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어린이들이 '유튜브'에 빠져 있는 모습을 흔히 본다. 유튜브 콘텐츠에 혼(魂)이 팔린 아기들도 많다. 돌은 지났으려나. 부모들이 음식을 먹거나 수다를 떨기 위해선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틀어주는 게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천방지축 뛰어다니거나 저지레할 아이들을 얌전하게 의자에 앉혀 둘 수 있으니 말이다. 영유아(嬰乳兒)가 TV나 스마트폰 동영상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여러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특히 동영상에 노출된 아기는 그렇지 않은 아기보다 사회성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3년 전 '미국 의학협회 소아과학 저널'(JAMA Pediatrics)에 실린 일본 도호쿠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7천97명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동영상 노출 시간이 긴 1세 아동은 1년 후 2세가 되는 시점에 사회성, 미세 근육을 움직이는 능력 등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전체 표본 중 48%의 가정에서 1세 아기에 대한 동영상 노출 시간은 하루 1시간 미만이었다. 1~2시간은 30%, 2~4시간은 18%였다. 4시간 이상은 4%로 집계됐다. 부모가 어리거나, 저소득층 가정일수록 동영상에 노출되는 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소아과학회(AAP) 등은 2~5세 아동의 동영상 시청 시간을 하루 1시간 미만으로 설정할 것을 권고(勸告)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흥미로운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부모가 꾸준히 책을 읽어 준 자녀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문해력(文解力)과 수리력이 높다는 것이다. OECD가 한국·영국·벨기에·네덜란드·아제르바이잔·브라질·몰타·아랍에미리트(UAE) 등 8개국 5세 아동 2만3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유아 인지·사회 정서 국제 연구(IELS)'의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가 5세 자녀에게 일주일에 5회 이상 책을 읽어줄 경우, 주 1회 미만인 아동에 비해 초기 문해력은 32점, 초기 수리력은 23점 높게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를 보면, 청소년 10명 가운데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過依存) 위험군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영유아기부터 유튜브에 빠지니, 중독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자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유튜브보다 책이다.
2026-06-30 05:00:00
[이런일] '2026 대구국제주류&칵테일쇼' 성황리 폐막
대한칵테일조주협회·제이엠컴퍼니 주관 '2026 대구국제주류&칵테일쇼'가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대구 EXCO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전시와 시음, 세미나, 체험 프로그램, 비즈니스 상담 등으로 진행됐으며 주류·음료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기회가 됐다. 행사를 주관한 이희수 조직위원장(대한칵테일조주협회장·대구한의대 교수)은 "대구국제주류&칵테일쇼는 주류 전시회를 넘어 주류문화와 산업, 관광, 교육,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대한민국 대표 융복합 플랫폼"이라며 "K-푸드와 K-컬처의 세계적인 확산과 함께 K-칵테일과 우리 전통주가 새로운 관광 콘텐트이자 미래 성장산업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2026-06-29 11:38:15
[이런일] 첨단요양병원, 'AI 융합 의료기관 실무자 교육' 실시
대구 첨단요양병원(병원장 김규종)은 23일 병원 간부 직원을 대상으로 'AI 융합 의료기관 실무자 교육'을 실시했다. '스마트한 첨단요양병원의 미래를 열다'란 주제로 2주간 진행된 이번 교육은 급변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환경에 발맞추어 요양병원의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병원 측은 이번 교육을 통해 디지털 기술을 의료 및 행정 현장에 접목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들에게 더욱 정밀하고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6-06-23 17:25:59
편히 쉬어야 할 노인들은 오늘도 일터로 나간다. 가장(家長)으로 산업역군(産業役軍)으로 젊음을 소진했지만, 아직도 일을 놓을 수 없다. 손자들 용돈을 줘야 하고, 결혼을 앞둔 딸이 있다. 요양원에는 기억이 묽어지는 아버지가 있다. 퇴직금은 대출금 상환, 생활비로 다 써 버렸다. 노령연금? 그걸로는 혼자 먹고살기에도 빠듯하다. 치열한 입시(入試)를 거쳐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쉬고 있다. 도서관, 학원, 고시원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첫 월급 타서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세상은 허락하지 않는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0세 이상 취업자는 사상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도 50대 취업자 수를 추월했다. 고령층의 건강이 좋아지고 기대수명(期待壽命)이 늘어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일은 노년의 삶에 활력을 주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단지 생존을 위한 일이라면 그건 '삶의 쇠사슬'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은 많은 노인들을 생계형 노동으로 내몰고 있다. 청년들은 일할 의지가 없어서 쉬는 게 아니다. 양질(良質)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기업들은 경력자를 선호한다. 어렵사리 취업을 하면,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 직면한다. '쉬었음' 청년(15~29세) 인구가 매달 40만 명 안팎인 것은 노동시장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청년들은 일하고 싶지만 일할 곳을 찾지 못한다. 노인들은 쉬고 싶지만 쉴 수가 없다. 딱한 현실이며, 어이없는 아이러니(irony)다. 이는 '세대(世代)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안전망과 성장 동력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다. 노인은 빈곤 때문에 일하고 청년은 기회가 없어 쉰다면, 행복한 나라가 아니다. '가난한 노년'과 '멈춰 선 청년'이 상존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노인에게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고, 청년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責務)다. 공적연금 강화와 노인 빈곤 해소, 청년 일자리 확대와 노동시장 개혁은 따로 떨어진 과제가 아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두 개의 축이다.
