숙이 들어왔음을 보여 줬다. 마약이 광범위(廣範圍)하게 유통되고, 마약 원료를 수출하다가 적발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마약 청정국(淸淨國)'이었던 우리나라가 '마약 공화국'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난 9월 30일 경찰은 미국과 호주로 시가 159억원 상당의 마약 원료를 밀수출하던 일당을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공조수사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DEA가 한국 경찰과 공조해 내국인 마약 사범(事犯)을 수사하고, 한국이 마약 수출국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영화에나 나올 일이 현실이 됐다. 한국은 2015년 마약 청정국(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 20명 미만) 지위를 상실했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 백서(白書)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 사범은 2만3천22명(10만 명당 44.7명)으로 2015년 1만1천916명(10만 명당 23.1명)보다 두 배 늘었다. 이는 검거된 사례일 뿐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추정(推定)하는 지난해 기준 국내 마약 사범은 64만4천여 명에 이른다. 마약은 젊은 층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0·30대 마약 사범 비율은 전체의 60%를 웃돈다. 해외 '직구'(직접 구매)라는 새로운 유통 경로와 함께 SNS, 인터넷 커뮤니티, 암호화폐 등 구매·지불 방식이 간단하고 다양해지면서 마약 거래가 손쉬워졌다. '던지기 수법'(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 두고, 구매자가 찾아가도록 하는 방식)은 주택가 골목까지 침투(浸透)했다. 서울의 한 호텔 앞 화단에선 마약이 든 축의금 봉투가 발견되기도 했다. 마약이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마약의 국내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게 상책(上策)이다. 탐지 장비 첨단화, 국제우편·특송화물 감시 강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마약의 위해성을 알리는 홍보가 강화돼야 한다. 마약은 사람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2025-11-03 05:00:00
지난 25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내가 가진 주택과 토지까지 모두 다 이재명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와 바꿀 용의가 있다". 26일 대통령실 관계자, "부동산 6채가 실거주용이면 머리 따로, 발 따로 사는 것 아니냐". 유치(幼稚)한 말싸움이다. 10·15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攻防)은 '막장 드라마'다.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차관의 '갭투자' 논란으로 촉발된 여야의 '부동산 공방'은 대통령실의 가세(加勢)로 수위가 높아졌다.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장 대표가 보유한 주택 등 부동산 6채를 비판하자, 장 대표는 "다 합쳐도 8억5천만원 정도"라며 "이 대통령 분당 아파트 혹은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잠실 아파트와 내 부동산 전체를 바꾸자"고 반박했다. 가진 자들이 서로 "덜 가졌다"고 싸운다. 참 꼴사납다. 10·15 대책은 민심(民心)에 불을 질렀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44%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공급 계획이 빠진 규제 일변도였기 때문이다. 규제 대상인 서울·수도권의 서민들에겐 허탈감을 줬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지방민들에겐 소외감(疏外感)을 안겼다. 이 전 차관의 발언은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돈 모아 집값 안정되면 그때 사라"고 했다. 정작 자신은 '갭투자'로 수억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15억원 정도면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라고 말했다. 집 없는 서민들의 염장을 지른 것이다. 국민의힘은 '성난 부동산 민심'을 호재로 삼고 있다. 10·15 대책 발표 후 정부·여당을 향해 '내로남불'이라며 맹공(猛攻)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선을 넘으면, 되치기 당한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2024년 말 기준 국회의원 재산 변동 사항에 따르면 국회의원 299명 중 본인 및 배우자 명의 기준으로 2주택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는 모두 64명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36명이 108석 의석(22대 총선 기준)을 가진 국민의힘 소속이다. 이는 175석인 민주당보다 9명 많다.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부동산 시장은 대혼돈(大混沌), 정치권은 난장판이다. 서민과 동떨어진 경제 생활을 하고, 국민과 어긋난 인식을 가진 그들이 '집 없는 설움'을 알기나 할까.
