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영 논설위원 kimky@imaeil.com

기사

  • [야고부-김교영] 밥값, 그리고 밥벌이

    [야고부-김교영] 밥값, 그리고 밥벌이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정호승의 시 '밥값' 중에서) 밥값을 하기 위해선 '지옥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밥벌이 현장이 '지옥'과 같다는 말인데, 일터에서 죽는 현실을 놓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밥값은 밥을 먹는 데 드는 비용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밥을 먹으려면 밥값을 해야 한다. 이 세상엔 무임승차(無賃乘車), 불로소득(不勞所得)으로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업에 충실하지(밥값을 하지) 않고 밥만 축내는 군상도 많다. 국익·민생보다 사리사욕을 앞세우는 정치인, 생명·인권보다 돈벌이에만 급급하는 그런 작자들 말이다. 생계를 이어 가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삶의 무게는 천근만근이다. 일(직업)은 자아실현, 생계유지, 사회생활·봉사의 수단이라고 학교에서 배웠다. 각박(刻薄)한 세상에선 자아실현·사회봉사는 공허(空虛)하게 들린다.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봉사하라고 자식을 의과대와 로스쿨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러나 생계용 밥벌이라고 거저먹는 게 아니다. 몸과 영혼까지 탈탈 털어 넣으라고 하지 않는가. 생계형 밥벌이도 숭고하다. 장석주 시인은 '밥'이란 시에서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라고 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굴욕(屈辱)을 참고, 직장 상사의 갑질을 견디며, 기고만장(氣高萬丈)한 진상 손님에게 머리를 숙이며, 버티고 살아온 날들이다. 어른이면 그렇게 밥값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살아왔다. 일(노동)은 인간의 의무이면서 권리(權利)이다. 그런데 그 일(일자리)을 구하기 어렵다. 통계청의 5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층(15~29세)의 경제활동 참가율(49.5%)은 4년 만에 50% 밑으로 떨어졌다. 청년층의 고용률도 46.2%로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학 졸업 후 첫 일자리에 취업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1.3개월이란다. 밥값을 하고 싶어도 밥값 할 기회가 없다. 난감하고, 고약하고, 딱하다. kimky@imaeil.com

    2025-08-12 05:00:00

  • [야고부-김교영] 산재는 국격의 문제

    [야고부-김교영] 산재는 국격의 문제

    "노동자들은 죽음에 죽음을 잇대어 가면서 일터에서 일하다가 일터에서 죽는다. 사고로 죽고 골병들어 죽는다. 동료가 죽은 자리에서 다시 일하다가 죽는다. 이것이 일터인가. 이러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무이하다. 반도체를 못 만들고 자동차를 못 만드는 나라들도 이처럼 야만적이지는 않다. 죽음의 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죽음은 무의미한 통계 숫자처럼 일상화되어서 아무런 충격이나 반성의 자료가 되지 못하고 이 사회는 본래부터 저러해서, 저러한 것이 이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2019년 9월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인 김훈 작가가 '김용균이라는 빛' 북 콘서트에서 낭독(朗讀)한 글의 일부다. 그는 2020년 12월 한 신문에 '오늘도 퍽퍽퍽, 내일도 퍽퍽퍽… 노동자들이 부서진다'는 특별기고문도 실었다. 김 작가는 산업재해 문제의 여론화(輿論化)에 앞장서고 있다. 2년 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앵커가 "'보수'로 분류되는 김 작가가 산재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물었다. 이에 김 작가는 "사회의 안정과 질서, 우리 사회의 공통된 정서의 편안함, 이런 것을 지향하는 게 보수주의자의 길"이라며 "산재로 일 년에 죽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이 사회는 안정되고 편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보수주의자가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하러 갔다가 주검으로 돌아오는 노동자가 하루 2명꼴이다. 지난해 노동자 1천271명이 직업 관련 질병으로, 827명이 추락·끼임·깔림·폭발 등의 사고로 숨졌다. 생명과 타인에 대한 감수성(感受性)을 잃은 공동체는 야만 사회다. 불의의 죽음을 일상으로 여기고, 그 죽음을 애도하고 성찰하지 못한 결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 국가'란 오명(汚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SPC, 포스코이앤씨, 태안화력발전소의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 해당 기업과 정부 부처를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건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겐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라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 직을 걸라"고 지시했다.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비극(悲劇)은 끝나야 한다. kimky@imaeil.com

