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자 총무경선 불발 안팎

여당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민자당 원내총무 경선이 찜찜한 뒷맛만 남기고 끝났다.민자당은 9일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경선을 실시했으나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 추천한 김영구 .현경대의원중 김의원이 돌연 사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총무경선 규정이 즉석에서 임의로 변경, 선출규정은 무시되고 거수표결로 현의원을 총무로 선출했다.

민자당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환골탈태(환골탈태)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총무경선은 그 의미가 퇴색된 것은 물론 되레 당의 모양새만 우습게 만든 꼴이된 것이다.

이춘구대표는 이날 의총장에서 김.현 두의원이 총무후보로 추천됐다고 발표한뒤 "당규에 따라 소속의원들은 물론 지명된 의원에게까지도 사전에 알려드리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경선에 들어갔다.그러나 정견발표를 위해 나온 김의원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김의원은 "후보로 지명해준 총재께 감사한다"고 인사를 한뒤 "이미 총무를 해봤기 때문에 훌륭한 능력과 인격을 갖춘 현의원을 위해 입후보를 사퇴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어 나온 현의원은 "너무 의외로0 지명돼 얼떨떨할 뿐"이라며 "당혹스러운 심정이지만 의원들의 뜻을 받들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사회자인 권해옥수석부총무가 선출규정에 따라 무기명 비밀투표에 들어가려하자 강신옥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시간낭비를 하지말고 만장일치로밀어주거나 기립표결로 하자"고 제의했다.

이에대해 경선제 마련의 주역인 문정수전총장이 단상으로 나가 이의를 제기하며 발언을 하려했으나 이대표는 제청 삼청을 받아 거수표결 강행을 시도했다.

다시 김정남의원이 나서 "당의 원내총무이지만 국회운영위원장이기도 하므로 국회직 선출방식에 따라 무기명 비밀투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의원들의 야유만 받았다.

이어 진행된 거수표결에서 윤태균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했으나 이대표는 현의원이 만장일치로 총무로 당선됐다고 선언했다.

이날 경선이 끝난뒤 의원들의 입에서는 "한편의 코미디다""여당이 주제넘게 무슨 경선이냐""공개 찬반투표가 어디 있느냐"는등 자조의 목소리가터져 나왔다.

김윤환의원은 "내가 논의 과정에서 이미 이런 결과를 예고하지 않았느냐"고 씁쓰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민정계의 한 의원은"여당의 한계와 김영삼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문제점을드러낸 것"이라며 선출 규정을 지키지 않은 지도부를 비판했다.당일각에서는 8일 남재두의원의 교육연수원장직 사퇴에 이은 이날 김의원의후보사퇴는 비록 성격은 다르나 여권의 잠재된 난기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또 김의원의 사퇴배경에 대해, 4선으로서 사무총장과 원내총무까지 지낸 그가 자신보다 무게가 덜한 3선의 현의원과 이기면 본전, 패할 경우 치명타가될 싸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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