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영 논설위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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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고부-김교영] 다시, 청와대

    [야고부-김교영] 다시, 청와대

    청와대(靑瓦臺)가 다시 대통령 집무실이 된다. 현재 청와대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후 시민들에게 개방된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을 쓰고 있지만, 청와대 집무실(執務室) 복귀를 선언했다. 청와대 복귀 업무를 맡을 관리비서관직이 신설됐고, 복귀 예비비 259억원도 확보됐다. 정부는 오는 8월 1일부터 복귀에 필요한 점검을 위해 청와대 관람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청와대 관람 예약이 몰리고 있다. 청와대의 원래 명칭은 '경무대'(景武臺)였다. 1960년 윤보선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바꿨다. '푸른 기와집', 한국 고유의 미(美)를 상징하는 이름이다. 청와대 본관은 대한민국 건국 후 70년 동안 대통령 집무실로 쓰였다. 역대 대통령들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광화문 근처 정부서울청사로 집무실 이전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서울청사 및 과천청사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중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와 모든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옮기고자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법' 위헌(違憲) 결정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광화문 집무실'로 이전을 공약했지만, 실행하지 않았다. 건국 이후 집무실을 청와대 밖으로 옮긴 유일한 사례는 윤 전 대통령의 '용산 이전'이다. 청와대는 건물 구조적으로 '불통(不通) 공간'이란 지적을 받았다. 청와대 본관의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인 여민관은 500m 떨어져 있다. 대통령과 참모진의 원활한 소통에 어려움이 따르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참모가 대통령에게 긴급한 보고를 할 때 차를 타고 가거나 전화로 보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하니, 이참에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West Wing)처럼 대통령 집무실을 수평적인 '소통 공간'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물 자체도 많이 낡았다. 여민2·3관은 50년이 넘은 건물이다. 청와대 재정비(再整備)가 '모두의 대통령' 시대를 열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다만, 소통은 '공간'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kimky@imaeil.com

    2025-06-16 19:59:08

  • [매일칼럼-김교영] 李 대통령, '불황과 일전'으로 국민을 구하라

    [매일칼럼-김교영] 李 대통령, '불황과 일전'으로 국민을 구하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첫날 결연했다. 전(前) 정부에서 물려받은 게 '무덤 같은 (대통령실)'과 '0%대 저성장' 전망이라고 하니, 오죽할까. 이 대통령은 '불황과 일전(一戰)'을 선언했다. '전쟁'이란 살벌한 단어까지 동원됐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한 것이다. 이 대통령 취임사를 다시 읽었다. '경제'와 '성장'을 10여 차례씩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되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갈 시간"이라고 했다. 특히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며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취임사대로만 이뤄지면, 태평성대(太平聖代)다.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불황과 일전'은 민생 회복·경제 살리기 의지를 함축(含蓄)한다. 경제 현실은 암담(暗澹)하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로 집계됐다.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빚더미에 올랐다. '고용 절벽'에 갇힌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취약계층은 근근이 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성장(成長) 기조'로 경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택호(宅號)도 '경제성장수석'으로 바꿨다. 그 자리에 창조적 파괴·기업가 정신의 아이콘인 조지프 슘페터를 연구한 교수를 임명했다. 성장을 이끌 쌍두마차는 '재정 투입'과 '규제 완화'다. '20조원+α'의 2차 추경으로 내수(內需)를 응급 소생시키고, 내년 본예산과 제도 혁신으로 기업 활동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확장(擴張) 재정'은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기조다. 내수를 살리기 위한 추경은 필요하다. 문제는 재정 여력과 선심성(善心性) 정책에 대한 우려다. 국채 발행(國債)으로 추경 재원을 마련하면, 국가 채무가 또 는다. 올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61조3천억원이다. 여당의 계획대로 1인당 민생지원금 25만원을 지급하려면 13조원이 든다. '전 국민 대상 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26~36%'란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를 유념해야 한다. 전 국민 지원보다 소득 수준에 따른 '선별 지원'이 실용(實用)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혁신 성장과 관련해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정책 노선에서 진일보(進一步)한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는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 등 민주당의 반(反)기업적 입법 추진을 우려한다. 상법 개정이 '코스피 5,000' 시대를 연다면, 투자자들은 '이재명 만세'를 부를 것이다. 그렇지만 상법 개정만으로 그게 가능한 일인가. '첫째도 민생(民生), 둘째도 민생'이란 이 대통령의 말은 옳다. 하지만 '민생'이 사상 최대 규모의 3개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국민의힘이 '대통령 방탄법'이라고 비판하는 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형사소송법 개정과 나란히 할 수 있겠나. 그 '민생'이 정쟁(政爭)의 소용돌이를 뚫고 국민을 구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는 수출 전략회의를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을 내걸었다. 윤석열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약속했다. 모두 시작은 창대(昌大)했으나 끝은 미약(微弱)했다. 이재명 정부의 '불황과 일전'은 달라야 한다. 경제는 '슬로건'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 상생과 통합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이제는 우리가, 미래의 과거가 되어 내일의 후손들을 구할 차례다"라는 이 대통령 취임사가 귓전에 맴돈다.

