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 소비재업체 러시장 군침

'러시아 소비자를 잡아라'구소련에서는 초콜릿과 말보로담배가 금지품목이란 이유로 암시장에서도 없어서 못팔 정도로 자국 상품보다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서방소비재업체들이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부으며 러시아에 상륙, 러시아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인들은 이탈리아와 맞먹는 50억달러 어치의 과자와 비스킷을구입했다. 1인당 소득수준으로 보면 러시아인은 이탈리아인보다 3배나 많은과자를 구입한 셈. 이같은 소비성향에 공산주의체제의 환멸과 자본주의의 매력이 해외 저명 브랜드를 선호하도록 부추기고 있어 외국 소비재업체로서는황금시장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경영자문기관인 보스턴 컨설팅그룹의 조사에 의하면 모스크바에서만수입소비재의 4분의 1이 소비되고 있고 러시아인들은 프리미엄을 지불하더라도 수입품을 구입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미국브랜드의 피엔지(P&G)세제는 ㎏당 1만5천루블(2천5백50원)이라는고가임에도 모스크바 세제시장의 70%를 점하고 있다. 러시아제품은 ㎏당 9천루블이나 시장점유율은 20%에 불과하다. 또 모스크바의 초콜릿시장 역시 미마스터푸트와 영 스위프스 초콜릿이 장악하고 있다.

외국 소비재들이 이렇게 러시아에서 위세를 떨치게 된 원인중 하나는 TV광고때문. 서방기업의 무차별광고가 고리타분한 러시아기업의 광고를 따돌리고소비자에게 제품의 이미지를 확실히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지난해 1월 TV광고비는 골든 아워 분당 1만5천달러(1천2백만원)였으나 현재는 4만5천달러로 3배나 뛰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 비해서 상당히 싼편. 인구 1%에게 광고를 더 보게하는 비용이 프랑스에서 2천6백달러인데 비해 러시아에서는 5백30달러에 불과하다. 저렴한 광고와 효율적인 광고의 박자가 척척 맞는 시장이다.

그러나 외국업체의 애로사항도 있다. 바로 유통체제문제.

상점의 95%를 차지하는 민간 소매상점들의 면적이 너무 협소해 물건이 제대로 진열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소비자들이 물건을 선택할때 줄을 서고, 대금을 지불할때 다시 줄을 서며 물건을 가져올 때 또다시 줄을 서는 현실이소비자들의 욕구를 빠르게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 제대로 된 소매체인망도 별로 없어 외국업체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러시아도매업체와 협력할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배급 네트워크도 어느 정도 갖추고 현지 직접생산을 추진하는 서방기업들도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라 이런 유통상의 부조리도 곧 타파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서방기업의 공격과 소비자의 외면으로 러시아기업은 아사직전. 쇠고기 한분야를 제외하고 향후 5년 서방제품에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은 0%라고한 전문가는 말하고 있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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