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약값과 약효는 비례하지 않는다.

""비싼 약에는 선전비가 많다""

감기에 걸린 아이를 데리고온 엄마가 진료 의자에 앉아서 병에 대한 설명도 없이 대뜸 "비싼 약으로 주이소"라고 말할때가 간혹있다.

환자들이 돈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히포크라테스 선서까지 읽은 의사들은 기분이 상해지기 쉽다.그래서 "보험수가가 똑같은데 비싼약, 헐한약이 어딨어요"하고 좀 퉁명스럽게 대꾸를 하게된다.그래도 아이의 엄마는 생글거리기까지 하면서 "웃돈을 더내겠다"며 한술을 더 뜨기 십상이다.암정복이 눈앞에 다가 왔느니 하면서 의학의 발전을 선전하다보니 흔히들 감기쯤은 비싼약을 쓰면 병이 빠른시간내에 또 감쪽같이 낫는줄 알고있다.

그렇지만 눈부신 발달을 했다는 최신의학도 아직 정복하지 못한 분야가 감기이고 앞으로 언제쯤에는 정복하리라는 약속 조차 못하고 있는것이 감기다.

다시 말하자면 감기는 비싸고 헐하고 하는 약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이 없다는말이다.

의학교과서를 들춰서 감기의 치료란을 찾아보면 '대증요법'이라고 쓰여있다. 감기로 인해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고통스러운 증상들을 일시적으로 없애주기위해서 약을 먹는 것이지 감기를 단번에뚝 떨어지게 하기위해서 약을 먹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비싼약의 경우는 제약회사에서 발매한지 오래되지않아 많은 선전비와 약의 개발에 따른원가가 많이 먹혀서 비싸다는 것이지 반드시 좋은 약이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오래 사용하여 약효나 부작용등 온갖 검증이 끝난 약이 헐하고 발매된지 아직 오래지않아 완전무결한 검증이 끝나지 않은 약이 더 비쌀수 있다는 뜻이다.

감기치료의 항목들에는 휴식을 취하라든지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라든지 하여 조리를 잘하라는 내용들이 치료의 주된 방법들이다.

그런데 잠시 증상만 가려주는 약을 먹고 그것도 '비싼약을 먹었으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과로를 하거나 술도 먹고 나면 비싼 약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수도 있다.

약이 비싸다고 반드시 좋은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병원이나 약국을 찾는것이 좋을것같다.

이동민(대구시의사회 건강캠페인 위원·소아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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