2025-10-28 05:00:00
▲이장기(전 대구노인회 회장) 씨 23일 별세, 최분조 씨 남편상, 이종수(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종영(해동자원 대표)·현주·연주 씨 부친상, 김정인·오선아 씨 시부상, 김홍창(김앤장 변호사)·윤문수(세계법무법인 대표변호사) 씨 장인상, 빈소=계명대 동산병원 백합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 26일 오전 6시30분, 장지=김천시 부항면 선영. 053-258-4456
2025-10-24 08:41:47
이놈들이 '앵~앵~' 거리며 사람을 희롱하누나. 처음엔 비문증(飛蚊症)인가 싶었다. 모기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눈의 병증(病症) 말이다. 그러나 허상이 아닌 실체였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은 속담(俗談)일 뿐이다. 며칠째 거실에 놈들이 어른거린다. 잡고야 말 테다. 가시권에 들어오면, 손바닥으로 때려잡을 작정이었다. 물리적 타격(손싸대기)은 화학적 타격(살충제)보다 인도주의적이다. 물론 모깃불을 피우는 간디(Gandhi)식 비폭력 방법이 있지만, 아파트에선 용납되지 않는 짓이다. 모기와의 혈투(血鬪). 고도의 신경전을 치러야 하지만, 해 볼 만한 싸움이다. 그러나 그건 왕년의 무용담(武勇談)일 뿐. 나의 전투력은 급격히 쇠퇴했다. 그놈은 눈앞에 나타났다 금세 사라진다. 따라잡을 수가 없다. 놈이 빨라진 게 아니다. 내 눈이 늙어 버린 거다. 적이 있는데, 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비단 눈뿐이랴. 신체 전반이 둔해졌다. 살충제의 도움을 받았지만 헛일이었다. 백전백패(百戰百敗). 누구를 탓하랴. "너 잘났다. 내가 졌다." 시(詩) 한 수로 헛헛한 마음을 달랬다. "제 뺨을 제가 때리지만 헛방 치기 일쑤요, 넓적다리 다급히 치지만 녀석은 이미 떠나 버렸네. 싸워 봐야 공은 없고 잠조차 설치기에, 지루한 여름밤이 일 년처럼 길구나." 다산(茶山) 정약용의 시, '증문'(憎蚊)의 일부분이다. 증문은 '얄미운 모기'란 뜻이다. 가을이 모기의 전성기가 됐다. 여름보다 더 왕성(旺盛)하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모기가 가장 많았던 때는 10월 말이었다. 심지어 11월 중순까지 모기가 설쳤다. 11월 둘째 주에 채집된 모기가 8월 주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기후변화 탓이다. 여름과 가을의 기온이 갈수록 높아진다. 모기 개체 수는 25℃ 안팎에서 가장 많다. 가을 더위로 모기의 활동 시기가 길어졌다. 반면 여름철 극심한 고온에선 모기 수가 줄어든다. 다행히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놈들이 이젠 물러나려나. 방심은 금물이다. 언제 또 날뛸지 모른다. 발호(跋扈)하는 게 모기뿐일까.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如是我聞). "특히 여의도 일원의 웅덩이를 조심하라." 선량한 백성의 피를 빨아먹는 것은 모기만이 아니다.
2025-10-21 05:00:00
[이런일] 국공립 로제비앙어린이집, '마음 나누 go ,행복 더하 go, 사랑 곱하 go' 행사
국공립 로제비앙어린이집(대구 북구 연경동)은 10월 17일 제 5회 '마음 나누 go ,행복 더하 go, 사랑 곱하 go' 재롱 발표 및 나눔 행사를 개최했다. 이 어린이집은 저소득 가정 결식 아동들을 위해 이날 행사에서 마련한 라면 212 박스를 무태조야동행정복지센터에 기탁했다. 아울러 '대구시교육청 지원 가족친화프로그램'의 하나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버블쇼도 했다. 박미경 원장은 "개원과 함께 다섯 번째 실시하는 행사에 학부모님, 교직원 등 많은 분들이 적극 참여해 의미가 더 컸다"고 했다.
2025-10-19 17:02:59
베네수엘라의 여성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증진하고, 독재(獨裁) 체제를 평화적인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위해 투쟁한 공로다. 마차도의 수상이 마뜩잖은 '스트롱맨'이 있다. 재집권 첫해에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노벨평화상, 그가 얼마나 탐내고 공들인 상이었던가.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주인'을 자처(自處)했다. 그는 수상자 발표 전날에도 "역사상 누구도 9개월 만에 8개의 전쟁을 해결한 적이 없었다"고 자랑했다. 지난달 유엔본부 연설에선 "내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다들 그런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평화 중재자(仲裁者) 역할'엔 논란이 많다. 그가 '끝냈다'고 주장하는 이란·이스라엘 전쟁의 경우 미군의 무력 개입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인도·파키스탄 충돌도 트럼프가 휴전을 선언했지만, 인도는 그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노벨평화상의 이념과 배치된다는 분석도 있었다. 알프레드 노벨은 인류 평화에 이바지한 인물·단체에 평화상을 주라는 유지(遺旨)를 남기면서 ▷국가 간 우애 증진 ▷군축 ▷평화 증진 등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 불발 관련 질문에 "우리가 정말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그들(노벨위원회)이 (트럼프 대통령을 선정)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그건(올해 노벨평화상) 2024년에 (한 일에) 대해 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나는 2024년에 대선 출마 중이었다"고 했다.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활동한 건 2025년이어서 올해 상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대단한 정신 승리(精神勝利)다.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욕심은 집요하다. 여론은 비판적이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6%가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부정적이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우며 동맹국 국민에게 족쇄를 채우고, 자유무역 질서를 붕괴시키는 지도자에게 노벨평화상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그래도 트럼프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면 지구촌은 다소 평안하려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니….
