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달의 문학-시집 정화진의 고요한...강문속의 잠그는...

최근 정화진씨의 시집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 와 강문숙씨의 시집잠그는 것들의 방향은? 이 나란히 선보였다. 색깔과 무늬가 현저히 다른, 그러면서 은밀히 한지점에서 만나는 두 시인의 시를 읽으며 여성성이라는 것에대해 새삼 생각해 본다.정화진씨 시의 중심 인물은 주로 늙은, 그것도 겹쳐진 시간의 이쪽과 저쪽에서 소외된 여자들이다. 화자인 나 는 주로 그 사이에 서 있다. 그녀들의 삶은 대개의 남자들의 죽음과 겹쳐져 읽힌다. 그 무늬들은 주로 묽고 붉은 액체같은 바래져 가는 늘어진 번질거리는 희멀건 창백하게 여윈빠져나가는 등의 무수한 어사로 연결된다. 무수한 삶의 순간들이 할퀴고간 그 육체는 그럼에도 여전히 꽃을 피워대 는 질긴 생명성을 보여 준다.마침내 온갖 것의 썩어 문드러진 육체 자체가 뼛속이 저리도록 훤한 ( 대나무 ) 하나의 빈 공간이 되면서 무수한 생명들을 받아들인다. 구체적인 삶의 과정들을 모호하게 처리하는 차분하고도 침착한 화법은 독자들의 질긴 독서를 유도하지만 분명히 그녀가 이룬 세계는 생명의 기운이 고이는 뜨끈한삶의 진국 같은 것이다.

강문숙씨의 시들을 떠받치고 있는 힘은 둥근 어떤 것이다. 이 계열의 동사군들은 시집에서 무려 1백회가 넘도록 무수히 쏟아져 나오면서 그녀 시의 해석의 하나의 고리로 읽힌다. 정화진씨의 어법들이 침착하다면 강문숙씨의 그것은 가볍고 말랑말랑하고 튀어오르는 언어의 활보가 주조를 이룬다. 예를들면 중심은 둥글다 와 같은 시에서, 백화점 둥근 기둥아래의 회전문은 아침 일곱시에 맞춰 구운 빵을/톡톡 튀어오르게 하는 토스터처럼 저녁 일곱시의 약속들을 알맞게 구워낸다 그러나 그것은 놀랍게도 세계의 움직이지않는 중심 의 깊이로 내밀히 연결되고 만나려는 사람을 놓쳐버린 나 조차도바스락거리는 먼지들과 함께, 탱탱해지며/무한공간의 한가운데로 떠밀리 면서 중심이 된다. 둥근 기둥과 회전문, 그리고 내가 만져지지 않는 곳에서둥근 세계의 중심에 가닿는 일은 강문숙씨 시들의 들어올리는 힘의 근원에가닿는 일이다. 유리알을 품은 듯 둥근 숲 속에서 자신이 숲이 되어 출렁이며 숲을 깊숙이 품는 세계로 강문숙씨의 시들은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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