    2025-08-05 05:00:00

  • [야고부-김교영] 인사, 만사냐 망사냐

    [야고부-김교영] 인사, 만사냐 망사냐

    2019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투자 등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임명했다. 조 장관 찬반(贊反) 집회는 나라를 두 쪽으로 갈랐다. 조 장관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비판 여론에 귀 막고, 조 장관을 감쌌다. 조 전 장관은 징역 2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가 청문 일정을 미루는 사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임명했다. 박 부총리는 청문회에서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났고, 정책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에 대한 비판은 취임 뒤에도 이어졌다. 결국 박 부총리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등을 졸속(拙速) 발표했다가 34일 만에 물러났다. 인사 검증 실패 논란이 들끓었던 2022년 7월 5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의 답변은 가관(可觀)이었다. "그럼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그는 기자들 앞에서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윤석열 정권 몰락의 전조(前兆)였다. 보좌진·예산 갑질과 거짓 해명 의혹을 받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 했고, 민주당 지도부는 "직장 갑질과 의원·보좌진 관계의 갑질은 다르다"며 그를 옹호했다. 여론을 거스른 행태다. 임명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두 배 높고, 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도 반발했다. 당사자의 사퇴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정권 초기에 정부·대통령실 고위직 여러 명이 불명예 퇴진했거나 자리를 옮겼다. 이재명 정부의 오점(汚點)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측근·보은 인사' '부실 검증' 비판이 나오면, "인사 시스템은 문제없다"고 앵무새처럼 대응했다. 노(魯)나라 애공(哀公)이 공자(孔子)에게 "어떻게 하면 백성이 복종하겠냐"고 물었다. 공자 왈(曰), "곧고 바른 사람을 등용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따르고, 바르지 못한 사람을 등용하고 곧은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잘못하면 망사(亡事)다. kimky@imaeil.com

    2025-07-29 05:00:00

  • [야고부-김교영] '반구천 암각화' 딜레마

    [야고부-김교영] '반구천 암각화' 딜레마

    지난 12일 울산 '반구천 암각화(巖刻畫)'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登載)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 준다"며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반구천 암각화를 호평했다. 암각화는 바위에 윤곽을 그린 뒤 색을 입히거나, 바위를 쪼아 형상을 드러낸 것이다. 반구천 암각화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른다. 반구대 암각화의 그림은 312점. 고래가 물 위로 솟구치는 모습, 작살과 그물을 든 사냥꾼, 춤추는 주술사(呪術師) 등 선사시대의 생활·문화를 보여 주는 인류의 보물이다. 천전리 암각화는 신석기시대 동심원 같은 기하학적 무늬, 신라시대 글·그림 등 625점을 품고 있다. 반구천 암각화가 딜레마에 놓였다. 암각화 보존이 먹는 물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반구천 암각화는 울산 시민의 식수원(食水原)인 사연댐(1965년 건설) 안에 있다. 암각화는 1971년 발견됐다. 암각화는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긴다. 지난 19일 폭우로 물에 잠기기도 했다. 흐르는 물은 암각화를 마모시킨다.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 사연댐의 물 공급량이 준다. 울산 시민의 절반이 사연댐 물(하루 18만t)을 먹는다. 지난해 국가유산청·환경부·울산시는 655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댐의 물을 빼는 수문(水門)을 만들기로 했다. 수문을 세우면 암각화는 1년에 하루 정도만 물에 잠긴다. 문제는 식수 부족. 환경부는 지난해 운문댐 물을 끌어오는 계획을 세웠다. 운문댐은 대구 시민의 식수원이다. 그래서 대구의 부족한 식수를 안동댐 물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경북 의성, 상주 등이 농업용수 부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얽히고설킨 '물의 전쟁'이다. 노자(老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나 공을 과시하지 않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래서 도와 가깝다.' 물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도(道)의 표본이란 뜻이다. 사람이 물의 속성을 무시하고, 서로 제 것인 양 우겨 대니 이를 어이할꼬. kimky@imaeil.com

    2025-07-21 20:28:47

  • [이런일] 첨단요양병원·굿실버 재가노인돌봄센터 협약 체결

    [이런일] 첨단요양병원·굿실버 재가노인돌봄센터 협약 체결

    대구 첨단요양병원(병원장 김규종)과 굿실버 재가노인돌봄센터(대표이사 장성태)가 최근 지역사회 저소득층 홀몸 노인의 건강 증진과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2025-07-16 16:51:05