2026-06-19 05:00:00
대구경북(TK)은 '보수의 심장'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 심장은 멈추기 직전이고, 그 텃밭은 황폐(荒廢)하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여러 차례 정권을 잡았으나,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33년째 전국 꼴찌다.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떠나고, 지역 경제는 활기를 잃어 간다. TK신공항 건설은 하세월(何歲月)이다. 절박한 민심(民心)은 6·3 지방선거에서 터져 나왔다. "이번 선거는 TK를 살리는 지렛대가 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여야 후보들은 '경제 공약'으로 호응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은 대구시장 선거는 핫이슈(hot issue)였다. 밋밋하기만 했던 대구시장 선거가 짜릿해졌다. 여론조사, 출구조사는 초박빙(超薄氷)이었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역동적인 드라마였다. 국민의힘은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선거에서 또 이겼다. 판은 뒤집히지 않았지만, 양상은 달라졌다. 철옹성(鐵甕城)에 균열이 생겼다. 대구시장 선거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53.92%로 당선됐다. 이는 4년 전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78.75%)보다 24%포인트(p) 낮은 수치다. 김부겸 민주당 후보는 45.05%를 득표했다. 경북도지사 선거에서도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은 4년 전보다 10%p 넘게 떨어졌다. 투표율도 크게 높아졌다. 대구의 투표율은 64.2%로 역대 지방선거 중 최고였다. 16개 시·도 중 3위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선 전국 평균(50.9%)을 크게 밑돈 43.2%였다. 놀라운 변화다. 선거에 무심(無心)했던 유권자들이 마음을 바꾼 것이다. 높은 투표율은 정치권을 긴장시켰다. 그 과정에서 선택과 견제가 이뤄졌다. '무조건 지지'가 아닌 '고민과 선택의 투표'였다. 선거가 끝난 뒤 민주당 지지층에선 푸념이 나온다. "일당 독점의 대구가 걱정스럽다." "대구는 또 망했다." 그들에겐 김부겸 후보의 낙선이 애석(愛惜)한 일이다. 그러나 유권자의 선택은 존중돼야 한다. 패배주의에 빠질 일도 아니다. 시민들은 추 후보에게 시정(市政)을 맡기면서도 경고를 보냈다. 김 후보에겐 45%의 지지를 보내면서 변화를 갈망했다. 김 후보는 낙선 인사에서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패배가 아니다"며 "대구에 경쟁이 벌어지고, 여야가 서로 시민께 잘 보이려 노력하는 서비스로서의 정치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말대로 대구는 변했다. 민주당은 선거 결과를 곱씹어야 한다. 김 후보의 선전(善戰)이 TK에서 민주당의 구조적 확장은 아니다. 김 후보는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유력 정치인이다. '지역주의 타파'란 상징성도 있다. 득표율 45%에는 개인기(個人技)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포스트 김부겸?'이란 질문이 나온다. 대구에서도 여야의 경쟁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 그러나 바통을 받을 민주당의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16대 총선 때 서울 종로를 마다하고 부산에서 출마했던 노무현 후보가 낙선 후 한 말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씨앗을 뿌려 꽃을 피워내야 한다. TK가 민주당의 험지(險地)인 이유는 지역의 보수성 때문만이 아니다. 6·3 지방선거는 TK 정치가 경쟁의 시대로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유권자들은 정당의 간판이 아니라, 인물과 능력을 보고 선택하기 시작했다. 무풍지대(無風地帶)에도 바람은 분다.
