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귀하던 시절, '안티푸라민'은 만병통치약(萬病通治藥)이었다. 유한양행이 1933년 개발한 약이다. 이 약은 삐거나 멍든 곳에 바르는 진통소염제다. 안티푸라민이란 이름은 약의 특성을 그대로 설명한다. '반대'란 뜻의 안티(anti)에 '불태우다, 염증을 일으키다'는 뜻의 인플레임(inflame)을 합쳐 발음하기 좋게 바꾼 것이다. 옛 어른들은 손이 터도, 벌레에 물려도 이 약을 사용했다. 심지어 자식들이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배에, 감기가 걸렸다면 코 밑에 발라줬다는 이야기도 있다. 집집마다 안티푸라민 특유의 화한 냄새가 진동했던 시절이었다. 소화제 '활명수'는 국내 최초 양약(洋藥)이다. 동화약방(동화약품 전신) 창업자 민강 선생의 부친인 궁중 선전관(宣傳官) 민병호가 개발했다. 궁중에서 쓰던 생약 처방에 서양 의학을 접목해 만든 약이다. 활명수와 안티푸라민은 약을 만들어 나라에 보답하겠다는 '제약보국'(製藥報國)의 일념에서 나온 결과라고 한다. 다분히 '국뽕' 마케팅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두 기업의 역사와 사회 공헌, 창업주의 면면을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활명수에는 독립운동가 민강의 삶이 녹아 있다. 민강은 활명수 판매금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臨時政府)에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다. 3·1운동 이후에는 동화약방 사옥을 독립운동 연락 거점으로 활용했다. 국내와 임시정부를 잇는 비밀 행정기관인 서울연통부 활동에도 관여했다. '생명을 살리는 물'(활명수)이 '나라를 구하는 물'이 된 셈이다.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삶은 더욱 극적이다. 미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했지만 조국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보고 귀국해 회사를 세웠다. 약을 만들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민족자본을 키우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독립운동에도 헌신(獻身)했다. 광복을 앞두고는 미국 전략정보처(OSS)의 '냅코작전'(NAPKO Project·공작원들을 한반도에 침투시켜 미일전쟁의 승리를 도모하고자 했던 계획)에 특수 요원으로 선발돼 훈련까지 받았다. 두 기업 창업자들의 애국애족(愛國愛族)은 명확했다.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란 질문에 그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로 답했다. 광복 81년, 친일 행적과 친일 재산 환수는 여전히 논란이다.
2026-08-18 05:00:00
"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울음." 일본의 시성(詩聖) 마쓰오 바쇼가 지은 하이쿠(俳句)다. 단단한 바위에 스며드는 소리라니. 짧은 글 속에 생명의 울림이 깊다. '살인 더위' '극한 폭염'. 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매미 소리는 청각적 여름 풍경이다. 그 청량한 소리는 혹서(酷暑)를 잠시 잊게 한다. 자연의 소리를 언어로 표현하는 게 가당치 않지만, 글로 옮겨본다. "맴맴맴맴 매~~"(참매미), "찌르르르~~"(말매미), "쓰르름쓰르름~~"(쓰름매미). 도심에선 참매미, 쓰름매미 울음은 들리지 않고, 사이렌 소리 같은 말매미 울음만 귀청을 때린다. 현기영 작가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에 등장하는 문장은 퍽 인상적이다. "소나기처럼 귀청 따갑게 왁자하니 쏟아지던 매미 울음소리." 여름을 농축(濃縮)한 표현이다. 매미는 땅속에서 유충으로 3~7년 동안 살다가 땅 위로 올라와 우화(羽化)한다. 성충이 된 매미는 2~4주 살다가 짝짓기해 알을 낳고 죽는다. 이런 매미의 생애는 강인한 삶과 존재의 덧없음을 상징한다. 매미 소리는 문학과 영화에서 고독과 허무를 암시하는 메타포(metaphor)로 자주 활용된다. 매미는 청량(淸亮)한 소리만큼 청량(淸良)한 본성을 지녔다. 매미 얘기를 하면서, 오덕(五德)과 익선관(翼善冠)을 빼놓을 수 없겠다. 조선시대 왕과 관리가 쓰는 관을 익선관이라고 했다. 관 뒤쪽을 매미의 날개 모양으로 꾸민 데서 유래된 명칭이다. 진나라 시인 육우(陸羽)가 말한 매미의 오덕을 익선관에 형상화한 것이다. 오덕은 이렇다. 첫째, 매미의 곧은 입은 늘어진 선비의 갓끈과 닮았다. 고로 매미는 학문(文)을 갖췄다. 둘째, 매미는 이슬을 먹고 사니 맑음(淸)이 있다. 셋째, 사람이 가꾼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치(廉)가 있다. 넷째, 집이 없으니 검소(儉)하다. 다섯째, 겨울이 되면 죽으니 신의(信)가 있다. 익선관은 매미의 오덕을 염두에 두며 선정(善政)을 펼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익선관은 오늘의 정치인들에게도 유용하겠다. 오덕 가운데 하나라도 실천할 수 있도록. 대통령과 국무위원, 국회의원들이 서로의 익선관을 보면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모습,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오늘따라 매미의 떼창이 우렁차다. kimky@imaeil.com
2026-08-11 05:00:00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告知書)에서 아는 단어는 '합계 금액'.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이란 뭘까? "겨우 몇 만원"이란 방심 속에서 돈은 차곡차곡 쌓인다. 178억원의 장충금을 노리고 조폭 두목 출신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된다. 방영 중인 드라마 '아파트' 얘기다. 드라마 '아파트'는 흥미로운 소동극(騷動劇)이다. 장충금을 둘러싼 비리와 관리 권력의 갈등, 평범한 주민들이 부조리에 맞서는 모습은 코믹하다. 극적(劇的) 과장이 있지만, '현실의 모방'이기에 뒷맛은 씁쓸하다. '아파트' 극본을 쓴 김윤영 작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 집과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보게 만드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공동주택은 주민 모두의 관심으로 유지된다는 평범한 사실이다. '아파트' 첫 회가 방영된 지 10여 일 뒤, 현실 아파트에서 비극이 벌어졌다. 