  • [매일칼럼-김교영] 국힘은 지지를 잃고, 민주당은 절제를 모르고

    [매일칼럼-김교영] 국힘은 지지를 잃고, 민주당은 절제를 모르고

    대구의 60대 기업인 A씨는 "요즘 뉴스를 안 본다. 더불어민주당이 하는 작태도 그렇지만 국민의힘이 하는 꼴은 더 보기 싫다"며 "폭삭 망해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고 했다. 국민의힘 열성(熱誠) 당원 B씨는 "국민의힘이 '보수'와 대구경북(TK)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며 "지금의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이 아닌 그냥 '수구 정당'일 뿐이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지지율(支持率)이 급락세다. '보수의 심장' TK도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고 있다. 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7~11일 시행)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3%로, 민주당(56.2%)의 절반에 못 미쳤다. TK에서도 국민의힘(31.8%)은 민주당(52.3%)에 크게 뒤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실시한 조사의 경우 국민의힘 19%, 민주당 43%로 나타났다. 이때도 TK에서 국민의힘(27%)은 민주당(34%)에 안방을 내줬다. 뚜렷한 보수 민심(民心) 이탈이다. 실망이 분노를 넘어 체념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소수의 단골만 찾는 휑한 식당 꼴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당의 주류인 '친(親)윤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독단을 막지 못했고, 당을 '용산출장소'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6·3 대선 때 '탄핵(彈劾)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도 없었다. 대선 패배 후 당 쇄신 요구가 거셌지만, 시간만 끌었다. 오죽하면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물러나면서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일갈(一喝)했겠나. '윤희숙 혁신위'는 '과거와 절연'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이대로 가면, 내년 6·3 지방선거는 참패(慘敗)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양곡법·방송 3법 등 쟁점(爭點)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폭풍처럼 몰아쳐 전광석화처럼 해치워야 한다'고 한다. 세상에 절대 선과 절대 악은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성현(聖賢)들의 가르침이다. 특히 정치가 양극화된 사회에선 선과 악은 상대적이다. 형사사법체계 등 국가 시스템의 근본을 바꾸고, 국민 삶과 경제에 밀접한 법안은 시간이 걸려도 여야 합의로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제1 야당을 '좀비' 취급 한다. 급기야 '내란 정당'으로 몰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과 12·3 내란은 처벌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국고보조금 환수(還收) 조항이 담긴 '내란 특별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을 쓸어버리겠다는 발상이다. 민주당은 '야당 없는 국회'를 꿈꾸는가. 그게 민주당이 역설하는 국민주권, 민주주의 회복인가? 영국 정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진리와 정의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소수 의견자의 독설을 규제하기보다는 다수 의견자의 독설을 제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국민의힘은 사실상 유일한 야당이다. 국민의힘이 무너지면 민주주의·의회주의 핵심 원리인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다. 여대야소(與大野小) 지형에서 대통령과 다수 여당의 독주(獨走)를 막으려면 견실한 야당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국민의 지지를 잃고, 민주당은 권력의 절제를 모른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 통합',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 정상화'가 아니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고 소리친 김수영의 시(詩)가 생각나는 폭염의 날이다.

    2025-07-14 20:15:10

  • [야고부-김교영] '임계장' '고다자'

    [야고부-김교영] '임계장' '고다자'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네리나'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그렇다면 노년은 어떨까. "모든 불행한 노년은 가난이란 이유로 닮았다." 돈이 행복의 절대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간이 자유를 누리고 삶을 이어가려면 적당한 돈은 꼭 필요하다. 맹자(孟子)도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고도 하지 않았나. 긴 수명(壽命)이 축복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에겐 되레 불행이 될 수 있다. 서글픈 일이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그렇다. 가난한 노인들은 병원비, 반찬값, 전기요금을 걱정한다. 돈이 없어 친척, 친구 만나기도 꺼린다. 한 푼이 아쉽다. 늙었지만 일을 놓을 수 없다. 계약 기간 1년 미만의 임시직으로 일하는 60세 이상이 199만 명에 이른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9년 이후 최대치다. 법정(法定) 정년(60세)을 넘긴 취업자가 처음으로 7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들 10명 가운데 3명꼴로 저임금의 단기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이다. 70세 이상 임시직 근로자는 100만 명을 바라본다. 건강한 노인이 재능(才能)을 발휘해 일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칠순 넘긴 노인들이 생존을 위해 싼 값에 노동을 팔아야 하는 현실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회안전망이 충분했다면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된다. 65세 이상 인구 중 연금(年金) 수령자는 90%가 넘는다. 그러나 이들의 월평균 연금 소득(2023년 기준·80만원)은 1인 가구 월 최저 생계비(134만원)의 59%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이지만, 노인 빈곤율(2023년 기준·38.2%)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일을 하거나 구직 중인 60세 이상 비율은 49.4%로 청년층(49.5%)과 맞먹는다. '임계장' '고다자'란 말이 있다.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준말이다. 고다자는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는 의미다. 두 단어는 열악한 노인 노동시장을 풍자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지만, 젊어서 고생한 사람이 늙어서도 고생한다. 호호노인(皓皓老人)이 생계를 위해 굽신거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게 태평성대(太平聖代)다. kimky@imaeil.com

