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밤을 자고 났다. 저녁밥을 먹은 뒤다. 나는 간이화단에 물을 준다. 철쭉나무가 꽃을 피웠다. 연한 분홍색이다. 꽃송이가 많지 않다. 가지마다 몇개씩피어 있다. 숨가쁘게, 겨우 피워낸 꽃이다. 꽃이파리가 저녁 바람에 흔들린다.쥐 한마리가 화단 가장자리로 지나간다. 나는 끼니 때마다 화단 옆에 밥 한숟가락을 놓아 둔다. 잠시 뒤 나와보면 그 밥이 없다. 어느새 쥐가 먹고 갔다.나는 그 쥐를 잡고 싶다. 좀체 잡히지 않는다. 인희가 내게 읽어준 '시골 쥐와도시 쥐'가 생각난다.- 우리를 두고 시궁창 쥐같은 놈들이라 말하지. 더러운곳만, 어두운 곳만 파고다닌다구. 그래, 그럴지도 몰라. 만약 우리가 없다면하수구가 막힐테지. 우리가 늘 뚫어주니깐. 언젠가, 기요가 말했다.누구인가 옥상 쇠문을 두드린다. 식구들의 신호다. 나는 쇠문 빗장을 연다.기요다.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마두, 썩은 꽁치가 널 찾아왔어. 시립복지원 여직원이래"
기요가 말한다. 복지원 여직원은 노경주다. 나는 페인트통을 들고 멍하니 서있다. 기요가 가건물로 간다. 쌍침형은 텔레비전의 '긴급출동 119'를 보고 있다. 기요가 비닐봉지를 연다. 비디오테이프가 나온다. 두툼한 만화책도 꺼낸다. 기요가 내게 했던 말을 쌍침형에게 말한다.
"…커피점에다 앉혀뒀죠. 혼잡니다. 형님, 어떡할까요?"
"마두를 달고 가진 않겠지?"
"전할 말이 있대요. 뭐 그런것 같지는…"
"데려가봐. 마두를 놓치면 안돼"
나는 가건물 밖에 서 있다. 기요가 나를 보고, 나가자고 말한다."형님, 문은?"
내가 쌍침형에게 묻는다.
"닫아두고 가"
쌍침형이 말한다. 형은 텔레비전 화면을 보고 있다. 화면에는 암벽에 한 사내가 매달려 있다. 구호를 요청한다. 헬리콥터가 하늘을 맴돈다.기요와 나는 옥상을 나선다. 옥상 쇠문을 닫는다. 삼층 기원에 바둑두는 소리가 난다.이층 전자오락장은 여전히 요란하다. 우리는 거리로 나선다. 어둠이내리고 있다. 유흥가는 젊은이들로 붐빈다.
"안경잡이 꽁치말야. 마두 너한테 관심이 많나봐. 복지원에 있을때, 무슨 관계가 있었어?"
기요가 묻는다. 눈 오던 밤이 생각난다. 노경주와 나는 한 방에서 잠을 잤다.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일도 없었어"
내가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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