경북 경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8명의 사상자(死傷者)를 낸 방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관리 운영을 둘러싼 오랜 갈등과 누적된 감정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주민이 요구한 지자체의 행정감사에서 관리비 공개 부실과 계약 절차 미흡 등의 문제가 확인됐다. 사소해 보였던 불신이 쌓여, 결국 아파트 공동체가 무너진 것이다. 이런 갈등은 특정 아파트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관리업체가 퇴직충당금이나 4대 보험료 등을 선지급받고도 남은 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거나, 각종 비용을 부풀려 관리비를 집행한 사례가 많다. 입찰 공정성과 업체 선정, 공사비 적정성을 놓고 법정 다툼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복마전(伏魔殿)이 따로 없다. 허술한 제도가 문제다. 장충금 집행 기준은 단지마다 다르다. 관리비가 어떻게 쓰였는지 주민이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소송이란 지난(至難)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파트 공동체의 일에 관심을 쏟는 주민이 많다면, 비리(非理)가 설 자리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단지 아파트에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동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작은 단지는 회장과 동대표를 할 사람이 없어 매번 어려움을 겪는다. 출근길,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동대표 후보 등록 재공고가 마음에 걸린다.
2026-08-05 05:00:00
집안에서 박사(博士)가 나오면 잔치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박사 학위 취득을 사법시험, 행정고시 합격과 같은 반열에 올리기도 했다. 특히 미국, 영국, 일본 등 이른바 '선진국 박사'는 대우가 각별했다. 소 팔고, 논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내는 것도 버거웠는데, 박사라니!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할 대업(大業)이다. 1980년대, 집안 형님이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금의환향(錦衣還鄕)했다. 동네 잔치, 집안 잔치가 벌어졌다. 집안 아재들도 당신 자식이 박사가 된 듯 어깨를 들썩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학자에 대한 선망(羨望)이 크다. 배우지 못한 설움 탓일까? 선비를 추앙하는 유교 문화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박사는 권위의 상징이다. 박(博)은 넓다, 깊다, 많다, 크다는 뜻을 갖는다. 그래서 학제(學制)에 밝지 않은 사람들은 박사를 '모든 걸 다 아는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 박사는 '연애 박사' '컴퓨터 박사'처럼 어떤 일에 정통하거나 숙달된 사람을 비유하기도 한다. 동네 병원에 가면 '의학박사' 명패가 원장 책상에 보란 듯이 자리 잡고 있다. '의학박사라면, 병을 더 잘 고칠 것'이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 아들이 아버지 제사를 지낼 때 지방(紙榜)에 쓰는 일반적인 문구다. 여기서 '학생'은 '관직이 없는 선비'를 일컫는 예칭(譽稱)이다. 선비와 무관한 삶을 살았더라도 관례처럼 '학생'이라고 썼다. 학생 대신 처사(處士)란 용어를 쓰는 집안도 있다. 그래서 장관을 했으면 '현고장관부군신위', 박사였으면 '현고박사부군신위'라고 표현한다. 그랬던 박사가 푸대접을 받고 있다. 물론 박사가 과거보다 흔해진 이유가 있기도 하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5년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박사의 무직자 비율은 33.3%였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 박사의 절반 이상은 무직 상태다. 박사 학위를 받고도 시간강사와 단기 계약직을 전전한다. 구직을 포기한 경우도 많다. 일할 곳이 없어서다. 박사란 '가방줄'이 취업에 되레 장애가 되기도 한다. 대학은 학령인구(學齡人口) 감소로 전임교원 채용을 줄이고 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공공 연구기관의 취업문은 좁다. 특히 인문·사회 분야의 위기는 심각하다. 국가 연구개발 예산에서 인문·사회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다.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박사후연구원(博士後硏究員) 제도나 전문 연구기관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대다수 박사들은 강의 몇 시간으로 겨우 생계를 잇거나 아예 전공과 무관한 생업에 종사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엔 언어와 역사, 문화,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 인문·사회 분야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 주권 AI 개발에도 한국어 데이터와 언어학 연구가 필수다. 인문학을 비용으로만 보는 시각은 근시안(近視眼)이다. 인문학 홀대는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박사 인력을 국가 미래를 위한 전략 자산으로 여겨야 한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함께 지역에도 공공 연구기관과 정책 연구 기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대학·지자체·산업계를 연계한 '지역 정주형(定住型) 연구 생태계'도 구축해야 한다. 박사는 학문에 매진(邁進)한 끝에 얻는 최고의 전문성이다. 개인은 물론 국가가 막대한 교육·연구비를 투입해 길러낸 핵심 인적 자원이다. 박사들이 쉬거나 단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은 나라의 손실이다. 박사 3명 중 1명이 백수라니, 오호통재(嗚呼痛哉)라!