2026-06-16 05:00:00
도수치료는 근골격계 질환의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다. 전문의의 진단에 의거해 의사 혹은 의사의 감독 아래 물리치료사가 손을 이용해 척추나 사지의 연부(軟部)조직, 관절의 위치를 바로잡아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도수치료의 도수(徒手)는 '아무것도 갖지 아니한 상태'를 비유한다. 즉 '맨손'이란 뜻이다. 그래서 도수치료는 영어로 'manual therapy'(수기치료)로 표기된다. 도수치료가 한방의 추나요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둘은 다르다. 추나는 밀 추(推)와 잡아당길 나(拏)이다. 손으로 밀고 당기거나 마찰을 일으켜 비틀린 체형을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추나요법은 2019년 건강보험에 편입됐으나, 도수치료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비급여(非給與) 항목이다. 도수치료가 성행하고 있다. '병원의 돈줄'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병·의원은 '도수치료'를 전면에 내세운다. 의사들은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에게 도수치료를 권한다. 허리가 아픈 환자, 관절 수술 환자, 암 환자 등 대상도 넓다. 가격은 천차만별(千差萬別). 회당 10만원 안팎에서 많게는 20만~30만원이다. 실손보험에 든 환자들은 의사의 권유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이런 도덕적 해이(道德的 解弛)가 과잉 진료, 의료자원 낭비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칼을 뺐다. 도수치료를 건강보험 항목인 '관리급여'(본인 부담률 95%)로 확정한 것이다. 7월 1일부터 도수치료 수가(酬價)가 1회 4만3천850원으로 통일된다. 즉, 3만8천원만 내면 도수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용 문턱은 높아졌다. 기본 물리치료를 먼저 받아야만 도수치료로 넘어갈 수 있다. 이용 횟수도 주 2회, 연간 15회로 제한된다. 과잉 진료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원가(原價)에 못 미치는 수가와 정부의 독단적 결정이 국민의 치료 선택권을 침해하고, 의료 현장의 지속 가능성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의정(醫政) 갈등이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풍선효과다. 도수치료를 누르면 뭐가 등장할지 모른다. '캐시 카우'(cash cow)가 될 비급여 항목은 여전히 많다.
2026-06-12 05:00:00
독설(毒舌)이 춤을 췄다. 감언이설(甘言利說)이 흥성거렸다. '내로남불'은 역시 약방의 감초였다. 그들은 '심부름꾼'이라며, 뻣뻣하던 허리를 숙였다. '깜깜이' 공천 속에 세상에 죄지은 자들도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진영 싸움과 세력 결집은 선거 막판을 뜨겁게 달궜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일꾼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민주주의 절차다. 시·도지사를 비롯해 단체장 243명, 교육감 16명, 지방의원 3천968명 등을 뽑는 선거였다. 물론 14곳의 국회의원 재보궐(再補闕)선거도 있었지만, 핵심은 지방선거다. 그러나 선거판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대 정당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됐다. '내란 심판' VS '정권 심판', '대통령 힘 실어주기' VS '보수 결집' 구도에 지역을 살릴 정책, 지방 정치는 묻혔다. 선거는 끝났다. 말의 성찬(盛饌), 달뜬 분위기도 사라졌다. 거리에서 인사하던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은 떠났다. 선수도 관중도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당선자와 낙선자는 선거의 여운(餘韻)에 머물고 있겠지만. 선거는 연극과 비슷한 점이 많다. 후보의 출마는 배우가 무대에 서는 것과 유사하다. 배우는 분장을 하고 연기로 관객에게 구애한다. 후보는 자신을 포장하고 공약으로 유권자의 지지를 간구한다. 연극의 3대 요소는 배우·희곡·관객. 그럼, 선거의 3대 요소는 후보·공약·유권자? 이토록 오묘한 대칭이 있을까. 선거 뒤의 공허함은 막(幕)이 내린 무대의 허전함을 닮았다. 이 느낌을 온전히 살린 옛 노래가 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1980년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받은 그룹 '샤프'의 '연극이 끝난 후'의 한 소절이다. 선거가 진짜 연극이 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후보의 언행이 배우의 '연기'였다면, 선거는 '국민 사기극'이다. 연극은 '허구'이며 '예술'이다. 선거는 '사실'이며 '정치'다. 연극의 끝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지만, 선거의 끝은 '감정의 응어리'로 남을 수 있다. 관객은 유희(遊戲)를 만끽하면 된다. 유권자는 그럴 수 없다. 구경꾼이 아니라 파수꾼이어야 하니까.