    2025-07-13 19:03:11

  • [야고부-김교영] '낭만 여름'은 끝났다

    [야고부-김교영] '낭만 여름'은 끝났다

    '낭만(浪漫) 여름'은 끝났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에 가고, 여름방학 농활을 가고, 후두둑 후두둑 장맛비 소리를 듣고, 시골집에서 정취를 만끽하던 그 모든 '축제'가 지속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제 여름은 '5월부터 9월까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통계는 그렇지 않다 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느낀다. '대프리카'의 도시 대구의 여름은 혹독하다. 6월 평균 최고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장마는 찔끔하더니 끝났다. 며칠째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熱帶夜). '덥다'보다 '무섭다'란 말이 먼저 나온다. 대구는 지난달 30일 일평균 기온이 30.7℃를 기록했다. 이는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역대 6월 중 가장 더웠다. 기상청은 올여름 더위가 평년보다 더 심하고 폭염 일수도 지난해보다 많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7월 중하순부터 8월 상순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되면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다. 더 이상 기상 이변(異變)이 아니다. 이변 자체가 상수(常數)다. 우리가 알던 계절은 사라졌다. 지난 1일 유엔(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때 이른 폭염이 일시적 기상 이변이 아닌 '새로운 기후 현실'이라고 밝혔다. 클레어 눌리스 WMO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로 인해 극심한 폭염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폭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매일신문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은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아열대 기온을 기록하고 있어, 기후학적으로는 전환기(轉換期)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아열대권에 있다"고 했다. 그는 "예전 여름 더위는 불편한 더위였지만, 지금은 사람 목숨을 앗아 가는 살인적인 더위다"며 "여름이니까 덥다는 식의 인식으로는 지금의 기후를 절대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생존(生存)의 여름'이다. 물난리·가뭄, 극한 폭염이 반복되면서 사람과 동·식물이 죽고 다치는 재난이 반복된다. 모든 사회 시스템이 기후 위기에 맞게 다시 설계돼야 한다. 털털거리는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 쪽방촌 사람들,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이 무서워 켜지 못하는 홀몸 노인들, 폭염으로 일을 못 하는 건설 노동자들과 노점상들…. 폭염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무섭다. kimky@imaeil.com

    2025-07-07 20:17:27

  • [야고부-김교영] '새마을', 노벨상 도전

    [야고부-김교영] '새마을', 노벨상 도전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새마을 노래'의 가사는 힘차고 가락은 명랑하다. 1970년대, 이 노래와 쌍벽을 이뤘던 노래가 있으니, '잘 살아보세'다.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 경쾌하면서도 간절함이 절절하다. 두 노래의 지향(志向)이 비슷해 뭐가 '새마을 노래'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새마을운동은 학교에서 배웠지만, 일상에서도 경험할 수 있었다. 관공서마다 꽂힌 새마을기, 농촌 아재들이 쓰던 새마을 모자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지금도 아프리카 국가 등에선 새마을 모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새마을·산업화 세대'가 열심히 터 닦은 덕분에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班列)에 올랐다. 1970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국민의 '가난 탈출' 염원과 '조국 근대화'란 국가 의지의 산물이다. '관변(官邊) 운동'이란 꼬리표가 붙기도 했고, 새마을운동중앙본부의 비리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은 역경과 성찰 끝에 공공 정책, 저개발 국가 지원 사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4월 김일수 경북도의회 의원이 본회의에서 '새마을운동 노벨평화상 추진위원회' 설립을 제안(提案)했다. 새마을운동이 대한민국 경제·사회 발전을 이끈 정신이며, 그 가치를 국제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경북도는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경북도는 2005년부터 개발도상국에 새마을운동을 전파했다. 16개국 77개 마을이 새마을운동 시범 사업을 하고 있고, 91개국 1만 명의 지도자가 새마을 정신을 배우고 있다. 새마을운동 기록물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登載)됐다.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임시정부 수장은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finance·빈곤층 대상 소액 금융)의 대부(代父)다. 유누스는 1983년 '그라민은행'을 세워 빈민층에게 무담보 소액 대출을 해 줬다. 그는 자신의 대출 사업과 생활 개혁 운동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은 유엔(UN)이 채택한 '세계 빈곤 퇴치'의 모범이다. 새마을운동의 노벨평화상 도전,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한낱 꿈은 아닐 것이다. kimky@imaeil.com

