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씨가 소년에게 옷을 입힌다. 짧은 바지와 런닝셔츠다. 경주씨의 얼굴이 수척하다."도움이 될까해서 라면 한 박스 사왔수다. 오늘은 자원봉사 안나가슈?"짱구가 묻는다.
"고마워요. 점심 끼니로 여러날 먹이겠군요"경주씨가 웃는다. "이제 나가봐야죠. 일당도 생활비에 도움이 되니깐요. 시청 복지과에도 들러봐야 하구""이 사람들 점심은 누가 먹이슈?"
"여기 교회 집사님 한분이 도와주신답니다. 점심때쯤 올 거예요"소년이 방으로 기어간다. 노인이 눈을 치켜뜨고 문 쪽을 본다. 눈동자가흰자위 천장에 붙어있다. 나는 얼른 시선을 돌린다. 빨리 이곳을 떠났으면싶다.
"연립주택 십이동 삼백삼호에 강변파 다섯놈이 숙식을 하고 있수다. 그들감시 임무를 맡아서 나왔죠. 마두도 마찬가지구. 앞으로 마두 자주 보게 될거요. 날마다 이쪽으로 나와야 하니깐"
짱구가 말한다. 나는 머리를 숙이고 있다. 담배꽁초가 축담에 떨어진다.짱구가 구둣발로 꽁초를 누른다.
"시우씨가 그런 일을 제대로 하겠어요? 그 패한테 걸리면 혼날텐데. 순진한 사람한테 왜그런 위험한 일을 시켜요. 시우씨가 단란주점에 있다 했나요? 차라리 그 일이 낫지"
경주씨가 말한다. 방으로 들어간다. 옷 갈아 입겠으니 문 닫겠다고 말한다. 방문을 닫는다. 잠시 뒤에 경주씨가 나온다. 반소매 검정 스웨터를 벗었다. 하늘색 반소매 블라우스에 청바지 차림이다. 운동모를 쓰고 핸드백을 메었다.
"시우씨, 아직도 아우라진가, 거기 못갔다 왔죠?"
경주씨가 내게 묻는다.
"아우라지?"
나는 머리를 흔든다. 할머니가 보고 싶다. 갑자기 목이 멘다."제가 시간이 나면 같이 가주련만. 정말 눈코 뜰 새가 없어요"경주씨가 운동화를 신는다. 그때 대문께로 사내 둘이 들어선다. 나는 깜짝놀란다. 장애복지원의 한종씨와 뚱보 하마다. 둘이 으스대며 걸어온다. 하마는 방망이를 들고 있다.그는 복지원에서도 방망이를 들고 다녔다. 나는 그가 무서웠다. 가슴이 뛴다. 다리가 떨린다. 어디로 숨고 싶다."제대로 찾긴 찾았군. 노경주씨, 오랜만이오. 자폐증도 와 있군"한종씨가 말한다. 그들을 보는 짱구의 눈매가 날카로워진다. 짱구가 일어선다. 그가 두 사내와 경주씨를 번갈아 살핀다.
"왜 왔어요. 퇴직금에 착오라도 있었나요?"
노경주가 묻는다.
"몰라서 물어? 당신이 투서해서 복지원이 어떻게 된 줄 알아? 이 쌍년을어떻게 해버릴까"
하마가 소리친다. 경주씨의 머리끄덩이를 나꿔챌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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