2025-10-14 05:00:00
대구는 지난 5월 'AI(인공지능) 로봇 글로벌 혁신특구'로 최종 지정되었다. 특구는 첨단제조존과 AI혁신존으로 구성되며, 특구 내 적용되는 규제 특례는 연구 목적에 한해 AI 자율주행로봇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영상의 촬영, 수집, 처리 허용과 도로 작업용 로봇의 도로 실증 허용으로, 2025년 6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4년 7개월간 총사업비 248억원을 투입해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지난 8월 대구시는 '지역거점 AX(인공지능 전환) 혁신 기술개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아 'AX' 대표 도시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대구시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총사업비 5천51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AI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최근 AI 기술이 급변하면서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바로 소버린 AI(Sovereign AI), 즉 AI 주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가 국가의 안보,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필수 과제이다. 현 정부에서는 AI 인프라 구축과 기본 사회 구현을 통해 AI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6개의 국정 과제를 제시하였다. 대한민국 AI 전환에 대구가 거점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대구가 가진 인재, 산업, 클러스터 등 자원을 결집해 현 정부가 천명한 AI 3대 강국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는 대구만의 독창적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먼저, 세계적 AI 시장 성장세를 고려하면 북구에 소재한 경북대를 비롯한 지역의 우수 인재들을 AX 실무형 인재로 양성하여야 하며,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비롯한 우수한 국책기관과 대학이 집적돼 서로 연계하고 있는 데 더해 AI 로봇 혁신 거점 인프라를 활용해 나가야 한다. 또한 AI 인프라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스타트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대구시가 추진 중인 도심융합특구와 경북대 내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 사업은 이러한 AI 스타트업 투자·지원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AI 산업화 시대를 이끌 수성알파시티, AI 로봇 실증·제조의 달성군 국가산단, 그리고 AX 실무형 인재 양성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경북대(캠퍼스 혁신파크), 도심융합특구를 연결하는 AI 스타트업 성장, 그리고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등 40년 만의 대구 산업의 대전환! 그 미래를 위한 정책을 아주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해 나가야만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고령화·재정난·인력 이탈로 인해 3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시기에 앞으로 AI는 지방행정의 새 엔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복지 수요는 매년 급증하는 반면, 예산과 인력은 제자리걸음이고,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갈수록 악화되어 가고 있으며, 공공서비스의 접근성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지방정부는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행한 행정 서비스의 단순한 전산화나 디지털화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지방정부가 기존의 관료적 구조를 넘어서기 위해 AI라는 새로운 전략적 자원을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 전환을 넘어, 똑똑한 행정의 시대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인 AI가 이제는 우리 행정의 혁신 파트너로 자리 잡도록 대구가 우선 나아가야 한다. 우리 대구는 그동안 경제적 구국, 대한민국 산업화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글로벌 기업 삼성의 뿌리, 섬유의 메카 대구! 그리고 제1·3공단은 국가 경제 도약을 이끌어 대한민국 산업화와 국가 발전에 기여해 왔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대구가 그 중심에 서 있기를 바란다.
2025-09-30 10:35:51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부부 싸움을 하면, 뭐라 부를까요" "육박전이죠!" 그가 1971년 가수 윤형주 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던진 조크(joke)다. 실없이 던진 농담인지, 의도한 풍자(諷刺)인지 알 수 없다. 아무튼 그는 서슬 퍼렇던 시절 최고 권력자를 웃음 소재로 다뤘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 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되자,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아깝다. 총독 집무실 자리에 화장실을 만들어 전 국민이 시원하게 '볼일'을 보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난 28일 영면(永眠)에 든 1호 개그맨 전유성 씨의 유명한 일화다. 그는 '개그계의 대부(代父)' '한국 코미디의 선구자'로 불렸다. 코미디언 최양락 씨는 "이 땅에 '개그맨'이란 호칭을 처음 만들고, '개그콘서트'를 만든 분"이라며 "최초로 코미디학과를 세우고, 소극장을 운영하며 후진 양성에도 몸소 나선 인정 많으신 분"이라고 추모했다. 