2026-06-05 05:00:00
10여 년 동안 간병(看病)했던 80대 아내를 살해한 80대 남편과 50대 아들이 지난 20일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막내인 50대 아들은 2014년부터 특별한 직업 없이 부모와 함께 살며 모친을 보살폈다. 모친은 뇌출혈로 인지능력이 떨어진 데다 202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이어 고관절이 골절돼 거동이 어려워졌다. 화불단행(禍不單行), 불행은 겹쳐 온다고 했던가. 집주인은 집을 비우라고 했다. 생활비와 병원비를 보냈던 형은 일자리를 잃었다. 50대 아들은 '독박 간병' 위기에 놓였다. 모친은 요양원 입소를 거부했다. 아들과 아버지는 극심한 좌절 끝에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이런 정황은 판결문에 실린 대화에서도 확인된다. 두 사람이 범행 후 차에서 나눈 대화가 블랙박스에 녹음된 것이다. "누나와 형은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아. 이제 돈 안 나오니까 엄마를 죽인 거라고…."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유죄(有罪) 확정된 간병 살인 228건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가장 많은 범행 동기는 '돌봄 효능감 저하'(53.0%)였다. 이는 누적된 간병 피로와 경제적 어려움에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무력감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지른 경우다. 또 가족의 지지 없이 '독박 간병'을 하던 중 살해한 경우가 75.8%인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을 했던 가해자 역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20.6%였다. 범행 후 죄책감에 시달려 자살 시도를 한 비율은 25.4%로 조사됐다. 숫자는 무정(無情)하나, 이 통계는 무참(無慘)하다. 간병은 지옥을 맛보게 한다. 며칠이나 몇 개월은 어떻게든 견딜 수 있다. 그러나 '긴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한 달에 수백만원에 이르는 간병비와 병원비, 정신적 스트레스, 그리고 가족 갈등…. 수술비와 입원비, 심지어 환자 밥값은 건강보험이 도와준다. 그러나 환자를 돌보는 사람의 비용은 가족이 알아서 해야 한다. 그러니 부모 병상을 지키다 생활이 무너지고, 빚더미에 앉고, 끝내 비극(悲劇)으로 이어지는 불행이 반복된다. 초고령사회에서 간병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시범 사업을 확대 실시하지만, 아직 체감도는 낮다.
2026-05-29 05:00:00
2021년 2월 25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1일 앞둔 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을 찾았다. 명분은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 문 대통령은 이날 배를 타고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봤다. "가슴이 뛴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역할'을 강조했다. '선상(船上) 빅 이벤트'가 벌어진 그날 오후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최대 28조원이 드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위한 특별법은 그해 3월 공포됐다. 당시 여권은 '가덕도신공항 카드'로 부산 민심(民心)을 잡으려 했다. 정작 부산시장 선거에선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낙선했지만,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 4월 26일 국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의결했다. 주목할 점은 가덕도신공항은 대통령과 민주당만 공들인 게 아니란 사실이다. 대구경북 눈치를 보던 국민의힘도 결국 찬성했다. 왜냐고? 부산은 수틀리면 선거판을 뒤집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 예정 부지를 방문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군 공항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조달이 어려워 사업 지연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국가 지원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재원 문제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발언은 담담했다. 누구처럼 가슴은 뛰지 않고 그냥 안타까웠다. 관계자에게 묻기만 하고 지시는 없었다. 감정이입(感情移入) 수위가 낮았다. '선거 개입'이란 비판을 의식한 탓인가? TK신공항 사업은 대구 도심에 있는 K-2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국가 안보 및 국가 균형발전 사업이다. 총사업비 19조원 중 군 공항 이전 비용만 11조5천억원이다. 군사시설 재배치는 국가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의 구조는 대구시가 재원을 마련하는 '기부 대 양여'(寄附對讓與) 방식이다.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과 야당도 그 이유를 잘 안다. 대구시장 선거가 초접전(超接戰)이다. 이 과정에서 TK신공항이 빅 이슈로 떠올랐다.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모두 신공항 사업에서 '정부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국가 지원 사업 전환' 공약을 내놨다. 당장은 1조원(공공자금관리기금 5천억원·정부 특별 지원 5천억원)을 확보해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여당과 합의도 했단다. 