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기업 제직업계경쟁진출도 곤혹

지난 3월말 섬유회관 15층 회의실에서는 지역의 1천만달러 이상 직물수출업체 50여개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산지수출기능 강화를 목적으로한 화섬직물수출특위가 구성됐다. 수출업체끼리 자주 만나 국내외시장정보를 교환하자는슬로건을 내걸었지만 한마디로 해외시장에서 덤핑, 과당경쟁을 벌여 가격질서를 깨뜨리는 자충수는 두번다시 되풀이하지 말자는게 본래 의도였다.그러나 덤핑판매의 손실을 성토한 끝에 마련한 신사협정은 중국시장에 찬바람이 돌기 시작한 추석을 전후해 예년과 마찬가지로 역시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홍콩시장과 중동 두바이 시장에서 한국 직물수출업체들은 저마다 재고물량을 밀어내는 판매전쟁을 치렀고 그 결과 한국산 직물의 수출단가는 폭락했다.지난해 연말 겪었던 덤핑판매의 악순환은 차라리 나았다는 자조의 목소리까지 터져나왔다. 해외시장에서의 이전투구로 수출물량은 늘었지만 채산성은 되레 악화돼 올해 합섬직물업계는 속빈강정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혹평을들을 수 밖에 없었다.

해외시장에서의 출혈경쟁은 섬유 전품목에까지 확산되면서 이런 수출구조로과연 우리 섬유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위기의식이 업계 전체로 번져나갔다.

견직물조합이 재고자금의 필요성을 역설, 어렵사리 얻어낸 5백억원의 직물비축 자금은 소진되지도 않은채 재고물량의 밀어내기식 판매경쟁은 계속 이어졌다.

섬유 수출풍토가 이래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은 화섬메이커의 제직설비 증설에서도 나타났다. 대기업인 원사메이커가 중소기업 영역인 제직분야에까지 뛰어든 것도 문제지만 원사재고 처리를 위해 제직설비를 증설, 국내업계의 재고물량부담을 가중시켜 결국 우리 직물단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지역제직업계는 공급과잉상태에 빠진 원사물량을 조절하지 않는한 우리 직물의 고급화는 물론이고 품질유지도 어렵다며 원사메이커에 감산을 요구했다.이와함께 공급과잉에 따른 원사가격하락은 곧바로 직물가격의 하락을 부채질,가격질서를 흐트리고 있는 만큼 감산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직업계의 각종회의때마다 단골 메뉴가 됐다.

여타업종도 마찬가지이지만 금융실명제의 여파는 섬유업계를 뒤흔들었다.특히 내수위주의 섬유업체들은 무자료거래 관행을 고집하는 중간상인들과의거래가 위축돼 곤욕을 치른 가운데 이른바 {현금박치기}라는 거래양태를 등장시켰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견직물조합의 섬유신협 설립을 위한 창립총회와 섬유산업협회의 섬유연구개발센터 건립예산 확보및 북경섬유전시회는 섬유업계의 큰 수확이었다.

섬유센터의 필요성을 갈망해온 지역 섬유인들은 현 섬유기술진흥원 부지에설비될 섬유연구개발센터는 섬유도시 대구는 물론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메카가 되어야한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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