전유성 씨는 대구경북과 인연이 깊다. 2007년 경북 청도군에 정착해 '개나소나 콘서트' '코미디철가방극장'을 만들어 청도를 전국에 알렸다. 창의적인 재능으로 농촌 발전을 이끌었다는 공로로 '대한민국 농어촌마을대상' 장관상을 받았다. 대구의 한 삼계탕 식당의 개업식과 치맥축제에서 '닭 위령제(慰靈祭)'를 기획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밥값 정도만 받고 지역의 여러 축제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고인은 데뷔 때부터 한국 코미디계 주류와 결이 달랐다. 그는 몸으로 웃기는 '슬랩스틱'뿐 아니라 풍자와 해학(諧謔)의 언어로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고 믿었다. '말로 웃기는 노선'을 고수한 것이다. 그의 대사는 하드보일드(hard-boiled) 스타일이다. 첫맛은 무미건조(無味乾燥), 곱씹으면 감칠맛이다. 백열등보다 형광등에 가까운 개그라고 할까. 전 씨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다. '코미디언은 남을 웃겨야지 스스로 웃으면 안 된다'는 게 고인의 웃음 철학이었다. 오죽하면 '전유성을 웃겨라'라는 방송 프로그램까지 있었겠나. 자신은 무대에서 조연에 만족했고, 후배들에겐 든든한 뒷배가 됐다. 웃음이 가난한 세상이다. 삶은 각박하다. "정치가 더 웃기니 '개콘' 인기가 시들하다"란 조소(嘲笑)가 나온다. 여의도에서 막말이 쏟아지는 지금, 전유성의 개그가 그립다. kimky@imaeil.com
2025-09-30 05:00:00
[기고] 규범주의가 국어정책의 근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말은 소리들 간의 조화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언어다. 그래서 자음, 모음, 음절 등의 소리를 살짝 바꾸어 새로운 어감의 말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2~3개는 '두세 개'인데 세 개~네 개는 '서너 개'가 된다. 다섯~여섯은 '대여섯'이 되며, 여섯~일곱은 '예닐곱'('여닐곱'은 불행히도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으로 바뀐다.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등에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형식적 규칙보다는 소리의 조화를 활용한 어감을 더 중시해온 것이다. 소리의 조화는 의태어에서 가장 잘 엿볼 수 있다. 자음과 모음의 변화뿐만 아니라 기존 낱말까지도 활용한다. '알록달록', '기우뚱 갸우뚱', '울그락불그락', '오락가락', '들쑥날쑥', '동가랑 서가랑' 등이 그렇다. 근래에는 '쓰담쓰담', '부끄부끄', '귀염귀염' 등 참신한 방식의 의태어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세상과의 본능적 교감으로 작동한다. 그런 의미에서 언어는 규칙의 집합이 아니라 교감(交感)의 집합이다. 소리와 소리의 조화는 흔히 개별적이어서 서구의 형식주의 관점에서 분석하여 규칙화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말의 특성을 살려 형식주의적 규제를 적게 하자는 주장은 서구 사대주의고, 인조문법으로라도 엄격하게 규제하자는 주장은 자주적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이 있고 문법이 있는 것이지 문법이 있고 말이 있는 게 아니다. 말이 앞서가야지 문법이 앞서가면 말이 퇴행할 수밖에 없다. 언어의 규칙이란 게 경향성일 뿐인데, 바둑판처럼 깔끔해지면 언중이 편해질 것이라는 규범주의는 억압적이고 시대를 거스른다.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지는 세상에 대처하려면 그에 맞춰 낱말과 문법도 더 풍성해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 조상이 오랫동안 발휘해 오던 방식마저 무시하고 허구한 날 어원, 기본형이나 따지면서 '내노라'는 틀리고 '내로라'가 맞다, '바람'은 틀리고 '바램'이 맞다, '(이 자리를) 빌어서'는 틀리고 '빌려서'가 맞다는 둥, 심지어 없는 오답과 정답까지 쥐어짜내며 '깡총깡총'을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 규범주의는 새말심(조어력)에 방해만 될 뿐이다. 외래어 사용이 난무한다고 개탄하는데, 표준어규정의 엄격하고 촘촘한 규제망도 거기에 결코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새말심을 억누르기 때문이다. 언중은 지금도 많은 새로운 말들을 만들어내지만 표준어규정은 장시간의, 검열이라 해도 무리가 아닌 과정을 거쳐 극소수만이 가까스로 표준어사전에 올라간다. 하루빨리 규범주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외래어만 늘어나고 우리말 고유의 특성은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규범주의가 국어정책의 뿌리와 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손중선 대구교육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언어학 박사
2025-09-29 15:39:04
'혼밥'이 일상(日常)이 됐다. 가족과 둘러앉아 밥을 먹던 생활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혼밥은 왠지 서글프다. 그래서 시인 송수권은 '혼자 먹는 밥'이란 시를 지어 우리를 위로했다.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시인은 혼밥은 쓸쓸하다고 했고, 밥그릇에서 무덤을 봤다. 혼밥을 하는 노인의 우울(憂鬱) 수준이 심각하다. 한국노년학에 실린 논문 '노인의 소득과 우울에 관한 경로 분석: 혼밥 여부의 매개효과'에 따르면, 혼자 식사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우울 수준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득이 높은 노인의 경우 혼자 식사할 가능성과 우울 수준이 모두 낮았다. 반면 저소득 노인층에선 혼밥 빈도가 높고 우울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남성이거나 배우자 없는 노인일수록 혼밥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이 홀로 저녁 식사를 하는 평균 횟수가 일주일에 5회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세계행복보고서 2025'에 따르면 한국인의 2022∼23년 타인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횟수는 1주일 평균 1.6회였다. 