추 후보는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침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지난 18일 TK신공항 사업을 국가 주도로 전환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방선거가 TK신공항 사업의 분수령(分水嶺)이 되고 있다. 두 후보가 신공항 사업 지연의 책임을 떠넘기거나 트집을 잡기도 한다. 주도권 다툼일 뿐이다. 본질은 같다. 특별법 개정을 통한 국가 사업화다. 이 분위기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면, 신공항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법을 바꾸고, 대통령과 정부가 의지를 보이면 된다. 죽었던 가덕도신신공항 사업도 그렇게 살아났다. 신공항 문제는 대통령과 여당이 풀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김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한다면, 권력의 오만이며 횡포다. 가덕도공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구시장 선거가 최대 격전지가 됐다. 대구로선 천재일우(千載一遇) 기회를 맞았다.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그러려면, 대구가 정치권이 친 '그물'(내란 심판 vs 정권 심판)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2026-05-26 05:00:00
영화 '84제곱미터'와 '빈틈없는 사이'는 공통점이 있다. 층간소음(벽간소음)을 다뤘다는 점이다. 장르와 관점(觀點)은 다르다. '84제곱미터'는 심리스릴러, '빈틈없는 사이'는 로맨틱코미디다. 층간소음은 고통과 공포의 대상이지만, 사랑을 불러오기도 한다. 영화적 상상력이다. '84제곱미터'는 직장인 노우성이 '영끌'을 해서 구입한 33평형 아파트에서 시작된다. 밤마다 정체불명의 '쿵쿵쿵' 소리에 시달린다.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어도 소용없다. 참다못한 그는 소음의 진원지를 찾아 나선다. 윗집, 더 윗집, 또 더 윗집을 추궁하다가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여기서 기괴한 반전이 펼쳐진다. 주인공이 되레 층간소음 유발자(誘發者)로 몰린다. '빈틈없는 사이'에선 소음이 사랑의 도화선(導火線)이 된다. 남녀는 얇은 벽을 사이에 둔 공간에 산다. 생활 소음이 심각하다. 소음에 소음으로 대응하던 두 사람은 공생(共生)을 도모한다. 한 사람이 4시간을 자유롭게 생활하고 나면, 다른 사람이 4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방식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벽을 마주한 채 술을 마시며 속내도 터놓는다. 그렇게 '벽'은 허물어진다. 지난 9일 대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한 주민이 이웃 주민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람은 1년 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葛藤)을 겪었다. 층간소음 갈등이 살인과 방화 같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갈등 끝에 뜨거운 식용유를 뿌리거나 아파트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잇따랐다. 온라인에는 소음 복수법도 공유된다. 이웃집을 향해 대형 스피커로 음악 틀기, 불쾌한 음식 냄새와 담배 연기 내보내기 등이다. 층간소음 민원은 2020년 4만여 건에서 지난해 10만 건을 넘어섰다. 해결은 쉽지 않다. 관리사무소는 민원을 전달하는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아파트 내 층간소음관리위원회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정부 중재 기관인 '이웃사이센터' 역시 상담과 현장 측정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그 사이 당사자의 갈등은 쌓이고, 감정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층간소음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痼疾的)인 문제다. 개인의 불편이나 이웃 간 갈등의 차원을 넘었다. 이제는 공동체의 안전 문제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
2026-05-22 05:00:00
[동정] 대구한의대 이희수 교수, '와인의 품격' 특강
이희수 대구한의대 미래라이프융합대학 메디푸드HMR산업학과 교수(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한국음주문화관리협회 회장)는 5월 18일 경남인재개발원 미래설계과정에서 퇴직을 앞둔 공무원을 대상으로 '와인의 품격'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2026-05-19 15:17:48
이동건 경북도립경산노인전문병원 사무국장(대한병원행정관리자협회 대구광역시회장)이 5월 15일 지역 보건의료 발전과 사회공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동건 사무국장은 "앞으로도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선진 노인 의료 서비스 제공과 보건행정 발전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2026-05-19 15:10:56