2026-08-04 05:00:00
모처럼 학창 시절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부모님의 안부를 묻고 자식과 주식 얘기를 거쳐 '퇴직 이후의 삶'이 서사(敍事)의 대미를 장식했다. 생활을 뻔히 아는 처지라 대화는 솔직담백했다. 공통점은 '그냥 쉬고 싶다'였다. 한 친구는 캠핑카를 사서 전국을 싸돌아다니겠다는 포부를 늘어놨다. 여행지에서 허드렛일로 돈을 벌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 보는 친구는 대구 외곽에서 전원생활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한 명은 쉼터와 서재(書齋) 삼아 책방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낭만이 물결치는 생각들이다. 다만 현실이 그 꿈을 허락할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인생 후반부는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한다. 젊을 때 못 이룬 자아실현(自我實現)의 꿈이라 할까? 밥벌이에 내몰렸던 한 인간을 위한 선물이기도 하다.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힐 그린(Thomas Hill Green)은 "자아실현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했다. 젊은 날에는 먹고사는 일이 먼저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고, 부모님을 돌보는 '의무적인 삶'을 살았다. 가정과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 맞춰 달렸다. 가끔 한눈팔다가도 이내 눈길을 돌렸다.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은 존재론적 질문을 마주한다.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남은 시간은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자인 카를 융(Carl Gustav Jung)은 "인생의 오후를 인생의 아침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노후는 경쟁과 성취를 중요시한 젊은 날과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내면(內面)과 화해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70세 이상 취업자가 200만 명을 넘었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도 50대 취업자를 추월했다. 한국인의 실질 은퇴 연령은 72세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노인 고용률(37%)과 노인 빈곤율(40.4%) 모두 OECD 국가 중 1위다. 일하는 노인이 가장 많은데도 가난한 노인이 가장 많은 나라다. 참담한 역설(逆說)이다. 한국인의 노후는 왜 가난할까? 몇 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다. 첫째, 현재 노인층 가운데 국민연금 수급자(受給者)가 많지 않다. 둘째, 자영업 비중이 높아 노후 준비가 부족했다. 셋째, 국가의 노후 소득 보장 체계가 미약하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한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35~40%다. 적정 노후 소득(70%)의 절반 수준이다. 노후가 불안한 사회다. 은퇴가 또 다른 생존 경쟁의 시작이 됐다. 정년퇴직을 해도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재취업에 성공해도 임금은 보잘것없다. 경력과 무관한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경우도 많다. 노후는 버텨 내야 하는 시간이 됐다. 50대 이후는 생애주기(生涯週期)에서 험난한 시기다. 부정적인 '생애 사건'이 잇따른다. 정년퇴직으로 사회적 역할이 줄고 경제적 불안이 커진다. 부모의 병이 깊어지거나 부모의 죽음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자신이나 배우자의 질병이 시작된다. 사별의 고통도 겪는다. 삶의 상실이 집중되는 구간이다. 이 와중에 '생계'라는 쇠사슬까지 끌고 다녀야 한다.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물론 돈이 여유와 행복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행복과 여유는 '마음가짐'이니까. 그러나 생존에 필요한 돈이 없다면, 마음도 궁핍(窮乏)해진다. 개인만의 불행일까. 아니다. 사회의 실패다.
2026-07-07 05:00:00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어린이들이 '유튜브'에 빠져 있는 모습을 흔히 본다. 유튜브 콘텐츠에 혼(魂)이 팔린 아기들도 많다. 돌은 지났으려나. 부모들이 음식을 먹거나 수다를 떨기 위해선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틀어주는 게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천방지축 뛰어다니거나 저지레할 아이들을 얌전하게 의자에 앉혀 둘 수 있으니 말이다. 영유아(嬰乳兒)가 TV나 스마트폰 동영상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여러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특히 동영상에 노출된 아기는 그렇지 않은 아기보다 사회성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3년 전 '미국 의학협회 소아과학 저널'(JAMA Pediatrics)에 실린 일본 도호쿠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7천97명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동영상 노출 시간이 긴 1세 아동은 1년 후 2세가 되는 시점에 사회성, 미세 근육을 움직이는 능력 등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전체 표본 중 48%의 가정에서 1세 아기에 대한 동영상 노출 시간은 하루 1시간 미만이었다. 1~2시간은 30%, 2~4시간은 18%였다. 4시간 이상은 4%로 집계됐다. 부모가 어리거나, 저소득층 가정일수록 동영상에 노출되는 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소아과학회(AAP) 등은 2~5세 아동의 동영상 시청 시간을 하루 1시간 미만으로 설정할 것을 권고(勸告)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흥미로운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부모가 꾸준히 책을 읽어 준 자녀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문해력(文解力)과 수리력이 높다는 것이다. OECD가 한국·영국·벨기에·네덜란드·아제르바이잔·브라질·몰타·아랍에미리트(UAE) 등 8개국 5세 아동 2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유아 인지·사회 정서 국제 연구(IELS)'의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가 5세 자녀에게 일주일에 5회 이상 책을 읽어줄 경우, 주 1회 미만인 아동에 비해 초기 문해력은 32점, 초기 수리력은 23점 높게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를 보면, 청소년 10명 가운데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過依存) 위험군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영유아기부터 유튜브에 빠지니, 중독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자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유튜브보다 책이다.