    2025-06-30 20:11:25

  • 한국여성의정, 대구정치학교 기본과정 상황리 열려

    한국여성의정, 대구정치학교 기본과정 상황리 열려

    2025 한국여성의정 대구정치학교 기본 과정이 26일부터 27일까지 대구시의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대구정치학교는 정치에 관심 있는 지역 여성 시민 및 예비 정치인을 대상으로, 정치 입문에 필요한 기본 소양과 실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 과정이다. 이번 행사에는 대구시의회·기초의회 의원, 정치에 관심 있는 여성 등 46명이 참석했다. '여성 의원과의 만남'은 현직 여성 의원과 대화를 통해 정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시간으로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조명희(전 국회의원) 한국여성의정 대구정치학교 교장은 "이 교육 과정은 대한민국 정치의 변화를 이끌어갈 여성 리더들이 소통과 협력을 배우고, 정치 현장의 실질적인 경험과 비전을 공유하는 기회"라고 밝혔다. 이재화 대구시의원은 "여성들이 정치 참여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지역의 정책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미 있는 교육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2025-06-29 13:54:38

  • [이런일] 대구시티요양병원, 격리실·격리재활치료실 개설

    [이런일] 대구시티요양병원, 격리실·격리재활치료실 개설

    대구시티요양병원은 지난17일 감염병 환자를 위한 격리실(26실) 및 격리재활치료실을 개설했다. 이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감염병 중 특히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감염증), VRE(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 감염증) 환자의 격리와 재활치료를 위한 것이다. 박준억 병원장은 "모든 환자가 치료를 잘 받고 퇴원해서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병원의 의료 기능 강화에 힘쓰겠다"고 했다.

    2025-06-24 16:35:23

  • [야고부-김교영] 검찰의 운명

    [야고부-김교영] 검찰의 운명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재수사하는 서울고검 수사 팀이 특검을 앞두고 새로운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지난 4년간 아무 증거가 없다더니, 재수사 한 달 만에 나온 결과다. 이번 수사 팀이 유능하고, 지난 수사 팀은 무능했던가. 미묘(微妙)한 시점에 핵심 증거가 나온 게 기묘(奇妙)할 따름이다. 수사 지연, 부실 수사, 표적 수사 등 과거 검찰의 행태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러니 죄지은 선량(選良)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툭하면 '정치 검찰의 표적 수사'라고 항변한다. 부당한 권력에 희생된 '민주 투사(鬪士)'라도 된 듯이 말이다. 이는 선량(善良)한 시민들이라면, 흉내 낼 수 없는 행태다. 그런 정치 검찰과 불법한 사람들에게 톨스토이가 한 말을 전한다. "그대, 회개하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검찰 관련 법안들을 발의했다. ▷검찰청법 폐지법 ▷공소청 신설법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법 ▷국가수사위원회 신설법 등이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검찰 조직은 해체(解體)된다. 검찰의 수사권(搜査權)과 기소권(起訴權)은 분리된다.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으로,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으로 넘어간다. 기존 검사들은 '중수청 수사관' 또는 '공소청 검사'로 흩어진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권력 분산이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 시절에는 경찰, 군, 중앙정보부(안기부)가 검찰보다 힘이 셌다. 검찰이 막강해진 것은 노태우 정부 때부터다. 검찰은 공안 정국(公安政局)과 '범죄와의 전쟁'을 이끌었다. 검사 출신이 권력 핵심에 진입했다. 때론 검찰이 정권과 힘겨루기도 했다. 정권 초기에는 지난 정권을 털었고, 정권 말기에는 힘 빠진 권력에 칼을 겨눴다. 가히 '검찰공화국'이라 할 만했다. 그런 검찰이 해체의 기로에 섰다. 검찰 개혁은 형사 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과제다. 원래 개혁이 어려운데, 검찰 개혁은 더 지난(至難)하다. 역대 정부가 추진했지만, 중단했거나 실패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는 물론 야당과 합의(合意)를 거쳐야 한다.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 그런 개혁은 부메랑이 된다. kimky@imaeil.com

    2025-06-23 20:00:47

  • [이런일] 첨단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1등급 획득

    [이런일] 첨단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1등급 획득

    대구 첨단요양병원(병원장 김규종)이 최근 보건복지부 주관·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행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아 우수 의료기관으로 인정됐다. 이로써 첨단요양병원은 7차례 1등급을 획득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평가는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의 요양병원 입원 진료분을 기준으로 전국 1천325개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첨단요양병원은 1등급 평균(87점)을 옷도는 91점을 받았다. 김규종 병원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정부 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5-06-22 14:57:49