    2025-06-09 20:00:58

  • [야고부-김교영] '독이 든 사과'

    [야고부-김교영] '독이 든 사과'

    이재명 대통령이 민생(民生) 회복과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취임 첫날 비상경제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적극적인 경기 진작 대응을 주문했다. 복합 경제 위기 상황에서 마땅한 조치다.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善循環)을 되살리겠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내비쳤다. 이번에 추진될 2차 추경은 '20조원+α' 규모로 보인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올 초 민주당은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35조원에서 14조원(1차 추경)을 빼면 20조~21조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당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1인당 25만원의 '전 국민 민생 회복 지원금' 예산이 소비 부진(不振) 타개책으로 추경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재정(財政) 지원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10% 할인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지역화폐 예산도 포함될 전망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19 대출 탕감도 주요 사업으로 거론된다. 국민들은 추경을 통해 내수(內需)를 살리겠다는 취지에 동의한다. 야당도 추경 필요성을 공감한다. 그러나 전 국민 대상 지원금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다. 많은 국민들이 '공짜 돈'을 '독이 든 사과'로 여긴다. 재정 부담과 효과성의 의문 때문이다. 지난달 13조8천억원의 1차 추경은 68%를 국채(國債) 발행으로, 나머지는 지난해 쓰고 남은 돈과 기금 여윳돈으로 조달했다. 2차 추경에서는 20조원 가까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이러면 연말 국가 채무는 1천300조원을 넘어선다. 전 국민 대상 지원금은 코로나19 때 지급된 전례가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확산으로 침체된 소비를 살리기 위해 소득과 재산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 결과, 전 국민 대상 지원금의 소비 진작(振作) 효과는 26.2~ 36.1%로 낮았다. 반면 소득 기준으로 지급한 경우에는 효과가 훨씬 높았다. 추경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효과가 불명확한데 나랏빚만 늘면, 그 부담은 국민의 몫이다. 선심성(善心性) 예산을 경계해야 할 이유다. 무상의료 등 선심 정책을 남발하다가 선진국 문턱에서 최빈국으로 추락한 베네수엘라, 과감한 구조 개혁과 무상복지 축소 등을 거쳐 경제를 살린 그리스를 기억하자. kimky@imaeil.com

    2025-06-08 19:33:30

  • [이런일] 청송군 고와향우회 야유회

    [이런일] 청송군 고와향우회 야유회

    청송군 고와향우회(회장 김재화)는 지난 1일 회원 40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화수목원에서 하계야유회를 가졌다.

    2025-06-04 16:18:51

  • [야고부-김교영] 주권자 의무 '투표'

    [야고부-김교영] 주권자 의무 '투표'

    "유권자는 선거 이전에만 주인이고, 선거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간다."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장자크 루소가 263년 전에 쓴 '사회계약론'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등을 뽑는 수많은 선거를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무릎을 칠 만한 격언(格言)이다. 끝없는 정쟁(政爭), 난데없는 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입법 독주와 사법권 침해에 이어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치인의 행태를 목격했던 국민들이니 일러 무삼하리오. 그렇다고 선거를 몰라라하고 투표를 포기할 수는 없다. 국민의 '정치 외면', '정치 혐오'는 악덕한 정치 모리배(謀利輩)의 노림수다. "민중은 개돼지"(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사)란 생각이 그들의 속내일지 모른다. 국민은 이에 굴복하면 안 된다. 루소의 지적이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럴수록 더 적극적으로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루소의 격언은 '노예로 돌아가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투표하라'는 역설(逆說)로 봐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세력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통찰했다. 오늘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대통령 선거는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의 핵심이다. 그 중요성은 헌법 제1조 2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민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투표는 주권자의 권리이며, 의무다. 참정권(參政權)은 어느날 문득 신이 내린 선물이 아니다. 민중의 피와 역사의 도도(滔滔)한 힘이 쟁취한 것이다. 현실 정치는 국민을 배신했다. 거짓과 위선의 정치는국민을 힘들게 했고, 나라를 도탄(塗炭)에 빠뜨렸다. 특히 이번 대선은 '정치 대참사'의 결과물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정치의 민낯은 대선 캠페인에서 또 드러났다. '찍을 사람이 없다'고 하는 국민들이 많다. 그렇다고 물러서면 안 된다. 투표로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 조금 더 고민해보자.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면 된다. 이마저 여의치 한다면 '최악'을 피해 '차악'이라도 뽑아야 한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웠고, 진흙탕에서도 연꽃을 피워냈다. 그게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이다. kimky@imaeil.com

    2025-06-02 19:59:38

  • [야고부-김교영] 이 시대의 '희망가'

    [야고부-김교영] 이 시대의 '희망가'

    "이 풍진(風塵)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富貴)와 영화(榮華)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가요 '희망가'의 앞 소절이다. 이 노래는 1920, 30년대에 유행했던 대중가요의 고전이다. 시대(일제강점기)가 시대인지라 '희망'을 노래하지만, 가사는 암울하고 가락은 슬프다. '나라를 잃었는데,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이냐'는 물음은 허무적이기까지 하다. '희망가'는 시대를 넘어 풍미(風靡)하고 있다. 여러 편곡(編曲)이 나왔고, 많은 가수들이 애창했다. 한대수, 들국화, 장사익, 김호중도 불러 우리를 위로했다. 나도 모르게 '희망가'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삶이 버겁고 시대가 어두울 때, '희망가'는 민심을 대변한다. 지금도 '바람에 날리는 티끌처럼 어지러운(풍진) 세상'에 놓여 있으니, 그 노래의 생명력이란 참 모질고 강하다. 국밥집 주인은 임차료를 내지 못해 변두리로 밀려난다. 혹독한 입시 경쟁을 거쳐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다. 구직도 취직도 않고, 그냥 쉬는 청년이 50만 명이다. 미국발 관세(關稅) 전쟁으로 "수출이 막힌다, 경제가 죽는다"고 난리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은 최저,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은 최고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 법치주의, 정의, 공정은 둘로 나뉜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저들이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는 원칙은 "법 앞에 만 명만 평등하다"란 말로 희화(戲化)되고 있다. 정말 '이 풍진 세상'이다. 원인은 정치에 있다. 책임도 정치에 있다. 그러나 책임지는 정치인은 없다. 선거 때 잠시 머리를 숙일 뿐이다.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온다. 29·30일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대통령 탄핵으로 빚어진 조기(早期) 대선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미안함이 없는 듯하다. '국민 통합'보다 여전히 '네 탓 공방'이다. 체면이나 부끄러움이 없다. 이 혼돈(混沌)에서도 확실한 게 있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의 그날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사실 땅 위에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곧 길이 된 것이다."(루쉰 소설 '고향'의 마지막 문장) kimky@imaeil.com