2026-06-30 05:00:00
[이런일] '2026 대구국제주류&칵테일쇼' 성황리 폐막
대한칵테일조주협회·제이엠컴퍼니 주관 '2026 대구국제주류&칵테일쇼'가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대구 EXCO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전시와 시음, 세미나, 체험 프로그램, 비즈니스 상담 등으로 진행됐으며 주류·음료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기회가 됐다. 행사를 주관한 이희수 조직위원장(대한칵테일조주협회장·대구한의대 교수)은 "대구국제주류&칵테일쇼는 주류 전시회를 넘어 주류문화와 산업, 관광, 교육,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대한민국 대표 융복합 플랫폼"이라며 "K-푸드와 K-컬처의 세계적인 확산과 함께 K-칵테일과 우리 전통주가 새로운 관광 콘텐트이자 미래 성장산업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2026-06-29 11:38:15
[이런일] 첨단요양병원, 'AI 융합 의료기관 실무자 교육' 실시
대구 첨단요양병원(병원장 김규종)은 23일 병원 간부 직원을 대상으로 'AI 융합 의료기관 실무자 교육'을 실시했다. '스마트한 첨단요양병원의 미래를 열다'란 주제로 2주간 진행된 이번 교육은 급변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환경에 발맞추어 요양병원의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병원 측은 이번 교육을 통해 디지털 기술을 의료 및 행정 현장에 접목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들에게 더욱 정밀하고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6-06-23 17:25:59
편히 쉬어야 할 노인들은 오늘도 일터로 나간다. 가장(家長)으로 산업역군(産業役軍)으로 젊음을 소진했지만, 아직도 일을 놓을 수 없다. 손자들 용돈을 줘야 하고, 결혼을 앞둔 딸이 있다. 요양원에는 기억이 묽어지는 아버지가 있다. 퇴직금은 대출금 상환, 생활비로 다 써 버렸다. 노령연금? 그걸로는 혼자 먹고살기에도 빠듯하다. 치열한 입시(入試)를 거쳐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쉬고 있다. 도서관, 학원, 고시원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첫 월급 타서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세상은 허락하지 않는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0세 이상 취업자는 사상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도 50대 취업자 수를 추월했다. 고령층의 건강이 좋아지고 기대수명(期待壽命)이 늘어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일은 노년의 삶에 활력을 주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단지 생존을 위한 일이라면 그건 '삶의 쇠사슬'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은 많은 노인들을 생계형 노동으로 내몰고 있다. 청년들은 일할 의지가 없어서 쉬는 게 아니다. 양질(良質)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기업들은 경력자를 선호한다. 어렵사리 취업을 하면,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 직면한다. '쉬었음' 청년(15~29세) 인구가 매달 40만 명 안팎인 것은 노동시장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청년들은 일하고 싶지만 일할 곳을 찾지 못한다. 노인들은 쉬고 싶지만 쉴 수가 없다. 딱한 현실이며, 어이없는 아이러니(irony)다. 이는 '세대(世代)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안전망과 성장 동력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다. 노인은 빈곤 때문에 일하고 청년은 기회가 없어 쉰다면, 행복한 나라가 아니다. '가난한 노년'과 '멈춰 선 청년'이 상존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노인에게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고, 청년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責務)다. 공적연금 강화와 노인 빈곤 해소, 청년 일자리 확대와 노동시장 개혁은 따로 떨어진 과제가 아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두 개의 축이다.