이는 조사 대상 142개국 중 135위, G20 중에서는 일본(1.8회)과 함께 최하위권이었다. 한국은 점심까지 합해도 타인과 함께하는 식사 횟수가 1주일에 평균 4.3회에 불과했다. 반면 중남미 국가들은 8.8회, 북미·호주·뉴질랜드와 서유럽은 각각 8.3회였다. 이 보고서는 '식사 공유(共有)'가 소득과 취업 상태 못지않게 행복과 직결되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연령, 성별, 국가, 문화를 막론하고 타인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혼밥이 정신 건강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는 782만9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35.3%에 이른다. 이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층 1인 가구는 149만4천 가구로 전체의 19.1%를 차지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는 혼밥 인구를 늘린다. 빈곤(貧困) 노인의 밥상은 외롭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저소득 노인을 위한 도시락이나 반찬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길 바란다. kimky@imaeil.com
2025-09-25 05:00:0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검찰청 폐지(廢止)'가 국민을 위한 '추석 선물'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국민들에겐 '민생 회복' '정치 회복'이 더 간절하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검찰청 폐지 법안을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검찰 개혁은 77년간 유지한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일이다. 개혁의 목표는 검찰 권력의 축소다. 핵심은 수사(搜査)와 기소(起訴)의 분리, 검찰청 폐지다. 막강한 검찰 권력의 폐해, 정권과 손발을 맞추는 '검찰의 정치화'는 분명 비판의 대상이다. 검찰·정권의 유착은 윤석열 정부만이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자행됐던 검찰의 흑역사다. 당정(黨政)이 발표한 정부 조직개편안을 보면,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에 공소청을, 행정안전부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한다. 이는 민주당의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발의에 따른 후속 조치다. 중수청과 공소청 설치는 법률안 공포일부터 1년 후 시행된다.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국가수사위원회 신설, 후속(後續) 조치 등은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 사회적 합의(合意)가 없는 개혁은 실패한다. '반쪽 개혁'은 정권이 바뀌면, 뒤집어진다. 민주당 독단의 검찰 개혁안은 그래서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제1 야당과 법조계의 반대 의견을 깡그리 무시한다. 후속 조치에도 당내 강경파(強硬派)의 뜻을 반영하려 한다. 검찰의 보완수사권도 없애고자 한다. 진보 성향 법조계 일각에서도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9일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앤다면 경찰의 수사 결과를 검증하는 기구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권력을 조정하거나 배분할 때는 반드시 그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런 대안이 전무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묻히거나 기소 유지가 안 되면,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다.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 이후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2020년 142.1일이던 사건 처리 기간은 수사권 조정 이후인 2024년 312.7일로 2.2배 늘었다. 수사 업무가 폭증하자 베테랑 경찰관들은 수사 부서를 떠나고, 신참들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변호사들은 전세 사기, 보이스피싱 사건을 맡기가 민망(憫惘)하다고 한다. 사건 처리가 오래 걸려 들어가는 돈과 시간에 비해 피해자의 실익이 없기 때문이란다. 변호사들 사이엔 '수포자'(수사 포기자)란 말이 유행한다. 수포자는 '사건을 오래 묵히다 인사 발령으로 수사 부서를 탈출하는 경찰'을 지칭한다. 다소 과장이 있겠지만, 오죽 답답하면 이런 말이 생겼을까. 검찰 개혁 법안이 통과되면 수사 지연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검찰 개혁은 검찰권 남용(濫用)을 막고,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형사사법 시스템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검찰 개혁 후속 조치를 둘러싼 당정 갈등설이 나오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 주도로 여야·전문가·검찰의 의견을 들어서 우려되는 문제를 제거할 장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경파의 기세(氣勢)로 봐선 순탄치 않을 것 같다. 개혁이 분풀이 도구가 되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2025-09-23 05:00:00