"학부모는 자기 아이가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선생님에게 특별한 요구를 한다"면서 "이게 한국에서 논의되는 중요한 문제다. 이 영상이 큰 화제(話題)가 된 이유 중 하나도 사람들이 영상 속에서 어떤 불편한 진실을 봤기 때문이다." 인종·문화·한류 분야의 석학인 샘 리처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가 지난 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코미디언 이수지의 유치원 풍자(諷刺) 콘텐츠를 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 콘텐츠가 풍자를 넘어 사회적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고도 했다. 지난 4월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공개된 '극한직업-유치원 교사 이민지 씨' 영상이 국민들을 웃기고 울리고 있다. 이수지가 '유치원 교사 이민지'로 등장해 고달픈 일상(日常)을 보여주는 페이크(fake) 다큐멘터리다. 이수지 특유의 과장된 액션과 하이톤 목소리는 웃음을 자아낸다. 웃음 뒤엔 '극한의 직업'이란 현실이 있다. 몇 장면을 소개한다. #1. 이민지 교사는 "아이고 어머니 그러셨어요"라며 밝은 미소와 긍정의 마음으로 학부모를 대한다. #2. 학부모가 "선생님이 아이와 가위바위보 해서 이겼다더라"면서 CCTV 확인을 요구한다. 교사는 "아이들의 정서 보호를 위해 가위바위보 결과도 무승부로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자 학부모는 "그럼 아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거냐"며 윽박지른다. #3. 아이가 모기에 물렸다. 교사는 "구급차 불러달라. 아이가 가려워 죽는다"면서 눈물을 쏟는다. 다소 과장된 설정이다. 그러나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은 "모기에 물리거나 감기에 걸리는 것들도 교사의 부주의(不注意) 탓으로 돌리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공감한다. 지난 2월 한 유치원 교사가 '독감 속에서도 독박 수업'을 진행하다 숨졌다. 이 사건은 유치원·어린이집 교사의 처우(處遇)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 전교조가 사립유치원 교사(2천324명)를 대상으로 '병가 사용 실태' 조사를 한 결과, '독감에 걸렸음에도 출근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73.6%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대체인력 부족'(71%), '관리자 눈치·압박'(67.6%) 등을 꼽았다. 어린이집·유치원 교사에 대한 처우는 돌봄과 교육의 품질로 이어진다.
2026-05-15 05:00:00
2023년 개통된 경북 영천 보현산댐 출렁다리는 관광 명소다. 길이는 무려 530m. 국내에서 두 번째 긴 출렁다리다. 화사한 봄날, 보현산댐 출렁다리는 경향(京鄕) 각지의 사투리가 들릴 만큼 관광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출렁다리는 보현산댐 수면 위를 가로지른다. 다리 중간쯤 이르니 정신이 아득했다. 빼어난 경관에 취한 것은 잠시, 강풍에 다리가 후들거려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출렁다리는 계곡을 잇거나 강을 건너는 구조물(構造物)이다. 과거엔 구름다리, 보행교로 불렸다. 출렁다리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계기는 2018년 소금산 출렁다리(강원도 원주시 간현관광지) 개통이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당시 국내 최장·최고(길이 200m·높이 100m) 규모를 자랑하며, SNS와 유튜브를 통해 유명세를 탔다. 이후 전국에서 출렁다리 놓기 열풍이 불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출렁다리 건설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국내 최장' '아시아 최고'란 타이틀을 놓고 지자체들이 무한 경쟁을 벌였다. 타이틀 매치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국내 출렁다리는 2010년 110개에서 지난해 259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전국 시·군·구가 226개이니, 평균적으로 기초지자체에 출렁다리가 1개 이상인 셈이다. 여기도 출렁, 저기도 출렁. 처음엔 신통방통했으나, 지금은 식상(食傷)하다. 출렁다리는 짜릿한 체험과 빼어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당연히 관광객 유치(誘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유효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효과는 오래가지 않고 건설과 관리·유지에 많은 돈이 든다. 전국에서 '신장개업'이 잇따르니, 구경꾼들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출렁다리의 방문객은 개장 첫해(2021년) 103만 명이었으나, 지난해 73만 명으로 줄었다. 얼마 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출렁다리는 준공 다음 해에 관광객 수가 정점을 찍고, 7년 지나면 관광객 유치 효과를 상실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출렁다리만 문제일까. 삼천리금수강산(三千里錦繡江山)에 케이블카,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없는 곳이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공시설물 설립 공약들이 넘쳐난다. 심지어 수천억원 드는 돔구장을 짓겠다는 후보들도 있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2026-05-08 05:00:00
서예가 김교덕 씨(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가 제26회 경상북도서예전람회에 행초서 분야로 출품해, 4일 대상에 선정됐다. 사단법인 한국서가협회 경북도지회가 주최한 이번 대회의 시상식 일정은 6월 25일 오후 2시 경북 문경실내체육관. 수상작 전시회는 6월 25~28일 문경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김 씨는 영남대 재학 시절 서예 동아리 '한묵연'에서 활동했으며, 정년퇴직 후 서예와 서각을 본격적으로 연마했다.
