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귀순 北韓주민 일문일답

"成南지방에 콜레라 발생"

최근 북한을 탈출, 제3국에 체류하다 21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윤경석씨(35)와 동용섭씨(52)등 귀순 북한주민 2명은 이날 오후 6시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 귀빈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간단한 자기 소개를….

▲윤경석씨=현재 35세로 평남 개천시 조양동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한 뒤 군대에 입대, 운전기사로 근무했다. 평성사범대학을 마친 뒤 조선의학과학원 미생물연구소에서 연구사로 근무하다이번에 남한에 귀순하게 됐다.

▲동용섭씨=현재 52세로 함남 북청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소학교와 중학교, 기술학교를 마쳤다.함남 덕성군의 삼기협동농장의 농장원으로 근무하다 출신 성분이 나빠 지난 67년 함남 단천의 용양광산으로 추방됐다. 광부로 일하던 중 머리와 발,허리 등을 다쳐 함남 북청의 편의사업소와 건재공장에서 일하다 귀순했다.

-윤씨는 사범대학 출신인데 어떻게 미생물연구소에서 근무하게 됐나.

▲윤=대학을 마치면 도당에서 출신 성분을 고려해 근무처를 배치한다. 월남자가족으로 출신 성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도당 간부들이 사정을 고려치 않고 연구소의 연구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미생물연구소에 배치했다.

-수재를 당한 후 북한에 전염병이 창궐했다는데….

▲윤=지난해 수해를 당한 뒤 각 도.시.군으로 전염병 순회 지도에 나선 적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각 지역의 상수도관이 워낙 낡아 상수도관을 통해 콜레라균이전파됐다. 평성에서만도 지난해 7월부터 10월 사이에 20명 정도가 사망했다.

-직접 듣거나 목격한 북한 식량사정이 어떠한가.

▲윤=남한 주민들이 곧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이 나쁘다. 5년전부터 배급사정이 악화됐다.지난해에는 해외에서 원조가 많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귀순할때까지 한 번도 배급을 받지 못했다. 당이나 군 간부 등 고위층이 사는 곳에만식량이 배급된 것으로 알고있다. 굶어죽는 것은 직접 목격하지 못했다.

-식량 조달 방법은.

▲윤=주민들은 식량조달 방법을 잘 모르고 있다. 산에서 칡뿌리 등을 캐 가루로만들어 먹는다. 말로 표현할 수 조차 없다.

-북한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가 어떠한가.

▲동=일한 것 만큼 보수도 없고 대우도 좋지 않다. 특히 연료난으로 공장이 가동되지 않아 일거리가 없기 때문에 노동력이 남아돌고 있는 실정이다. 남는 노동력은 주로 사회 봉사, 즉 거리청소등에 동원된다.

-미생물연구소는 군사용 세균전과 관계있나.

▲윤=연구소에서는 전염병 예방을 위한 연구사업만 한다. 세균전 준비와는 상관없다.- 북한 주민의 남한 귀순사실을 들은 적이 있는가

▲윤=전단을 통해 귀순자들의 사진을 본 적이 있으며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많이들었다. 북한 주민들은 한결같이 귀순을 희망하고 있으나 엄두를 못내고 있다.-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윤=월남자 가족으로 낙인찍혀 사회적 멸시와 천대를 받았으며 아버지는 탄광으로 쫓겨가 여생을 보내고 있다. 동료들로부터 한국에 가야 하고 싶은 일을 맘껏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회령에 출장간 틈을 타 두만강을 건너 중국 조선족 등의 도움으로 남조선에 도착했다.

- 올해 콜레라 발생실태는….

▲윤=예상외로 함남지방에서 발생했다는 소리는 들었으나 탈출하는 바람에 그이상은 모른다.- 극심한 식량난으로 북한 주민들도 전쟁을 바란다는 말이 있는데 북한의 전쟁준비 실태를 말해달라

▲윤=장인이 공군부대 연대장이지만 서로 떨어져 살아 구체적인 것은 모른다. 주민들 사이에서도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니 빨리 전쟁으로 가야한다 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 식량을 비축하는 등 주민들이 전쟁준비 움직임을 보이는가

▲윤=지금 당장 먹을 것도 없는데 식량비축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 탈북자가 늘면서 두만강 일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는데….

▲윤=넘어올때 1개 사단을 보충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기회만있으면 탈북을 노리고 있다.

- 북한 사회 내부에 김정일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고, 또 김일성이 죽었을때의 통곡이나 김정일에대한 충성맹세도 사실은 마음속에서 우러난 것은 아니라던데….

▲윤=김정일에 대한 비난은 아내한테도 못하는 실정이다.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자신 뿐 아니라부양가족들이 타격을 받는다. 그런 행동이나 발언은 꿈에서나 한다.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듣지는 못했다.

- 주민들은 김정일이 언제 주석직을 승계할 것으로 보는가

▲윤=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에 한다는 소리는 한 번 들었다.

- 지난해 한국에서 쌀 10만t을 지원한 사실을 알고 있는가

▲윤=전혀 몰랐다. 그러나 외국에서 원조한 것은 안다.

- 월남자 가족이라면서 어떻게 대학에 들어가고 군요직에 있는 장인을 두게 됐는가.▲윤=성분이 나쁘면 군에도 가지 못한다. 그러나 월남자 가족 중에서 사람을 뽑아 군대도 보내고입당도 시키라는 지시가 와서 군대에 가게 됐다. 제대후 고향 탄광으로 배치를 받았으나 우연히아내가 된 여자를 만나 무조건 쟁취해 도움을 받아야겠다 고 결심했다. 장인의 역량으로 평성에거주하게 됐고 대학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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