    2025-05-28 20:08:09

  • [야고부-김교영] 아름다운 이별

    [야고부-김교영] 아름다운 이별

    얼마 전 배우 박정자(83) 씨가 지인들에게 '박정자의 마지막 커튼콜'이란 제목의 부고장(訃告狀)을 보냈다. 오는 25일 강릉 순포해변에서 '생전 장례식'(생전장·生前葬)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생전장은 그가 출연하는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의 장례식 장면 촬영을 겸한 것이란다. 박 씨가 쓴 부고장은 '꽃 대신 기억을 들고 오세요' '오래된 이야기와 가벼운 농담을, 우리가 함께 웃었던 순간을 안고 오세요' 등의 글로 채워져 있다. 2017년 12월, 일본 대기업 고마쓰의 전(前) 사장 안자키 사토루(당시 80세)는 생전장 광고를 신문에 실었다. "담낭암이 발견됐습니다. 폐 등에 전이돼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기력이 있을 동안 여러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모임을 개최하려 합니다." 유명 기업인의 생전장은 일본 사회에 반향(反響)을 일으켰다. 일본에선 2010년대 이후 '종활'(終活)이 유행했다. 종활은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활동이란 의미다.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했던 러시아 대문호(大文豪) 톨스토이의 경구(警句)가 떠오른다. 생전장 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있다. 2022년 개봉한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다. 젊은 세연(염정아)은 폐암 진단을 받는다. 남은 시간은 길어야 두 달. 세연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정했다. 남편 진봉(류승룡)은 무심한 듯해도, 아내의 소원을 이뤄 주려고 애쓴다. 세연의 '첫사랑'을 찾는 여정(旅程)도 함께한다. 진봉은 세연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초대해 잔치를 연다. "혹시라도 오고 가다 우리 서진이 예진이 만나면 '밥은 잘 먹는지, 약은 챙겨 먹는지' 한 번씩 물어봐 주시고요. 혹여 철없는 짓 하고 있으면 내 자식이다 생각하고 좀 꾸짖어 주세요. 내 남편 강진봉 씨, 그러고 보니 당신이 내 첫사랑이었네. 혼자 살지 마. 자기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하잖아. 좋은 사람 만나서 외롭지 않게 오래오래 살다가 다시 나한테 와." 세연의 인사말은 뭉클했다. 아름다운 이별(離別)이다. 생전장은 낯설다. 그래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인생길 끝에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밥 한 끼 대접하며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은 웰다잉(well-dying)이다. kimky@imaeil.com

    2025-05-21 20:24:42

  • [야고부-김교영] 이어령, 두봉, 김장하

    [야고부-김교영] 이어령, 두봉, 김장하

    집안과 마을에는 '어른'이 있었다. 어른의 역할은 컸다. 이웃 간 다툼이 있거나, 길흉사(吉凶事)가 있을 때 사람들은 어른을 찾았다. 어른의 '한 말씀'을 들어야 일이 술술 풀릴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다소 억울하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어른의 말을 따랐다. 어른의 권위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돈이나 지식이 아니다. 존경이 권위다. 존경은 삶의 지혜와 올곧음에서 우러난다. 지식인으로 존경받았던 어른이 있다. 3년 전 작고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다. 그가 청년 시절 쓴 평론 '우상의 파괴'(1956년)는 문단(文壇)의 인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문학 시대를 여는 선언문이었다. 그의 삶은 지식인의 모범이었고, 여러 저술은 지식인의 길을 안내했다. 그가 보여준 통섭(通涉)의 인문주의 여정은 K-문화의 밑거름이었다. 지난달 선종(善終)한 두봉 레나도 주교는 종교계의 어른이었다. 프랑스 출신의 두봉 주교는 1969년 안동교구장을 맡아 21년간 교구를 이끌었다. 그는 '가난한 교회'를 내걸고, 한센병 환자를 위한 병원을 설립했고,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창립을 지원했다. '오원춘 사건'(1978년)은 두봉 주교의 신념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그는 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권력의 괴롭힘을 받던 농민을 지켜 줬다. 청빈(淸貧)한 삶도 귀감이다. 경남 진주 시민 김장하 선생은 당대의 어른이다. 영화 '어른 김장하'의 주인공인 그는 한약방 운영으로 큰돈을 벌었고, 그 돈을 이웃과 사회를 위해 썼다. 60년간 교육·장학사업은 물론 연극, 문학, 언론, 역사, 인권 등의 분야를 지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한약방 머슴' 출신이었던 그는 검소했다. 차를 사지 않았고, 낡은 옷을 입었다. 자신은 헐한 백반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자신이 설립한 학교의 교사들에겐 소갈비 회식을 시켜 줬다. 그는 "아픈 사람에게서 번 돈으로 호의호식(好衣好食)할 수 없었다"며 사회 환원을 한 동기를 밝혔다. 울림이 큰 말이다. 어른 부재(不在)의 시대다. 세상이 어른을 거부하는 경향도 있다. 모두가 듣고 싶은 말만 듣기를 원한다. 정치권은 더 그렇다. 원로들이 쓴소리를 했다가 험한 꼴을 겪기 일쑤다. 무람없는 인심만 나무랄 순 없다.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들도 많으니…. kimky@imaeil.com

    2025-05-12 20:09:40

  • [이런일] 대구첨단요양병원 응급 대처법 교육 실시

    [이런일] 대구첨단요양병원 응급 대처법 교육 실시

    대구 첨단요양병원(병원장 김규종)은 최근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응급상황 대처 교육을 했다. 병원 직원들은 이번 교육에서 기본 심폐 소생술, 기도 폐쇄 대처법,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 등을 실습했고, 심정지 방송 신호(블루코드) 발동 시 긴박한 상황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를 익혔다.

