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 (119)

제5장 폐유와 휘발유 ⑬"마두야, 너도 따라갔다 와"

채리누나가 말한다. 나는 가기 싫다. 지하실에 있는게 좋다. 그릇 닦고 청소하는게 좋다. 채리누나는 시장갈때 나를 데리고 갔다. 그때도 가기 싫었다. 사람많은 곳은 무조건 싫다.

"데모 구경은 재밌어. 우린 뒤에서 노는거야"

기요가 내게 말한다. -나이도 잊었나. 자기 나이에 데모가 뭐야. 총각, 처녀선생이라면 또 몰라. 딸린 식구도 없구 혈기 방장한 나이니. 그런데 자기 나이가 몇이라구 데모에 나서. 그것도 앞장서서. 엄마가 말했다. 아버지도 데모를했다. 아버지가 나선 데모를 나는 구경하지 못했다. 데모를 하면 경찰서로 잡혀간다고 엄마가 말했다. 아버지도 경찰서에 끌려갔다. 나는 끌려가는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 끝내 아버지는 학교에서 잘렸다.

"넌 싫은 모양이다만, 경주씨를 만날는지 몰라. 마두, 경주씨 알지? 시립복지원 직원말야"

짱구가 내게 말한다. 나는 점퍼 속주머니를 눌러본다. 대나무칼이 눌려진다.노경주가 준 봉투도 있다.

나는 짱구와 기요를 따라 나선다. 기요와 짱구는 기분이 좋다. 기요가 모처럼 우리 식구들이 동원되었다고 말한다. 나는 기분이 별로 좋지않다. 호텔앞에아는 얼굴들이 많다. 구두닦이 벌룸코형, 오징어와 땅콩팔이 새치형, 새앙쥐,그외 몇몇도 눈에 익은 얼굴이다. 호텔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장사치다. 그들중에는 식구가 아닌 치들도 있다.

"갑시다"

짱구가 말한다. 우리들은 함께 몰려간다. 사람들이 왜 데모를 하는지 나는알수 없다. 선거앞두고 집단민원이 폭발적이야, 하고 벌룸코형이 말한다. 나는그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한길이 한가하다. 오늘은 노는 날이다. 단란주점은 저녁에 영업을 한다. 노는 날은 가족 손님이 많다. 룸은 텅텅 빈다.한참을 걷자, 인도에 사람이 늘어난다. 우리와 같은 쪽으로 몰려간다. 머리에 띠를 두른 사람이 있다. 어깨에 띠를 걸친 사람도 많다. 나잇살 먹은 양복쟁이들이다. 젊은 아줌마도 머리와 어깨에 띠를 두르고 있다. 모두 멀끔하게차려 입은 사람들이다.

"중앙시장 앞이 비빔밥 되겠군. 저 치들은 강당 빌려 성토대회나 열면 될텐데"

짱구가 말한다.

"양약국이 한약국을 뭘 어쩌겠다는 거야? 밥그릇싸움 좋아하네. 어디 저 치들이 굶고 길거리 나앉았나?"

기요가 띠두른 사람들을 보고 말한다.

"한약국도 마찬가지야. 먹고 살만하니 자존심 싸움이지. 싸움 지고 웃는 놈봤냐"

짱구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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