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호의 최대 오염원은 바이칼스크 펄프공장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오수는 공식적으로는 철저히 걸러져 호수로 흘러 들어간다. 매년 20만t 안팎의양질의 펄프 생산을 위해 이 공장이 흘려 보내는 오수는 매일 22만㎥. 오수처리능력은 하루 26만9㎥. 페하(pH)는 6.3~6.6 정도. 수치로는 양질이다.그러나 바이칼은 갈수록 천연의 그 맑은 수질이 최근에는 염려스러울 정도다. 워낙 유명한 호수이다보니까 세계의환경관계자들이 앞다퉈 주목한다.주민들이 귀찮아할 정도로 환경학자나 생태학자 또는 환경운동가들이 계절과는 관계없이 모여든다.사장이 없다는 핑계로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하는 부사장급의 글리멘코 그리고리에비치씨(51)는 공장견학도 허용할수 없다고 한다. 책임자가 없기때문이라는게 이유다. 그는 "공장에서 바이칼로 흘려보내는 오수는 철저한 정화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며 위의 수치를 들이대고는취재진의 말문막기에 급급하다. 조금전 하수구를 보았고 걸러지지않은 폐수가 흘러나오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진을 찍다 도망온 처지여서 그런 말을 할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리고리에비치씨는 펄프공장의 전체 자산 평가액 (92년도 8천1백30만 루블)중 24%를 오수 정화에 투자한다고 자랑삼아 말한다. 그러나 결코 최근의 액수는 밝히기를 꺼렸다. 이에대해 이르쿠츠크시의 환경운동가들은 그 수치를 그대로 믿어서는 곤란하며 투자액에도 의문스럽다는 표정이다.교사이면서 러시아환경운동본부 이르쿠츠크시지부 사무장 아나톨리 블라디미로비치씨(41)는 "지난 66년 펄프를 처음 생산한 직후에는 미처 몰랐지만수년전 부터 환경의 중요성이 주민들에 인식되면서 공장의 오수정화 투자액이 많이 늘었다"고 했지만 정확한 액수는 그도 모르고 있었다. 다만 호수물이 지역에 따라 더러워지는것이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간혹 탁한 기운마저보인다고 했다. 따라서 환경투자액이 막연히 수치로만 나열되고 있거나 아니면 전시용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감싸고 돌았다.
펄프를 만들기위해 운반되는 원목은 바이칼을 둘러싼 시베리아 타이가의 8개 지점에서 해마다 1백50만 ㎥가 조달된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가장 많은원목을 대고있는 곳은 이르쿠츠크시에서 불과 1백여km 떨어진 협동벌목장 '이르쿠츠크레스프롬'이다. 매년 이곳서 실어 나르는 원목량은 약 50만 ㎥.원목은 소나무와 낙엽송이 각각 85%와 15%의 비율이었으며 다른 협동벌목장인 '자바이칼레스'나 '치타레스'에서도 35만~40만㎥씩 목재가 운반되고있으나 이곳에서는 낙엽송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목재는 대부분 통나무로 열차로 운반된다. 작업이 한창일때는 하루 4차례수송되며 보통은 오전 오후 두차례 수송된다고 했다. 경비원 샤사씨(26)의도움으로 이날도 수송열차가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목재집하장은 산더미처럼 나무가 쌓여있다. 2시간을 기다린 끝에 수송열차가 도착했다. 협동벌목장'틴달레스'에서 온 나무들이었다. 수송열차 길이도 30량이 넘었다. 이같은양의 나무를 펄프로 만들기위해서는 화학적인 처리가 결코 용이할수만은 없게 보였다.
특히 바이칼은 투명도가 시계 40m에 이를만큼 깨끗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시계가 적어도 5~10m 안팎은 줄어들었을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워낙 바다같은 넓이의 호수이기 때문에 웬만큼 오염물이 투입되어도 자정작용등으로 시계가 1m도 줄지않는다는 이곳 사람들의 주장을 감안하면 얼마나그동안 오염활동이 극심했는가를 가늠하기란 어렵지 않다.
바이칼스크 펄프공장 외에도 호수를 오염시키는 요인으로는 수백척의 배들을 든다. 예인선이나 목재 바지선, 대형 탐사선과 유람선 그리고 고기잡이배등이 흘리는 기름이나 오물도 무시못한다. 여기다 인근의 작은 공장들이 지류를 통해 또한 끊임없이 폐수를 흘려 보낸다. 페레스트로이카 바람이 분 이후로는 작은 공장들은 더욱 극성을 부린다. 주정부에서는 결코 공장설립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는 하지만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은 간혹 이르쿠츠크시가지를 검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여건으로 바이칼은멍들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경제여건은 나쁜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게 공장 근로자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밥줄때문에 근로자들은 불시에 찾아드는 환경운동단체들과 공장입구에서 씨름을 벌여야 한다. 공장이 이들때문에 돌아가지 않으면 임금을깎이기 때문이며 결국 세계의 호수가 망가뜨려져도 어쩔수 없다는 위험한 생각들을 근로자들은 품고있었다. 환경운동 단체와 근로자들이 항상 싸움을 하는 꼴이다. 환경문제에따른 또다른 측면의 비극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