    2025-05-11 15:50:52

  • [매일칼럼-김교영] 우리가 기다리는 대통령

    [매일칼럼-김교영] 우리가 기다리는 대통령

    "수많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라이트를 번쩍이며 리무진으로 대로를 질주하는 대신, 혼자서 조용히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골목길을 즐겨 오르내리는 〈중략〉 더러는 호텔이나 별장에 들었다가도 아무도 몰래 어느 소년 가장의 골방을 찾아 하룻밤 묵어가기도 하는 〈중략〉 어떠한 중대 담화나 긴급 유시(諭示)가 없어도 지혜롭게 된 백성들이 정직과 근면으로 당신을 따르는/ 다스리지 않음으로 다스리는,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그리고 동강 난 이 땅의 비원을 사랑으로 성취할 그러한 우리들의 대통령 당신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가." 15대 대통령 선거를 5개월 앞둔 1997년 7월. 동아일보 독자투고란에 실린 '우리가 기다리는 대통령'이란 제목의 글(시)이다. 글 쓴 사람은 임보(본명 강홍기·충북대 교수)로 소개됐다. 프랑스 시인 랭보에 빠져 '임보'란 필명을 쓰는 그는 시인이다. 시인은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사람이다. 그가 바라는 대통령은 이상(理想)이다. 현실의 대통령은 경호 매뉴얼을 무시하고, 소년 가장의 집을 불쑥 방문할 수 없다. 달콤한 유혹 없이 국민 마음을 사는 것은 어렵다. 정직한 리더십만으론 국민 지지를 얻기 힘들다. 조삼모사(朝三暮四), 조변석개(朝變夕改)의 유혹을 떨칠 수 없다. 그래도 시인은 무지개를 좇는다. 희망이 있어야 진보한다. 멋진 대통령을 기대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멀쩡한 대통령이 없었다. 하야(下野)하거나 암살됐다. 탄핵되거나 수감됐다. 가족의 비리로 뒷모습이 아름답지 않았다. 퇴임 후 고향에서 자전거 타고 이웃과 막걸리 마시던 전직 대통령은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 정권이 바뀌면 전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 보복이 자행(恣行)됐다. 누구도 '악의 고리'를 끊으려 하지 않는다. 21대 대선(6월 3일)이 20여 일 남았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비롯된 것이다. 누구나 '정말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거대 야당의 끝없는 충돌, 서로를 적대시(敵對視)하는 정치에 넌더리를 낸다. 극단의 진영 대립과 내로남불에 국민들은 진저리를 친다. 나라 경제는 숨넘어간다. 미국은 관세 폭탄을 터뜨렸다. 수출은 불안하고, 내수(內需)는 침체됐다. 재계, 노동계, 의료계는 그들의 권리만 주장한다. 정치가 엉망이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턱이 있나? 그나마 이 정도 유지되는 것은 일상을 지키는 '보통의 시민들' 덕분이다. 대선 후보들의 면면(面面)을 보면 불안하다. 정책 경쟁은 '반(反)이재명'과 '내란 세력 척결'에 묻혔다. 중도층은 "찍을 후보가 없다"고 한숨을 쉰다. 지지율 1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중대 사법 리스크를 안고 대통령이 되려 한다. 민주당은 '대법원장 3차 내란' '사법 쿠데타'라며 법치주의를 뒤흔든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거리의 강성 우파' 정서에 가깝다.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한 평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 후보와 단일화(單一化) 논의 대상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정치인으로서 검증받지 못한 인물이다. 이번에도 '우리가 기다리는 대통령'은 오지 않을 것이다.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6·3 대선에서 '최선'이 아닌 '차선'이 어렵다면, '최악'을 피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지지리도 대통령 복이 없는 건가?

    2025-05-05 20:04:08

  • [야고부-김교영] 이황과 조식

    [야고부-김교영] 이황과 조식

    "전하의 나랏일이 이미 잘못돼 나라의 근본이 이미 망했고 하늘의 뜻이 가 버렸으며 인심도 이미 떠났습니다." 조선 명종 시대를 뒤흔든 상소, 을묘사직소(乙卯辭職疏)의 한 부분이다. 쓴 사람은 남명(南冥) 조식(1501~1572년). 평생 벼슬을 사양했던 조식은 1555년 조정에서 제안한 단성현감을 마다하면서 이 상소문을 올렸다. 을묘사직소는 왕(명종)이 정치를 잘못했고, 그 원인은 왕의 어머니(문정왕후)의 수렴청정(垂簾聽政)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대왕대비는 궁궐의 과부에 불과하고, 임금은 돌아가신 선왕의 고아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죽음을 무릅쓴 상소다. 명종은 노발대발(怒發大發)했고, 조식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많은 대신과 사관들은 "초야의 선비여서 표현이 적절하지 못했지만, 우국충정은 높이 살 만하다"며 그를 변호했다. 큰 탈 없이 필화(筆禍)는 일단락됐다. 왕을 거칠게 몰아붙인 글도 포용하는 그 시대의 정치 문화는 툭하면 언론을 고소·고발하는 지금보다 윗길이다. "어리석음을 감추고 벼슬을 훔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나. 몸과 마음이 병든 자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서 봉급이나 챙겨 가면 옳다고 할 수 있는가. 헛된 이름으로 세상을 속이면 옳다고 할 수 있나. 비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숨겨 가면서 굴욕을 무릅쓰고 조정에 나가는 것을 방관해도 옳다고 할 수 있는가. 직책을 감당할 수 없으면서 물러나지 않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나?" 퇴계(退溪) 이황(1501~1570년)이 69세 때, 관직을 사양하면서 선조에게 올린 사직 상소에 나오는 자문(自問)이다. 이황은 100여 차례 관직을 권유받았다. 받아들인 적도 있지만, 응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벼슬에 들고 날 때를 잘 알고 신중해야 한다는 그의 출처론(出處論)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사화(士禍)를 겪으면서 벼슬에 환멸을 느꼈다고 한다. 퇴계와 조식은 영남학파의 양대 산맥이다. 학문적 업적은 웅숭깊다. 두 사람은 기질, 학풍, 현실 인식에서 다름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실천한 선비의 도리, 신하의 처신은 훌륭한 본보기다. 세상은 얄팍하고, 인심은 납작하다. 정치판은 굴종과 맹종, 야합과 결탁, 거짓과 위선으로 엉망진창이다. 서릿발 같은 기개(氣槪)를 보여 줄 누구 없나? kimky@imaeil.com

