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공기에 따가운 볕. 나는 양산을 받치고 무작정 걸어가며 거친 숨을내쉬었다. 하염없이 걷기만 했다. 걷는데에 익숙치 못해서인지 금새 발이아파왔다. 눈에 보이는 대로 작은 빵집에 들어가 빙설과 냉커피를 한꺼번에시켰다.달콤한 팥덩이를 차가운 얼음조각과 함께 떠 먹다간 냉커피를 마시길 몇번번갈아 했을 때에야 겨우 정신이 들었다. 역시 내 마음을 가장 어지럽히는 존재는 혜수였다. 혜수가 임신을 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마치 혜수가 앞에 있기라도 한듯 나는 눈을 부라렸다.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도 없이나는 내친김에 예의 그 카페로 달려 갔다. 혜수는 없었다.
대신 더운 바깥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두 쌍의 연인이 마주 바라보았다. 무슨 이야기들인지 낮게 소근소근거리고들 있었다. 그들의 모습도 눈에거슬리기만 했다. 모든 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할 수는 없지, 나는그들을 향해 마음 속으로 야유를 보냈다.
혜수가 꼭 있으리라고 기대한 것도 아니면서 막상 그곳에 혜수가 없으니 맥이 빠졌다. 아무렇게나 시킨 차를 훌쩍 마시곤 그만 자리에서 일어 나려고 하는데 혜수가 사랑한다는 바로 그 남자가 문을 밀치고 들어섰다.약간은 침울해 보이고 생각에 잠긴듯한 모습은 전에 보았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국방색 바지위에 아무렇게나 걸쳐 입은 셔츠도 정리가 덜되어보이는 머리 모양도 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석고마냥 굳은 자세로 나는 엉거주춤 다시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는 카운터에서 전화를 한 통화 하더니 바텐더에 그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런경우에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을까고 마음을 추스르며 생각해 보았지만마땅한 대응이 어떤 것인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마음속으로 두 서너번 심호흡을 하고서 나는 용기를 내어 그가 있는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 갔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그 태도라니. 그의 옆에 다가가서도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이윽고 기척을 느낀 그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돌아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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