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원로 청와대회동 의미

23일 청와대 오찬은 공식적으로는 광복 50주년을 맞아 김영삼대통령이 국가의 원로들을 청와대로초청해 통일문제를 포함한 국내외의 주요 현안문제에대한 정부의 정책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원로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윤여준청와대대변인도 "광복 50주년을 되새기고 김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를시작하기에 앞서 각계 원로들을 만난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이번 행사의 배경을 밝히고 "당초 17~18일께 회동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윤관대법원장의 중국방문등으로 늦춰진 것"이라고 덧붙였다.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과 김대중새정치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과의만남에 초점을 맞추는 데 대해서도 "다른 원로들도 많이 참석한 공식회동"임을 들어 난색을 표명한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참석한 인사들의 정치적 무게나 청와대측이 당초 초청자 명단에 포함시킨 인사들의 면면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한 정책설명이나의견수렴의 자리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우선 김대중새정치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과 김대통령의 만남이 그렇다.이번 만남은 지난92년 8월 14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여야 대표회담 이후 최초의 양김회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김위원장이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그의정치적 실체를 인정하지 않던 청와대가 처음으로 그의 정치적 위상을 인정하는 자리였다.

또 청와대가 박준규 김재순전국회의장,이회창 노재봉전총리 등 현정부로부터 등을 돌렸거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사들을 다수 초청대상자에포함시킨 것도 정치권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예사롭지 않은 행사를 주관한 배경은 6·27 지방선거 패배와 광복 50주년을 계기로 한 김대통령의 '통치스타일 변화'를 통해 가장잘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한마디로 이번 청와대 회동은 변화와 개혁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갈등을 빚은 구여권과 화해를 모색하고, 대야당 관계까지 대립과적대의 관계 대신에 대화와 협력의 관계로 인식하는 탁트인 모습을 보여주는자리였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패배를 계기로 통합과 조화를 추구하는 '큰 정치'를 펴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가 실천적 행보로 나타난 것이거나, 최소한 그러한 모습을 국민앞에 보여주겠다는 김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고도 할 수 있다.김대통령 자신은 한번도 '통치스타일의 변화'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없으나 집권 후반기와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정책입안과 국정운영 방향에 적지않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김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화합의 큰정치' 구상과8·11 특별사면-복권과 곧 있을 일반사면은 물론 22일 김윤환대표위원 임명을 기점으로 시작될 당정개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청와대 주변에서는 김대통령의이같은 변화를 지방선거 패배로 나타난 민심이반이라는 현실과 그 상당부분이 자신의 통치 스타일에 책임이 있다는 당내외의 비판을 과감히 수용한 결과로 풀이한다.

이같은 변화가 얼마나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지게 될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민자당을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재창출하는 정당으로만들기 위한 김대통령의 고뇌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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