  • [야고부-김교영] 다시, 청와대

    [야고부-김교영] 다시, 청와대

    청와대(靑瓦臺)가 다시 대통령 집무실이 된다. 현재 청와대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후 시민들에게 개방된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을 쓰고 있지만, 청와대 집무실(執務室) 복귀를 선언했다. 청와대 복귀 업무를 맡을 관리비서관직이 신설됐고, 복귀 예비비 259억원도 확보됐다. 정부는 오는 8월 1일부터 복귀에 필요한 점검을 위해 청와대 관람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청와대 관람 예약이 몰리고 있다. 청와대의 원래 명칭은 '경무대'(景武臺)였다. 1960년 윤보선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바꿨다. '푸른 기와집', 한국 고유의 미(美)를 상징하는 이름이다. 청와대 본관은 대한민국 건국 후 70년 동안 대통령 집무실로 쓰였다. 역대 대통령들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광화문 근처 정부서울청사로 집무실 이전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서울청사 및 과천청사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중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와 모든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옮기고자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법' 위헌(違憲) 결정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광화문 집무실'로 이전을 공약했지만, 실행하지 않았다. 건국 이후 집무실을 청와대 밖으로 옮긴 유일한 사례는 윤 전 대통령의 '용산 이전'이다. 청와대는 건물 구조적으로 '불통(不通) 공간'이란 지적을 받았다. 청와대 본관의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인 여민관은 500m 떨어져 있다. 대통령과 참모진의 원활한 소통에 어려움이 따르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참모가 대통령에게 긴급한 보고를 할 때 차를 타고 가거나 전화로 보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하니, 이참에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West Wing)처럼 대통령 집무실을 수평적인 '소통 공간'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물 자체도 많이 낡았다. 여민2·3관은 50년이 넘은 건물이다. 청와대 재정비(再整備)가 '모두의 대통령' 시대를 열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다만, 소통은 '공간'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kimky@imaeil.com

    2025-06-16 19:59:08

  • [매일칼럼-김교영] 李 대통령, '불황과 일전'으로 국민을 구하라

    [매일칼럼-김교영] 李 대통령, '불황과 일전'으로 국민을 구하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첫날 결연했다. 전(前) 정부에서 물려받은 게 '무덤 같은 (대통령실)'과 '0%대 저성장' 전망이라고 하니, 오죽할까. 이 대통령은 '불황과 일전(一戰)'을 선언했다. '전쟁'이란 살벌한 단어까지 동원됐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한 것이다. 이 대통령 취임사를 다시 읽었다. '경제'와 '성장'을 10여 차례씩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되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갈 시간"이라고 했다. 특히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며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취임사대로만 이뤄지면, 태평성대(太平聖代)다.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불황과 일전'은 민생 회복·경제 살리기 의지를 함축(含蓄)한다. 경제 현실은 암담(暗澹)하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로 집계됐다.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빚더미에 올랐다. '고용 절벽'에 갇힌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취약계층은 근근이 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성장(成長) 기조'로 경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택호(宅號)도 '경제성장수석'으로 바꿨다. 그 자리에 창조적 파괴·기업가 정신의 아이콘인 조지프 슘페터를 연구한 교수를 임명했다. 성장을 이끌 쌍두마차는 '재정 투입'과 '규제 완화'다. '20조원+α'의 2차 추경으로 내수(內需)를 응급 소생시키고, 내년 본예산과 제도 혁신으로 기업 활동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확장(擴張) 재정'은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기조다. 내수를 살리기 위한 추경은 필요하다. 문제는 재정 여력과 선심성(善心性) 정책에 대한 우려다. 국채 발행(國債)으로 추경 재원을 마련하면, 국가 채무가 또 는다. 올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61조3천억원이다. 여당의 계획대로 1인당 민생지원금 25만원을 지급하려면 13조원이 든다. '전 국민 대상 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26~36%'란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를 유념해야 한다. 전 국민 지원보다 소득 수준에 따른 '선별 지원'이 실용(實用)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혁신 성장과 관련해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정책 노선에서 진일보(進一步)한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는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 등 민주당의 반(反)기업적 입법 추진을 우려한다. 상법 개정이 '코스피 5,000' 시대를 연다면, 투자자들은 '이재명 만세'를 부를 것이다. 그렇지만 상법 개정만으로 그게 가능한 일인가. '첫째도 민생(民生), 둘째도 민생'이란 이 대통령의 말은 옳다. 하지만 '민생'이 사상 최대 규모의 3개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국민의힘이 '대통령 방탄법'이라고 비판하는 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형사소송법 개정과 나란히 할 수 있겠나. 그 '민생'이 정쟁(政爭)의 소용돌이를 뚫고 국민을 구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는 수출 전략회의를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을 내걸었다. 윤석열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약속했다. 모두 시작은 창대(昌大)했으나 끝은 미약(微弱)했다. 이재명 정부의 '불황과 일전'은 달라야 한다. 경제는 '슬로건'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 상생과 통합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이제는 우리가, 미래의 과거가 되어 내일의 후손들을 구할 차례다"라는 이 대통령 취임사가 귓전에 맴돈다.

