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국에서 보는 美선거

"정치의 맥도널드화"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영국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신기함과세계의 정치질서에 큰 영향을 줄 중요한 행사라는 관심이 뒤섞였다고 할 수 있다. 정치가 아직도기본적으로 엄숙한 것이라는 관념이 강한 영국에서 바라보는 미국의 선거판은 가히 정치의 맥도널드화 라고 할 만하다.

지난 주말 이곳 신문들은 보브 돌 공화당 후보가 클린턴 마스크를 한 기자들에 둘러싸여 할로윈마스크를 들고 있는 사진을 1면에 보도하면서 다시 한번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미국정치의 진면목을 부각시켰다. 이런 경향은 클린턴의 당선이 거의 기정사실화된 현실과 맞물려 당락에 대한 관심보다는 선거문화와 유세분위기의 전달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보도방향을 반영한다. 영국의 식자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비판적으로 보는 점은 기본적으로 돈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제도라는 것. 여기에는 아무리 공개적인 모금에 의존한다고 하나 선거기금 마련에 능숙하지 못하면당선되기 힘든다는 미국의 선거풍토를 야유하는 시각이 깔려있다. 세계에서 선거공영제가 가장잘 정착된 영국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만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다른 한편 전통적으로 미국과 영국, 앵글로 색슨간의 동맹을 기본축으로 진행되어온 유럽의 질서,더 나아가 세계정치에 미국정치가 갖는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더구나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현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의 일부세력이 은밀히 당시 공화당 후보 부시를 밀었다가 선거후 클린턴 진영으로부터 눈총을 받은 선례 때문인지 여당 정치인들은 미국의 내정문제 에 노 코멘트하면서도 그 결과에 큰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당시 부시측의 부탁을 받고 70년대에 영국 유학중이던 클린턴이 런던의 미국대사관 앞에서 월남전 반대 데모를 주동한 사실을 뒷조사하는 등 노골적인 반 클린턴 운동을 벌이다 클린턴 당선후 외교적인 마찰로까지번진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가는 클린턴의 상대적인 진보성 때문에 내년 5월로 예정된 영국의 총선에서 야당 노동당이 승리하면 양국간 수뇌부의 호흡이 더 잘 맞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영 BBC방송은 이곳시간으로 화요일 밤 철야로 개표현황을 보도할 예정으로 있는 등 높은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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