에디(제인 폰다)는 용기를 내 옆집에 사는 루이스 워터스(로버트 레드퍼드)를 찾아간다. 그는 성실하고, 아내를 잃고 홀로 긴 밤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다. 에디는 어렵게 말문을 연다. "밤이 너무 길고 외로워요. 그냥 와서, 같이 누워만 있어 주실 수 있나요?" 누군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밤은 따뜻해진다. 이 영화('밤에 우리 영혼은')의 명대사 "우리 함께 잘래요"는 "라면 먹을래요"('봄날은 간다'의 은수 대사)와 쌍벽(雙璧)을 이룰 만하다. '밤에 우리 영혼은'(Our souls at night)은 미국 작가 켄트 하루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배우자와 사별(死別) 후 황혼기를 맞은 70대 남녀의 잔잔한 이야기다. 여느 멜로 영화나 청춘 로맨스와는 결이 다르다. 엔딩 크레디트(ending credit)가 나올 때, 가슴 한쪽에서 묵직한 뭔가가 올라온다. '같이 자자'란 대사는 선정적(煽情的)으로 들리지만, '육체적 사랑'을 의미하지 않는다. 에디는 사람의 말, 체취, 온기가 그리웠던 것이다. 정호승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라 했다. 그래서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린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는 외로움과 고독(孤獨)을 혼동한다. 흔히 쓰는 '고독사'(홀로 사는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죽는 일)란 용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독사보다 '외로운 죽음'이 사실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 외로움은 강제적 소외(疏外) 상태, 이 세계에서 버려졌다는 느낌이다. 고독은 자발적 소외 상태, 홀로 나를 응시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외로움은 불안·우울·질병을 낳지만, 고독은 사색·창작·철학을 만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11월 외로움을 '긴급한 세계 보건 위협'으로 규정했다. 이는 '사회적 고립(孤立)'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경고다. 비벡 머시 미국 의무총감은 "외로움이 매일 담배를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고, 외로움으로 인한 건강의 위험은 비만이나 신체 활동 부족과 관련된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고 지적했다. WHO는 전 세계적으로 노인 4명 가운데 1명이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다고 했다. 어른신들이 왜 생면부지(生面不知)에게 말을 걸고, 할 말은 그렇게도 많은 걸까. 외로워서 그렇다. kimky@imaeil.com
2025-09-16 05:00:00
[이런일] 병원행정관리자협회 창립 40주년 기념식 개최
대한병원행정관리자협회 창립 40주년 기념식 및 2025 정기 종합학술대회가 12일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이동건 회장(경북도립경산노인전문요양병원 사무국장)과 김영규 부회장(첨단요양병원 행정부원장)을 비롯한 대구광역시회 임원진이 참석했다.
2025-09-14 13:27:50
지난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뉴스메이커(newsmaker)는 유튜버 전한길 씨였다. 한국사 강사에서 강성 우파(右派) 스피커로 변신한 그는 전당대회 내내 '윤 어게인'을 외쳤다. 전 씨는 당 대표 선거 한 달 전, '10만 당원 입당설'을 주장하며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후 당 대표 후보들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할지 여부를 묻는 '면접'을 제안했다. 이에 응한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출연했다. 장 후보는 전 씨를 비롯한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가 됐다. 전 씨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전당대회를 통해서 그분(전 씨)의 영향력은 우리 당원들이나 국민이 모두 확인한 바 있다"고 했다. 또 '공천(公薦)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영향력 있는 분의 말이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장동혁 대표 선출 뒤 전 씨의 거취를 놓고 여러 설(說)이 돌았다. 전 씨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대구시장 공천과 관련, "공천 같은 것 안 받지만 설령 공천을 받는다 해도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대구시장으로 나온다면 무조건 양보한다"고 했다. 대구 시민의 뜻과 공당(公黨)의 공천 시스템을 무시한 발언이다. 또 '전한길 품는 자'가 향후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거나, 대통령까지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언장담(豪言壯談)인지, 오만방자(傲慢放恣)인지 모르겠다. 유튜버 고성국 씨는 지난 2일 '보수'가 지선(地選)에서 이기려면 "국민의힘이 (공천) 양보를 하면 된다"고 했다. 자유통일당, 자유민주당, 우리공화당, 자유와혁신 등 4개 자유우파 정당에 국민의힘이 공천권 일부를 양보하라는 말이다. 시장·군수·구청장 자리가 230개 정도인데, 국민의힘이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서 30개를 4개 정당에 넘기라는 것이다. 고 씨도 전당대회에서 장 대표를 지원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발언을 장 대표에 대한 '청구서'(請求書)로 본다. 물론 현실성은 낮다. 당 대표가 마음대로 공천을 할 수 없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우리 국민의힘이 얼마나 약체가 됐으면 이 유튜버들께서 이런(공천) 이야기를 하는 정당이 되었는가가 굉장히 가슴 아픈 지점이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kimky@imaeil.com
2025-09-09 05:00:00
