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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작품-포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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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동구밖에 포도밭이 있다. 코스모스가 필 때가 되어야 익는 구릿빛 포도다. 포도밭은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여름과 가을로 나눠져 있다. 아직은 높은 해가 따가운 햇살을 퍼붓는 여름이다. 그런데도 승연이네 포도밭은 가을이다. 서리를 맞은 것처럼 누렇게 처진 잎사이로 탐스런 포도송이가드러났다. 승연이네 아버지는 아침부터 신나게 포도를 땄다. 그리고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시장으로 가지고 갔다."우리 것은 언제 익는담"

찬이는 이렇게 투덜거리며 자기네 포도밭을 둘러보았다. 포도는 탱글탱글알이 찼지만 아직은 퍼렇기만 했다. 잎들도 싱그럽다. 찬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승연이네랑 같은 날 포도를 땄는데 올해는 달랐다.찬이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 우리 포도는 왜 아직 안 익어요?"

아버지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며 코스모스를 보았다. 하늘이 높게 열릴때를 기다리는 코스모스가 이제 막 아기 꽃망울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런데 승연이네 포도는 왜 벌써 익었어요?"

아버지는 잠시 망서렸다. 포도가 비쌀때 팔려고 농약으로 익혔다는 말을차마 할 수 없었다. 대답을 못하는 아버지를 보며 찬이는 빙그레 웃으며 나섰다.

"아빠가 말 안해도 난 다 알아요"

"네가 뭘 안다는 거니?"

"아빠가 그랬잖아요. 땀을 흘린만큼 거둔다고요"

"그랬었지"

"아빠가 잘 때 승연이네 아빠는 밤에도 일을했으니 포도를 빨리 따지요"아버지는 픽 웃었다. 승연이네 아버지는 부지런한 것이 아니었다. 거둘 때가 된 포도에 농약을 치기 위해서는 밤에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줄도모르는 아이들은 포도가 먹고 싶었다. 찬이는 포도가 먹고 싶어 승연이네 집으로 갔다. 승연이는 마루에 혼자 앉아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승연아, 뭘 먹었는데 그렇게 헛구역질을 하니?"

"포도밖에 안 먹었어"

"남겨 두었다 나 하나 주면 어디 덧나니? 구역질이 날 때까지 먹게"승연이는 또 한번 얼굴을 일그려뜨리며 헛구역질을 했다. 핏기를 잃은 파리한 얼굴이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만 같았다. 어쩐지 넘어지면 영원히 못 일어날 것만 같았다. 찬이는 다급히 아버지를 데려왔다.

"아빠 저 포도를 먹었는데 자꾸만 구역질이 난데요"

찬이는 포도밭을 가리켰다. 잎이 떨어진 줄기에 몇개 남은 포도가 보였다.탐스러워야 할 포도알이 너무 익어서인지 흐물거렸다. 독한 농약을 진하게쳐 포도알이 너무 익은 것이다. 승연이는 그 포도를 씻지도 않고 실컷 따 먹은 것이었다.

"돈도 좋고, 시장에 가는 것도 급하지만 못먹을 포도부터 따내고 갔어야지"

아버지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승연이를 안고 급히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대구교대부속국민학교교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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