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현상으로 무더위에 시달리던 여름이 바로 엊그제인데 벌써 추석이다. 올 추석은 태음력에서 평년보다 한달을 더하는 윤월이 끼어있어 절후적으로 빠른데다 중부권의 집중호우 피해가 채 복구되기 전이어서 다소 어리둥절한 감이 없지 않다. 게다가 햅쌀을 비롯한 오곡백과가 한층 무르익을 즈음에 추석을 맞아야 제맛인데 밤·대추등이 아직 풋내를 머금은채 영글지 못하는 계절자체가 설익은것 같아 약간은 어쭙잖다.그러나 돌아갈수 있는 고향을 갖고 있다는 그 자체가 축복이자 행복이다.올 추석 다음날이 일요일이어서 여느해보다는 추석연휴가 짧은데도 귀향인구는 2천8백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스컴에서도 '한가위 민족 대이동'이란표제아래 귀성상황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그것은 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가 이향향도현상을 일으켜 모든 젊은이를 비롯한 노동이 가능한 인구를도시로 집결시켰다. 그러나 고향은 떠난사람들에겐 '공동체적 정서의 도가니'로 한이나 가슴속 응어리로 남아 있기 때문에 해마다 명절때만 되면 마음이먼저 고향으로 달려가고 잔뜩 선물을 든몸은 교통지옥에 시달린후 늦게야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헤어짐의 엄밀한 의미는 처음의 그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만남은원래의 자리에 돌아왔음을 의미한다. '원래의 자리'란 가장 편안하고 안온한'고향'이 아닌가 싶다. 그것도 오래 떠나있어 그리워하던 부모형제 그리고친척·친지들의 만남에는 좀처럼 아물지 못하는 정신적인 상처까지 치유할수있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서려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의 명절은 조손간에 교감할수 있는 영혼적인 터일뿐 아니라 무엇을 극복하고 뛰어넘을 수 있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수해의 뒤끝이기도 하거리와 정치와 경제의 운용 잘못으로 주저앉아 있어야 할 물가는 터무니없이 올라 차례상을 준비하는 손길을 얼어 붙게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배추포기는 '김추'로 둔갑했고 모든 푸성귀나 해산물값도다락같이 올라 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지만 '고향에서 맞는 명절'이란기쁨앞에는 이러한 현실적인 애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무릇 즐거움을 취함에 있어선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귀향의 엷은 흥분이자칫 안전을 도외시하거나 과다한 음주로 교통사고를 유발해선 안된다. 그리고 아름다운 고향산천을 나와 내가족이 버린 쓰레기로 오염시켜도 안된다.도시로 나가 급하게 돈을 번 졸부들이 오랜 세월동안 묵묵히 고향을 지키는친구들앞에서 거들먹거리는 일을 저질러선 더욱 안된다. 또 바쁘다는 핑계로동리 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드리지 못하는 무례함을 범해선 안된다. 이번추석에는 고향을 찾는 모든이의 마음들이 고향처럼, 동산위로 솟는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푸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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