'강선우 사태'는 사회에 만연한 '갑질'을 성찰(省察)하는 계기가 됐을까? 성찰은커녕 정의와 상식에 대한 회의(懷疑)만 커졌다고 본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기 수리, 쓰레기 수거 등 보좌관에 대한 갑질 의혹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물론 그를 감쌌던 민주당 지도부는 피해 보좌관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일부 인사들은 "강선우는 잘못한 게 없다" "일을 잘 못해서 잘렸는데 갑질한 것처럼 왜곡했다"는 투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한술 더 떠 "영어를 잘한다"며 강 의원을 당 국제위원장에 유임했다. '갑질'이란 말은 2007년 무렵 인터넷 커뮤니티에 처음 등장했다. 자신의 지위나 힘을 내세워 아랫사람이나 힘없는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일을 시키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국민 뇌리(腦裏)에 생생한 역대급 갑질 사건이 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2014년 '땅콩 회항'·2018년 '물컵 갑질', 2015년 몽고식품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행 사건 등이다. '힘'과 '돈'을 가진 자만 갑질을 하는 게 아니다. 갑질은 위계(位階) 구조에 따라 전방위적으로 이뤄진다. 갑질을 당한 사람이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갑질을 한다. '강약약강'(強弱弱強·강한 상대에게는 약하고 약한 상대에게는 강함),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말 그대로다. 이를 사회학에선 '전위(轉位) 공격성'이라고 한다.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들에게 하는 횡포, 신참 간호사를 괴롭히는 '태움',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내국인 노동자의 멸시,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 등 갑질은 천태만상(千態萬象)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6년을 맞았다. 아직도 피해자 절반가량이 신고를 못 하고 참고만 있다고 한다. 지난 7월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에 어떻게 대응했는가'란 물음에 55.7%가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는 32.2%, '회사를 그만뒀다'는 18%, '신고했다'는 응답은 15.3%였다. 불평등·양극화가 심하고 우승열패(優勝劣敗) 의식이 팽배한 사회, 이런 곳이 갑질의 온상(溫床)이다. kimky@imaeil.com
2025-09-02 05:00:00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현실이다. AI로 대체(代替)할 일자리가 늘면서 채용이 줄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선 20대 직원이 2년 만에 33%, 28%씩 감소했다. 'AI 전환'에 착수한 SKT와 LG유플러스는 3년 만에 신규 채용을 각각 30%, 62% 축소했다. 삼성SDS와 LG CNS의 신규 채용도 3년 만에 30~40% 줄었다. AI가 양질(良質)의 청년 일자리를 뺏고 있다. 사람과 AI의 '밥벌이 전쟁'이 시작됐다. 임금 저하도 불가피하다. 청년들의 미래는 우울하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가 자금을 댄 비영리(非營利) 연구재단 오픈리서치가 2020년 11월부터 3년간 '보장소득' 실험을 했다. 미국 일리노이·텍사스주 주민 1천 명에게 매월 1천달러를 지급한 뒤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였다. 실험 참가자들의 평균 가구 소득은 연간 3만달러 정도로, 이들에게 지급된 돈은 기존 소득의 40%였다. 이 연구의 '보장소득'은 정해진 기간만 돈을 준다는 개념으로 우리가 아는 '기본소득'과 다르다. 이 연구를 이끈 에바 비발트 미국 토론토대 경제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급된 돈이 소득의 큰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지만, 수급자(受給者)의 삶에 큰 영향이 없었다는 결과는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평균을 놓고 볼 때, 긍정·부정 모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공돈'으로 술·마약 같은 나쁜 소비를 할 것이란 우려는 물론 경제적 여유로 인해 고용의 질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빗나갔다고 한다. 일하는 시간은 줄었다. 주당 21시간 정도였던 근로시간은 1.3시간 감소했다. 주관적 행복도는 현금 지급 첫해에 올랐다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쾌락 적응' 현상으로 풀이된다. 관점(觀點)에 따라 이 실험 결과의 의미는 다를 수 있다. 노동시간이 줄었다는 사실만 해도 큰 효과다. 한국에선 핀란드가 실험한 기본소득이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중간 발표 자료만 인용(引用)한 정보다.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수급자의 삶의 만족도와 정신건강이 개선됐고, 일부에서는 노동시장 재진입률도 높았다. 아직 우리 사회엔 기본소득에 대한 부정 인식이 많다. "돈을 나눠 주면 일하지 않게 된다"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 그런데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으면 어떡하나. kimky@imaeil.com
2025-08-26 05:00:00
그해, 대한민국은 두 쪽으로 갈렸다. 2019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指名)되자, 자녀 입시 비리·사모펀드 투자 등 '조국 일가' 의혹들이 제기됐다. 의혹은 일파만파(一波萬波)로 커졌다. '조국 처벌'과 '조국 수호' 집회가 연일 이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책임질 불법 행위가 드러난 것은 없다"며 그를 장관에 임명했다. 민심은 분노했고, 검찰 수사는 조 전 대표를 바짝 죄었다. 조 전 대표는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조 전 대표와 단절하지 못해 '조국의 강'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국 사면'이 '조국 사태'를 소환(召喚)했다. 조 전 대표는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 청년의 우상(偶像)이 됐다. 그는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고 웅변했다. '내로남불'이었다. 조 전 대표 부부는 '신분'을 이용해 '자녀의 승천(昇天)'을 도왔다. 