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기적뒤의 또 기적

18세의 앙증스런 소녀가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매몰 11일만에 건강하게 살아돌아온 최명석군의 기적으로 환희와 감동이 아직 가라앉지 않고있는 가운데 18세의 당찬 신세대가 13일만에 또 살아서 돌아왔다. 이제 우리는 과연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반문하면서 믿어지지 않는 현실과 또마주쳤다. 인간이 누릴수 있는 이 이상의 환희나 감동은 결코 없을 것이다.어제 오후 삼풍백화점붕괴현장 지하1층의 건물잔해속에서 매몰 13일만에구출된 유지환양은 또한번 실종자 가족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희망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한사람의 생존자라도 더 찾아내야 한다는 강한의지를 심어 주었다. 최군의 기적에 이어 이틀만에 또 일어난 유양의 기적은우리의 생각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깨어버리는 기적을 만들어 보려는 분위기가 구조현장을 압도하고 있다.13일동안 암흑속에서 빈속으로 버텨온 유양이 구조되면서 보여준 여유있는모습은 보는 사람이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자신의 이름을 잘못 부른구조대원에게 바르게 고쳐주었는가 하면곧 구조해줄테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구조대원의 말에 그럼 며칠 더 있을께요 라는 천진난만하고 여유있는 대답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했으며 인간에 대한외경심을 되새기게 했다.

유양의 기적은 유양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바탕이었지만 유양을 구조하기까지 2시간가량 죽을 힘을 다한 구조대원들의 노고를 극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군을 구조할때도 그랬지만유양을 구조할때 보여준 구조대원들의 한목숨살리기 위한 피나는 노력은 우리를 또한번 크게 감동시켰다. 백화점이무너진 이후 이들은 여러차례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며 생매장될 뻔했던37명의 고귀한 목숨을 건져냈다.

최군의 구조때도 지적된 얘기지만 구조대원들의 피나는 노력과는 달리 당국의 구조체계에 대한 아쉬움은 유양의 구조를 계기로 더욱 깊게 남는다. 최군과 유양의 구조로 밝혀진 사실은 구조의 초동단계가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것이다. 생존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최군과 유양이 구조된 것이다. 구조체계가 처음부터 제대로 잡혀있었다면 더욱 많은 생존자들을구해내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을 버릴 수 없다.

최군이 구조됐을때 제2의 최군을 기대했는데 우리의 소망을 유양이 풀어주었다. 이제 우리는 제2의 유양을 간절히 기대한다. 제2의 유양도 건물잔해속의 어디엔가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 장한 일들을 계속해온구조대원들이 또 우리들의 소망을 이루어주리라고 믿는다. 정부도 다시한번구조체제를 점검하고 마지막 한 사람의 목숨이 구조될때까지 인력과 장비지원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최선의 지원을 해야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