    2025-05-04 19:40:52

  • [매일칼럼-김교영] 진흙탕에서 연꽃은 핀다

    [매일칼럼-김교영] 진흙탕에서 연꽃은 핀다

    경북을 비롯한 영남 지역 곳곳이 사상 최악의 산불로 잿더미가 됐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하늘만 원망한다.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에서 불을 끄던 진화대원들, 진화 헬기 조종사도 순직(殉職)했다. 진화대원들의 장비는 초라했다. 헬기는 '괴물 산불'을 막기에 턱없이 낡고 부족했다. 대형 산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산불의 위험도 커졌다.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은 이 난리통에도 '더불어민주당의 예비비 삭감'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놓고 정쟁(政爭)을 벌이고 있다. 나라와 국민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다. 권력 쟁탈에만 혈안이다. 그들에게 수오지심(羞惡之心)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무구(純眞無垢)한 생각이 됐다. 지난겨울, 영화 '소방관'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눈물을 흘렸다. 슬픔과 분노가 섞인 눈물이다. '소방관'은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 참사'(소방관 순직 6명·부상 3명)를 다룬 영화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고 지옥불로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헌신(獻身)이 고맙고 슬펐다. 방수복(방화복 아님) 입고 목장갑(방염 장갑 아님) 끼고, 인명을 구조하는 현실에 분노했다. 소방관들의 장비와 처우가 개선됐다지만, 참사(慘事)가 터지면 아직도 부끄러운 실상이 드러난다. 왜 이런 일은 되풀이되고,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들은 묻고 또 묻는다.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의대 증원으로 빚어진 진료 공백, 출근했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한 가장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의 극단적인 선택, 그리고 참담한 '간병 살인'…. 국가의 기능부전(機能不全)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엔 '정치'의 책임이 크다. 정치는 '국회'란 기구, '입법'이란 장치를 통해 정부의 역할을 규정한다. 또 '예산권'을 통해 정부의 살림을 마련한다. 이 체계가 원활하지 못하면? 지금의 나라 꼴이 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초등학생도 아는 헌법 제1조 1항을 거론한 것은 '공화주의'(共和主義)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우리에게 '민주주의'(民主主義)는 익숙한데, '공화주의'는 다소 낯설다. 여야의 극단적 대결,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소추, 진영의 양극화, 부익부 빈익빈 등 정치·사회 문제의 뿌리는 공화주의 정신의 결핍에 있다. 공화주의는 '국가란 무엇이냐'란 문제와 닿아 있다. 대한민국에서 공화주의는 헌법에 녹인 여러 가치들을 조화롭게 실행하는 것이다. 이는 '함께 잘살고, 더불어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는 의미다. 공화주의의 핵심 가치는 자유, 법치, 공공선(公共善), 시민의 덕성(德性)이다. 김경희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저서 '공화주의'를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경제 논리가 사회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게 될 때,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공공의 영역은 질식되고 만다. 공공의 영역은 한나 아렌트가 말한 것처럼 동료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활성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화주의는 한 가지 논리가 독점적 지위를 차지해 공공성의 영역을 질식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 공화주의의 핵심을 잘 표현한 문장이다. 정치적 내전(內戰), 사법부 불신, 공적 영역의 증발, 공론장(公論場)의 붕괴로 국가가 흔들릴 때, 공화주의에 대한 열망은 터져 나온다. 너와 나의 생각, 우리와 그들의 가치가 함께 뜻을 모으는 것(共和), 보통 시민들의 바람이다. 진흙탕에서 연꽃을 피우고, 쓰레기통에서도 장미꽃을 피워 내야 한다.