    2025-06-09 20:00:58

  • [야고부-김교영] '독이 든 사과'

    [야고부-김교영] '독이 든 사과'

    이재명 대통령이 민생(民生) 회복과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취임 첫날 비상경제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적극적인 경기 진작 대응을 주문했다. 복합 경제 위기 상황에서 마땅한 조치다.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善循環)을 되살리겠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내비쳤다. 이번에 추진될 2차 추경은 '20조원+α' 규모로 보인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올 초 민주당은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35조원에서 14조원(1차 추경)을 빼면 20조~21조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당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1인당 25만원의 '전 국민 민생 회복 지원금' 예산이 소비 부진(不振) 타개책으로 추경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재정(財政) 지원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10% 할인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지역화폐 예산도 포함될 전망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19 대출 탕감도 주요 사업으로 거론된다. 국민들은 추경을 통해 내수(內需)를 살리겠다는 취지에 동의한다. 야당도 추경 필요성을 공감한다. 그러나 전 국민 대상 지원금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다. 많은 국민들이 '공짜 돈'을 '독이 든 사과'로 여긴다. 재정 부담과 효과성의 의문 때문이다. 지난달 13조8천억원의 1차 추경은 68%를 국채(國債) 발행으로, 나머지는 지난해 쓰고 남은 돈과 기금 여윳돈으로 조달했다. 2차 추경에서는 20조원 가까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이러면 연말 국가 채무는 1천300조원을 넘어선다. 전 국민 대상 지원금은 코로나19 때 지급된 전례가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확산으로 침체된 소비를 살리기 위해 소득과 재산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 결과, 전 국민 대상 지원금의 소비 진작(振作) 효과는 26.2~ 36.1%로 낮았다. 반면 소득 기준으로 지급한 경우에는 효과가 훨씬 높았다. 추경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효과가 불명확한데 나랏빚만 늘면, 그 부담은 국민의 몫이다. 선심성(善心性) 예산을 경계해야 할 이유다. 무상의료 등 선심 정책을 남발하다가 선진국 문턱에서 최빈국으로 추락한 베네수엘라, 과감한 구조 개혁과 무상복지 축소 등을 거쳐 경제를 살린 그리스를 기억하자. kimky@imaeil.com

    2025-06-08 19:33:30

  • [이런일] 청송군 고와향우회 야유회

    [이런일] 청송군 고와향우회 야유회

    청송군 고와향우회(회장 김재화)는 지난 1일 회원 40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화수목원에서 하계야유회를 가졌다.

    2025-06-04 16:18:51

  • [야고부-김교영] 주권자 의무 '투표'

    [야고부-김교영] 주권자 의무 '투표'

    "유권자는 선거 이전에만 주인이고, 선거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간다."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장자크 루소가 263년 전에 쓴 '사회계약론'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등을 뽑는 수많은 선거를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무릎을 칠 만한 격언(格言)이다. 끝없는 정쟁(政爭), 난데없는 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입법 독주와 사법권 침해에 이어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치인의 행태를 목격했던 국민들이니 일러 무삼하리오. 그렇다고 선거를 몰라라하고 투표를 포기할 수는 없다. 국민의 '정치 외면', '정치 혐오'는 악덕한 정치 모리배(謀利輩)의 노림수다. "민중은 개돼지"(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사)란 생각이 그들의 속내일지 모른다. 국민은 이에 굴복하면 안 된다. 루소의 지적이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럴수록 더 적극적으로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루소의 격언은 '노예로 돌아가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투표하라'는 역설(逆說)로 봐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세력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통찰했다. 오늘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대통령 선거는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의 핵심이다. 그 중요성은 헌법 제1조 2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민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투표는 주권자의 권리이며, 의무다. 참정권(參政權)은 어느날 문득 신이 내린 선물이 아니다. 민중의 피와 역사의 도도(滔滔)한 힘이 쟁취한 것이다. 현실 정치는 국민을 배신했다. 거짓과 위선의 정치는국민을 힘들게 했고, 나라를 도탄(塗炭)에 빠뜨렸다. 특히 이번 대선은 '정치 대참사'의 결과물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정치의 민낯은 대선 캠페인에서 또 드러났다. '찍을 사람이 없다'고 하는 국민들이 많다. 그렇다고 물러서면 안 된다. 투표로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 조금 더 고민해보자.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면 된다. 이마저 여의치 한다면 '최악'을 피해 '차악'이라도 뽑아야 한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웠고, 진흙탕에서도 연꽃을 피워냈다. 그게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이다. kimky@imaeil.com

    2025-06-02 19:59:38

  • [야고부-김교영] 이 시대의 '희망가'