2026-06-19 05:00:00
대구경북(TK)은 '보수의 심장'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 심장은 멈추기 직전이고, 그 텃밭은 황폐(荒廢)하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여러 차례 정권을 잡았으나,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33년째 전국 꼴찌다.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떠나고, 지역 경제는 활기를 잃어 간다. TK신공항 건설은 하세월(何歲月)이다. 절박한 민심(民心)은 6·3 지방선거에서 터져 나왔다. "이번 선거는 TK를 살리는 지렛대가 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여야 후보들은 '경제 공약'으로 호응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은 대구시장 선거는 핫이슈(hot issue)였다. 밋밋하기만 했던 대구시장 선거가 짜릿해졌다. 여론조사, 출구조사는 초박빙(超薄氷)이었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역동적인 드라마였다. 국민의힘은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선거에서 또 이겼다. 판은 뒤집히지 않았지만, 양상은 달라졌다. 철옹성(鐵甕城)에 균열이 생겼다. 대구시장 선거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53.92%로 당선됐다. 이는 4년 전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78.75%)보다 24%포인트(p) 낮은 수치다. 김부겸 민주당 후보는 45.05%를 득표했다. 경북도지사 선거에서도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은 4년 전보다 10%p 넘게 떨어졌다. 투표율도 크게 높아졌다. 대구의 투표율은 64.2%로 역대 지방선거 중 최고였다. 16개 시·도 중 3위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선 전국 평균(50.9%)을 크게 밑돈 43.2%였다. 놀라운 변화다. 선거에 무심(無心)했던 유권자들이 마음을 바꾼 것이다. 높은 투표율은 정치권을 긴장시켰다. 그 과정에서 선택과 견제가 이뤄졌다. '무조건 지지'가 아닌 '고민과 선택의 투표'였다. 선거가 끝난 뒤 민주당 지지층에선 푸념이 나온다. "일당 독점의 대구가 걱정스럽다." "대구는 또 망했다." 그들에겐 김부겸 후보의 낙선이 애석(愛惜)한 일이다. 그러나 유권자의 선택은 존중돼야 한다. 패배주의에 빠질 일도 아니다. 시민들은 추 후보에게 시정(市政)을 맡기면서도 경고를 보냈다. 김 후보에겐 45%의 지지를 보내면서 변화를 갈망했다. 김 후보는 낙선 인사에서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패배가 아니다"며 "대구에 경쟁이 벌어지고, 여야가 서로 시민께 잘 보이려 노력하는 서비스로서의 정치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말대로 대구는 변했다. 민주당은 선거 결과를 곱씹어야 한다. 김 후보의 선전(善戰)이 TK에서 민주당의 구조적 확장은 아니다. 김 후보는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유력 정치인이다. '지역주의 타파'란 상징성도 있다. 득표율 45%에는 개인기(個人技)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포스트 김부겸?'이란 질문이 나온다. 대구에서도 여야의 경쟁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 그러나 바통을 받을 민주당의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16대 총선 때 서울 종로를 마다하고 부산에서 출마했던 노무현 후보가 낙선 후 한 말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씨앗을 뿌려 꽃을 피워내야 한다. TK가 민주당의 험지(險地)인 이유는 지역의 보수성 때문만이 아니다. 6·3 지방선거는 TK 정치가 경쟁의 시대로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유권자들은 정당의 간판이 아니라, 인물과 능력을 보고 선택하기 시작했다. 무풍지대(無風地帶)에도 바람은 분다.
2026-06-16 05:00:00
도수치료는 근골격계 질환의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다. 전문의의 진단에 의거해 의사 혹은 의사의 감독 아래 물리치료사가 손을 이용해 척추나 사지의 연부(軟部)조직, 관절의 위치를 바로잡아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도수치료의 도수(徒手)는 '아무것도 갖지 아니한 상태'를 비유한다. 즉 '맨손'이란 뜻이다. 그래서 도수치료는 영어로 'manual therapy'(수기치료)로 표기된다. 도수치료가 한방의 추나요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둘은 다르다. 추나는 밀 추(推)와 잡아당길 나(拏)이다. 손으로 밀고 당기거나 마찰을 일으켜 비틀린 체형을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추나요법은 2019년 건강보험에 편입됐으나, 도수치료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비급여(非給與) 항목이다. 도수치료가 성행하고 있다. '병원의 돈줄'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병·의원은 '도수치료'를 전면에 내세운다. 의사들은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에게 도수치료를 권한다. 허리가 아픈 환자, 관절 수술 환자, 암 환자 등 대상도 넓다. 가격은 천차만별(千差萬別). 회당 10만원 안팎에서 많게는 20만~30만원이다. 실손보험에 든 환자들은 의사의 권유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이런 도덕적 해이(道德的 解弛)가 과잉 진료, 의료자원 낭비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칼을 뺐다. 도수치료를 건강보험 항목인 '관리급여'(본인 부담률 95%)로 확정한 것이다. 7월 1일부터 도수치료 수가(酬價)가 1회 4만3천850원으로 통일된다. 즉, 3만8천원만 내면 도수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용 문턱은 높아졌다. 기본 물리치료를 먼저 받아야만 도수치료로 넘어갈 수 있다. 이용 횟수도 주 2회, 연간 15회로 제한된다. 과잉 진료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원가(原價)에 못 미치는 수가와 정부의 독단적 결정이 국민의 치료 선택권을 침해하고, 의료 현장의 지속 가능성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의정(醫政) 갈등이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풍선효과다. 도수치료를 누르면 뭐가 등장할지 모른다. '캐시 카우'(cash cow)가 될 비급여 항목은 여전히 많다.