    2025-03-31 20:06:42

  • [야고부-김교영] 필론의 돼지

    [야고부-김교영] 필론의 돼지

    이문열 작가의 단편 소설 '필론의 돼지'(1980년 발표)의 대략은 이렇다. 전역 군인들이 탄 열차에 '검은 각반들'(특수부대 군인을 상징)이 등장한다. 그들의 험악한 행동은 객차(客車)를 '공포의 침묵'으로 만든다. 검은 각반들은 노래를 불러 주고, 제대 군인들에게 돈을 뜯어낸다. 몇몇의 불한당(不汗黨) 앞에 다수는 그저 무력할 뿐이다. 제대 군인들은 대거리하지 못한다. 서로 눈치만 살핀다. 헌병이나 철도공안원이 그들을 제지해 주길 바란다. 공권력은 필요할 때 나타나지 않는다. 주인공 '그'와 '홍덕동'도 마찬가지다. "아, 나의 팔은 너무 가늘고 희구나, 내 목소리는 너무 약하고, 내 심장은 너무 여리구나, 저들의 폭력을 감당하기에는. 학대받고 복종하는 데 익숙한 내 동료들을 분기시키기에는." 대학물을 먹은 '그'는 자괴감(自愧感)을 느낀다. 마침내 한 사람이 숨죽였던 제대병들을 일깨워 검은 각반들을 응징한다. 때리고, 때리고, 또 때린다. 눈먼 분노가 잔인한 폭력으로 표출된다. 이를 말리는 목소리는 폭력의 광기(狂氣)에 묻힌다. 이성은 사라지고, 증오가 객차를 지배한다. 주인공은 현자(賢者) '필론'이 폭풍우로 흔들리는 배 안에서 봤다는 돼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 소설은 검은 각반의 폭력을 소재로 다뤘다는 이유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얘기를 썼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필론의 돼지'는 고대 그리스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필론의 기록에서 유래(由來)됐다. 폭풍우가 닥친 배는 지옥이다. 사람들은 울고불고하며 난리를 친다. 필론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지혜로울까 생각한다. 문득 자기가 데려온 돼지가 짐칸에서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필론은 말한다. "현자는 저 돼지처럼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고. '필론의 돼지'는 중의적(重義的)이다.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나서지 않고 평정심(平靜心)을 유지하는 게 현명하다는 교훈으로 읽힐 수 있다. 또 현실을 외면하는 '나약한 지식인'을 상징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이 난파(難破) 위험에 놓인 배와 같다. 선과 악이 뒤엉키고, 거짓이 진실을 짓밟는다. 어제의 정의가 오늘엔 불의가 된다. 너는 틀렸고 나는 옳다. 용기가 없으면 상식조차 말하기 힘든 세상이다.

    2025-03-26 19:57:46

  •  베트남 응우옌 왕조 일행, 대구시티요양병원 방문

    베트남 응우옌 왕조 일행, 대구시티요양병원 방문

    베트남 응우옌 왕조(응우예 티 탄 투이 공주) 일행은 24일 대구시티요양병원(병원장 박준억)을 방문했다. 양 측은 의료시스템과 병원 경영·시설 등에 대한 상호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2025-03-25 15:31:13

  • [야고부-김교영] 트럼프의 '관세 전쟁'

    [야고부-김교영] 트럼프의 '관세 전쟁'

    대공황(大恐慌) 발발 직후인 1930년 미국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관세 폭탄'을 터뜨렸다.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 발동이었다. 2만여 개 수입품에 평균 59%의 관세를 부과했다. 명분은 국내 산업의 보호였다. 유럽 국가들은 보복 관세로 맞섰다. 세계 무역량은 크게 줄고, 대공황은 깊어졌다. '관세 전쟁'은 2차 세계대전의 기폭제가 됐다. '관세 전쟁=세계 공멸(共滅)'이란 교훈을 얻은 미국은 자유무역주의를 이끌었다. 1947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이 제정됐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 나섰다. 미국은 12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발효(發效)했다. 다음 달 2일부터는 주요국에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를 매긴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 무역 적자가 많은 '더티(Dirty) 15' 국가의 관세 산정에 집중하고 있다. 교역국을 '더러운 나라'라고 부르다니. 그 입, 참 '더티'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자유무역 질서를 흔드는 걸까? 그는 상·하원 합동 연설 등에서 "우리는 거의 사기를 당했다" "일자리를 도둑맞았다"고 했다. 관세·비관세 장벽을 낮춰 상품·서비스·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좇는 자유무역주의가 미국 제조업을 붕괴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적시(摘示)보다 선동(煽動)에 가깝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자본은 인건비·세금이 싼 곳으로 옮겼다. 공장이 빠져나간 많은 나라에선 일자리가 줄었다. 트럼프는 실직 노동자들의 분노를 이용해 재집권한 것이다. 세계화 주역인 미국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다니, 가당치 않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에는 양면성(兩面性)이 있다. 선진국은 노동 집약 산업의 생산지를 후진국에 넘겨줬지만, 금융과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을 키워 성장을 이어 갔다. 자유무역은 값싼 공산품을 수입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관세 전쟁은 세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고율 관세 정책이 무역에 영향을 주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0.8%, 내년 1.3%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노린 '일자리 회복'도 쉽지 않다. 명민(明敏)한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2025-03-20 19:24:49

  • [야고부-김교영] 은행이란

    [야고부-김교영] 은행이란

    돈은 한자로 금(金)이다. 돈을 융통하는 일은 금융(金融)이라고 한다. 그럼 은행(銀行)이 아니라, 금행(金行)이어야 되지 않나? 은행의 어원은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은 명청(明淸)시대부터 중화민국 국민정부 시기까지 은본위제(銀本位制)를 실시했다. '행'은 항렬, 시장, 거리 등을 뜻하기도 한다. '은'을 거래하는 상인들의 '행'(거리 또는 길드)이 금융업의 주체가 되면서 '은행'이란 말이 생겼다. 추억의 대부분은 공간의 기억이다. 공간은 사람과 사건의 무대로서, 뇌리에 각인(刻印)된다. 유년 시절, 은행은 좋은 이웃 같은 공간이었다. '커가는 꿈 밝은 내일'을 지향하는 은행의 지점이 동네에 있었다. 그곳에 가면, 귀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냉수를 마실 수 있었다. 수세식 화장실은 또 어떻고…. 푹신한 의자에 앉아 '독고탁'이 나오는 연재만화 '비둘기 합창'을 보면서 낄낄대고 훌쩍거렸다. 코 묻은 돈도 환영받았다. '푼돈 모아 목돈 마련', 은행은 그런 꿈을 키워 주는 공간이었다. 지금 어린이들에겐 은행은 스마트폰 '화면'이다. 은행의 좋은 기억은 낭만(浪漫)이 됐다.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점포·직원을 줄이고 있다. 불편은 고스란히 고객들의 몫이다. 은행들이 그렇게 어렵나? 11조7천883억원. 지난해 1~3분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누적 순익이다. 전년보다 4% 늘었다. 그렇게 번 돈, 직원들에게 푸짐한 성과급·희망퇴직금으로 안겼다. 은행의 예대금리(預貸金利) 차이가 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기준 5대 시중은행에서 취급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差)는 1.29∼1.46%포인트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하락분을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에 더 빨리 반영한 결과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에서 2.75%로 인하했다. 금리를 내려 침체된 내수(內需) 경기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정책 효과가 시장에서 실현될지 의문이다. 내수를 진작시키려면 기준금리 인하가 바로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져야 하는데…. 은행들이 혁신으로 돈을 벌었다면, 배가 아파도 참아야 한다. 그러나 은행 순익의 대부분이 '이자 장사' 결과다. 서민들은 호구(虎口)가 된 기분이다. 환장하겠다.

