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5일자 본보에 지상화 계획이 특종보도된 이래 대구시.시의회.대구상의.구의회.종교계.학계로까지 저지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강건너 불보듯 하던 지역 정치권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주고있다.2백40만 대구시민이 이처럼 확고한 공감대를 형성, 한목소리를 내보기는 실로 오랜만의 일이다. 그만큼 고속철도의 대구도심 지상통과가 지역민들에게큰 피해의식을 주고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정치권 TK의 몰락, 1인당 지역총생산 전국14위, 무기력한 경제구조, 삼성상용차의 무산, 대통령 공약사항 실종등으로 대구분위기는 극도의 침체상을 보여왔다. 이같은 시민불만이 느닷없는 고속철도 지상화로 이어지자 {이제 대구는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시민적 각성을 촉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무모하고도 절차를 도외시한 정책결정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결의를 새로이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9년 경부고속철도 4백30km의 건설을 발표, 90년6월 노선을 확정하고 92년6월 건설방식을 공개했다. 당시 대구통과구간 22km는 대부분 지하(18.5km)로 확정됐고 부산은 23km중 절반은 지하, 절반은 지상고가철도로 결정됐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6월의 고속철도추진위원회. 경제기획원장관을 위원장으로한 이 위원회는 89년 5조8천억원으로 잡았던 건설비가 10조7천억원으로 늘어나자 예산절감을 이유로 노선및 건설방식을 일방적으로 변경한것. 부산을제외한 대구.대전.서울의 지상화 건설이 변경의 요지였다.
이날 심의는 해당 지자체나 지역민들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이뤄졌다. 그만큼 비밀과 보안을 필요로 하는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었을까.대구.부산의 건설방식이 뒤바뀐 것도 바로 이때의 일이다. 대구통과구간을지하로 해서 안되겠다는 당위성이나 배경설명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6월의 결정을 대구.부산등에 통보한것은 대구동을 보궐선거 기간중인 8월4일.대구구간 19km는 기존 경부선철도를 따라 지상으로 건설된다는게 통보사항의 전부였다.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은 8월말께 대구시 문의에 대해 "부산도 지상건설"이라고 답변했다. 대구는 서대구화물역부근 2.5km, 부산은 부전역-부산진역간4.5km가 지하라고 밝혔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 부산은 완전지하라는 풍문이 계속 들려왔다. 고속철도 주무국인 부산시청 교통관광국에 확인해본 결과 부산진-부산역을 제외한전구간이 지하라는 이야기였다. 보조부서인 도시계획국에서는 92년6월부터 수차례 지하화를 건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부산시청 관계자들은 92년6월 반지상 반지하 결정이후 엄청난 반대여론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부산의 여건상 고속철도 지상화 구간은 고가철도로 건설돼야 하는데 기존 도시고가도로를 피하려면 22m 높이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었다.이렇게 될 경우 부산도심이 흉물화돼 차라리 고속철도 건설을 않는게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부산의 지하건설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자 량종석 대구시부시장이 직접 확인작업에 나섰다. 비공식통로로 교통부에 알아본 결과 서울.부산.대구.대전모두가 지상이라는 답변이었다. 량부시장은 이렇게 될 경우 대구만 지하로 주장할 명분이 없어지는게 아니냐는 개인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13일 설명회를 갖기 위해 대구에 온 고속철도건설공단 관계자들은 4개도시모두 지상이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부산경우 동해남부선.경부선.부두철도가겹치는 지점만 지하로 한다는 것이었다.
부산시청과 건설공단의 주장이 왜 엇갈리고 있는가. 건설공단 관계자의 답변이 그 의문을 풀어줬다. 부산의 부전역에서부터는 산악지대여서 터널을 뚫는것이지 지하는 아니라는 것이다. 소위 그 {터널}이라는 것의 길이도 밝히지않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를 결정짓는 국책사업이 이처럼 베일속에서 진행되는 이유는무엇인가. 말못할 사연들이 너무나도 많은 모양이다.
부산도 지하로 해야할 절박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대구도 마찬가지로 절박한 입장이다.
국책사업이 근시안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 이는 당연히 수정돼야 한다. 고속철도 계획부서인 교통부는 공명정대한 절차를 밟으며 국민의 뜻에 따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게 모든 이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만의 하나 지역적 편견을 조장한다면 또 하나의 역사적 오류로 기록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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