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쌀파동-중간상 사재기 값부추겨

올해 쌀 수확량이 3천3백만섬으로 잠정 집계되면서 쌀 부족에 대한 위기감이 산지에서 부터 소비지 시장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감지되고 있다.예년 이맘때쯤 농촌지역 쌀 도정공장에는 내내 붐볐다. 가을걷이를 막 끝낸 농민들이 한해농사를위해 농협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영농자금과 자녀들의 신학기 학자금마련을 위해서다.지난해만 해도 시장출하를 앞두고 농민들로 부터 받아놓은 벼가마니가 산더미처럼 쌓였던 도정물량이 올들어선 절반이하로 뚝 떨어져 하루 일거리도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한산하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상승 국면으로 접어든 산지 쌀값 동향에 따라 농민들이 시중출하를 줄이고 여기에다 중간 쌀수집상들이 가세해 매점매석 양상이두드러지자 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산지쌀값이 지난해 11월평균 80㎏ 가마니당 10만6천7백원보다 무려 31%가상승한 수치다. 이는 6~8월 단경기 이후부터 수매때 까지 쌀값이 지속적으로떨어지는 예년과는 전혀다른 형국으로 여타 물가상승의 기폭제로 이어지고있다.

농림수산부를 비롯한 농협등 양곡관련 전문가들은 현정부의 양곡관리 정책과 유통체계의 허점을 이용한 도·소매업자들의 농간이 가장 큰작용으로 미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뛸대로 뛴 쌀값과 덩달아 생필품 가격이 치솟자 뒤늦게 곡가조절용정부미 방출,중간 양곡상들의 매점매석행위 단속등으로 허둥대고 있는 모습이 현재 정부가 벌이고 있는 양곡 정책의 현주소다.

물론 정부가 원활한 시장원리가 도입된 쌀시장에서 일정한 규제를 통한 쌀유통체계의 합리화를 꾀하지 못하는 단적인 방증이라 할수 있다.우리나라 전체 쌀생산량 가운데 약25%가 정부수매로 흡수되고 15%를 자가소비량으로 환산할 경우 나머지 60%는 일반시장의 소·도매상을 거치면서 쌀값이 형성된다.

이가운데 정부지정 도매법인을 통한 거래는 20%수준을 밑돌뿐 대부분 산지 양곡도정업자,쌀수집·반출상과 소비지 시장의 양곡도·소매상간 직거래형태로 이뤄지는등 쌀유통시장이 왜곡돼 있다.

쌀 부족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올해같은 경우 산지와 소비지 시장을 연결하는 중간 상인들은 쌀사재기와 햅쌀 섞어 팔기등 농간을 부려 일부지역은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최근 양곡판매업이 종전의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돼 일정한 시설규모나까다로운 허가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가신고만으로도 양곡판매가 가능하다는점도 쌀 파동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전국에서 4만2천9백여개소의 양곡판매업소가 우후죽순으로 난립되고이 가운데 영세 소매업소가 무려 84%인 3만6천1백개소나 차지, 과당경쟁등쌀유통시장을 더욱 교란시키고 있다.

앞으로 쌀재배면적 감소, 기상이변에 따른 감수, 대북쌀 지원, 정부 보유재고량 바닥세, 식량자급률 저하등 각종 쌀파동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하루빨리 쌀유통 시장의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