범죄가 드러난 뒤에도 진심 어린 사과가 없었다. "(실형 확정되면) 뭐 감옥 가야죠, 책 읽고 푸시업하고 스쾃하고 건강관리 열심히 해서 나와야 하죠." 이러니, 청년들이 분기탱천(憤氣撐天)하지 않았겠나. 조 전 대표가 광복절 특사(特赦)로 석방되면서 "오늘 저의 사면 복권과 석방은 검찰권 오남용과 검찰 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 장면"이라며 "복당 조치가 이뤄지면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 속에 들어가 말씀을 듣고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나쳤다 해도,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 혐의의 대부분에 대해 유죄 판결을 했다. '검찰권 오남용' 운운(云云)은 '사법 정의' 부정이다. 한국갤럽이 조 전 대표의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찬성 43%·반대 48%였다. '공정'(公正)에 민감한 20·30대의 절반 이상이 사면을 반대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입시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인데 일련의 사태에 대한 사과나 인정이 없었다"며 "공정과 책임이라는 우리 사회 최후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사회 통합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조국 일가의 아빠 찬스 등 입시 비리 범죄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조 전 대표는 교수 시절, "대통령의 사면권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너무 남용돼 온 것이 문제"라며 "사면 대상 범죄의 종류나 형 집행 기간의 최소 한도를 정하는 쪽으로 사면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발언 역시, 그에겐 예외다. 조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면을 '남용'(濫用)이 아닌, '헌법적 결단'이라고 여기니 말이다. 조 전 대표가 출소 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게시물이 입방아에 올랐다. '가족 식사'란 영상물의 된장찌개가 '서민 음식'이 아닌, 서울의 유명 한우식당 후식 메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폐문독서물'(閉門讀書物·문을 닫고 독서에 몰입)이란 게시물도 비판을 받았다. '자녀 입시 비리로 수감 생활을 하다 특사로 출소한 정치인이 사용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조 전 대표는 18일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 내년 6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대권(大權)이 조 전 대표의 목표'란 얘기도 나온다. 조국혁신당은 그를 대표에 앉히기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다시 '조국의 강' 앞에 섰다.
2025-08-19 05:00:00
최근 기자는 인도네시아의 새마을운동 시범 마을을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 새마을운동이 한국을 넘어 제3세계 국가에서 빈곤 퇴치와 경제 발전의 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장을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기자가 족자카르타주(州) 낭굴란면(面)을 방문한 날, 마을 어린이들이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를 흔들며 방문단을 맞았다. 햇살은 눈부셨고, 아이들은 해맑았다. 살면서 이런 환대를 받기는 처음이었다. 마침 태권도 교육 성과발표회가 열렸다. 동작은 어설프지만, 기합 소리는 우렁찼다. 경상북도와 새마을재단은 '새마을도장'을 만들어 지난 4월부터 어린이들에게 태권도 교육을 시작했다. 이들 중에서 인도네시아 태권도 국가대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이곳에선 문화·디지털 새마을운동으로 컴퓨터, 한국어 교육도 진행되고 있다. 낭굴란은 버섯 재배로 부농(富農)을 꿈꾼다. 연말까지 새마을버섯센터를 완공해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한다. 이 모든 게 경북도와 새마을재단의 물적·인적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북도와 새마을재단은 인도네시아 12곳에 새마을 시범 마을을 조성, 현지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과 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다. 족자카르타 문뚝 마을은 천혜(天惠)의 자연경관을 활용해 새마을재단 인도네시아 사무소와 함께 관광 상품을 개발 중이다. 현지의 새마을운동 사업은 일시적 지원이 아니다. 한국의 코디네이터·봉사자들이 현지에 상주(常住)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사업 계획을 짜고, 사업 진행을 돕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K컬처와 함께 인도네시아에 스며들고 있다. 어디 인도네시아뿐이랴. 콩고, 가나,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새마을운동을 수입했다. 경북도만 해도 2005년부터 17개국 79개 마을에서 새마을운동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ODA(공적개발원조) 분야의 석학인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마을운동의 '빈곤 퇴치 효과'를 긍정했다. 새마을운동이 세계로 뻗어가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선 관심을 끌지 못해 아쉽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일행 중 한 명이 한국인 대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새마을운동을 알아요?" 대답이 걸작(傑作)이다. "새마을금고요?" kimky@imaeil.com
2025-08-1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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