2026-06-12 05:00:00
독설(毒舌)이 춤을 췄다. 감언이설(甘言利說)이 흥성거렸다. '내로남불'은 역시 약방의 감초였다. 그들은 '심부름꾼'이라며, 뻣뻣하던 허리를 숙였다. '깜깜이' 공천 속에 세상에 죄지은 자들도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진영 싸움과 세력 결집은 선거 막판을 뜨겁게 달궜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일꾼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민주주의 절차다. 시·도지사를 비롯해 단체장 243명, 교육감 16명, 지방의원 3천968명 등을 뽑는 선거였다. 물론 14곳의 국회의원 재보궐(再補闕)선거도 있었지만, 핵심은 지방선거다. 그러나 선거판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대 정당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됐다. '내란 심판' VS '정권 심판', '대통령 힘 실어주기' VS '보수 결집' 구도에 지역을 살릴 정책, 지방 정치는 묻혔다. 선거는 끝났다. 말의 성찬(盛饌), 달뜬 분위기도 사라졌다. 거리에서 인사하던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은 떠났다. 선수도 관중도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당선자와 낙선자는 선거의 여운(餘韻)에 머물고 있겠지만. 선거는 연극과 비슷한 점이 많다. 후보의 출마는 배우가 무대에 서는 것과 유사하다. 배우는 분장을 하고 연기로 관객에게 구애한다. 후보는 자신을 포장하고 공약으로 유권자의 지지를 간구한다. 연극의 3대 요소는 배우·희곡·관객. 그럼, 선거의 3대 요소는 후보·공약·유권자? 이토록 오묘한 대칭이 있을까. 선거 뒤의 공허함은 막(幕)이 내린 무대의 허전함을 닮았다. 이 느낌을 온전히 살린 옛 노래가 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1980년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받은 그룹 '샤프'의 '연극이 끝난 후'의 한 소절이다. 선거가 진짜 연극이 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후보의 언행이 배우의 '연기'였다면, 선거는 '국민 사기극'이다. 연극은 '허구'이며 '예술'이다. 선거는 '사실'이며 '정치'다. 연극의 끝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지만, 선거의 끝은 '감정의 응어리'로 남을 수 있다. 관객은 유희(遊戲)를 만끽하면 된다. 유권자는 그럴 수 없다. 구경꾼이 아니라 파수꾼이어야 하니까.
2026-06-05 05:00:00
10여 년 동안 간병(看病)했던 80대 아내를 살해한 80대 남편과 50대 아들이 지난 20일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막내인 50대 아들은 2014년부터 특별한 직업 없이 부모와 함께 살며 모친을 보살폈다. 모친은 뇌출혈로 인지능력이 떨어진 데다 202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이어 고관절이 골절돼 거동이 어려워졌다. 화불단행(禍不單行), 불행은 겹쳐 온다고 했던가. 집주인은 집을 비우라고 했다. 생활비와 병원비를 보냈던 형은 일자리를 잃었다. 50대 아들은 '독박 간병' 위기에 놓였다. 모친은 요양원 입소를 거부했다. 아들과 아버지는 극심한 좌절 끝에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이런 정황은 판결문에 실린 대화에서도 확인된다. 두 사람이 범행 후 차에서 나눈 대화가 블랙박스에 녹음된 것이다. "누나와 형은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아. 이제 돈 안 나오니까 엄마를 죽인 거라고…."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유죄(有罪) 확정된 간병 살인 228건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가장 많은 범행 동기는 '돌봄 효능감 저하'(53.0%)였다. 이는 누적된 간병 피로와 경제적 어려움에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무력감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지른 경우다. 또 가족의 지지 없이 '독박 간병'을 하던 중 살해한 경우가 75.8%인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을 했던 가해자 역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20.6%였다. 범행 후 죄책감에 시달려 자살 시도를 한 비율은 25.4%로 조사됐다. 숫자는 무정(無情)하나, 이 통계는 무참(無慘)하다. 간병은 지옥을 맛보게 한다. 며칠이나 몇 개월은 어떻게든 견딜 수 있다. 그러나 '긴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한 달에 수백만원에 이르는 간병비와 병원비, 정신적 스트레스, 그리고 가족 갈등…. 수술비와 입원비, 심지어 환자 밥값은 건강보험이 도와준다. 그러나 환자를 돌보는 사람의 비용은 가족이 알아서 해야 한다. 그러니 부모 병상을 지키다 생활이 무너지고, 빚더미에 앉고, 끝내 비극(悲劇)으로 이어지는 불행이 반복된다. 초고령사회에서 간병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시범 사업을 확대 실시하지만, 아직 체감도는 낮다.