    2025-03-13 20:25:23

  • [야고부-김교영] 희한한 뇌 수술

    [야고부-김교영] 희한한 뇌 수술

    옛날 어느 나라에선 두 당파(黨派)의 싸움으로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오늘의 대한민국 상황을 떠올려도 무방하겠다. 각설하고, 그 나라 학술원의 정치학자들은 고민 끝에 정치적 내전(內戰)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처방의 핵심은 "그들의 뇌를 반으로 잘라서 서로 붙여라"이다. 그 묘책을 소개하면 이렇다. 두 정당의 정치인 100명을 골라낸다. 실력이 뛰어난 의사들을 소집한다. 의사들이 이들의 뇌를 반씩 자른다. 자른 뇌를 반대편 정당의 사람들 뇌에 붙인다. 이것으로 희대(稀代)의 뇌 수술은 끝. 다음은 수술 예후(豫後)다. 이들의 머릿속에선 한바탕 싸움이 벌어진다. 장기 이식 후 나타나는 통상적인 거부반응이니, 당황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른 뇌는 조화를 이룬다. 곧이어 그토록 미워했던 상대를 이해한다. 마침내 정치인들의 머리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상생의 정신'이 자리 잡는다. 희한한 수술이다. 결과는 훌륭하나, 과정은 섬뜩하다. 이 소설 같은 얘기는 정말 소설이다. 그것도 유명한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의 '걸리버 여행기'(1762년)다. 소년들에게 모험심을 심어 줬던 '동화'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고? 걸리버 여행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1편 소인국' '2편 거인국' 외에 두 편이 더 있다. '뇌 수술' 부분은 '3편 하늘을 나는 섬'에 나온다. 우리나라에선 2000년 이후 무삭제 완역판(完譯版)이 출간됐기에 나머지 두 편은 낯설다. 걸리버 여행기는 동화가 아니다. 탁월(卓越)한 풍자소설이다. 조너선 스위프트는 18세기 영국의 정치적 혼란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거침없이 비판했다. 260여 년 전에 나온 작품이지만, 진부(陳腐)하지 않다. 정치판이 예나 지금이나, 영국이나 한국이나 다른 게 없어서일까. 어쩌면 그게 현실 정치의 속성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정치 아래 살아야 하는 국민들은 분통이 터진다. 대통령 탄핵 찬반 논란, 대화와 타협이 없는 정치, 이념·정서적 양극화가 나라를 수렁으로 몰고 있다. 이 모든 사태는 양대 정당의 극한 대치에서 비롯됐다. 경제성장률은 1%대로 떨어지고, 수출길이 막히고,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해도, 그들은 여전히 대치(對峙) 중이다.

    2025-03-06 20:17:44

  • [매일칼럼-김교영] 서민과 멀어지는 은행

    [매일칼럼-김교영] 서민과 멀어지는 은행

    은행은 일부 국책은행을 제외하면 '주식회사'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오랫동안 은행을 '금융기관'이라고 불렀다. '기업'(企業)이 '기관'(機關) 대접을 받은 것이다. 거기엔 '권위'와 함께 '공공성'이란 책임이 따랐다. 그런 이유에서 은행원은 '믿음직한 직장인'의 대명사였다. 은행은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은행은 국민들의 예금을 모아 기업에 빌려줬다. 선량한 국민들은 저축이 경제를 살리고, 애국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고속 성장을 하던 1970, 80년대 은행은 서민들에게 친근했다. 난전에서 생선 팔아서 번 돈, 돼지저금통의 코 묻은 돈도 환영을 받았다. 은행은 편안한 공간이었다. 은행원은 선망(羨望)의 대상이었다. 지금, 은행은 그 시절과 너무 멀어졌다. 국민들은 '빚잔치'로 끙끙 앓는데, 은행들은 '돈 잔치'로 덩실덩실한다. 이런 현상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여파인지, 신자유주의나 금융자본주의 탓인지, 모르겠다. 은행권은 시장금리 하락에도 이자 이익이 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해 이자 이익은 41조8천760억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역시 사상 최대인 16조4천205억원이었다. 이익의 대부분은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預貸margin)에서 나왔다. 즉 '이자 장사'의 결과다. 자영업자 900만 명이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한다. 소상공인들의 눈물겨운 폐업이 속출한다. 이들의 고혈(膏血)이 은행의 배를 불리고 있다. 은행원 평균 연봉이 억대가 넘고, 희망퇴직금도 억~억~거린다. '춘향전'에 나오는 한시가 절로 떠오른다.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 옥반가효만성고(玉盤佳肴萬姓膏)'. 은행 점포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 뱅킹을 못 하는 어르신들은 돈을 찾기도, 세금 내기도 어렵다. 젊은이들도 은행 업무 보기가 힘들다. 영업점에 가면 기다리다 지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전체 영업점 수는 2023년 말 3천927개에서 올 1월 말 기준 3천790개로 137개 줄었다. 영업점 통폐합(統廢合)은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방 중소도시나 군 단위 지역의 주민들이 은행 점포를 가려면 평균 4.8㎞를 이동해야 한다. 은행 콜센터도 연결이 어렵다. 요것 저것 누르라고 해 놓고, 툭하면 '대기 인원 ○○명'이란다. 은행들은 경영 효율화(效率化)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은행이 줄인 비용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된다. '불편'이란 이름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연 3%에서 2.75%로 0.25%포인트 낮췄다. 금리를 내려 돈을 풀어 내수(內需)를 살리겠다는 의지다. 국민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반갑지 않다. 기준금리 인하가 곧장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예금 금리는 쏜살같이 내린다. 금융당국이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하지만, 은행권은 최대한 미적거린다.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조장한 것은 정부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들은 가계부채를 줄이라는 당국의 '지침'에 따라 오히려 금리를 올렸다. 정부의 조치가 정교(精巧)하지 못한 탓이다. 2023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며 "과도한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들에게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당국에 지시했다. 2년이 지났다. 달라진 게 없다. 은행은 철옹성(鐵甕城)이다.