2026-05-04 13:20:44
대구 첨단요양병원(병원장 김규종)과 칠곡경북대병원(원장 김종광)은 진료 의뢰 및 회송 업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칠곡경북대병원 진료협력센터는 4월 30일 첨단요양병원을 방문해 진료의뢰 시스템을 점검하고, 의료진 현황과 혈액투석센터, 병실 환경 등 의료 인프라를 확인했다.
2026-05-03 12:46:29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은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당성을 선언하는 문장이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계승할 것인지를 압축한 것이다. 특히 오늘의 민주주의가 어떤 뿌리에서 출발했는지 분명히 밝히는 기술(記述)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구 2·28민주운동을 헌법 전문에 명시해야 한다는 요구는 충분한 근거와 당위성을 갖는다. 2·28은 단순한 지역 사건이 아니다. 1960년 2월 28일, 자유당 정권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에 맞서 경북고·대구고 등 대구의 8개 고교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 저항했다. 대한민국 현대사 최초의 민주운동이다. 이 불씨는 3·15 의거와 4·19 혁명으로 이어지며 독재(獨裁)정권을 무너뜨렸다. 한국 민주주의의 과정에서 2·28은 명백한 출발점이다. 헌법 전문에는 4·19 혁명('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만 명시(明示)돼 있다. 문제는 최근 개헌 논의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의 수록을 논의하면서도 2·28은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민주화의 기원을 외면하는 행태다. 또한 특정 지역 편중(偏重)이다. 2·28은 201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2·2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10여 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다. 대구시의회가 건의문을 채택했고, 관련 단체들도 정치권에 끊임없이 요구했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헌법 전문에 개별 사건을 계속 추가할 경우 형평성(衡平性) 논란과 과도한 나열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헌법 전문이 '사건 목록'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선언'이란 점을 감안하면, 역사적 분기점이 되는 사건을 선별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오히려 필요하다. 2·28은 그 기준(최초성·역사적 영향력·민주주의 발전에 기여)을 모두 충족한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특정 지역의 요구로 비칠 경우 논쟁은 소모적으로 흐를 수 있다. 그러나 2·28의 본질은 '대구'가 아니라 '대한민국 시민'의 각성(覺醒)에 있다. 지역의 기억을 국가의 기억으로 확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2·28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2026-05-01 05:00:00
살기 위해 일을 하는데, 일을 하다가 죽는다. 이토록 허망(虛妄)한 일이 있을까.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가족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질까. 슬프고, 미안하고, 억울해서…. 지난해 산업재해(産業災害) 사망자는 605명이었다. 몇 명이 줄어도 모자랄 판에 전년보다 16명(2.7%) 늘었다. 하루 2명이 일터에 갔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것이다.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자는 113명이다. 건설업 사망자 감소 영향으로 전년보다 24명(17.5%) 줄었다. 정부는 점검과 감독을 강화한 결과라고 자평(自評)한다. 안전대 착용과 같은 기본 수칙을 강조하고, 고위험(高危險) 사업장을 집중 관리한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성과'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짧은 기간의 단순한 수치 감소를 정책 성과로 떠벌리는 것은 보기에도 민망(憫惘)하다. 건설업 사망자 감소는 다행스럽지만, '건설 경기 침체 여파'란 요인을 배제(排除)할 수 있나? 더욱이 제조업에선 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같은 기간 제조업 산재 사망자는 52명으로 23명(79%) 증가했다. 특정 대형 사고(14명이 숨진 대전 안전공업 화재)를 제외하더라도 사망자가 늘었다. 변명의 여지가 있는가. 불리한 현실은 덮고 유리한 통계만 강조하는 태도로는 산재를 줄일 수 없다. 우리나라 산재 사망률은 최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유럽연합(EU)보다 5배 높다. 국제노동기구(ILO) 자료(2022년 기준)를 보면, 한국의 근로자 10만 명당 '치명적(致命的) 산재'(사고 발생일 1년 내 사망) 희생자 수는 4.3명이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훨씬 낮은 몽골(4.8명), 콜롬비아(4.7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란 말이 부끄럽다. 