2026-05-29 05:00:00
2021년 2월 25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1일 앞둔 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을 찾았다. 명분은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 문 대통령은 이날 배를 타고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봤다. "가슴이 뛴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역할'을 강조했다. '선상(船上) 빅 이벤트'가 벌어진 그날 오후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최대 28조원이 드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위한 특별법은 그해 3월 공포됐다. 당시 여권은 '가덕도신공항 카드'로 부산 민심(民心)을 잡으려 했다. 정작 부산시장 선거에선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낙선했지만,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 4월 26일 국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의결했다. 주목할 점은 가덕도신공항은 대통령과 민주당만 공들인 게 아니란 사실이다. 대구경북 눈치를 보던 국민의힘도 결국 찬성했다. 왜냐고? 부산은 수틀리면 선거판을 뒤집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 예정 부지를 방문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군 공항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조달이 어려워 사업 지연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국가 지원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재원 문제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발언은 담담했다. 누구처럼 가슴은 뛰지 않고 그냥 안타까웠다. 관계자에게 묻기만 하고 지시는 없었다. 감정이입(感情移入) 수위가 낮았다. '선거 개입'이란 비판을 의식한 탓인가? TK신공항 사업은 대구 도심에 있는 K-2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국가 안보 및 국가 균형발전 사업이다. 총사업비 19조원 중 군 공항 이전 비용만 11조5천억원이다. 군사시설 재배치는 국가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의 구조는 대구시가 재원을 마련하는 '기부 대 양여'(寄附對讓與) 방식이다.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과 야당도 그 이유를 잘 안다. 대구시장 선거가 초접전(超接戰)이다. 이 과정에서 TK신공항이 빅 이슈로 떠올랐다.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모두 신공항 사업에서 '정부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국가 지원 사업 전환' 공약을 내놨다. 당장은 1조원(공공자금관리기금 5천억원·정부 특별 지원 5천억원)을 확보해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여당과 합의도 했단다. 추 후보는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침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지난 18일 TK신공항 사업을 국가 주도로 전환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방선거가 TK신공항 사업의 분수령(分水嶺)이 되고 있다. 두 후보가 신공항 사업 지연의 책임을 떠넘기거나 트집을 잡기도 한다. 주도권 다툼일 뿐이다. 본질은 같다. 특별법 개정을 통한 국가 사업화다. 이 분위기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면, 신공항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법을 바꾸고, 대통령과 정부가 의지를 보이면 된다. 죽었던 가덕도신신공항 사업도 그렇게 살아났다. 신공항 문제는 대통령과 여당이 풀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김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한다면, 권력의 오만이며 횡포다. 가덕도공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구시장 선거가 최대 격전지가 됐다. 대구로선 천재일우(千載一遇) 기회를 맞았다.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그러려면, 대구가 정치권이 친 '그물'(내란 심판 vs 정권 심판)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2026-05-26 05:00:00
영화 '84제곱미터'와 '빈틈없는 사이'는 공통점이 있다. 층간소음(벽간소음)을 다뤘다는 점이다. 장르와 관점(觀點)은 다르다. '84제곱미터'는 심리스릴러, '빈틈없는 사이'는 로맨틱코미디다. 층간소음은 고통과 공포의 대상이지만, 사랑을 불러오기도 한다. 영화적 상상력이다. '84제곱미터'는 직장인 노우성이 '영끌'을 해서 구입한 33평형 아파트에서 시작된다. 밤마다 정체불명의 '쿵쿵쿵' 소리에 시달린다.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어도 소용없다. 참다못한 그는 소음의 진원지를 찾아 나선다. 윗집, 더 윗집, 또 더 윗집을 추궁하다가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여기서 기괴한 반전이 펼쳐진다. 주인공이 되레 층간소음 유발자(誘發者)로 몰린다. '빈틈없는 사이'에선 소음이 사랑의 도화선(導火線)이 된다. 남녀는 얇은 벽을 사이에 둔 공간에 산다. 생활 소음이 심각하다. 소음에 소음으로 대응하던 두 사람은 공생(共生)을 도모한다. 한 사람이 4시간을 자유롭게 생활하고 나면, 다른 사람이 4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방식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벽을 마주한 채 술을 마시며 속내도 터놓는다. 그렇게 '벽'은 허물어진다. 지난 9일 대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한 주민이 이웃 주민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람은 1년 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葛藤)을 겪었다. 층간소음 갈등이 살인과 방화 같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갈등 끝에 뜨거운 식용유를 뿌리거나 아파트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잇따랐다. 온라인에는 소음 복수법도 공유된다. 이웃집을 향해 대형 스피커로 음악 틀기, 불쾌한 음식 냄새와 담배 연기 내보내기 등이다. 층간소음 민원은 2020년 4만여 건에서 지난해 10만 건을 넘어섰다. 해결은 쉽지 않다. 관리사무소는 민원을 전달하는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아파트 내 층간소음관리위원회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정부 중재 기관인 '이웃사이센터' 역시 상담과 현장 측정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그 사이 당사자의 갈등은 쌓이고, 감정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층간소음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痼疾的)인 문제다. 개인의 불편이나 이웃 간 갈등의 차원을 넘었다. 이제는 공동체의 안전 문제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