    2025-03-03 20:00:41

  • [야고부-김교영] 대구와 대만의 2·28

    [야고부-김교영] 대구와 대만의 2·28

    "보라, 스크램의 행진!/ 의를 위하여 두려움이 없는 10대의 모습,/ 쌓이고 쌓인 해묵은 치정 같은 구토의 고함소리./ 허옇게 뿌려진 책들이 짓밟히고/ 그 깨끗한 지성을 간직한 머리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경북 경산 출신의 김윤식(1928~1996) 시인의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이란 시(詩)의 한 부분이다. 이 시는 '2·28 대구학생데모를 보고'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시인이 농사지은 땅콩을 대구 중구 염매시장에 팔러 가는 길에 학생 시위대를 목격하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2·28민주운동이 65주년을 맞았다. 2·28은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다. 1960년 2월 28일 3·15 대선을 앞두고 대구의 8개 고교 학생들이 자유당 정권의 불의(不義)에 항거해 일어난 시위다. 이날 시위는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리는 도화선(導火線)이 됐다. 이런 역사적인 민주화 운동이 오랜 세월 빛을 보지 못했다. 다행히 2018년 정부는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대만에도 2·28이 있다. 대만 사람들은 '228(얼얼바)사건'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11월 대만 여행을 하던 중 타이베이시 중심가에서 '228평화공원'을 마주쳤다. 대구에 '2·28기념중앙공원'이 있으니, 친밀감이 들었다. 1947년 발생한 대만의 '228'도 민중 봉기(蜂起)다. 양조위가 나오는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의 시대적 배경이기도 하다. 담배 행상 여인 구타 사건이 촉발한 228은 국민당 군대의 야만적인 진압으로 2만여 명이 목숨을 잃은 대학살이었다. 사건의 진실은 40년간 묻혀 있다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진상이 밝혀졌다. 대만 총통은 1995년 유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한국과 대만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겪었다. 제국주의(帝國主義) 침탈의 아픈 역사를 함께 갖고 있는 것이다. 대구 2·28과 대만 228은 해방 후 암울한 독재(獨裁)에 맞선 민중 운동이란 공통점이 있다. 대만 국민들에게 228은 참혹한 역사이면서 민주화의 역사로 각인(刻印)돼 있다. 역사는 과거의 기억을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열게 한다. 우리의 2·28은 어떤가. 마산의 '3·15의거'나 '4·19혁명'은 잘 알지만, 대구 2·28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학교에서 2·28을 배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국정교과서에는 사진 한 장 실린 게 전부다.

    2025-02-26 20:14:46

  • [야고부-김교영] '입진보'와 '입보수'

    [야고부-김교영] '입진보'와 '입보수'

    '입'이란 단어가 접두사로 쓰일 때가 있다. 이 경우엔 '입만 살아 있다' '입으로만 떠든다'는 뜻을 갖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입진보'다. 입진보는 말로는 진보와 개혁을 외치면서, 실천하지 않거나 기득권(旣得權)을 누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입진보는 2010년대 초 인터넷 커뮤니티의 정치 토론에 처음 등장했다. 진보 논객(論客) 진중권 교수가 입진보의 꼬리표를 달기도 했다. 진 교수가 이명박 정부를 공격하던 팟캐스트 '나꼼수'와 논쟁을 벌일 때, 나꼼수 지지자들이 그를 입진보라고 비판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입진보의 반열(班列)에 올랐다. 그는 강연과 SNS에서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면서 청년 팬덤을 형성했다. 일각에선 그를 '강남좌파' '입진보'라고 비난했다. 현재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교도소에 갇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우리는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다. 진보 정당은 정의당과 민주노동당 이런 쪽이 맡고 있는 데 아니냐"며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中道) 보수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히려 국민의힘이 극우 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 돼 가고 있다"며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의 역할도 우리 몫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은 실용"이라며 "진보라는 기본적인 가치를 버리지 않고 중점을 실용주의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안이 벙벙하다. '보수'를 취하면서 '진보'도 버리지 않겠다니.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겠다는 건가. 민주당이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라니. 그럼 선거 때 진보 진영의 '맏형'이라며 군소 진보 정당들을 끌어안았던 것은 '보수·진보 연합'이었나. 민주당 지지자들은 당황스럽다. 당내 반발도 나온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하루아침에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진의(眞意)는 시간이 지나면 드러날 것이다. 그는 최근 '실용' '성장'을 외쳤지만, 행동은 반대였다. 반도체 산업의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수용할 듯했다가 돌아섰다. '기본사회' '민생지원금'을 고집하지 않겠다더니 번복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입보수'에 가깝다.

    2025-02-20 19: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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