우리나라 산재는 여전히 '후진국형'이다. 반복되는 추락, 끼임, 폭발 사고는 안전에 대한 인식과 구조(構造)의 문제다. 삼립 시화공장에선 지난해 5월 5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이곳에서 올해 2월 불이 나 3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다쳤다. 지난 10일엔 근로자 2명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사업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는 현실은 참담(慘澹)하다. 위험이 외주화(外注化)되고, 안전은 비용으로 취급되는 사회에서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작가 김훈은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일하다가 일터에서 죽는다. 동료가 죽은 자리에서 다시 일하다가 죽는다"고 일갈( 一喝)했다. 그의 말처럼 죽음이 반복되면 그것은 '사고'가 아니라 '구조'가 된다. 죽음이 통계로만 소비되는 사회는 감수성(感受性)을 잃은 곳이다. 산재는 진영과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생명과 안전은 보수와 진보를 초월한 인류의 절대적 가치다. 일터에서 사람이 죽는 현실을 방치한 채 '개혁' '성장' '안정'을 운운하는 것은 반문명·반인륜적이다. 하루에 2명의 노동자가 온전하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은 어떤 경제 성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반도체를 만들고, 자동차를 수출하고, AI 강국이 되면 무얼 하나. 그 뒤편에선 떨어지고, 끼이고, 질식하는 사고가 끊이질 않는데…. 4월 28일은 두 번째 맞는 '산재근로자의 날'이다. 일하다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기억하고, 안전한 일터를 다짐하는 날이다. 왜 우리는 노동자의 무탈(無頉)한 귀가를 보장하지 못하는가. '직(職)을 걸겠다'는 결기만으론 한참 부족하다.
2026-04-28 05:00:00
이희수 대구한의대 메디푸드HMR산업학과 학과장은 4월 23~24일 열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주최 창업기업 육성 프로그램에서 '와인의 품격'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2026-04-27 12:09:35
결혼 소식이 답지(遝至)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뤘던 결혼식이 몰린 탓인가? 아무렴 어떤가. 지난 2월 태어난 아기가 7년 만에 가장 많았다는 뉴스도 반갑다. '인구 절벽'의 그늘에도 봄 햇살은 깃든다. 그러나 결혼과 연애를 꺼리는 청년이 많다는 점은 여전한 현실이다. 경제적 여건이 '청춘 사업'(연애·결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집값, 육아, 교육비는 결혼을 부담스러운 선택으로 만든다.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많은 이들은 연애조차 미룬다. 사랑과 결혼이 돈에 얽매인 세상이 안타깝다. 속물근성(俗物根性)이라고 탓할 수도 없다. 연애를 하기도 전에 상대의 학벌, 직업, 연봉, 자산을 따진다. '조건'이란 필터가 사랑의 관문을 막고 있다. 외모지상주의(外貌至上主義)는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를 왜곡한다. 방송사의 연애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를 더 부추긴다. '명문대' '고액 연봉' '능력자' '전문직' '미모' 같은 말들을 스스럼없이 쏟아낸다. 미디어와 SNS는 완벽한 얼굴과 몸매를 강조한다. 외모는 개성이 아니라, 획일적(?) 기준으로 평가된다. 영화 '파반느'를 보면서 느낀 생각들이다. 이 영화는 인간 소외(疏外)를 다루면서 사랑의 의미를 일깨운다. 연필로 꾹꾹 눌러 쓴 듯한 대사와 문학적 서정(영화의 원작은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으로 채워진 영화다. 엄마를 버린 아버지 때문에 상처 입은 경록(문상민 분)은 백화점 주차장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외톨이처럼 일하는 미정(고아성 분)을 본다. 잘생긴 경록은 초라한 외모 탓에 무시를 당하는 미정에게 관심을 갖는다. 경록의 진심은 미정의 닫힌 마음을 연다. 자극적인 서사(敍事)가 없는 영화다. 대신 사랑과 관계의 본질을 조용히 묻는다.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를 떠올리게 한다. 파반느는 완벽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부족하고 흔들리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사랑을 다룬다. 조건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보고, 서두르지 않으며 관계를 맺어 가는 모습이 돋보인다. 파반느(pavane)는 르네상스 시대 궁정(宮廷)에서 유행한 느린 춤이다. 사랑은 두 사람이 서툰 걸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아닐까. 파반느라는 춤처럼.
2026-04-2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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