2026-05-22 05:00:00
[동정] 대구한의대 이희수 교수, '와인의 품격' 특강
이희수 대구한의대 미래라이프융합대학 메디푸드HMR산업학과 교수(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한국음주문화관리협회 회장)는 5월 18일 경남인재개발원 미래설계과정에서 퇴직을 앞둔 공무원을 대상으로 '와인의 품격'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2026-05-19 15:17:48
이동건 경북도립경산노인전문병원 사무국장(대한병원행정관리자협회 대구광역시회장)이 5월 15일 지역 보건의료 발전과 사회공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동건 사무국장은 "앞으로도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선진 노인 의료 서비스 제공과 보건행정 발전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2026-05-19 15:10:56
"학부모는 자기 아이가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선생님에게 특별한 요구를 한다"면서 "이게 한국에서 논의되는 중요한 문제다. 이 영상이 큰 화제(話題)가 된 이유 중 하나도 사람들이 영상 속에서 어떤 불편한 진실을 봤기 때문이다." 인종·문화·한류 분야의 석학인 샘 리처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가 지난 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코미디언 이수지의 유치원 풍자(諷刺) 콘텐츠를 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 콘텐츠가 풍자를 넘어 사회적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고도 했다. 지난 4월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공개된 '극한직업-유치원 교사 이민지 씨' 영상이 국민들을 웃기고 울리고 있다. 이수지가 '유치원 교사 이민지'로 등장해 고달픈 일상(日常)을 보여주는 페이크(fake) 다큐멘터리다. 이수지 특유의 과장된 액션과 하이톤 목소리는 웃음을 자아낸다. 웃음 뒤엔 '극한의 직업'이란 현실이 있다. 몇 장면을 소개한다. #1. 이민지 교사는 "아이고 어머니 그러셨어요"라며 밝은 미소와 긍정의 마음으로 학부모를 대한다. #2. 학부모가 "선생님이 아이와 가위바위보 해서 이겼다더라"면서 CCTV 확인을 요구한다. 교사는 "아이들의 정서 보호를 위해 가위바위보 결과도 무승부로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자 학부모는 "그럼 아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거냐"며 윽박지른다. #3. 아이가 모기에 물렸다. 교사는 "구급차 불러달라. 아이가 가려워 죽는다"면서 눈물을 쏟는다. 다소 과장된 설정이다. 그러나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은 "모기에 물리거나 감기에 걸리는 것들도 교사의 부주의(不注意) 탓으로 돌리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공감한다. 지난 2월 한 유치원 교사가 '독감 속에서도 독박 수업'을 진행하다 숨졌다. 이 사건은 유치원·어린이집 교사의 처우(處遇)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 전교조가 사립유치원 교사(2천324명)를 대상으로 '병가 사용 실태' 조사를 한 결과, '독감에 걸렸음에도 출근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73.6%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대체인력 부족'(71%), '관리자 눈치·압박'(67.6%) 등을 꼽았다. 어린이집·유치원 교사에 대한 처우는 돌봄과 교육의 품질로 이어진다.
2026-05-15 05:00:00
2023년 개통된 경북 영천 보현산댐 출렁다리는 관광 명소다. 길이는 무려 530m. 국내에서 두 번째 긴 출렁다리다. 화사한 봄날, 보현산댐 출렁다리는 경향(京鄕) 각지의 사투리가 들릴 만큼 관광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출렁다리는 보현산댐 수면 위를 가로지른다. 다리 중간쯤 이르니 정신이 아득했다. 빼어난 경관에 취한 것은 잠시, 강풍에 다리가 후들거려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출렁다리는 계곡을 잇거나 강을 건너는 구조물(構造物)이다. 과거엔 구름다리, 보행교로 불렸다. 출렁다리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계기는 2018년 소금산 출렁다리(강원도 원주시 간현관광지) 개통이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당시 국내 최장·최고(길이 200m·높이 100m) 규모를 자랑하며, SNS와 유튜브를 통해 유명세를 탔다. 이후 전국에서 출렁다리 놓기 열풍이 불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출렁다리 건설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국내 최장' '아시아 최고'란 타이틀을 놓고 지자체들이 무한 경쟁을 벌였다. 타이틀 매치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국내 출렁다리는 2010년 110개에서 지난해 259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전국 시·군·구가 226개이니, 평균적으로 기초지자체에 출렁다리가 1개 이상인 셈이다. 여기도 출렁, 저기도 출렁. 처음엔 신통방통했으나, 지금은 식상(食傷)하다. 출렁다리는 짜릿한 체험과 빼어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당연히 관광객 유치(誘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유효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효과는 오래가지 않고 건설과 관리·유지에 많은 돈이 든다. 전국에서 '신장개업'이 잇따르니, 구경꾼들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출렁다리의 방문객은 개장 첫해(2021년) 103만 명이었으나, 지난해 73만 명으로 줄었다. 얼마 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출렁다리는 준공 다음 해에 관광객 수가 정점을 찍고, 7년 지나면 관광객 유치 효과를 상실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출렁다리만 문제일까. 삼천리금수강산(三千里錦繡江山)에 케이블카,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없는 곳이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공시설물 설립 공약들이 넘쳐난다. 심지어 수천억원 드는 돔구장을 짓겠다는 후보들도 있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2026-05-08 05:00:00
서예가 김교덕 씨(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가 제26회 경상북도서예전람회에 행초서 분야로 출품해, 4일 대상에 선정됐다. 사단법인 한국서가협회 경북도지회가 주최한 이번 대회의 시상식 일정은 6월 25일 오후 2시 경북 문경실내체육관. 수상작 전시회는 6월 25~28일 문경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김 씨는 영남대 재학 시절 서예 동아리 '한묵연'에서 활동했으며, 정년퇴직 후 서예와 서각을 본격적으로 연마했다.
2026-05-04 13: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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