    [야고부-김교영] 이 시대의 '희망가'

    "이 풍진(風塵)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富貴)와 영화(榮華)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가요 '희망가'의 앞 소절이다. 이 노래는 1920, 30년대에 유행했던 대중가요의 고전이다. 시대(일제강점기)가 시대인지라 '희망'을 노래하지만, 가사는 암울하고 가락은 슬프다. '나라를 잃었는데,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이냐'는 물음은 허무적이기까지 하다. '희망가'는 시대를 넘어 풍미(風靡)하고 있다. 여러 편곡(編曲)이 나왔고, 많은 가수들이 애창했다. 한대수, 들국화, 장사익, 김호중도 불러 우리를 위로했다. 나도 모르게 '희망가'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삶이 버겁고 시대가 어두울 때, '희망가'는 민심을 대변한다. 지금도 '바람에 날리는 티끌처럼 어지러운(풍진) 세상'에 놓여 있으니, 그 노래의 생명력이란 참 모질고 강하다. 국밥집 주인은 임차료를 내지 못해 변두리로 밀려난다. 혹독한 입시 경쟁을 거쳐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다. 구직도 취직도 않고, 그냥 쉬는 청년이 50만 명이다. 미국발 관세(關稅) 전쟁으로 "수출이 막힌다, 경제가 죽는다"고 난리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은 최저,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은 최고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 법치주의, 정의, 공정은 둘로 나뉜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저들이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는 원칙은 "법 앞에 만 명만 평등하다"란 말로 희화(戲化)되고 있다. 정말 '이 풍진 세상'이다. 원인은 정치에 있다. 책임도 정치에 있다. 그러나 책임지는 정치인은 없다. 선거 때 잠시 머리를 숙일 뿐이다.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온다. 29·30일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대통령 탄핵으로 빚어진 조기(早期) 대선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미안함이 없는 듯하다. '국민 통합'보다 여전히 '네 탓 공방'이다. 체면이나 부끄러움이 없다. 이 혼돈(混沌)에서도 확실한 게 있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의 그날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사실 땅 위에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곧 길이 된 것이다."(루쉰 소설 '고향'의 마지막 문장) kimky@imaeil.com

    2025-05-28 20:08:09

  • [야고부-김교영] 아름다운 이별

    [야고부-김교영] 아름다운 이별

    얼마 전 배우 박정자(83) 씨가 지인들에게 '박정자의 마지막 커튼콜'이란 제목의 부고장(訃告狀)을 보냈다. 오는 25일 강릉 순포해변에서 '생전 장례식'(생전장·生前葬)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생전장은 그가 출연하는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의 장례식 장면 촬영을 겸한 것이란다. 박 씨가 쓴 부고장은 '꽃 대신 기억을 들고 오세요' '오래된 이야기와 가벼운 농담을, 우리가 함께 웃었던 순간을 안고 오세요' 등의 글로 채워져 있다. 2017년 12월, 일본 대기업 고마쓰의 전(前) 사장 안자키 사토루(당시 80세)는 생전장 광고를 신문에 실었다. "담낭암이 발견됐습니다. 폐 등에 전이돼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기력이 있을 동안 여러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모임을 개최하려 합니다." 유명 기업인의 생전장은 일본 사회에 반향(反響)을 일으켰다. 일본에선 2010년대 이후 '종활'(終活)이 유행했다. 종활은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활동이란 의미다.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했던 러시아 대문호(大文豪) 톨스토이의 경구(警句)가 떠오른다. 생전장 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있다. 2022년 개봉한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다. 젊은 세연(염정아)은 폐암 진단을 받는다. 남은 시간은 길어야 두 달. 세연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정했다. 남편 진봉(류승룡)은 무심한 듯해도, 아내의 소원을 이뤄 주려고 애쓴다. 세연의 '첫사랑'을 찾는 여정(旅程)도 함께한다. 진봉은 세연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초대해 잔치를 연다. "혹시라도 오고 가다 우리 서진이 예진이 만나면 '밥은 잘 먹는지, 약은 챙겨 먹는지' 한 번씩 물어봐 주시고요. 혹여 철없는 짓 하고 있으면 내 자식이다 생각하고 좀 꾸짖어 주세요. 내 남편 강진봉 씨, 그러고 보니 당신이 내 첫사랑이었네. 혼자 살지 마. 자기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하잖아. 좋은 사람 만나서 외롭지 않게 오래오래 살다가 다시 나한테 와." 세연의 인사말은 뭉클했다. 아름다운 이별(離別)이다. 생전장은 낯설다. 그래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인생길 끝에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밥 한 끼 대접하며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은 웰다잉(well-dying)이다. kimky@imaeil.com

    2025-05-21 20:24:42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